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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69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2.02 18:48
조회
230
추천
3
글자
11쪽

4부. 공멸(共滅) : 열둘

DUMMY

단유점은 피칠갑을 얼굴로 유유히 3구역 성문을 열고 나왔다. 성문을 열고 홀로 걸어 나오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 텔케른은 온 몸이 얼어붙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단유점은 나오자마자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그대들은 돌아가 보시오들. 내 도주한 자들을 추격하겠소.”

“저, 저희도 함께….”

“괜찮소. 수도로 돌아가든, 대리자 쪽으로 가서 지원하든 하시오.”

단유점은 말이 끝나자마자 쌩하니 말을 몰아 사라졌다. 단유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즘 돼서야 가르딘이 텔케른 옆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

“어찌 할까요.”

가르딘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가르딘이 입을 뗐다.

“멜번 쪽으로 합류한다. 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텔케른은 말을 끝내자마자 품에서 지도를 꺼내 확인한 뒤 말을 몰았다. 텔케른과 가르딘이 탄 말이 요란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황야를 가로질렀다.


백옥궁 안에선 해가 떨어지기 직전, 왕이 직접 중신들을 모두 조당으로 소집했다. 왕의 무거운 분위기. 가장 앞에서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던 아도후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결심을 하셨나 보군.’

이리 갑작스레 퇴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중신들만을 따로 조당에 부를 이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단 하나. 선위를 결정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중신들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자 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내관이 다가와 서신 하나를 왕에게 건넸다. 왕은 그 서신을 받아 직접 펼쳐 읽기 시작했다.

“대리자 사망 확인. 서방 병사들에 의해 대리자께서 사망하신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제대로 명을 수행하지 못한 점 용서치 마시옵소서. 다음 명을 기다립니다.”

왕이 서신을 다시 내관에게 전해줬다. 조당 안은 정적으로 가득했다. 특히 아도후는 멍한 표정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왕은 그런 아도후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서방으로 보낸 환천군에게서 온 서신이오. 서방에서 감히 대리자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 살해까지 하였으니 어찌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있겠소!”

왕의 격앙된 목소리에 아도후가 살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왕은 계속해서 대장군 대리가 된 가사현 쪽을 바라봤다.

“대장군. 현재 우리 중천에서 출병 가능한 병력이 얼마나 있는가.”

“현재 명령만 내리시면 중천의 정예병 10만이 곧장 출병 가능하고 이후 준비를 하여 20만 여명을 추가로 파병할 수도 있나이다.”

“각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각국에서도 이, 삼십 만 정도의 병력을 파병할 여건이 되옵니다.”

가사현과 왕의 대화를 듣고 나서야 아도후가 대략 어찌된 일인지를 눈치 챘다.

‘이 놈들 뭔가 꾸미고 있구나. 10만 병력을 곧장 출병할 준비가 되어 있다니. 이미 각국에도 연락이 가있겠군.’

아도후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왕이 용상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서방과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한다. 공사관에 병력을 배치하여 공사관 안팎 사람들의 출입을 엄중히 금하라.”

“공사는 어찌 할까요. 본국으로 돌려보낼까요?”

외부대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왕은 고개를 저었다.

“서방 공사 또한 공사관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라. 지금부터 전쟁이다. 대장군은 당장 출병 가능한 병력을 총동원하여 선봉에 나서라. 군부대신은 도성에서 추가 출병 및 보급을 담당하라.”

왕의 명에 이번엔 군부대신이 앞으로 나섰다.

“전하. 서방은 공허의 절벽과 넓은 바다가 가로 막고 있나이다. 어찌 공격하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일단 서방 공사에게 해명을 들어보는 것이….”

“온 백성들과 하늘에 계실 성신님의 분노를 과인이 감히 헤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오만방자하고, 무도한 저들을 어찌 과인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 다시는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군부대신이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내무대신 다니라가 나섰다.

“전하. 보급로가 너무 길어지옵니다. 병사들은 어떻게 공허의 절벽을 건너간다손 쳐도, 보급을 어찌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이번 원정은 신의 벌을 대신하는 전쟁이다. 공허의 절벽에 밀수꾼들이 사용하는 열기구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들었소.”

“여, 열기구로는 대군을 움직이기가…. 보급은 더더욱….”

“대장군이 설명하라.”

왕명에 가사현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저희 부친께옵서 언젠가 서방과의 분쟁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공허의 절벽 근처에서 대량으로 거대한 열기구를 만들어왔사옵니다. 그것들을 이용한다면 대군을 이동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서방에 도착해서는 저희가 지원해온 반란군의 도움을 받고 점령지를 이용해 최대한 자체 해결. 본국으로부터의 보급을 최소화시킬 생각이옵니다.”

가사현의 말에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라까지 물러나자 아도후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서방 정벌…. 가비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정녕 이게 가능하다 봤습니까. 대장군.’

아도후는 속으로만 되뇔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맹렬히 반대할 것이라 생각한 왕과 가사현이 오히려 아도후의 눈치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회의가 끝나자 다니라는 물론 군부대신, 외부대신까지 아도후에게 다가왔다. 다니라가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안절부절 못하며 입을 열었다.

“대감. 어찌 아무런 말도 안 하신 겁니까. 이대로 서방과 전쟁이 일어나면….”

“뭔가 다른 속셈이 있어.”

“예?”

“분명 뭔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게야. 지금 이 상황에서 서방과의 전쟁이라니. 수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가사현과 왕이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 같다는 말이야. 둘이 함께 꾸밀 일이 무엇이라 여기는가?”

“그게 대체 무슨….”

“가비래의 머리에서 나온 것 같은데…. 이번 출정에 내 쪽 장수들을 최대한 포함시키게.”

아도후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서있던 군부대신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도후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궐 대문 쪽으로 향했다. 다니라와 나머지 대신들은 그런 아도후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는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이거 말발굽을 쫓아온 건데. 혼자 계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장현군 대감.”

단유점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 앞에는 장현군이 말 위에서 단유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현군은 말 위에서 내리지 않은 단유점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네 이놈. 내가 누군 지 모른단 말이냐.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춰라!”

장현군의 호통에 단유점이 살짝 놀란 듯 하더니 이내 소리내 웃기 시작했다.

“하하, 예라. 하하하! 그래. 글 꽤나 배운 자들은 죽음에서도 예를 찾더이다. 허나 사람 죽이는 데 예가 어디 있겠소. 장현군 오시윤 대감.”

말하는 단유점의 목소리와 눈빛. 장현군은 이미 단유점의 칼이 자신의 목까지 와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음에도 더 이상 호통을 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장현군은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하의 명인가.”

“무엇이 말입니까?”

단유점이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장현군이 말을 이었다.

“그대에게 환천군을 모두 죽이라 명한 자가 누구인가.”

“군대감께서 그것을 아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단유점의 말에 장현군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단유점이 가볍게 말에서 내려왔다.

“대감께서도 내려오시지요.”

장현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에서 내려왔다. 왕의 아우인 자신에게 저리 함부로 명령하는 것을 보고도 차마 어찌할 수 없었다. 장현군은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 단유점 앞에 똑바로 섰다. 단유점이 칼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아, 그런데. 아까 보니까 셋뿐이던데. 환천군은 본디 여섯 아니었습니까? 하나는 제가 처리했고, 나머지 둘은 어디 있습니까?”

“하나를 처리했다고?”

오히려 장현군이 되물었다. 단유점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아, 그 해기서라고 성천 재무대신 놈을 만나서 처리했습니다. 그보다 나머지 둘은 어디 갔습니까?”

“요척 총괄은 조정에서 서무하를 처형하란 명을 받고 대료문 씨와 싸우다가 죽었네. 태서 총괄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고.”

태서가 돌아갔다는 말에 단유점이 처음으로 동요한 모습을 보였다.

“뭐? 태서가 돌아갔다고? 어, 어떻게. 어떻게 돌아가. 아니 그보다 왜! 명을 수행하던 중에 군인이, 어찌 멋대로!”

단유점의 놀란 모습에 장현군이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궁금한가. 딱 한 가지만 알려주면 나도 답해주지.”

단유점이 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그래. 장현군 대감께선 무엇이 알고 싶으시오. 날 보낸 자가 누군지 알고 싶소?”

“내 알고 싶은 것은 단 하나네. 나를 죽이라 명하신 것이, 전하신가?”

그 말에 단유점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에 장현군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대장군께서 돌아가셨다는 서신을 받고 돌아갔네.”

장현군은 곧바로 단유점이 물었던 것에 답했다. 그 말에 단유점이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더럽게 됐군.”

단유점이 중얼거렸다. 그때 문뜩 한 쪽 손에 든 서슬 퍼런 칼날이 계속 장현군의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죽는 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장현군은 오히려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내쫓아야, 죽여야 한다고 말했던가. 반란 사건이 있은 후부터, 계속해서. 잊을 만하면 신하들이, 선비들이. 조정에 상소를 올려 죽여야 한다. 그날 반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거처에서 함부로 나오지도 못하는 그 시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시절들이었다.

단유점이 천천히 장현군 쪽으로 걸어왔다.

“뭐 할 말 있소? 그래도 왕족인데. 내가 들어주지.”

단유점이 칼을 허공에 붕붕 돌리며 말했다. 장현군은 단유점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래도 서방에 와서 재밌었네. 궐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 가시오.”

“내 머리카락을 잘라가서 백경으로 가져가 주게. 그래도 왕가의 사람이니. 일부나마 내 나라에서 묻히고 싶네.”

“하하, 그래도 왕족이라고 나름 멋을 부리는군. 내가 그건 생각해보지.”

장현군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칼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채 귀에 닿기도 전, 장현군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주변으로 피가 튀고, 시신은 가부좌를 튼 채 쓰러지지 않았다.

단유점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목을 바라봤다. 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자른 뒤 종이봉투 하나를 꺼내 안에 넣었다. 종이봉투를 품에 넣은 뒤 장현군의 옷소매로 칼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 나서야 단유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서무하.”

단유점이 하얀 이를 보이며 입 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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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7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7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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