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66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06 18:18
조회
331
추천
4
글자
12쪽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DUMMY

수레까지 더해지며 장현군 일행의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말들이 지치지 않게 하려 조금 가다가 쉬기를 반복했고, 물도 최대한 아껴 마시는 중이었다. 말들에게 먹일 물까지 아껴가며 걷던 중 폭우가 한 차례 지나 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레가 있어 물도 꽤 많이 모아놓을 수 있었다.

다만 워낙 속도가 느린 탓에 얼마 가지 않아 날이 어두워졌고, 폭우는 그쳤지만 장작들이 젖어 불도 붙이기 힘들어졌다.

“오늘은 불 없이 잡세다.”

대료문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뒤에서 이 소리를 들은 탁홍천이 냅다 대료문의 허리춤을 발로 차버렸다.

“다 젖은 데다 새벽이면 쌀쌀해질 텐데 단체로 감기 걸릴 일 있냐. 우리는 그렇다 쳐. 다친 사람들은 어쩔 거야.”

“기럼 우짜란 거이요!”

대료문이 허리를 감싸 쥐며 짜증스럽게 소리를 쳤다. 탁홍천은 하품을 늘어지게 한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주변에 장작 쓸 게 없겠냐. 니가 가서 찾아와.”

“내 혼자 말이오?”

“그럼 누구 데려갈 놈 있냐?‘

“저 놈이라도 데려 가는 거이 안 낫갔소?”

대료문이 쳐다본 것은 말을 묶어놓고 얌전히 앉아있던 원드였다. 원드는 순간 깜짝 놀라며 대료문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나 탁홍천은 그냥 마음대로 하라한 뒤 모래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대료문은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원드에게 다가왔다.

“어이. 장작 구하러 가야 하니 날래 일어나라.”

“제…, 제가 꼭 같이 가야 하나요?‘

“기럼 그냥 혼자 갈 길 가면 되잖니?”

“아닙니다. 갈게요….”

원드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료문이 친한 척 원드의 어깨를 감았다. 원드는 굉장히 불편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대료문은 그런 원드를 신경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때 일은 미안하다. 우리도 사정이 급해 어찌 할 수가 없었다는 거 알잖니?”

“아, 예….”

‘빌어먹을 새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대료문의 말에 원드는 머리로 열이 뻗치는 것을 느꼈지만 최대한 분을 삭혔다. 대료문이 친한 척 계속 말을 이었다.

“기래, 기래. 사내가 그런 거이 가지고 쪼잔하게스리 삐치며는 아이 되는 거야.”

“예, 그럼요….”

‘개자식이. 내가 용병짓을 몇 년해서 모은 돈인데…. 이제 용병 짓 때려치우고 그 돈으로 고향 가서 행복하게 살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원드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료문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원드는 그 말들이 하나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빨리 이 놈들을 잡아 포상금을 받을 생각 뿐.


원드와 대료문이 장작으로 쓸 만한 것을 구하러 간 사이, 장현군은 포웰의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리자님과 쭉 동행하셨단 겁니까?”

“네. 실크램에서 헤어지긴 했지만….”

포웰의 말에 장현군이 슬쩍 윰 쪽을 바라봤다. 윰은 다행히 피곤한 듯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장현군이 계속해서 포웰을 향해 묻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된 일인지. 대리자님이 어떻게 이곳에 왔고, 그 후 일까지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러죠. 그쪽들이 알아야 할 것 같으니.”

포웰은 수레 안에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리자가 처음 연구소로 잡혀온 날부터. 드래곤이 연구소를 습격한 일. 대리자의 거처를 옮기던 중 칼리언이라는 용병이 구해간 일까지.

“그 칼리언이라는 용병은 대체 왜 대리자님을 돕고 있는 겁니까?”

장현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포웰은 그 질문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랄까. 생각지도 못한 듯 멍한 표정으로 장현군을 쳐다보던 포웰이 멋쩍게 웃었다.

“왜… 였지?”

“네?”

“아니, 아니요. 진짜 좋아하게 돼서 그랬던가. 하하….”

포웰의 멋쩍은 웃음에 장현군도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그런 말씀은 제 앞에서 말고는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대리자님은 저희 나라에 있어 곧 신과 다름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금 말을 들었다면 그냥 웃어넘기지 않았을 겁니다.”

“아, 예….”

장현군의 진지한 말에 포웰은 뻘쭘한 듯 뒤통수를 긁었다.


대료문과 원드는 결국 장작을 찾지 못한 채 돌아왔다. 이미 달이 하늘 한 가운데 떠있었다. 옷은 물론 담요들까지 다 젖어 있었다.

“거 별 수 없구먼.”

탁홍천이 갑자기 자신의 짐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안에서 나온 것은 붕대와 헝겊. 탁홍천이 입을 옷 한 벌이었다.

탁홍천은 붕대와 헝겊, 옷을 바닥에 휙, 휙 내던지더니 대료문이 꺼내 놓은 작은 기름통을 집어 들었다.

“3구역 가면 어차피 입을 옷이 있을 테니. 포웰 너 갈아줄 붕대는 그래도 남겨 놨다.”

탁홍천이 말하며 던져놓은 것들에 기름을 약간 뿌렸다. 그리곤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담배에 불이 붙자 성냥을 그대로 아까 헝겊과 옷 쪽으로 던졌다.

“얼마 못가 꺼지겠지만. 일단 이걸로 몸이나 녹이자고. 옷도 좀 말리고.”

탁홍천이 말하며 불 가까이 다가갔다. 얼마 못갈 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탁홍천을 포함한 여덟 명 모두 불 쪽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크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은 불이었지만 따뜻한 느낌에 윰과 원드는 피곤했던 듯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때 대료문이 원드의 등을 찰싹하고 때렸다.

“오늘 불침번은 여 원드 아우가 하는 거이디?”

대료문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원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마터면 허리춤의 총을 꺼내들 뻔했었다. 원드는 대료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대료문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하하. 원드 아우. 불침번 오늘 혼자 설 수 있갔어? 다들 피곤해서 아무래도 혼자 서야 할 거이 같은데.”

“예? 혼자…. 그럼 내일 갈 때는….”

“수레에서 자면 되잖갔니?”

대료문의 말에 원드가 식겁하여 탁홍천 쪽을 바라봤다. 제발 도와달라는 원드의 눈빛. 대낮의 살인적인 햇빛을 받으며 그 흔들리는 수레에서 잠을? 절대 못 잘 것이었다. 그래도 대료문이 탁홍천의 말은 꼼짝 못하고 들으니, 한 마디만 해준다면 최소한 공평하게는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원드의 눈빛을 탁홍천은 보지 못했다.

“예….”

원드는 어쩔 수 없이 대료문의 말을 수락했다. 장현군과 요척 등이 고맙다고 말했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오늘 밤에 다 잡아서…. 아니지 첩자들인데 굳이 다 잡을 필요 있나? 죽일 놈은 죽이고 한 놈 정도만 살려서…. 그래 저 윰이라는 놈이 그래도 만만해 보이는데 저 놈만 살려두고 나머진 다 죽이자. 건방진 새끼. 날 불침번으로 세운 걸 지옥에서 후회해라.’

원드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료문이 다시 한 번 허허 하고 웃었다.

“원드 아우. 불침번 서는 거이 그리 좋니?”

“예? 아, 예. 하하. 뭐라도 도움이 되니까 좋네요. 하하.”

원드가 포상금 생각에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었다. 대료문도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래? 기래 좋으면 앞으로 원드 아우가 불침번 계속 맡아도 되갔구만. 하하.”

“그럴까요? 하는 일도 없는데. 그거라도 하죠, 뭐. 하하.”

“아 정말이니? 농담이었는데. 그래도 되갔어?”

“그럼요. 그럼요.”

‘불침번? 어차피 너희 다 오늘 죽을 거다.’

원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대료문과 함께 기분 좋은, 호탕한 웃음을 퍼부었다.

둘이 이렇게 웃는 사이 윰은 요척과 이야기 중이었다. 요척은 이제 갈비뼈 쪽이 많이 나은 듯 움직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물론 팔은 아직도 나으려면 좀 걸릴 듯 했지만.

요척이 자리에 눕자 윰이 그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저 할아버지가 그렇게 강하세요? 대료문 씨가 저러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물론 강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스승이라고 하니 당연한 거겠지.”

요척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엘마르둑에서 대리자를 놓친 이후 요척은 부쩍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요척의 반응에 윰은 눈치를 보며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눈을 감았다. 그때 요척이 입을 열었다. 자신이 말했지만 너무 퉁명스럽다 여긴 듯했다.

“지금은 멸망한 풍천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것이 ‘풍천 탁가’였어. 풍천 뿐 아니라 육천의 그 어느 무가(武家)도 감히 상대가 안 될 것이라 할 정도였지. 저기 탁홍천 씨는 그 풍천 탁가의 마지막 가주다. 실력은…. 가히 중천 제일이라 할 만하지.”

“그 정도예요?”

윰이 얼른 다시 눈을 떠 요척을 보며 물었다. 요척이 탁홍천 쪽을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 실력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어젯밤 대료문과 상대하는 것을 보니 분명 아직도 대단한 실력인 것 같더군. 육천에서 보통 무(武)를 논할 때 네 명을 논하지. 대장군 가비래 님과 저기 탁홍천 씨. 둘은 그야말로 이제 전설과 같은 인물들. 그리고 그 둘에 비견할 자로 단유점과 저기 서무하. 둘을 뽑아.”

요척의 말에 윰도 탁홍천 쪽을 바라봤다. 역시 다른 사람들과는 느낌 자체가 다른 기운. 자신이 느낀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저 느낌 자체가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는 듯했다.

“그런데, 단유점이라는 사람도 그 정도로 강해요?”

문득 단유점이라는 이름이 궁금해진 듯 윰이 다시 요척 쪽을 보며 물었다. 순간, 요척의 이마로 땀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단유점….”

중얼거리는 요척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요척의 떨리는 동공. 윰이 요척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순간, 요척이 입을 열었다.

“궐 밖 제일이 서무하라면, 궐 내 제일은 단유점이라고들 하지.”

“그럼 대료문 씨가 더….”

“궐내 무인들은 모두 육천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 물론 나는 단유점이 싸우는 걸 본 적은 없어. 하지만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더군. 나도 무인으로서 강한 자를 보면 칼을 섞어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단유점만은 예외였어. 절대 싸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럼….”

“글쎄. 나도 장담할 순 없겠구나. 나는 아직 대료문이 한 번도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

요척이 매서운 눈으로 대료문 쪽을 쏘아봤다. 대료문은 아직도 원드와 시시껄렁한 소리를 주고받고 있었다.

“혹자들이 그러더군. 천하에 총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탁홍천과 단유점 뿐이라고.”

“초, 총알을 피해요?”

“소문이라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단유점이 육천 제일의 ‘속검(速劍)’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지.”

윰은 요척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신전 안에만 있느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요척은 문득 그런 윰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고향에 있을 자신의 아들. 요척은 아들 생각에 잠겨 행복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시 볼 수 있을 지 확답할 수 없는 얼굴. 요척은 윰에게 얼른 자라고 한 뒤 몸을 돌려 누웠다. 어느새 탁홍천이 붙여놓은 불은 꺼지고, 재만 바람을 따라 날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을 찾는 자 : EAST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15.12.01 248 0 -
공지 공동 연재 15.11.06 457 0 -
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0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7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7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0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7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