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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0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05 19:04
조회
227
추천
4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DUMMY

수도에 도착한 텔케른은 곧장 자신이 속한 기마대대 기사단장을 찾아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그 무엇도 제대로 된 명령을 받지 못했었다.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인에게 있어 명령의 부재란 곧,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텔케른을 보자 기사단장은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이 보낸 보고를 접한 것인지 아닌지. 태평한 그의 표정에 텔케른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가 보낸 보고를 받으셨습니까?”

텔케른의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듯 기사단장은 태연히 입을 열었다.

“아, 동방에서 온 첩자들 말인가? 당연하지. 그래서 지금 첩보대대가 움직이고 있지 않나.”

“실크램에서 보낸 보고도 받으셨습니까?”

“그럼. 받았지. 그 종이는 뭣 하러 보냈나. 다 알지 않나?”

“그래도 일단 임무 수행 중의 특이사항이라 보고했습니다.”

“임무 수행? 자네 임무는 ‘검문’이었지 추격이 아니었네만.”

기사단장의 말에 순간 집무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보고 후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추격을 계속한 것이었다. 별로 트집잡힐 만한 일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저렇게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명령 없이 움직인 것은 맞으니까.

텔케른이 아무런 말도 없자 기사단장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 말게. 안 그래도 자네 보고를 받고 바로 건의를 했으니까. 그리고 어제 명령이 떨어졌네.”

“무슨 명령 말씀이십니까?”

“자네에게 첩자 추격 및 체포를 맡긴다는 명령이네.”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일단 대기하게. 동행할 자가 있으니. 아, 그리고 용병왕 멜번 씨와도 협력하라더군. 멜번 씨도 동방에서 온 여자 잡는 일을 맡았다는 말이 있어서 말이야.”

“멜번….”

텔케른은 멜번이라는 말에 약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모든 용병들의 아버지라 불리며, 존경을 받는 멜번. 그는 용병왕이라는 호칭답게 황제인 루캄투르프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텔케른은 일단 접대용 소파에 앉아 올 것이라는 자를 기다렸다.


“그래서 그대들이 동방을 통일한다면 적당한 영토와 함께 대리자 하나를 넘기겠다는 건가?”

넓지만 무엇인가 허전한 공간이었다. 동방의 조당과는 다른 모습. 해기서는 자신의 앞에, 높은 곳에 앉은 자가 서방의 황제. 루캄투르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첩자의 신분으로 온 자신을 진짜 황제가 만나줬단 말인가.

해기서는 양 손을 맞대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저희 성천은 예전부터 중천의 속국과 같은 취급을 받아왔고, 선대 천장 때부터 이 관계를 타파하고자 부단하게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계속해서 공사관에 도움을 청했으나 좋은 답이 돌아오지 않아 이리 직접 제가 서방 땅을 밟게 된 것이옵니다. 황제 폐하께 미리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이리 온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해기서의 말에 루캄투르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기서의 제안. 분명 달콤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일을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 성천을 믿고 동방과 전쟁을 벌여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을 따져봐야 했다.

“일단 의논을 해보겠다.”

“황공합니다.”

“논의하는 동안 부탁할 것이 하나 있는데.”

“무엇이옵니까?”

“지금 동방에서 온 첩자들. 그대가 그 무리 중 하나였으니 분명 그들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대가 우리 쪽 책임자와 동행할 수 있겠나.”

루캄투르프의 말에 해기서가 약간 주저했다. 만약 그러다 장현군 일행을 다시 만난다면. 양심의 가책이랄까. 사지로 함께 온 정이랄까. 주저하던 해기서의 머리에 성천의 천장 라다가 떠올랐다. 이번 일은 성천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일. 사사로운 정에 이끌릴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황제에게 잘 보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해기서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루캄투르프는 신하로 보이는 자 하나를 불러 해기서를 밖으로 안내하게 했다.


아침이 밝고 대료문을 제외한 장현군 일행 모두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은 지금 어디 가셨나요?”

대료문에게 간밤의 이야기를 들은 장현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대료문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 일행이 있다 데리러 간다 하놓고 아직도 아이 왔슴다.”

대료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요척과 대료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사람 둘의 모습이 보였다. 말도 타지 않고 걸어오는 모습이 비장하게까지 느껴졌다.

곧 그들이 다가오자 장현군 일행은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걸어오는 것은 노인과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 노인은 수레를 하나 끌고 있었다. 수레에는 다친 여자 하나가 타고 있었다. 말 한 마리 없이, 사람 태운 수레를 끌고 이 황무지를 건너고 있었단 말인가. 감탄하고 있는데 태서가 그들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저, 저, 저, 저놈은!”

태서의 호들갑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여자 옆에 서있는 금발의 남자. 장현군이 고개를 갸웃했다.

“태서 씨 아는 사람입니까?”

“그, 그 지도 구한 마을에서 우리가 아니, 우리가가 아니지. 저 대료문이가 돈 뺐었던 놈 있잖습니까. 그 실크램에서 제가 총부림 한 것도 저 놈 때문이었습니다!”

태서의 말에 장현군과 나머지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어봤다. 그리고 스쳐지나간 원드에 대한 기억. 장현군이 천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맞다. 그 분이군요.”

장현군의 그 해맑은 모습에 원드가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들이 진짜….”

뭐라 말하려던 원드가 자신의 입을 양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니지. 절호의 기회야. 그래. 돈이야 어차피 이 자식들, 얼마 남겨놓지도 않았을 것 같고. 동방놈들을 루캄 정부에서 찾고 있다고 하니 잡아가면 분명 포상금을….’

원드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실실 웃는 원드를 보며 대료문이 노인 옆으로 다가갔다.

“저 간나랑은 어이 같이 다니는 거이요?”

“그냥 가다가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갈 곳도 없다고 하기에 데리고 다니는 거다.”

“저 여자는 뭐시기요?”

“포웰이라고. 음, 내 제자라고 할까?”

“제자?”

“그래. 서방에 와서 내가 좀 가르쳐 줬지.”

노인의 말에 대료문이 포웰이라는 여자 쪽을 힐끗 쳐다봤다. 호박색 눈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였다. 몸 여기저기 다친 듯 붕대를 하고 있었지만 전혀 아픈 티를 내고 있지 않았다.

그때 대료문의 옆으로 요척이 다가왔다.

“이 자가 정말 풍천 탁가의 마지막 가주인 탁홍천이란 말인가?”

요척이 탁홍천이라는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마에 길게 난 칼자국. 납작한 코. 보잘 것 없는 외모와는 다르게 노인이 뿜어내는 기운은 말로 못할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윰도 느끼고 있었다. 탁홍천 몸 주위의 기운이 그리 커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자들과는 다른 싸늘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탁홍천은 그런 기운을 뿜으면서도 여유롭게 대료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장현군이 다가와 탁홍천에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대중천국 주상전하의 아우되는 장현군 오시윤이라고 합니다.”

장현군의 소개에 탁홍천의 눈빛이 달라졌다. 순간, 윰은 그의 몸 주위를 감싼 기운이 요동치는 것을 보고 장현군에게 달려갔다.

“위, 위험….”

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현군과 탁홍천의 사이를 대료문과 요척이 가로 막았다. 둘의 기운 또한 아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갑자기 기래 살기를 뿜으면 어이 하오.”

대료문이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탁홍천 쪽으로 말했다. 탁홍천은 장현군을 노려보다 대료문의 얼굴을 보고는 허허 웃어버렸다.

“별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요란하게 반응하니. 하하. 그보다 3구역으로 간다고. 3구역이라면 저기 포웰의 고향이기도 하고, 내가 꽤 오래 머물었던 곳이기도 하지. 우리가 지금 가려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탁홍천의 말에 장현군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요. 동행하시지요. 저희 말을 함께 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 그 쪽 말은 고작 네 마린데…. 우리 셋까지 같이 탈 수 있겠소?”

탁홍천이 바위 근처에 서있는 말 네 마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윰이 장현군의 뒤에 타는 터라 말은 네 마리 뿐이었다. 탁홍천 일행 모두 뒤에 태운다면 안 그래도 황무지라 금방 지칠 말들의 체력이 훨씬 빨리 고갈될 것이었다.

장현군이 고민하는 듯하자 탁홍천이 대료문 앞으로 손가락 두 개를 슥 내밀었다. 대료문은 얼른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워줬다. 탁홍천이 담배를 입에 물자 대료문이 얼른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다들 대료문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탁홍천이 담배 한 모금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이 노인네가 뭐, 말을 탈 필요가 있나. 난 내 두 발로 갈 테니, 저 용병놈이랑 포웰만 좀 수레에 태워서 말 두 마리로 끌어주시오.”

탁홍천은 그리고 말하곤 자신만만하게 3구역 쪽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대료문이 얼른 자신과 요척의 말을 수레와 연결했다.

“얼른 아이 가면 놓침다.”

대료문이 말 위에 오르며 장현군 쪽으로 말했다. 장현군은 이미 멀어진 탁홍천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현군은 감탄을 멈추고 얼른 말에 올랐다. 윰이 장현군의 뒤에 타고, 요척과 태서까지 말에 올랐을 때 이미 탁홍천의 모습은 멀리 점으로 보였다.


“당신이…. 도와줄 사람이오?”

텔케른은 기사단장의 집무실에 들어온 해기서의 모습을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동방인이었다. 게다가 기사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동방에서 왔던 첩자 중 하나. 텔케른은 잔뜩 경계하며 기사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해기서가 ‘배신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기사가 가장 증오하고 치욕스럽게 여기는 존재. 그것이 바로 배신자, 변절자였다. 그런 자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 것이 탐탁찮았지만 황명이라는 말에 텔케른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잘 부탁하겠소. 텔케른이라고 하오.”

“아,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해기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텔케른에게 인사를 했다. 텔케른은 그 인사를 받지도 않고 기사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텔케른의 말에 기사단장이 다급하게 자신의 책상에서 종이 한 장을 찾아 건넸다.

“자, 이걸 보여주면 어느 도시에서도 병력을 받을 수 있을 거네. 뭐 추가로 필요한 것 있나?”

“말 두 마…, 아니 세 마리면 됩니다.”

“이번에도 가르딘만 대동할 건가?”

“그렇습니다. 병력은 어차피 이게 있으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래. 꼭 성공하라고.”

“걱정 마십시오.”

텔케른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갔다. 해기서도 얼른 기사단장에게 인사를 한 뒤 그를 쫓았다.

텔케른이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던 가르딘이 쫓아오는 해기서를 슬쩍 쳐다봤다. 텔케른은 그런 가르딘의 눈빛을 알면서도 일단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구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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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7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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