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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9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2.04 17:54
조회
319
추천
3
글자
10쪽

4부. 공멸(共滅) : 열넷

DUMMY

“여기가 대리자가 있다는 연구솝니까?”

“예. 현재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단유점이 모래 언덕 위에서 연구소를 보며 묻자 텔케른이 대답했다. 단유점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연구소인데 인기척 하나 안 느껴지는 군요.”

단유점이 그리 말하며 무엇인가 수상한 듯 서둘러 연구소 쪽으로 말을 몰았다. 텔케른과 가르딘이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연구소 앞에 도착하자 단유점의 표정이 굳었다. 칼에 베인 병사들의 시신들이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텔케른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려 병사들의 시선을 살폈다. 단유점은 주위를 둘러보던 중 한 쪽에 시선이 꽂혔다.

“발자국이 저 쪽으로 향하고 있소.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터. 내가 쫓겠소.”

단유점이 서둘러 말을 몰았다. 텔케른은 얼른 뒤에 있는 가르딘을 돌아봤다.

“신호탄을 쏴. 근처에 있는 멜번에게 연락한다.”

“예.”

가르딘이 얼른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 불을 붙였다. 길쭉한 원통형 신호탄을 하늘로 들자, 불빛이 하늘로 올라가 펑하고 터졌다. 낮이었음에도 신호탄의 붉은 불빛이 눈에 확연히 띄었다.


대료문과 윰은 연구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대리자를 눕혀 놓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싶었으나 단유점에게 베였던 상처가 벌어진 데다 총에 스친 듯 팔뚝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일단 윰이 가방에서 붕대를 꺼내 최대한 상처를 동여맸다.

“조금만 쉬었다 가죠.”

윰의 말에 대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윰은 대료문을 앉혀 놓고 누워있는 대리자에게 다가갔다. 대리자는 눈을 꼭 감은 채 평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고 있는 것일까. 꿈을 꾼다면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그날. 그녀가 납치되던 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때의 외면을 떠올릴 때면 윰은 가슴께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의 풀벌레 소리를, 별들이 가득하던 하늘을, 흙이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를, 그리고 그녀의 시선. 눈빛을 떠올릴 때면 윰은 눈물이 고였다.

윰이 옆에 앉아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대리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운 듯 보이던 대리자가 두 눈을 떴다. 윰은 깨어난 그녀의 모습에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윰이 그녀를 부르려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칼리언. 칼리언…. 칼리언은 어디 있죠.”

대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입을 열려던 윰의 말문이 막혔다. 주위를 둘러보던 대리자가 그제야 윰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윰….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대리자의 볼로 눈물이 주륵 흘렀지만 윰은 멍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윰도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처음 나온 이름이 자신이 아니라서? 그것 때문인가.

윰이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리자님. 다행입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신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예전처럼. 그렇게 예전처럼….”

윰은 꿈과 같은 예전 신전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대리자는 윰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윰은 믿을 수 없었다.

“윰. 나는 돌아갈 수 없어.”

“예?”

“대리자가 되면 늙지 않으며 자신의 수명을, 죽는 날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하나 뿐인 생을 신에게 바치는 보상이다. 알고 있지?”

“대체 무슨 말씀을….”

“나는 서방에서 죽어…. 이 운명을 거스를 방법은 오로지 하나, 대리자의 자리를 포기하는 것뿐이야.”

“대체,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대리자님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윰. 돌아가. 성천으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읊조리듯 말했다. 윰은 앉은 채로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길게 내려온 그녀의 검은색 생머리가 바람을 따라 나풀거렸다. 윰은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윰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대료문이 칼을 뽑았다.

“누구니!”

대료문의 목소리에 윰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대료문이 바라보고 있는 곳. 그곳에는 어떤 남자가 서있었다. 여기저기 헤지고 더러워진 옷. 숨을 헐떡이는 남자는 그때 반란군의 진영에서 대리자와 함께 있던 남자였다. 아까 대리자가 말한 자. 칼리언이라는 이름의 용병. 그가 천천히 윰과 대리자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와 허전한 왼쪽 소매가 천천히 펄럭였다.

칼리언이 다가오자 대료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을 막았다. 그때 무엇인가 대료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료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칼리언을 바라봤다. 자신의 옆을 스치고 간, 대리자가 어느새 칼리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칼리언, 살아 있었군요!”

그 모습을 본 윰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대료문이 그런 윰과 칼리언 쪽을 한 번 번갈아 바라보고는 칼을 다시 넣었다.

“이제 어찌할 거니.”

대료문의 물음에 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 고생, 흘려온 피들. 그것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윰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무엇인가 밝게 빛났다. 윰이 고개를 들어 대료문을 바라봤다. 대료문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료문은 칼리언이 온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서운 눈초리. 당장이라도 달려가 칼을 휘두를 것 같은 표정이었다. 대료문이 송곳니를 보이며 씩 웃었다.

“너희는 여서 빨리 떠나라.”

“예? 대료문 씨는요?”

“내 곧 뒤따라 가갔어. 놈이 온 것 같으니까니.”

“놈이라면 설마…. 안돼요. 같이 도망가요.”

“내 이미 두 번이나 도망쳤어. 내 무사로서 이번엔 못 도망가갔으니, 너희 일단 피하라. 일단 안전한 데로 가서리 돌아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

대료문은 소리를 치고는 윰이 말릴 새도 없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윰은 그런 대료문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대리자는 아직도 칼리언과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랫동안 해어졌던 자신보다, 오히려 칼리언이라는 자에게 할 말이 많은 것이, 더 반가워하는 것이. 그것이 샘나는 것인가. 지금 이 상황에서?

윰은 그렇게 스스로 질책했다.

“대리자님. 일단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긴 위험합니다.”

윰이 대리자와 칼리언 쪽으로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 칼리언도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누군가 모래 언덕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자와 같은 얼굴. 커다란 덩치.

“어디를 가나, 칼리언!”

“멜번….”

칼리언이 멜번을 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칼리언이 옆에 있는 대리자의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저 자하고 같이 도망가.”

“칼리언은….”

“난 괜찮아. 저 말을 타고 최대한 멀리 도망가.”

칼리언이 대료문의 말을 보며 말했다. 대리자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고, 윰이 다가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일단 도망가야 합니다.”

윰이 대리자의 손목을 끌었다. 그 순간,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칼리언 앞에 거대한 모래기둥이 솟았다. 멜번이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칼리언, 네가 잘 쓰는 폭탄 맛이 어떤가!”

멜번은 순식간에 칼리언의 앞까지 와 칼을 뽑아 들었다. 칼리언은 몸을 던져 겨우 멜번의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

윰은 다시 대리자의 팔을 끌었다. 말 쪽을 바라본 순간, 윰의 표정이 굳었다. 아까의 폭발로 도망간 말이 이미 멀리 조그마하게 보였다.

윰이 절망한 사이 또 다시 폭발음이 들렸다. 날려드는 모래들.

‘안 돼. 이대로는 위험해.’

이렇게 생각한 윰이 양 손에 기운을 집중했다. 집중한 기운을 땅으로 흘려보냈고, 모래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래는 윰과 대리자의 주위에 벽처럼 솟아올랐다. 곧 정사각형 모양의 모래벽이 빈틈없이 윰과 대리자를 모래바람과 폭발로부터 지켜줬다.


말을 몰던 단유점이 멀리서 달려오는 대료문의 모습을 보고 말에서 내렸다. 달려온 대료문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단유점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달려온 추진력 덕에 공격은 가공할 위력을 보였다. 단유점의 칼과 부딪히는 순간, 양 기운의 충격으로 발아래의 모래가 움푹 파였다.

“서무하. 스승을 버리고 도망가더니. 이번에는 용케 안 도망쳤군.”

단유점의 도발에 대료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대료문은 미친 듯이 단유점 쪽으로 칼을 휘둘렀다. 빈틈이 여기저기 보이는 공격. 단유점은 그런 대료문의 빈틈을 최대한 노리고 공격하려 했으나 맹렬한 공격 탓에 일단 막고 피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 최대한 빨리 끝내려는 건가. 이렇게 온 기를 다 쏟아 붓다니.’

단유점은 대료문이 온 기를 한 번에 다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최대한 버티기로 결심했다. 막을 수 있는 것은 막고, 피할 것은 피하며 대료문의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대료문의 공격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서웠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자세에서 막기 힘든 쪽만 골라 공격하고 있었다. 막는다고 해도 칼이 날아갈 만큼 강한 힘에 단유점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막으면 안 되겠군. 최대한 피하자.’

단유점은 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대료문의 공격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어우러져 공격하고 피하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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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20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6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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