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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55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5.11.07 16:10
조회
887
추천
21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나의 첫 기억은 길 위였다. 아무 것도 없는 길을,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걷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도착한 곳은 높은 산 아래 위치한 거대한 저택. 아니, 저택이라고 말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뭐라고 해야 할까.

어른 키만 한 담벼락 너머 백색 기와는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난 하늘로 솟구치는 빛줄기를 따라 걸었었고, 그 길의 끝에 이 빛줄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커다란 대문에는 ‘별(星)’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 앞을 지키던 두 병사는 다가가던 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어린아이였던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여긴 신이 계신 곳이야. 돌아가렴.”

달래듯 말하는 그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가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오는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빛줄기가 문 밖으로 나왔다. 하얀 빛에 싸인 그녀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모습이었다.

흑색 긴 머리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귀와 맑지만 어디를 보는지 가늠하기 힘든 눈, 미소를 짓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까지. 게다가 주위를 감싼 빛은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내 앞에 있던 병사가 그녀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땅을 밟고 있는 것인지 공중에 떠있는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내 쪽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엔 주먹만 한 돌 하나가 있었다. 푸른빛의 돌, 그 주위에도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리자님. 천부석(天賦石)을 그렇게 함부로….”

병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너희 주인에게 줄 것들은 안에 충분히 있다.”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믿기 힘든 굵고 낮은 목소리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병사도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여태 말이 없던 늙은 병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며 허리를 숙였다.

“신이십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 돌을 받고 나서야 그녀가 몸을 돌려 대문으로 향했다.

두 병사는 모두 양쪽으로 물러나 그녀가 지나갈 길을 비켜줬다. 그녀가 지나가는 내내 병사들은 허리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봤던 학(鶴)보다, 옆으로 흐르던 강보다, 훨씬 우아하게. 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순간 그녀의 몸을 감쌌던 빛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는 힘이 빠진 듯 살짝 휘청거렸다. 그녀의 몸 주위에 남은 약간의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병사 하나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는 내 쪽을 살짝 돌아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저 아이를 신전 안으로 안내하세요. 깨끗하게 씻기고, 비어있는 방을 하나 내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까와 다르게 맑게 주변에 울렸다. 병사는 약간 놀란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대답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내게는 모든 ‘살아있는 것’ 주위로 일렁이는 빛이 보인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에너지(氣)라는 것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신전 안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신과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신의 대리자’임을 알게 됐다.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도, 그녀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에 대한 기억도 없는 내게 있어서 그 빛줄기는 어머니와 같았고, 떠돌던 나에게 이 신전은 집이었다. 가끔 그녀가 신을 몸속에 들일 때면 그때와 같은 빛줄기가 솟아올랐고, 나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신을 몸에 받아들일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방 안에서 천부석을 만들었다. 만물을 자라게 하는 그 신비한 돌을 만들어내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면 병사들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천부석을 가지고 갔다.

그녀는 내 방에 들어올 때면 눈물을 흘리며 나를 끌어안았었다.

“불쌍한 아이여. 나를 원망해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평생 그녀를 옆에서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해 달라 빌었다. 그녀에게, 신에게 빌었다.

신께서 내 소원을 들은 듯 그런 나날이 계속됐다. 몇 년이 지나갈 동안 이어졌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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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0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89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0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8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3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7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7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0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7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8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5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1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7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3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5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3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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