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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8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08 19:46
조회
305
추천
4
글자
11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DUMMY

생각보다 3구역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7구역과 달리 평지에 위치한 3구역은 제법 성벽도 깨끗했고, 안의 집들도 7구역보다는 깔끔하게 늘어서 있었다. 큰 도시처럼 돌로 된 집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무엇보다 도적들이 없는 듯 했다. 도시 방어를 위해 주민들이 결성한 수비대 인원들만 총을 든 채 성벽 위에 있을 뿐이었다.

장현군 일행은 탁홍천과 포웰 덕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3구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땅의 힘이 다했음에도 그들은 농사를 지어 살고 있었다. 마나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이 지금 이 땅에서 얼마나 멍청한 짓이고 무모한 짓인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탁홍천도 3구역에 있는 동안 부단히 동방에서 쓰는 천부석 없이 농사짓는 법을 시도해 봤지만 수확량은 늘 기대에 못 미쳤었다.

탁홍천은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의 집에서 장현군 일행을 머물게 했다. 장현군 일행이 짐을 풀고 쉬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탁홍천이 나가서 문을 열자 보인 것은 집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어르신. 왜 이제 오신 겁니까!”

그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이가 탁홍천의 얼굴을 보고 울먹이며 말했다. 탁홍천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 노인의 손을 맞잡았다.

“촌장. 잘 지냈는가?”

반가워하는 탁홍천의 표정과 달리 촌장이라는 자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어르신이 떠나신 뒤 결국 사람들은 배고픔에 지쳐 떠났습니다. 지금 그때 사람들 수의 절반도 채 안 남았습니다.”

촌장의 말에 탁홍천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 이니예르에서 마나 없이 농사를 지었다는 기록. 그 농사법을 찾기 위해 떠난 것이 벌써 5년 전. 탁홍천은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온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촌장이 뒤에 늘어선 사람들을 한 번 쳐다본 뒤 탁홍천 쪽을 다시 바라봤다.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 옛날 도적단이 모아놓았던 돈과 식량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었습니다.”

“미안하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군.”

탁홍천의 말에 촌장이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 되지 못하다니요. 어르신 덕에 조금이나마 수확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계속 하다보면 우리 후손들은 분명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촌장의 말에 탁홍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 서방에 와서 여기저기 떠돌다가 정착하게 된 3구역. 이곳을 장악했던 도적들을 소탕한 뒤 탁홍천은 어떻게든 마을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그때 도적들이 훔쳤던 돈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팔아먹고 살고 있었다. 차라리 도적들을 그대로 뒀었다면 이들은 이리 굶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이번에 수확한 고구마와 감자입니다. 함께 오신 분들과 드세요.”

촌장이 작은 자루 하나를 탁홍천에게 내밀었다. 탁홍천은 자루를 받아 열어봤다. 안에 든 고구마와 감자들. 딱 봐도 보통의 것들보다 훨씬 알이 작았다. 탁홍천은 그 자루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고맙네. 잘 먹겠네….”

“쉬셔야 되니 저흰 가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어르신 얼굴이라도 뵙고 싶다고 따라와서 이거, 쉬시는데 방해가 됐군요.”

“아니네. 내 내일이나 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겠네.”

탁홍천의 말에 촌장이 빙긋 웃으며 뒤로 돌았다. 마을 사람들 모두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 뒤 저마다의 집으로 사라졌다. 탁홍천은 차마 그들을 보지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중천의 수도 백경. 그곳에서 궁궐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물은 당연 동방주재 루캄 공사관이었다. 평소에는 별다를 것 없이 한적한 공사관 앞의 거리. 오늘따라 공사관의 병사들이 총까지 멘 채 앞에 줄을 지어 서있었다.

“전체. 받들어- 총!”

“충, 성!”

늘어선 병사들의 앞으로 온 하나의 마차. 그 마차 문이 열리자마자 경례를 올렸다. 물론 가장 앞에 서있는 공사 캄렉도 마찬가지였다. 경례를 하고 있는 캄렉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이는 혼자 걸을 수나 있을 지 의심스러울 만큼 디룩디룩 살이 찐 중년의 남자였다. 손에 휘황찬란한 반지들을 끼고,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남자. 남자가 손을 한 번 젓자 캄렉이 손을 내렸다. 캄렉 뒤에 서있던 비서가 다시 뒤로 돌아 병사들 쪽을 바라봤다.

“내려- 총!”

비서의 목소리에 병사들이 총을 내렸다. 한 몸인 듯 동시에 움직이는 병사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남작 캄렉 루브. 시, 시, 신임 동방주재 루캄 공사 카텔 메이너 고, 공작님을 뵙습니다.”

캄렉의 말에 카텔 메이너가 피식 웃었다.

“아직도 말은 더듬는군.”

카텔이 캄렉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공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캄렉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 화를 참았다.

카텔은 곧장 공사실로 들어갔다. 캄렉도 병사들은 물러나게 한 뒤, 공사실로 따라 들어왔다. 캄렉이 들어오자 카텔이 공사 자리에 앉아 기분 나쁘게 눈을 흘겨 떴다.

“루캄투르프 님께서 실망이 크시네.”

카텔의 말에 캄렉은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섰다. 카텔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네는 본국으로 귀환하게.”

“보, 본국으로 말씀이십니까?”

“그럼. 여기 남아서 무슨 할 일이 있나? 솔직한 말로 자네가 동방에 와서 한 일이 뭔가.”

카텔이 짜증스럽게 캄렉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캄렉은 카텔 쪽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그, 그래도 대리자를 납치해 본국으로….”

“그래서. 동방에서 첩자가 배에 타는 것도 확인 못하고. 심지어 그 대리자가 지금 도망친 걸 알지 않나?”

“하, 하지만 그건 제, 제 잘못이 아니….”

“모든 건 결과야. 잘 알만 한 사람이 그러나. 이번 주 안에 인수인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아, 아, 알겠습니다.”

캄렉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카텔은 그런 캄렉의 심경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캄렉이 인사를 한 뒤 방을 나가려는데 카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곳의 대신 중 아도후라는 자가 자네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던데.”

“그, 그,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들을 피, 필요 없습니다. 자,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요, 요, 요구를 하니….”

“그건 이제 내가 판단하네. 자네는 다리나 놔주게. 자리를 만들어 봐.”

“…. 아, 알겠습니다.”

캄렉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답한 뒤 공사실을 나갔다. 카텔은 캄렉이 나가자마자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기밀문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흠…. 성천의 천장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려 했군. 캄렉은 이런 것도 보고 하지 않고 대체 뭘 한 거야.”

카텔이 문서들을 살펴보던 중 ‘성천’ 관련 문서들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이어 아도후에 대한 문서를 살피던 카텔이 미소를 지었다. 분명 만만치 않은 인물일 듯했으나 잘 한다면 충분히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듯 보였다.

카텔이 아도후 관련 문서를 서랍 안에 잘 챙겨 놓곤 의자에 등을 기댔다.


장현군 일행은 정답게 둘러 앉아 찐 고구마와 감자를 먹고 있었다. 부상을 당한 태서와 요척은 먼저 방에 들어갔고, 포웰도 좀 쉬겠다며 다른 방에 들어갔었다.

나머지 넷. 탁홍천, 장현군, 윰, 대료문이 아무 말 없이 뜨거운 감자와 고구마를 후후 불어 먹고 있었다.

그때 대료문이 입을 열었다.

“긴데 대체 어이 된기요. 그날 도주하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이요?”

대료문의 물음에 탁홍천이 먹던 감자를 내려놓고 한숨부터 쉬었다.

“하…. 참 많은 일이 있었지.”

탁홍천은 그때를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날, 풍천 탁가가 반역혐의를 썼던 날. 탁홍천은 홀로 도주하여 성천까지 흘러갔었다. 성천 여기저기를 떠돌던 탁홍천은 무사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성도의 궁궐로 들어갔다. 본인의 이름과 정체를 숨기고 들어간 탁홍천은 천장의 집무실 앞을 지키던 중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었다.

“무사들을 백경으로 보내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고, 기병을 이용하여 단 번에 도성과 궁궐을 함락한다면. 중천은 대비할 틈도 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당시 성천 고관대작 중 하나의 목소리였다. 이어 들린 것은 당시 성천의 천장. 즉 라다의 아버지 목소리였다.

“허나 가비래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요. 백경의 단단한 수비를 단번에 뚫지 못한다면 오히려 반격을 받아 우리 성천이 무사하지 못할 거요. 좀 더 확실한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가비래를 먼저 암살하는 것입니다.”

“가비래를…. 그 자를 상대할 자가 있겠소? 대장군 가비래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곤 하나, 그를 상대할 무사는 많이 않을 게요. 게다가 그를 호위하는 자들의 실력 또한 보통이 아니라 하던데.”

거기까지 듣고 탁홍천은 곧장 궁궐 담을 넘어 달아났다. 이런 일에 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성천에서 달아나 공허의 절벽에 다다랐고, 그곳에서 넘어오는 열기구를 발견. 그것을 타고 서방으로 넘어갔다.

서방에서도 그는 사방을 떠돌았고, 전쟁까지 겪은 뒤에야 3구역에 정착할 수 있었다.


대략 탁홍천의 이야기를 들은 대료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망국의 백성이 어이 편히 살갔소. 고생 마이 했수다.”

대료문의 말에 탁홍천은 아무런 말없이 먹던 감자를 집어 들었다. 눈치를 보던 장현군과 윰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 오랜만에 만나서 계속 이동하느라 회포도 못 푸셨군요. 못 다한 이야기 나누십시오. 저희도 들어가서 쉬어야 겠습니다.”

장현군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윰도 그런 장현군을 쫓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들어가 문을 닫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야 대료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어린 아 있잖소.”

“누구. 군대감 옆에 있던 저 아이?”

“야. 저 아가 옛날 호융족 후손이오.”

“호융족?”

대료문의 말에 탁홍천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료문이 목소리를 더 내리 깔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적통(嫡統)인 것 같소.”

“적통이라면, 부적 없이 토지신을 힘을 쓸 수 있는….”

“긴데 워낙 호융족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 지나서리 능력은 못 쓰는 거이 같소. 대신 무슨 기운을 눈으로 볼 수 있다 함다.”

대료문이 탁홍천 쪽으로 살짝 가까이와 앉으며 말했다. 탁홍천이 이마를 감싸 쥐었다. 이제 남지 않은 줄 알았던 호융족의 적통. 설마 이 서방 땅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토지신이라면 이곳의 농지도 살릴 수 있을 지도….”

“야?”

“이곳에 있는 동안 어떻게든 그 아이 능력을 쓸 수 있게 만들자.”

“그거이 가능 하갔소?”

“해봐야 알지.”

탁홍천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 뒤 남은 감자를 한 입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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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6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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