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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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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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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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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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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DUMMY

반란군이 점령한 도시 엘마르둑. 여기저기 부서진 성벽들은 철창이 대신하고 있었다. 예전에 거대한 성벽이 있었을 자리 옆에는 부서진 성벽 잔해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였다. 그 틈으로 보이는 대포 포탄들. 저것들은 예전에 있었을 큰 전투의 훈장이며 상처였다. 그때 살아남은 자들은 저것을 보고 그 때를 추억할 것이고, 새로 들어온 군인들은 저것들이 언제든 자신의 머리에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장현군 일행이 말을 멈췄다. 횃불을 밝힐 화로가 꺼진 채 재만 남아 있었다. 정문 주변 돌담들 뒤에서 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기를 압수하겠다. 손 위로 올려.”

돌담 위로 경비병 하나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장현군 일행은 말에서 내린 뒤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곧 돌담 뒤에 숨어있던 경비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장현군 일행 쪽으로 총을 겨누고 포위했다.

장현군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입을 열었다.

“동방에서 왔소. 이곳 책임자를 만나고자 하오.”

그 말에 경비병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자가 장현군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장현군을 비롯한 나머지 인원들의 외모를 살피더니 총을 겨눈 경비병들 쪽으로 손짓했다. 경비병들이 모두 총을 내리고 정자세로 섰다. 장현군 일행은 그제야 머리 위로 올렸던 손을 내렸다.

손을 저었던 경비병이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동방에서 오신 분들이셨군요. 죄송하지만 용무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방금 말했듯 이곳 책임자를 만나러 왔소.”

“무슨 용무로 만나시려는지….”

경비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네 이놈, 이 분이 감히 누구신줄 알고 그리 꼬치꼬치 캐묻는단 말이냐!”

“예?”

“이 분은 한연대왕 전하의 손자시자 해현대왕 전하의 차남이시며, 현 주상전하의 동생 되시는 장현군 대감이시다!”

태서가 위풍당당하게 말했으나 경비병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대료문이 한숨을 쉬며 나섰다.

“한 마디로 왕족이라는 거이니, 기래 전해 주시오.”

그제야 경비병이 알아들었다는 듯 잠시 기다리라 하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장현군 일행은 계속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총은 겨누지 않고 있었지만 포위한 경비병들은 잔뜩 경계하고 있는 눈치였다. 대료문의 손이 칼 근처로 갈 때마다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이 다시 돌아왔다. 경비병이 돌아오자 태서가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소. 이 분이 누군지! 헌데 이리 기다리게 하다니 이 무슨….”

“들어오라고 하셨습니까?”

태서의 말을 끊고 장현군이 경비병에게 물었다. 돌아온 경비병이 손을 젓자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길을 내줬다. 돌아온 경비병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마라드가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경비병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장현군 일행은 그의 뒤를 쫓아 엘마르둑 안으로 들어갔다.

돌로 지어진 건물들 중 멀쩡한 것은 없었다. 멀쩡한 것은 나중에 다시 세운 것 같은 가건물들과 군용 막사들뿐이었다. 험상궂게 생긴 이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쉬고 있었고,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군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비병은 점점 도시 중심으로 들어갔다. 약간 오래 걸었다 싶을 때 즘 경비병의 발이 멈췄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막사였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봤던 그 어떤 막사보다 컸으며, 주위를 지키는 병력 또한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총사령관님, 동방에서 오신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안으로 모셔.”

경비병이 막사 안쪽으로 소리치자, 마라드가라는 자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경비병이 막사의 입구를 열어주자 장현군 일행이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피던 장현군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석에 앉은 자가 마라드가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손님으로 보이는 남녀 둘. 장현군은 그 중 하나, 여자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버린 듯했다. 그때 마라드가가 장현군 쪽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그제야 장현군이 정신을 차리고 마라드가의 손을 맞잡았다.

망국 벨트로크의 최후 방어선을 수비하던 그였다.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그의 몸은 키나 덩치가 크진 않았지만 다부진 것이 느껴졌다. 온 국민의 믿음을 받았다는 명성답게 얼굴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았다.

“자, 어서 앉으십시오.”

마라드가가 장현군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미리 와있던 손님들의 맞은편에 다섯 명이 줄지어 앉았다.

장현군의 옆에 앉은 윰은 이미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윰의 바로 앞에 앉은 여자. 까만 머리카락과, 앳된 얼굴. 온 몸에 빛이 감도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 윰은 그녀와 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장현군 또한 행방이 묘연해졌다 생각했던 대리자를 이곳에서 보고 약간 놀라 있었다. 그때 윰이 입을 열었다.

“저기….”

다른 것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윰의 시선은 오로지 대리자에게 꽂혀있었다. 윰이 말을 이으려는데 장현군이 그의 팔을 붙들었다. 윰의 시선이 그제야 장현군 쪽으로 돌아갔다. 장현군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된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장현군의 판단이었다.

마라드가가 그런 장현군과 윰의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하얀 이를 보이며 씩 웃는 그의 표정이 장현군은 섬뜩하게 느껴졌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장현군은 대충 이야기한 뒤 똑같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라드가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전 이벨 연합군에서 벨트로크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마라드가라고 합니다.”

“대 중천국 주상전하의 아우, 장현군 오시윤입니다.”

장현군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통성명을 하고나자 마라드가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국왕 전하의 동생 분이셨습니까, 그러면 호칭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오시윤 공…?”

마라드가가 애매한 듯 슬쩍 서방 귀족에게 붙는 ‘공’의 호칭을 붙여 봤다. 이에 태서가 앞에 놓인 테이블을 탁, 하고 쳤다.

“어찌 군대감의 존함을 함부로 부른단 말이오. 군대감이라 부르시오!”

태서의 말에 장현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장현군이라 부르십시오.”

“하하…. 장현군께서는 이곳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마라드가가 살짝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장현군은 대리자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마라드가만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방에 중요한 일이 있어 몰래 들어왔는데 식량이 떨어졌습니다. 혹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여 왔습니다.”

장현군의 말에 마라드가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모두 돕겠습니다. 헌데 중요한 일이라는 게 혹 사라졌다는 대리자와 관련된 일입니까?”

마라드가의 시선이 대리자 쪽으로 향했다. 마라드가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던 장현군이었기에 그 시선의 변화를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무슨 속셈인거지…. 알고 있는 건가.’

대리자가 사라진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저 여자가 대리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는 것인가. 장현군은 생각지도 못한 일에 머리가 아파왔다. 이미 윰 뿐만 아니라 대료문이나 요척도 저 여자가 대리자임을 눈치 챘을 것이었다.

‘태서 씨는 모르는 건가….’

장현군은 태서의 평소와 다름없는 태연한 행동이 연기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내심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하던 장현군이 일단 마라드가의 질문에 대답 해야겠다 여기고 입을 열었다.

“예. 대리자님께서 서방에 계시다는 정보가 들어와 이리 오게 됐습니다. 이미 알고 계셨군요. 하하.”

장현군이 크지 않게 웃었다. 마라드가가 다시 장현군을 바라봤다.

“저희는 전국에 첩자들이 파견돼 있습니다. 도와드릴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하하. 이리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니 주상전하께서도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허면 대리자님 찾는 일을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웃던 장현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마라드가 또한 그것을 알아챈 눈치였다. 웃고 있는 눈매는 오히려 매섭게 느껴졌다.

“물론입니다. 도와드려야지요. 헌데 이거 지금 저희 군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마라드가의 말에 장현군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저 말은 무슨 뜻인가. 대리자는 이미 앞에 있다. 기대하지 말라, 기대하지 말라. 장현군이 마라드가의 말을 곱씹었다.

“이리 신경 써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연합군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더 많은 원조를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전하께서도 반대하시진 않을 겁니다.”

장현군의 말에 마라드가의 의자에 등을 기대앉으며 피식 웃었다.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시큰둥한 마라드가의 반응에 장현군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대리자님께서 사라지시는 통에 나라 안이 어지러우니 전하께서 바깥일에 관심을 쏟지 못하고 계신 겁니다. 대리자님만 돌아오신다면…, 그렇다면…. 병력 파견도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장현군의 말에 마라드가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의자에서 마라드가의 등이 떨어졌다. 장현군 쪽으로 몸을 들이밀며 마라드가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병력 파견, 지금 병력 파견이라 하신 겁니까? 정말, 그게 정말입니까?”

마라드가의 격렬한 반응에 장현군의 표정이 좀 편안해졌다.

“하하. 일단 대리자님께서 돌아오시는 게 먼저겠지요.”

장현군의 말에 마라드가가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앞에 있는 대리자 일행과 윰을 비롯한 장현군 일행 모두 아무런 말도 없었다.

윰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대리자 쪽으로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했다.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대리자와 아는 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낼까봐 최대한 외면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생각하던 마라드가가 다시 대리자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 이 분도 동방에서 오셨다는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시더군요. 저희가 도와주려 하고 있으나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거 참, 하하.”

마라드가의 말에 장현군의 시선이 처음으로 대리자에게 향했다. 그림으로 봤던 것보다 더 앳된 얼굴이었다. 아름답다는 윰의 말과는 다르게 오히려 귀엽다는 말이 어울릴 듯했다.

“이것 참. 빨리 그 방법이 생각 나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장현군이 대리자를 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대리자는 그런 장현군과 눈이 마주쳤다가 이내 시선을 휙 돌려버렸다.

마라드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장현군의 그 말이 마음에 걸리는 듯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무엇인가 생각하던 마라드가가 떠오른 것이 있는 듯 손뼉을 짝하고 쳤다.

“그러고 보니 다들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게 아직….”

“하하. 식사나 함께 하시지요. 귀한 분들인데 이거 대접할 것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마라드가는 바로 부하를 불러 식사를 준비하라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화롭진 않아도 그럴 듯한 식사가 차려졌다. 대료문과 태서는 음식을 보더니 눈이 뒤집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요척도 한 쪽 팔로 부지런히 식사를 했다. 다만 윰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멍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음식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장현군 또한 음식을 먹고는 있었으나 그것이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식사가 끝나자 마라드가는 중요한 일이 있어 자리를 떴고, 장현군 일행은 당분간 머물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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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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