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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83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28 13:34
조회
245
추천
4
글자
11쪽

4부. 공멸(共滅) : 열

DUMMY

대료문이 요척의 시신 앞에 주저앉았다. 그 쪽으로 윰도 천천히 다가왔다. 양 볼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윰은 입 밖으로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랐다.

대료문은 요척의 태절창을 들고 천천히 분해하기 시작했다.

“이 창은 내 형님 아들한테 꼭 가져다 주갔소.”

태절창을 분해하면서도 대료문은 요척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은 요척의 얼굴을 보다가 대료문이 피식 웃었다.

“니미. 머리카락이나 수염 좀 기르지. 식솔들한테 가져다 줄 거이 없잖소.”

중얼거리는 대료문을 보며 장현군이 긴 탄식을 뱉었다. 대료문은 태절창을 다 분해한 뒤 보자기에 싸 어깨에 멨다. 그리곤 미친 듯 손과 칼을 이용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모래는 쉽게 파졌고, 제법 큰 구덩이가 완성되자 요척의 시신을 넣고 다시 묻었다. 모래 바람이 강하게 불면 다시 드러나겠지만 시신을 이대로 두고 가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시신 수습 몬 하는 거는 용서하시오.”

대료문은 그리 말한 뒤에야 걸음을 돌렸다. 윰은 차마 그 무덤 앞에서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런 윰 쪽으로 대료문이 돌아봤다.

“아이 갈 거니. 날래 대리자인지 뭐시긴질 찾아야 돌아가서 이거이 형님 가족들에게 줄 거 아이니.”

대료문의 말 따위 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윰도 알고 있었다. 대료문도 어쩔 수 없이 죽였다는 것을. 하지만 꼭 죽여야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윰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장현군은 일이 어디서부터 잘 못 됐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셋은 한참 동안이나 그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윰은 거의 반 강제로 대료문의 손에 끌려서야 그 자리를 떠났다. 셋은 밤 새 말을 달려서야 3구역에 도착했다.


단유점과 텔케른, 가르딘은 아침 해가 서서히 머리를 내밀 무렵에야 3구역에 도착했다. 경비를 서는 자가 그들 쪽으로 총을 겨눴다.

“신분을 밝히시오.”

“아, 저희는 용병….”

텔케른이 용병이라 말하려는데 단유점이 그의 어깨를 잡아 말을 막았다. 텔케른이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단유점이 말에서 내려 성벽 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지만 단유점의 움직임은 성벽 위에서도 확실히 보였다. 경비를 서는 자 셋이 깜짝 놀라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었다.

“머, 멈춰. 멈추지 않은 쏜다!”

단유점은 보초가 말을 시작하는 동시에 높이 뛰어 올라 성벽의 약간 파인 곳을 밟고 다시 뛰어 올랐다. 단 두 걸음 만에 성벽 위로 뛰어 오른 단유점이 칼을 뽑았다. 보초가 ‘멈추지 않으면 쏜다’고 말한 뒤 채 1, 2초나 걸렸을까. 올라오자마자 단유점은 병사 셋 중 둘을 베어버렸다. 채 비명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마지막 남은 경비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총이 두 동강이 났다. 총구 부분이 땅에 떨어지자 보초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서둘러 알리기 위해 목에 걸고 있는 호루라기를 불려는 순간, 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단유점이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내 다녀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아, 알겠습니다.”

텔케른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본 게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텔케른과 가르딘은 멍하니 아무도 없는 성벽 위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장현군을 비롯해 윰과 대료문은 탁홍천의 집에서 그대로 뻗어 있었다. 탁홍천은 침통한 표정의 셋과 사라진 둘을 이루어 대충 파악하고 어찌 된 일이냐 묻지 않고 방에 먹을 것만 넣어 줬다.

“포웰은 자기가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갔으니 두 방 모두 써도 되네.”

탁홍천의 말에 장현군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다 말을 했으나 목이 잠긴 탓에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탁홍천은 대충 알아듣고는 방을 나왔다. 방문이 닫히는 순간, 탁홍천의 표정이 바뀌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이 정도의 살기(殺氣)를 뿜으며 다가 올 자가 누구일까. 탁홍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자가 없었다.

탁홍천은 서둘러 가지고 있던 청려도를 확인하고, 한 쪽 구석에 세워져 있던 싸구려 칼을 집었다. 그때 방 밖으로 대료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대료문 또한 살기를 느꼈는지 한 손에 적려도를 뽑아 들고 있었다.

“어떤 놈이 이래 살기를 뿜는 거이요?”

“나라고 알겠냐. 일단 밖으로 나가 보자. 괜히 안에서 싸우지 말고.”

탁홍천의 말에 대료문도 동의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해가 제법 떠올라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떠오르는 방향. 동쪽에서 누군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뒤의 태양 때문에 탁홍천과 대료문은 눈살을 찌푸렸다.

탁홍천과 대료문은 그 사내가 몇 보 앞의 거리까지 다가와서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대료문이 식은땀을 흘렸다.

“다, 단유점!”

대료문은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질렀다. 탁홍천이 칼 두 자루를 모두 뽑아 들며 입을 열었다.

“단유점? 유명한 놈이냐?”

“지금 육천 제일이라는 새끼우다.”

“오호, 육천 제일?”

탁홍천은 두렵다기보다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자신이 육천을 떠나올 때만 해도 천하에 자신의 상대가 될 만 한 자가 없었다. 기껏해야 사람들이 대장군 가비래와 비교했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미 적잖게 나이를 먹었던 탓에 탁홍천은 자신이 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탁홍천이 쌍도를 휙휙 손으로 돌리는데 단유점이 웃으며 대료문과 탁홍천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사람을 찾고 있는데 두 분의 존함을 좀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자기 이름부터 밝히는 거이 도리 아이오?”

단유점이 공손하게 물었으나 대료문은 까칠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단유점은 전혀 개의치 않고 뒷짐을 지며 입을 열었다.

“루캄 주재 중천 공사 단유점이라 합니다. 이제 두 분의 존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환천군 소속 대료문이오.”

대료문의 말에 단유점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단유점의 손이 허리의 칼자루로 다가갔다.

“옆의 분도 환천군 소속이십니까?”

단유점이 탁홍천 쪽을 보며 물었다. 탁홍천은 환천군이고, 황천군이고 전혀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풍천 탁가 가주 탁홍천이오만.”

탁홍천의 말에 단유점의 눈이 커졌다. 오래 전 죽었다는 탁홍천. 그가 살아서 서방에 있었단 말인가. 단유점의 입 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낮게 웃던 단유점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중에는 온 마을에 들릴 정도로 쩌렁저렁하게 소리가 울렸다.

“하하하! 탁홍천! 그 탁홍천이 살아 있었어. 게다가 지금 내 앞에 있다니. 이것이 천우신조인가!”

단유점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탁홍천이 청려도를 어깨에 걸치며 그런 단유점을 미친놈 바라보듯 바라봤다.

“저거 지금 뭐라는 거냐?”

“정확힌 모르갔디만 지금 좀 큰 일이 난 거는 알갔소.”

대료문이 주춤주춤 뒤로 약간 물러나며 적려도를 꽉 쥐었다. 탁홍천 또한 갑자기 달라진 주변의 공기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단유점은 어느새 칼을 뽑아 들고 있었다. 칼자루에 솟아있는 또 다른 손잡이. 단유점이 사용하는 퉁파 모양의 칼. 칼자루가 복(卜)자 모양이라 붙여진 ‘복형기도(卜形奇刀)’였다.

단유점은 다짜고짜 탁홍천 쪽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단유점의 공격은 빠르지만 평범했다. 탁홍천은 가볍게 청려도로 그 공격을 막고 또 다른 칼로 단유점의 옆구리를 노렸다.

단유점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펄쩍 뛰어 올라 탁홍천의 공격을 피하더니 칼자루 옆의 또 다른 손잡이를 붙잡고는 탁홍천의 목을 노렸다. 탁홍천이 다시 청려도로 공격을 막으려는데 날아오던 칼이 사라졌다.

‘젠장 손잡이의 용도가 이런 것이었나.’

단유점은 손잡이를 잡은 채 칼을 회전시켜 탁홍천의 칼과 부딪히지 않게 한 뒤, 다시 회전시켜 원래의 방향으로 검신을 돌려놓아 공격했다.

탁홍천이 서둘러 뒤로 물러난 덕에 피했지만 위력 또한 제법인지 얼굴에 생채기가 났다. 단유점이 놓치지 않고 탁홍천 쪽으로 달려드는데 이번엔 대료문이 그 옆을 공격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칼은 묵직했다. 그러나 단유점은 순식간에 방향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대료문의 적려도가 땅에 닿자 큰 소리와 함께 제법 큰 구덩이가 생겼다. 단유점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대료문을 쪽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큰 공격을 맞겠나? 서무하.”

서무하라는 말에 대료문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단유점이 낮게 웃었다.

“하하. 뭘 놀라나. 서무하라는 것도 모를 줄 알았나?”

“그럴 리가. 이미 내 죄를 묻는 서신도 왔는데.”

“뭐, 죄를 묻는 서신…?”

대료문의 말에 단유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이내 파악이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대감께서 뭘 보내셨나 보군.”

“대감?”

“아, 아냐, 아냐. 자네 명성은 나도 익히 들었지. 궐 밖 제일이라. 한 번 그 실력 좀 볼까!”

단유점이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며 대료문 쪽으로 달려들었다. 대료문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어차피 공격하기 직전의 움직임은 모두 현혹시키기 위한 것들.’

대료문의 생각대로 단유점은 공격 할듯 말듯 기묘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대료문의 다리를 노리고 들어온 공격. 단유점의 공격은 대료문의 생각보다 빨랐다. 대료문이 채 피하기도 전에 단유점의 칼이 다리를 스쳤다.

“움직임이 그리 빠르진 않군.”

단유점이 여유롭게 말하며 계속해서 칼을 좌우로 휘둘렀다. 단순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대료문은 그 공격들을 쫓아 막기도 힘들었다.

‘이 정도 속도의 공격을 저리 여유롭게….’

만약 단유점이 조금만 변칙적으로 공격한다면 대료문도 막을 수 있다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힘으로….’

공격을 막기만 하던 대료문이 칼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단유점도 그것을 느꼈는지 얼른 뒷걸음질을 쳤다.

그 기운은 방에서 자고 있던 윰에게 까지 느껴졌다. 윰이 조심스럽게 창밖의 대료문, 탁홍천과 단유점을 확인했다. 윰은 자고 있던 장현군을 서둘러 깨웠다.

장현군도 밖을 확인하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 보죠.”

장현군의 말에 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현군과 윰이 방 밖으로 나가 집 정문을 여는 순간, ‘쾅’하고 커다란 폭발음 같은 것이 들렸다. 열린 문 안으로 흙먼지가 밀려들었다. 윰과 장현군이 기침을 하며 입과 코를 가렸다.

흙먼지 안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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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70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20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6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2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10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7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9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4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6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4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2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9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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