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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82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25 17:09
조회
451
추천
4
글자
12쪽

4부. 공멸(共滅) : 여덟

DUMMY

텔케른과 가르딘, 해기서는 3구역 인근의 폐촌에 머물고 있었다. 실력차를 확연히 느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는 일. 셋은, 특히 텔케른은 침통한 표정으로 술집 테이블에 앉아 버려진 술들 중 하나를 열어 병째로 들이켰다. 반대편에 앉은 가르딘이 그런 텔케른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멜번이 지금 칼리언 쪽을 상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그 쪽으로 합류해 대리자의 신변을 확보한 뒤, 그들과 함께 첩자들을 처리하는 게….”

“젠장!”

가르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텔케른이 마시던 술병을 바닥에 집어던져버렸다. 술병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약간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던 해기서가 어깨를 움찔했다.

가르딘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저희들 끼리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하다못해 가장 가까운 도시인 실크램에 병력 지원이라도 요청하심이 어떠십니까.”

가르딘의 말에 텔케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딘의 말대로 차라리 기사단장에게 받은 서류를 이용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때 술집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순간 그 안에 있던 셋의 눈이 그 쪽으로 향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큰둥한 표정의 동방인. 얇은 눈, 날카로운 코와 얼굴선. 단유점이었다. 단유점은 여전히 소매 넓은 관복을 입고 있었다.

텔케른이 살짝 열린 문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느껴지는 인기척은 없었다.

“동방인인가?”

텔케른이 자리에 앉은 채로 물었다. 이에 단유점이 술집 안을 한 번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루캄 주재 중천 공사. 단유점이라 합니다.”

단유점이 품에서 황제의 도장이 찍힌 신분 확인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잠시 텔케른과 가르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둘 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대충 경례를 받고 텔케른 쪽으로 걸어가는 단유점의 눈에 구석의 해기서가 들어왔다.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단유점을 보고 있는 해기서. 단유점은 해기서가 누군지 정확히는 몰랐으나 동방인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약간 의아했다.

가르딘이 자리를 지키자 단유점이 텔케른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 앉으시죠. 저도 술 한 병만 가져다 주겠습니까?”

단유점이 가르딘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르딘은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 술병들이 있는 곳으로 가 하나를 가져왔다.

단유점이 술병을 열며 한 손으로 텔케른에게 앉기를 권했다. 텔케른이 자리에 앉아 단유점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서방 술도 먹을 만하군요.”

“이 곳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대동한 사람도 없이….”

텔케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유점은 다시 술 한 모금을 마시고는 해기서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헌데 저 동방인은 누굽니까?”

“아, 저 자는. 이번에 온 동방 첩자들 중 하나인데. 일단 저희 쪽으로 투항했습니다.”

텔케른의 말에 단유점이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기서는 아직도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단유점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해기서에게 다가오라 손짓을 했다. 해기서가 단유점의 표정을 잠깐 살폈다.

‘왜…. 부르는 거지….’

웃고 있었지만 왠지 섬뜩한 표정. 해기서가 머뭇거리자 단유점이 술을 한 모금 더 마신 뒤 다시 손짓했다.

“이봐. 잠깐 와 보시게.”

단유점이 소리를 내 부르자 해기서는 어쩔 수 없었다. 쭈뼛거리며 해기서가 다가갔다. 단유점이 해기서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음, 이름이 어찌 되나?”

“성천 재무대신 해기서입니다.”

“성천의 재무대신이라…. 그래 환천군에 그런 자가 있었지.”

단유점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술병으로 옮겼다. 해기서는 긴장한 듯 쭈뼛거리며 서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해기서의 침 삼키는 소리가 꿀꺽하고 약간 크게 나는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비명처럼 술집 안에 들렸다. 단유점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의 오른손엔 칼이 들려 있었다. 어느새 칼집에서 모습을 드러낸 칼. 그 칼끝에 아주 약간의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텔케른은 그의 움직임을 전혀 보지 못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툭, 하고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텔케른이 해기서 쪽을 바라봤다. 이미 사라진 그의 머리. 그 머리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잘려나간 목에서 피가 솟고 또 한 번 큰 소리와 함께 해기서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텔케른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유점은 태연한 표정으로 칼을 휙휙 휘둘러 맺힌 피를 털어냈다.

“앉으시지요. 명을 받은 것이 있어 첩자들을 죽이러 온 것입니다. 이 자도 첩자들 중 하나이기에 죽인 것이고요.”

텔케른의 턱이 덜덜 떨렸다. 전쟁까지 경험한 적이 있는 자신이었다. 아까 3구역에서 대료문을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

단유점이 미소를 지으며 칼을 다시 칼집에 넣고 일어났다.

“첩자들이 어디 있는 지 안내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수도에서 당신들이 여기 있다는 말을 듣고 오긴 했습니다만 3구역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를 더 가야 하는 듯하니. 심심해서 더 못 가겠군요. 하하.”

단유점의 웃음소리에 텔케른은 귀는 물론 가슴께까지 저릿했다. 가르딘 또한 할 말을 잃은 듯 멍청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텔케른은 겨우겨우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달려든 요척의 창을 대료문이 여유롭게 막아냈다. 대료문의 공격은 또 요척이 막아냈다. 둘의 치열한 싸움에 장현군과 윰은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요척은 화려하게 태절창을 좌우로 휘두르며 대료문을 위협했다. 가끔 급소를 향한 찌르기는 대료문도 막아내는 것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에 반해 대료문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요척의 왼손이 움직였다. 창끝에 집중하던 대료문에게 그 왼손이 보인 것은 행운이었다. 왼손은 능숙하게 창 한 쪽 부분으로 갔고, 순식간에 태절창의 끝, 철퇴부분이 분리됐다. 왼손에 쥔 철퇴를 요척이 강하게 내리쳤다. 대료문이 얼른 거리를 벌렸고, 철퇴는 쿵 소리를 내며 땅을 내리쳤다.

대료문이 잠시 숨을 고르며 자세를 취했다. 요척은 다시 능숙하게 철퇴를 창끝에 결합했다.

“아우. 제대로 안 할 텐가.”

요척이 인상을 쓰며 대료문에게 말했다. 순간 윰의 눈에 보인 요척의 기운은, 대료문의 것처럼 커졌다. 대료문도 그것이 보이진 않았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해주갔소.”

대료문이 칼을 다시 한 번 고쳐 잡았다. 윰은 대료문의 기운이 더욱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척과 대료문. 모두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었고, 그 기운들은 둘의 사이에서 맹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윰은 그 기운들에게 압도당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마, 말려야 해요.”

윰이 장현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장현군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무립니다. 저희 힘으로는 저 둘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장현군의 말에 윰은 자신이 얻은 토지신의 힘을 쓰고 싶었으나 아무리 해도 그때의 느낌이, 3구역에서 땅을 되살렸던 느낌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요척과 대료문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기운 둘이 서로를 밀어내는 듯 보였지만 둘은 이미 맞붙어 창과 칼을 부딪치고 있었다.

둘의 창과 칼은 서로 부딪치기도 전에 강렬한 기운 때문에 커다란 소리를 냈다. 부딪치는 순간에는 강한 힘이 서로를 밀어내려 했지만 요척과 대료문은 밀리지 않으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 힘을 다했다.

‘상대의 무기는 청금으로 만든 창. 과연 이 적려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료문이 이리 생각하는 순간, 요척의 창날이 대료문의 목을 내리고 들어왔다. 대료문은 몸을 젖혀 그 공격을 피하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창날 반대편의 철퇴 부분. 대료문이 겨우 팔로 땅을 딛고 다리로 땅을 박찼다. 요척의 철퇴가 살짝 대료문의 발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료문은 그렇게 땅을 짚은 채 한 바퀴 돌아 약간 거리를 둔 채 똑바로 섰다.

‘약간 스쳤나….’

스쳤음에도 대료문의 발등에 고통이 느껴졌다.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닌 듯했지만 저런 공격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맞는다면 자신이 서있을 수 있을까. 대료문이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마신 뒤 요척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대료문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요척의 오른쪽으로 돌며 칼로 어깨를 노렸고 등 뒤로 가며 목,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다리. 갑자기 밀려드는 공격과 활발해진 움직임에 요척이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선수를 한 번 빼앗기면 다시 찾기 힘들다!’

요척은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다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힘들다 판단했다. 그리고 이어진 요척의 공격. 요척은 한 발자국 뒤로 가며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품으로 파고들려던 대료문이 그 큰 움직임에 방향을 틀었다.

‘움직임이 너무 크오. 요 형님.’

대료문이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요척이 창을 땅으로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흙먼지가 날렸다. 순간 가려진 시야에도 대료문은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아까 요척이 있던 자리로 칼을 휘둘렀다.

‘없다.’

대료문의 칼은 허공을 갈랐다. 순간 자신의 옆으로 느껴진 저릿한 살기에 대료문의 몸이 반응했다. 칼을 그 쪽으로 휘둘렀다. 무엇인가 베는 느낌이 났지만 살기는 빠르게 대료문의 등 뒤로 움직였다. 대료문은 태절창의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순간, 대료문의 다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났다.

‘젠장, 최대한 상처를 얕게!’

대료문은 다리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다리에 힘을 줘 앞으로 뛰어 올랐다. 붕 하고 떠오른 몸이 흙먼지 밖에서 떨어졌다.

대료문이 얼른 다시 일어나 다리를 확인했다. 왼쪽 다리를 살짝 베였으나 깊지는 않았다. 움직이는 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대료문이 다시 자세를 잡고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가 가라앉고 그 가운데 요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척의 모습을 보고 대료문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우.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데 이렇게 공격을 적중시키다니. 과연 허명이 아니군.”

요척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오른팔에서 흘러내린 피가 창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대료문이 살기를 쫓아 휘둘렀던 칼이 정확하게 맞았고, 상처는 꽤 깊은 듯했다. 요척이 왼쪽 팔로 상처를 감싸 쥐고 있었다.

요척은 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처 난 오른팔에 더욱 힘을 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피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흐르는 듯했다. 대료문이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

“진짜 죽을 작정이우까. 창 놓으시오!”

대료문의 외침에도 요척은 창을 놓을 생각 따위 없는 듯했다. 오히려 대료문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요척도 자신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얕지도 않은 상처. 요척은 이 상처를 안고 대료문과 싸워 이길 가능성 따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쉽군. 이 상처만 아니었다면 자네 다리에 치명상을 입혔을 텐데.”

요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대료문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늘게 떨리는 숨소리.

“이제…. 제발 그만 하시면 아이 되갔소? 고향에서 가족들이 아이 기다리오!”

대료문의 외침에 요척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피를 제법 많이 흘린 듯했다. 그러나 요척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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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20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2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4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6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9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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