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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2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2.30 18:19
조회
253
추천
5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DUMMY

식사를 마친 장현군 일행이 머물게 된 곳은 대형 군용 천막이었다. 장현군이 잘 말한 덕에 무기도 모두 돌려받았고, 간이침대까지 놓인 제법 그럴 듯한 잠자리까지 제공받을 수 있었다. 장현군을 비롯해 다섯은 천막 바닥에 깔린 요 위에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다들 심각한 표정이었다.

“대리자님이 코앞에 있는데 마땅히 방법이 없군요. 벨트로크 쪽에서 대리자를 내어줄 생각이 없다면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장현군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태서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대리자님이 코앞…. 그럼 그 앞에 앉아 있던 여인이 대리자님이란 말입니까? 이럴 수가….”

태서의 반응을 장현군은 애써 무시했다. 옆에 앉아 있던 대료문도 이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 자기 할 말을 시작했다.

“명령만 하시믄 당장이라도 내 가서 여로 끌고 오겠슴다.”

“안 됩니다. 무모합니다. 이곳의 실크램과 다릅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장한 병사들. 그 숫자가 얼마나 될 진 모르지만 우리가 대리자님까지 모시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지는….”

장현군이 말끝을 흐리자 대료문이 답답한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했다. 장현군은 슬쩍 윰을 바라봤다. 윰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이를 구할 수 없다는 무력감? 분노? 앞으로 어찌 할 지에 대한 계획? 윰이 무엇을 생각하는 건지 장현군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요척이 간이침대에 누운 채 입을 열었다.

“이제 저희는 저 쪽에서 어찌 나올 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단 말입니까?”

요척의 말에 장현군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태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가려 했다. 대료문이 슬쩍 그 쪽을 바라봤다.

“태 총괄님. 어데 가시는 거이요. 변소 가오?”

“건방진 놈들이 감히 대리자님을 잡고 우리와 협상을 하려 하잖나. 당장 대 중천국 군대감 마마의 이름으로 놈들에게 대리자님을 내어달라 명령할 것이네. 내 금방 모셔올 테니 기다리게.”

태서의 말에 장현군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리세요. 말려요.”

장현군이 말하기 전에 이미 대료문의 몸이 움직였었다. 대료문이 재빨리 태서의 양 어깨를 잡고 걷던 방향을 바꾸게 했다. 태서가 다시 천막 입구 쪽으로 방향을 돌리려 힘을 썼으나 대료문의 힘을 뿌리칠 수 없었다. 대료문이 태서를 앉혀 놓고, 자신은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장현군은 놀랐던 마음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태서 씨. 여기서 경거망동하시면 안 됩니다. 저들이 우리를 다 죽이면, 조정에서는 우리의 사인을 알 방도가 없습니다. 저들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을 거란 말입니다.”

“그, 그렇군요.”

태서가 그 말에 반성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장현군이 그런 태서를 바라보다가 문득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봤다. 모두 힘이 없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가운데 무리의 대장직을 맡고 있는 장현군 또한 딱히 좋은 수가 떠오르진 않았다.

“일단 다들 주무시죠. 오랜만에 푹 주무시고 내일 일어나서 어찌 할 질 생각해 봅시다.”

장현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자신의 침대로 가 누웠다.

‘마라드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장현군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나머지 인원들도 천막 안을 밝히고 있던 등불을 끄고 각자 침대로 가 누웠다.


새벽이 깊고, 다들 잠들어 바깥은 조용했다. 그때 누군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 자는 장현군 쪽으로 다가왔다.

“총사령관께서 찾으십니다.”

그가 장현군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작게 말했다. 장현군은 애초 안자고 있었는지 곧바로 일어났다. 장현군이 숨을 한 번 고르고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대료문이 어느 틈에 일어나 한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장현군이 그쪽을 보고 고개를 젓자 대료문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남자가 앞장섰고 장현군은 순순히 그 자를 따라 천막을 나갔다.

장현군이 나가자 이번에는 태서가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태서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았다.

‘이제 어쩐단 말인가…. 어쩐단 말이야….’

고민하는 태서 쪽을 대료문이 힐끗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태서는 그런 시선 따위 아는지 모르는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거절을 했어야 했나….’

문득 태서는 자신의 머리맡에 놓였던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잡은 태서가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골랐다.

‘그래. 어쩔 수 없다. 가자. 막사 위치가 분명 우리 막사랑 멀지 않았어. 총사령관 막사에서 우리 막사로 오는 길에 있는 막사로 들어갔지….’

태서가 권총을 품에 넣고, 옆에 있던 석궁까지 등에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료문은 태서가 나가는 기척에 슬쩍 다시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미 태서가 나간 뒤였기에 등의 석궁도 보지 못했고, 그저 화장실을 가는 걸로 여기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남자를 따라 장현군이 간 곳은 마라드가가 있는 총사령관 막사였다. 남자는 문 밖에서 천막을 젖혀주더니 안으로 들어갈 것을 청했다. 장현군은 예상보다 빨리 대화의 자리가 왔다 여기고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은 마나를 이용한 등불 하나만 밝혀져 있었다. 마라드가는 커다란 테이블 위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현군이 낮에 앉았던 자리에 앉자 마라드가가 지도를 접어 옆으로 치웠다.

“늦은 시간에 모시게 돼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이미 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은은하게 비추는 등불 빛에도 마라드가의 냉철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은 또렷하게 드러났다. 장현군은 그런 마라드가의 눈빛에 잠시 주춤한 듯 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시 잡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미 서로 알고 있는 데, 이리 돌려서 말하자니 대화에 진전이 없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이곳에 있는 대리자님을 저희에게 인계해 주십시오.”

상대는 전장에서 살아온 군인이었다. 그것도 보통 군인이 아닌, 온 국민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망국을 지켜본 자. 장현군은 그런 자의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목소리에 힘을 줘 말했다. 그러나 마라드가는 태연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그리 해야겠지요. 허나, 낮에 말씀하셨던 것. 그것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야겠습니다.”

“병력 파견….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동방에서 병력을 파견해준다면 이 전세를 단 번에 뒤집을 수 있습니다.”

마라드가가 장현군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장현군은 흔들리는 자신의 눈빛을 최대한 다잡으려 노력했다.

“저희가 병력을 파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는 계시겠지요?”

“동방과 루캄의 전면전이라는 뜻이겠지요.”

“잘 알고 계시군요. 그렇다면 그 건을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돌아가셔서 국왕 전하에게 말씀드려 보십시오. 그 동안 대리자님은 저희가 잘 모시고 있겠습니다.”

단호한 말투. 장현군은 더 이상 제시할 조건도, 일단 대리자를 동방으로 데려갈 핑계도 없었다. 여기서 일단 대리자를 모셔간 뒤 병력을 보내주겠다고 하면 이들이 믿겠는가. 그렇다고 아무런 권리도 없는 자신이 병력 파견과 같은 큰일을 약속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저 쪽이 가진 패를 이길만한 패. 잠시 고민하던 장현군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이미 조정으로 전서구를 보냈습니다. 이곳 엘마르둑에서 대리자님을 발견했고, 벨트로크 군에게서 그 신변을 인계받을 예정이라고 말입니다.”

“그게 무슨….”

“추신. 벨트로크에서 대리자님의 신변 인계에 소극적임. 만약 연락이 끊긴다면 벨트로크 군의 소행으로 판단할 것. 이라고도 덧붙였었지요.”

“이보십시오!”

마라드가가 언성을 높였다. 장현군은 속으로 ‘됐다’라 생각했다. 먼저 평정심을 잃은 이상 둘 중 하나다. 상대에게 해를 가하던지, 주도권을 빼앗기고 이쪽의 뜻대로 움직이던지.

“벨트로크 군이 대리자님을 가지고 우리와 협상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 조정에서 어찌 대처할까요.”

“하하. 장현군. 국왕의 동생은 당신을 인질로 잡고 협상할 수도 있습니다.”

“협상을 할 때는 자신이 가진 것과 동등한 가치의 조건을 제시해야지요. 전…. 세자가 아니라 왕의 아우입니다. 날 죽인다고 해서 전쟁을 불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단 말입니다.”

장현군의 말에 마라드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병력 파견. 가장 좋은 것은 동방에서 병력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벨트로크를 다시 일으키는 것도 아니, 루캄을 멸망시키고, 이니예르까지 제압하여 통일 제국을 건설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동방에서 그것을 들어줄 가능성은? 전쟁. 말 그대로 루캄과의 전면전. 대리자를 구하기 위해 과연 동방에서 전쟁을 무릅쓸까.

마라드가가 장현군 쪽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천막 밖으로 나온 태서는 눈치를 보며 대리자가 들어갔던 천막을 찾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병사 둘이 태서를 불러 세웠다.

“이봐. 거기서 뭐하는 거야.”

태서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품속의 총으로 손이 갈 뻔했다. 태서가 천천히 뒤를 돌아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 그게….”

“아. 동방에서 온 분이구만. 길을 잃으셨소?”

병사 중 하나가 태서가 동방인인 것을 알아보고 말했다. 그 덕에 태서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 그렇습니다.”

“동방 사람들이 머무는 막사가 두 갠데. 여인이 있는 막사요?”

그 말에 태서의 표정이 변했다.

“예. 좀 찾아주시겠습니까?”

“따라 오시오.”

태서의 말에 병사 둘은 아무런 의심 없이 길을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태서 등의 석궁을 약간 수상하게 여기는 듯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딱히 말하는 것은 없었다. 태서는 둘을 쫓아가는 동안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었다.

병사 둘이 걸음을 멈추고 천막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요.”

“아, 가, 감사합니다.”

태서가 인사를 한 뒤 그 쪽 천막으로 허겁지겁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태서가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병사들 중 하나가 불러 세웠다. 태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떨리는 팔을 반대편 손으로 꽉 붙들었다. 병사가 태서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떠는 거요.”

“예? 그, 그게….”

태서는 뭐라 변명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식은땀까지 나는 듯했다. 병사가 말을 이었다.

“혹시 아까 화장실 가려다가 길을 잃어 못 갔던 것 아니오? 거 많이 마려운 것 같은데.”

“예? 아, 예…. 맞습니다. 이거…, 참. 하하.”

태서가 그제야 병사들 쪽을 돌아보며 멋쩍게 웃었다. 병사 둘도 피식 웃으며 주위를 살피다가 걸음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대충 아무 데서나 누시오. 급한 데 뭐 어쩌겠어. 하하.”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사 둘을 향해 태서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병사들이 수다를 떨며 멀리 사라진 뒤에야 태서가 다시 막사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최대한 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석궁을 풀어 손에 쥐고 화살을 쟀다. 천으로 된 막사 입구를 잡은 태서의 손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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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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