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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6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20 20:00
조회
209
추천
4
글자
10쪽

4부. 공멸(共滅) : 여섯

DUMMY

3구역을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장현군 일행은 공허의 절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허의 절벽에 위치한 마을. 여느 마을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마을의 경계, 성벽이나 담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장현군 일행이 말에서 내린 뒤 마을 안으로 막 발을 디뎠을 때 하늘에서 날아온 천둥새가 장현군의 어깨에 앉았다. 장현군은 천둥새 다리의 서신을 풀었다. 두 장의 서신이 겹쳐져 있었다. 한 장은 왕이 보낸 것. 또 하나는 내부에서 온 것이었다. 내부에서 온 서신에는 ‘신위군 천신전 총괄 요척’이라 적혀 있었다.

“이건 요척 씨에게 온 것 같습니다.”

장현군이 서신을 요척 쪽으로 내밀었다. 요척이 두 손으로 서신을 받았다. 펼쳐보려던 요척의 손이 멈췄다. 뭔가 섬뜩한 느낌. 요척은 서신을 나중에 열어보기로 하고 품에 열었다.

장현군은 받은 서신을 얼른 펼쳐봤다. 내용을 따라 움직이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내 장현군의 손이 떨렸다.

“대, 대장군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장현군의 입에서 나온 대장군 가비래의 부고. 순간 태서의 몸이 굳었다. 놀란 것은 요척도 마찬가지였다. 요척은 다리의 힘에 풀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대장군께서 어찌….”

요척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장현군이 서신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간밤에 괴한들에게… 살해 당하셨다 합니다.”

장현군의 말에 이번에는 태서가 주저앉아 땅을 치기 시작했다.

“장인어른, 대장군! 감히 어떤 놈이!”

태서는 세상이 무너진 듯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온 무인들의 존경을 받던 대장군 가비래였다. 이 나라의 기둥이라 평가받는 자였고, 무인이라면 누구나 그를 목표로 할 정도였다. 하급 군관으로 시작해 대장군의 자리까지 올랐던 가비래. 그의 죽음은 요척과 태서. 두 무인에게 훨씬 크게 다가왔다.

가만히 듣고 있던 대료문도 눈을 꾹 감았다.

‘그 대장군이….’

50년 전, 백 명과 싸워도 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 칠십을 넘은 나이. 감상에 젖었던 대료문의 머리로 무엇인가 스치고 지나갔다.

‘대장군 댁의 호위를 뚫고 암살했단 말인가.’

대장군부의 장교들까지 동원돼 호위를 하는 것이 대장군 가비래의 가택이었다. 그런 호위를 뚫고 가비래를 죽인 뒤 달아났단 말인가. 대료문은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실력자가 있었으나 고개를 세차게 저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장현군은 들고 있던 서신을 품에 넣고 윰을 바라봤다.

“윰 씨 아무래도 태서 씨를 좀 쉬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근처에 머물 곳을 알아보죠.”

장현군의 말에 윰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척이 흐르던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서를 부축했다. 바로 근처에 여관이 하나 보였고 다섯은 그 쪽으로 들어갔다. 숙소를 잡은 뒤 장현군이 대료문을 바라봤다.

“저희는 나가서 대리자 님에 대해 탐문을 해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장현군의 말에 대료문이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태서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멍하니 바닥에 앉아 벽 쪽을 보고 있었다.


장현군과 대료문은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걸었다. 간혹 보이는 동방인들. 장현군은 이제 오히려 동방인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그때 대료문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무기를 비롯해 동방에서 파는 물건들이 꽤 보였다. 대료문이 들어왔음에도 가게 주인은 본 척, 만 척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료문이 주인에게 다가갔다.

“어이 주인장.”

“예.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혹시 근래 동방인 계집 하나 아이 봤소?”

“동방인 여자? 글쎄요. 가끔 동방에서 온 이들 중 여자들도 있긴 한 터라. 아, 혹시.”

“뭐 아는 거이 있소?”

가게 주인이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에 용병 하나가 병사들을 엄청 죽이고 도망갔거든요. 그 용병이 여자 동방인 하나를 데리고 있었다던데.”

가게 주인의 말에 대료문이 고맙다고 한 뒤 얼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대료문이 장현군에게 다가갔다.

“한 발 늦은 거이 같슴다. 얼마 전에 여서 동방인 여자 데리고 있는 용병이 병사들 죽이고 날랐다 함다.”

“그렇다면 어디로 간 지는 알 수 없는 겁니까?”

“어이 알겠슴까. 이거 그럼 대리자가 동방으로 몬 간 거이디 않슴까?”

대료문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살짝 짜증난 듯 말했다. 장현군이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여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구에 배 한 척이 빠르게 다가와 정박했다. 수송선에 비하면 작은 크기의 배였다. 배 앞에는 이미 많은 수의 병사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배에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자 병사들이 얼른 대열을 정비했다. 그리고 맨 앞에 선 기사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캄렉 루브 남작님과 동방 공사께 경례!”

“충-성!”

기사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동시에 팔을 올렸다. 수많은 병사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며 뒤쪽 마을 안에서 웅웅 울렸다.

캄렉과 나란히 배에서 내린 것은 단유점이었다. 처음 밟는 서방 땅.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의 위엄 뒤로 황량한 마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거 참. 내가 오긴 왔다만 진짜….’

오랜만에 입은 청색의 나풀거리는 관복과 머리에 쓴 갓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금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어색하게 느껴졌다. 단유점이 허리의 칼을 한 번 만져봤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였으나 칼자루 옆으로 또 다른 손잡이가 톤파처럼 튀어 나와 있었다.

대열 맨 앞에 서있던 기사가 캄렉과 단유점을 마차로 안내했다. 굉장히 호화로운 마차였다. 말 네 마리가 끄는 데다 금빛으로 칠해진 마차. 딱 봐도 귀한 이가 타는 마차로 보였다. 단유점은 아까까지 하던 걱정은 어디로 가고 금세 미소가 번졌다.

“캄렉 공께서는 이런 마차를 타고 다니십니까? 이야,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단유점이 마차에 오르며 캄렉에게 말했다. 캄렉도 뒤따라올라 단유점의 맞은편, 말이 있는 반대 방향을 보고 앉았다.

“저, 저라고 어, 어찌 이런 마차를 타고 다, 다, 다니겠습니까. 루캄투르프 폐하께서 고, 공께서 오신다고 트, 특별히 보, 보, 보내셨다 합니다.”

“하하. 이거 참. 이리 환대를 해주시니 뭐라 해야 할지. 하하.”

단유점은 기분이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이번에는 캄렉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일단 수수, 수도로 가서 저, 저희 루캄투르프 폐하를 뵙고 그 후에 이, 일을 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예….”

단유점은 황제를 본다는 말에 금방 표정이 굳었다. 제대로 된 사정 설명도 듣지 못하고 그저 장현군을 비롯한 환천군 전원을 사살하라는 명령만 받았었다.

‘빌어먹을 뭐라도 알려주고 일을 시켜야 될 거 아니야. 저 말더듬이 새끼한테 물어볼까?’

단유점이 마차에 뚫린 창으로 밖을 보다가 슬쩍 캄렉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캄렉은 잠을 청하는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단유점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괜히 여기저기 지껄이면 더 골치 아파질 수도 있지. 혀가 만악의 근원이니….’

단유점도 피곤한 듯 등받이로 몸을 푹 기댔다.


여관으로 돌아온 장현군은 윰에게 대충 어찌된 일인지 설명했다. 평소 같으면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도 들지 못했을 윰이 이번에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일단 3구역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3구역이 아무래도 어느 쪽이든 움직이기 편하니까….”

윰의 말에 장현군이 약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갤 끄덕였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일단 3구역으로 돌아가죠. 그리고….”

“전…. 여기서 본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태서의 목소리였다. 장현군이 태서 쪽을 바라봤다. 태서는 퉁퉁 부은 눈으로 장현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쾌활하던 태서의 그런 퀭한 표정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장현군이 요척과 대료문을 한 번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까 동방으로 가는 열기구 표 가격도 알아봤습니다. 총알 마흔 발이라더군요. 돌아가시겠다면 내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서가 장현군 쪽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장현군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룻밤만 같이 보내고, 내일 헤어지지요.”

“알겠습니다. 군대감.”

태서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비록 벨트로크 반란군 주둔지에서 대리자를 습격하는 등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는 서방에 온 뒤 계속 함께한 동지였다. 그렇기에 윰은 이렇게 해기서에 이어 또 함께하던 동지를 떠나보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날 밤, 다섯은 식사를 하며 모처럼 술을 잔뜩 시켰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장현군도 그날은 제법 술기운이 돌때까지 마셨다. 마침 요척도 그날 완쾌되어 붕대를 풀었고 덕분에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각자 널브러져 잠든 가운데 태서만이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장인어른…. 역시 이 계획은 무리였습니다.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서 뵙겠습니다. 장인어른….’

태서의 볼로 눈물이 한 방울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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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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