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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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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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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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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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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금융범죄 - 아메리칸 스타일

DUMMY

놀라서 뒤돌아보니 피투성이 얼굴의 데니스 왕 이 놈이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온다.


순간 긴장했다.


‘의왼데. 이 녀석이 아직도 싸울 의지를 가지고 있다니. 그런 스타일 아니었는데.’'


자세를 잡고 준비했지만 데니스 왕은 나를 지나쳐 화장실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잘못 봤는 지 모르겠지만 울고 있었다. 창피해서 도망가는 것같다.


– 피식.


‘하아. 자식 끝까지 추하네.’


‘다른 회사를 또 찾으면 되지. 게다가 이 회사 사람들은 회장부터 시작해서 다들 좀 이상해.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올리비아도 그렇고.’


어제 집에서 컴퓨터를 챙겨보다가 뭔가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이상한 이메일 기록이 있었다. 날짜와 시간은 올리비아가 내 집에서 자고 갔던 그 시점. 암호화 되어있어 내용을 확인 못했지만 내 컴퓨터로 이메일이 오고 간 것은 확인했다. 올리비아는 내 컴퓨터의 암호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뭔가 생각이 떠올랐다. 머릿속에 이상한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이것들이···사람 쉽게 보네.”


그럴듯한 추측이지만 확인할 것들이 있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지. 몇가지 확인할 것이 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향했다.


***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스탠튼이 즐겨 찾는 곳이다. 원래는 아이젠버그가 자주 사용하던 것인데 스탠튼도 그를 따라 이곳을 애용한다.


스위트룸에 올라가는 투숙객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으로 올라갔다. 오전시간이어서 청소용 카트가 나와 있고 빈 방에는 문이 열려 있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군.”


복도 중간쯤 남미 여자로 보이는 메이드 아가씨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회색의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였다. 옷을 바꿔입고 화장을 하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질 것 같았다.


20 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주면서 물어봤다.


“저는 뉴욕타임즈지에서 일하는 신문기잔데요. 한 일주일쯤 전에 이 사람들 본 적이 있죠?”


신기하게도 전혀 놀라거나 거부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을 많이 겪는 듯.


며칠 전에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나, 스탠튼, 그리고 올리비아와 자넷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들고 잠시 보더니 메이드 아가씨가 바로 웃으며 말한다.


“여기 있네요. 둘 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그런데 가리키는 사진 속 사람이 이상하다. 전혀 내 예상과 딴판이었다.


“이 남자하고 이 여자.”


갑자기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이게 아무나 찍고 돈 받으려고 사기치는 거 아냐?’


“네? 확실해요? 이 여자가 아니고요?”


“확실해요. 키가 크고 금발. 이 여자 확실해요. 일주일 전에 봤어요.”


메이드 아가씨는 스탠튼과 올리비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올리비아가 왜 거기서? 그럼 그렇지. 이럴 가능성도 있긴해지. 그런데 이렇게 되면 빠져나가려면 쉽지 않겠다. 나도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겠어.’


결국 모두가 한 패였던 것이다. 스탠튼, 올리비아, 데니스 왕. 그리고 아마도 아이젠버그까지도.


‘이 새끼들이. 날 완전 호구로 보네. 돈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 돈으로 한번 죽여주마.’


지금은 모든 돈도 꽤 된다. 내가 가진 돈을 다 태워서라도 이것들을 박살내버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알아둔 로펌이 있지.”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로펌 커크랜드 앤 왓킨스. 뉴욕에서 가장 수임료가 비싸고 일을 잘한다는 로펌이다. 주성그룹의 김상건 시절부터 그가 종종 사건을 맡기곤 하던 곳.


“한국으로 치면 김앤장 같은 곳이지.”


바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커크랜드 앤 왓킨스]


로비와 복도가 마치 미술관처럼 비싸보이는 미술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안내받아 들어간 곳은 담당 변호사가 될 레이첼 토마스. 미리 웹사이트를 조사해 봤다. 할렘 출신 흑인여성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줄업한 금융 분야 전문가였다.


‘흑인에 하버드에 금융쪽 변호사라. 나중에 정치권에서 콜을 좀 받겠군.’


여기저기 서류에 싸인을 한후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료만 해도 시간당 1,000 달러.


‘에라이 날강도가 따로 없네.’


“미스터 킴.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어디서 부터 시작할 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


“내부거래로 누명을 쓴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직속 상사가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그 주식을 구매하도록 시킨거에요.”


“그럼 그 지시사항이 구두로 주어졌나요? 아니면 메모같은 것이라도 있어요? 사내 메일같은 것?”


“네. 있어요. 하지만 그 메모에는 애매모호한 형태로 지시가 내려져 있어요. 어제 말했던 그 주식 이런 식으로요.”


“흐음. 어제 말했던 그 주식이라··· 그 지시를 할 때 주변에 목격자가 있었나요?”


“아니요. 저 혼자였어요.”


상황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레이첼은 고민하는 표정을 하더니 다시 질문한다.


“그런 지시를 내릴 때 수상한 점이 있었어요?”


“예. 좀 이상했죠.”


“그럼 그 지시를 왜 아무 의심없이 따른거죠?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고 실행했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어휴 나도 그걸 모르겠다고. 내가 왜 그랬는지를.’


“그 당시 상황이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갑자기 저와 같은 일을 하는 경쟁자를 채용하고, 또 실적 리뷰를 하면서 제가 실적이 저조해서 조만간 해고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는 바람에··· 제 입장에선 그때 상사가 내린 지시사항에 대해 토를 달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레이첼 토마스가 볼펜을 탁 치며 말한다.


“하! 또 나왔네. 요즘 금융사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죠. 보통 해고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런 식으로 같은 일을 하는 사람, 특히 더 젊거나, 집안이 좋거나 한, 그런 사람을 하나 더 뽑아서 스트레스를 주고 알아서 나가게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부거래같은 누명을 씌우는 사례는 오늘 처음 보네요.”


상담내용을 기록하던 노란색 노트패드를 다음 장으로 넘기면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 실적리뷰에서는 안좋은 점수를 받았겠군요.”


“아니요. 처음에 나쁜 점수를 줬다가 제가 항의를 하니 고쳐줬어요. 꽤 괜찮은 점수로.”


“그래요? 그 바뀐 점수가 기록된 문서를 보관하고 있어요?”


순간 아차싶었다. 스탠튼이 데니스 왕이 쓴 것을 지우고 높은 점수로 바꿔 쓰는 것은 봤지만 정작 완성된 상태의 문서를 내게 준 적은 없었다.


“아니요. 받은 적이 없어요.”


레이첼이 인상을 찌푸린다.


“미스터 킴. 당신이 누명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이유가 뭐죠? 지금까지 주신 정보로는··· 누명을 썼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요. 물론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남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맞는 말이다. 나 자신은 알고 있지만 제 3자도 동의하려면 보다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레이첼과의 상담은 2시간이 조금 넘어 끝났다.


‘챗. 돈벌기 쉽구나. 2시간에 2000 달러.”


데니스 왕과 스탠튼이 번갈아 가며 나를 흔들었던 것들. 내가 잘못받은 스탠튼에게 걸려온 수상한 전화. 또 내 컴퓨터에 누군가 침입한 것 같은 흔적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듣고난 후 레이첼이 내린 결론은 그리 고무적이진 않았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군요. 방어해야할 것이 꽤 많아요.”


결국 무죄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길게 빙빙돌려 말하고 있었다. 스탠튼을 잡아들이거나 날 방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말을 끊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세금까지 포함해서 3,000 달러를 지불하게 됐으니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항상 돈이 부족하게 살았던 손정민의 흔적.


‘내부거래같은 경우 누가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나요?”


“뉴욕남부지검과 증권거래위원회 SEC가 가지고 있습니다. 각 주식거래소마다 담당기관을 가지고 감시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기관은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이죠. 사건이 민사로 넘어가면 증권거래위원회이 형사로 넘어가면 검찰이. 이렇게 나뉘죠.”


“민사와 형사는 누가 구분합니까?”


중요한 질문이다. 민사로 가게되면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그건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이 상의를 해서 결정하지요. 금액이 커지면 보통 형사사건이 됩니다. 이번 경우처럼.”


‘형사사건이구나.’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레이첼이 내가 모르던 이야기도 해준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내부거래 사건은 정치적인 경우가 많아요. 재수없이 정치인이나 담당공무원에게 찍히는 경우에 그냥 넘어갈 경미한 사건도 조사가 시작되는 것을 여러번 봤지요.”


“조사가 시작되면 어지간해서는··· 이기기 힘들어요. 일단 방송까지 대동해서 수갑을 채운채로 끌고가면서 망신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지요. 사생활을 있는대로 들추고. 언론에 흘리고. 그들의 목적이 당신을 기소하는 것인지 당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지 헷갈릴 정도죠. 이 정도쯤 가면 대부분 사람들은 검찰과 합의를 보는 쪽을 택해요. 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낮춰주는 식으로. 이런 일들의 변호사비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검찰은 한없이 시간을 끌면서 심심할 때 마다 괴롭히지요. 재벌수준이 아니면 감당하지 못해요.”


‘내가 재벌수준이긴 한데··· 그런데 이거 냄새가 나네. 이거 또 박승완 아니야?’


박승완일 것 같지만 증거는 없다. 뭐 사실 이제와서 누가 그랬든 상관도 없다.


변호사를 쓰고 돈을 태우는 것이야 나도 남들 못지않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에 조사받고 끌려 다니며 시간을 잡아 먹는 것. 그리고 나쁜 소문이 나는 것. 그럼 내가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다.


“이러면 나가리되는데···”


레이첼 토마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로 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착수금도 요청하는대로 내고 다음 번 미팅을 약속하고 나왔다.


“그런데 보통은 검찰도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가장 높은 직급의 사람을 잡아들이려 해요. 미스터 킴보다는 미스터 킴의 상관을 잡으려 할 거에요. 그 점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데··· 한번 생각을 해보죠. 다음 미팅에는 내부거래쪽 변호를 해본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커친스키 변호사가 같이 올겁니다. 검찰에 아는 사람도 많으니 그쪽 상황을 좀 알아보도록 할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레이첼 변호사와 인사를 하고 원래 계획대로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라과디아 공항으로 갑시다.”


뉴욕에서 국내선을 탈 때에는 주로 라과디아 공항을 이용한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비해 조금더 맨하탄과 가깝다.


택시에 앉아 지난 2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바빴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이벤트가 있었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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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3-스탠튼의 기행 23.04.15 151 2 12쪽
77 3-뉴욕생명보험 23.04.14 169 2 13쪽
76 3-수상한 투자 23.04.13 183 1 12쪽
75 3-그레그 오하라 검사 23.04.12 316 2 12쪽
74 3-업무평가 23.04.11 187 1 12쪽
73 3-이거 파란불인가? 23.04.10 189 2 12쪽
72 3-카길 가문 23.04.08 207 2 11쪽
71 3-신입생 환영회 23.04.07 225 2 11쪽
70 3-그들만의 리그 23.04.06 2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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