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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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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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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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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글자수 :
368,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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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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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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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DUMMY

백경, 조당에 백관들이 모여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아도후는 뭔지 모를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 이런 불길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도후가 이상하게 여기며 맞은 편 가비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중문이 열리고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이 적로를 지나 옥좌로 오르는 동안 신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예를 갖췄다.

왕이 앉고 나서야 신하들이 고개를 들었다. 가비래와 아도후 또한 고개를 들었고, 다시 한 번 둘의 눈이 마주쳤다.

왕이 자신의 앞 탁상 위에 놓인 작은 종을 한 번 쳤다. 맑은 소리가 조당 안에 울려 퍼졌다.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자마자 가비래가 입을 열었다.

“전하. 신 대장군 가비래 아뢸 것이 있사옵나이다.”

“말해보시오.”

왕의 말에 가비래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이 노부가 50년 간 조정에 있으며 이루고자 한 것은 오로지 이 나라의 평안과 전하의 안녕(安寧)이옵니다.”

가비래의 말에 신하들 몇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대단한 말을 시작하려 저러는 것인가. 모든 이목이 가비래 쪽으로 집중된 가운데, 왕 또한 긴장한 표정이었다. 가비래는 신하들 쪽을 한 번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이 이제 나이가 들어 눈도 침침하고, 칼을 휘두르는 것도 힘들어 이만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야겠노라 하였으나,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 지가 워낙에 오래되어 주저하였나이다. 헌데 드디어 신이 할 일을 찾았으니 그 일을 마무리 짓고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가비래의 말에 조당 안이 술렁거렸다. 대장군직에서 퇴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진배없는 발언이었다. 왕은 최대한 침착하게 가비래 쪽으로 입을 열었다.

“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이오?”

“조정에 서방과 내통한 이가 있다는 정보이옵니다. 신 반드시 그 역적과 일당들을 발본색원하여 뿌리 뽑고, 전하의 근심을 덜어드린 뒤 물러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십시오.”

가비래의 말에 아도후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서방과 내통한 자. 설마, 설마. 생각하는 순간 가비래의 시선이 아도후 쪽을 향했다. 가비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도후는 저승사자를 만난 듯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틀림없다. 틀림없이 나를 쳐내려는 것이다, 아도후가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가비래가 다시 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왕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어디까지 아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왕은 잠시 주저하는 듯했다. 가비래가 벼슬을 버리고 물러난다면 아도후의 독주를 막을 만한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비래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아도후를 두고 가비래가 물러날 생각을 할까. 그렇다면 가비래가 노리는 이는 아도후란 말인가. 왕은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전하. 하명하여 주십시오.”

가비래의 묵직한 목소리에 왕이 움찔했다. 그의 결의에 찬 눈. 왕은 순간 확신했다.

“좋소. 윤허하겠소. 왕명으로 대장군부에 역적 수색에 대한 모든 전권을 위임하니, 반드시 서방과 내통한 이를 찾아내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반드시 신이 역적을 잡아내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나이다.”

가비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조당 안에 퍼졌다. 아도후는 그 목소리가 마치 염라대왕의 호통소리처럼 서슬 퍼렇게 느껴졌다.


텔케른은 삼일 간 말을 달려 3구역에 도착했다. 가르딘도 실크램 부근에서 합류하여 인원은 총 세 명. 셋이 3구역의 문 앞에 서자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총을 겨눴다. 텔케른은 태연하게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지나가던 용병이오.”

텔케른의 말에 경비를 서던 이들은 아무 의심 없이 총을 거두고 문을 열었다. 텔케른과 가르딘, 해기서가 들어가자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

“자는 것은 널린 게 폐가이니 이무 데서나 자면 되오. 먹을 것은 따로 사야하고. 숙박비 겸 통행료는 두 당 총알 스무 개요.”

병사가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텔케른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 건넸다.

“총알 백 발이오. 먹을 것도 좀 구해 주시오.”

병사는 주머니 안을 확인한 뒤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비켜줬다. 텔케른과 가르딘, 해기서는 유유히 말을 몰아 마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가는 길에 만난 마을 사람 하나에게 동방인들이 머무는 곳을 물어 그 건너편의 폐가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폐가의 2층에서 텔케른이 짐을 풀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장현군, 윰 일행이 머물고 있는 집이 훤히 보였다.

“상대가 계속 뭉쳐있지는 못할 거다. 적의 숫자가 많으니 어느 정도 찢어지면 각개 격파한다.”

“알겠습니다.”

가르딘이 짧고 굵게 대답했다. 텔케른이 해기서를 힐끔 쳐다봤다가 다시 가르딘 쪽을 바라봤다.

“저 집 주인이라는 영감에 대해서는 알아봤나?”

“그렇습니다. 그 노인도 동방인인데 대단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옛날 제자와 함께 돌아왔다는데, 그 제자도 현재 부상을 당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부상자는 총 셋이겠군.”

텔케른의 말에 해기서가 쭈뼛쭈뼛 나섰다.

“저…, 말씀 중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만….”

“뭔가.”

“아무리 부상자가 셋 있다고 해도 만만하게 여기면 안 됩니다. 가장 위험한 대료문이라는 놈이 멀쩡하다면 쉽지 않을 겁니다. 그 자 실력은 동방에서도 제일로 칩니다.”

해기서의 말에 텔케른이 콧방귀를 뀌었다.

“나와 가르딘 또한 제국에서 인정받은 기사다.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우리 둘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충분하지.”

텔케른의 말에 해기서는 차마 더 뭐라 말하지 못하고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괜히 지금 비위를 건드려 봤자 설득은커녕 화만 나게 할 것으로 보였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텔케른이 자세를 낮췄다. 창밖을 보니 탁홍천과 대료문, 윰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음, 방금 나이 든 자가 탁홍천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가르딘이 얼른 대답했다. 옆에 있던 해기서도 슬쩍 그 쪽을 바라봤다.

“저기, 저 앞머리 뒤로 넘긴 자가 대료문이라는 잡니다. 그리고 옆에 어린 녀석이 윰이라고, 상대의 기운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녀석입니다. 그래도 대리자가 천부석을 만들 때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위치를 알 수 있지요.”

“그래? 뭐 어차피 다 잡을 거니 상관없긴 하지만. 확실히 만만해 보이진 않군.”

말은 이렇게 했지만 텔케른은 내심 충분히 상대할 만한 자라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멜번을 봤을 때 정도의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퇴궐하자마자 다니라가 아도후의 방으로 찾아왔다. 아침 회의에 있었던 가비래의 말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대장군이 대체 무엇을 두고 저러는 걸까요?”

다니라는 표정에 이미 불안하다는 것이 적혀 있었다. 아도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답이 없자 다니라는 더욱 불안한 듯했다.

“서무하 정체 숨긴 일에 대한 전서구를 대장군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설마 그것을 가지고….”

“그 것으론 약하지. 게다가 서방과 내통한 이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 가문 말고 다른 자를 일컫는 겔까요?”

“하, 그럴 리가 있나.”

말하는 아도후의 볼이 살짝 떨렸다. 아도후는 주먹을 꽉 쥔 채 말을 이었다.

“내 새로 온 서방 공사와 약조를 하나 했는데, 그것을 알아챘나보지. 사방에 대장군부 사람들이 보고 있다더니. 그 새벽에 내가 공사관 간 것까지 알다니. 지금도 나를 감시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아도후는 짜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언성이 약간 높아지자 다니라가 혹 밖에서 누군가 들을까 안절부절 못했다.

“허, 허면 어찌 한단 말입니까. 분명 증좌가 있으니 저러는 것일 텐데.”

“증좌라면 약조를 서면으로 남겼으니, 그것이겠지. 그것은 나와 서방 공사 둘이 가지고 있으니.”

“허면 그것을 없애면….”

“내게 없으면 공사관이라도 뒤질 작자지. 외교적 문제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안 쓸 자야.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서방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거라 장담을 하고 있겠지. 기껏해야 보상이나 몇 푼 해줄 텐데. 그 정도를 감수하고라도 할 만하지. 암, 할 만 하고말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공사관에 연통을 넣어 그 약조문을 없애라고….”

“제 정신인가. 그러다가 보낸 자가 잡히면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거네. 가비래가 조정에서 그리 호언장담을 했는데 가만히 있겠나. 아마 지금 이 집 사방에 대장군부 놈들이 포진하고 있을 게야.”

아도후가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니라는 아도후의 그런 불안한 모습을 보는 게 처음이었다. 언제나 여유를 가지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확실히 가비래가 이리 직접적으로 선전포고를 하고 나왔다는 것은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증거를 이미 가지고 있거나, 확보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방안에 잠시 흐르던 침묵을 깨고 아도후가 입을 열었다.

“외통수네, 외통수. 정치판에서 권세를 장악하는 데 크게 세 가지 수가 있네. 그 중 가장 상책이 바로 명분이야. 명분을 이용해 상대를 누르고 없애는 것이지. 지금 가비래에게 있는 것이 그 명분이야. 왕명을 이미 받았고, 서방과 내통한 자를 없앤다는 명분.”

“허면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밖에….”

“외통수에 걸렸을 때 방법이 딱 하나 있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판을 엎는 거야.”

“예?”

아도후의 말에 다니라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도후는 서방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댕겼다.

“아까 말했듯 상책이 명분이라면 중책은 이간이네. 자신보다 강한 세력들을 이간 시켜 서로 싸우게 만드는 거지. 그리고 가장 하책이 칼로 베는 것이네.”

“허면 판을 엎는 다는 것이….”

“판을 엎어서 상대가 더 강하면 내가 맞아 죽을 것이요, 내가 더 강하다면 목을 베어 입을 다물게 할 수 있겠지.”

다니라는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아도후가 하는 생각을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아도후가 담배 연기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

“가비래의 집이 도성수비대 남군 관할이지?”

“그, 그렇습니다.”

“남군 총괄이…. 태서인가. 지금 자리를 비웠으니 누군가 대리를 맡고 있겠군.”

“예. 단유점이 대리로 있습니다.”

“하하. 잘 됐군. 그 자가 지난번에 대장군부에서 전서구를 가로챘을 때도 그렇고, 눈치가 빠른 친구더라고. 전서구를 가지고 오는 자에게 전서구 내용을 알고 있는가, 물어보고 그냥 전서구를 내줬다는군.”

“그 덕에 저희 쪽이 난감하게 된 것 아닙니까?”

“그게 최선이었네. 괜히 내주지 않으려고 대장군부와 척을 졌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그 내용이라도 우리가 알게 됐으니, 상대의 수를 계산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나.”

아도후의 말에 다니라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대장군부에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이런 말이나 나눌 때가 아니었다. 아도후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비며 미소를 지었다.

“단유점을 만나야겠군. 자네가 직접 단유점을 이리 데리고 오게. 대장군부에서도 지금 당장 자네를 건드리지는 못할 게야. 아니, 데려올 필요 없네. 내 서신 하나를 줄 테니 이를 단유점에게 전하게. 아니 서신도 위험하지. 말로 해줄 테니 전하게. 혹여 대장군부에 잡힌다면 나만 믿고 입을 다물고 있어. 그냥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해.”

“아, 알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처남.”

아도후가 다니라 쪽으로 다가가 손까지 맞잡으며 말했다. 다니라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윰은 벌써 삼일 째 아침에 나가 저녁까지 칼을 휘둘렀다. 그 덕에 저녁을 앞에 두고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옆에서 식사를 하던 요척이 그런 윰을 보다가 대료문 쪽을 슬쩍 쳐다봤다.

“이보게. 갑자기 윰에게 이리 칼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가 뭔가?”

요척의 말에 대료문이 입 안의 고구마를 한 번에 꿀꺽 삼켰다.

“와긴 와갔소. 이제 쟈도 지 몸은 어느 정도 지킬 줄 알아야지 않갔소.”

대료문의 말에 요척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대료문의 말이 물론 맞는 말이었지만 기진맥진한 윰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요척이 고구마 하나와 물을 들어 윰 쪽으로 건넸다.

“제대로 안 먹으면 내일 못 버틴다.”

요척의 말에 윰이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고구마를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너무 힘이 들어 먹을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때 태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태서가 들어가고 난 뒤에도 식사가 계속됐다. 벌서 삼일 째 감자와 고구마만 먹느라 질릴 법도 했지만 불평하는 자는 없었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이거라도 감지덕지였다. 그때 장현군이 입을 열었다.

“대리자님을 동방으로 돌려보내려는 생각이라….”

장현군이 중얼거리자 요척도 먹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공허의 절벽이라. 그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공허의 절벽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고 하니, 요척 씨의 부상이 나을 때까지 가다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포웰의 말에 의하면 칼리언이라는 용병은 대리자를 동방으로 돌아가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만 귀환해도 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모두의 머리에 스쳤었지만, 대리자의 귀환 소식이 전해지고 복귀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저 때문에 임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벌써 삼일 째 입니다. 이미 대리자님은 공허의 절벽에 도착했을 지도 모릅니다.”

요척의 말에 장현군이 잠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맞는 일일까. 만약 자신이 대리자를 죽이고, 그 자리를 이어 받는다면,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돌아가서 죽는다. 차라리 이대로 칼리언이라는 자가 대리자를 동방에 데려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장현군이 생각하는데, 갑자기 탁홍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홀짝홀짝 마시던 술이 어느 새 네 병째로 접어들어 있었다. 탁홍천이 다시 술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 뒤 ‘크’하고 입맛을 다셨다.

“공허의 절벽이라. 거길 넘어올 때가 엊그제 같은데. 허허. 참. 시간 빠르군. 빨라.”

“노인네 취했구만 기래.”

옆에 있던 대료문이 혀를 차며 고구마의 껍질을 벗겼다. 탁홍천은 그런 대료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잔에 술을 채웠다.

“이 세상, 사방 어느 곳으로 가든 끝은 결국 절벽이야. 사람도 마찬가지야. 가다가다 보면 결국 절벽 끝에 서는 게, 그게 바로 인생이지. 인생이야. 절벽 끝에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길이 보이거든. 길이 보여. 근데 그 길 따라가면 뭐가 나올까.”

“뭐라는 거이야. 노인네 취했으면 들어가 디비 자라.”

“따라가면 또 절벽이야. 또 보면 또 길이고, 또 절벽이고. 또 길이고….”

탁홍천은 중얼중얼 거리다가 결국 잠들며 옆으로 쓰러졌다. 대료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탁홍천을 업어 방으로 데려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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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20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4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6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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