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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71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1.22 18:27
조회
247
추천
4
글자
10쪽

4부. 공멸(共滅) : 일곱

DUMMY

날이 밝고 모두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태서 또한 어젯밤 미리 사놓았던 동방행 열기구 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관 밖으로 나와 열기구가 있는 곳까지. 다섯 명은 아무런 말도 없이 걸었다. 열기구 앞에 도착하자 태서가 장현군 쪽으로 큰 절을 올렸다.

“군대감.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임무 도중 돌아가니….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돌아가서 이곳 일을 전하께 상세히 고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심려 마십시오.”

태서가 일어나 눈물을 훑으며 말했다. 요척도 태서 쪽으로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렸다. 대료문은 덤덤하게 입에 담배를 물고 미소를 지었다.

“좋겠수다. 내도 날래 끝내고 가갔소.”

그 말에 태서가 피식 웃으며 뭐라 말하려다가 말았다. 태서는 윰과도 인사를 한 뒤에야 열기구에 몸을 실었다.

하늘을 나는 열기구. 높이 떠오르는 열기구 쪽으로 윰이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장현군은 그 열기구를 보다가 문득 어제 받은 서신을 떠올렸다.

‘뭔가 잘 못 되고 있어….’

대장군의 부고 소식과 함께 적혀 있던 내용. 그 내용을 떠오르자 장현군의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전국에서 과인에게 양위하라 상소하니 오래 버티기 힘들 듯하다. 최대한 서두르라.’

왕이 직접 적은 것 같은 내용이었다. 대장군이 죽자마자 양위 문제까지 거론됐다는 것은 누군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뒀다는 것이 분명했다.

‘태서가 가서 이곳의 상황을 조정에 상세히 알린다면…. 일단 대리자의 생존 여부와 함께 사건의 전말만 확실히 알게 돼도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장현군이 이리 생각하는데 대료문이 옆으로 다가왔다.

“이제 어이할 거이요?”

“일단…. 역시 어제 말했듯, 3구역으로 돌아가 대기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대리자께서 어디로 갔는지 알 방법도 없고….”

장현군의 말에 대료문과 요척, 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서가 타고 다니던 말을 근처에 팔아 돈을 더 마련한 뒤에야 넷은 다시 3구역으로 출발했다.


수도에 도착한 단유점은 쉴 시간도 없이 곧장 루캄투르프를 만나러 대전으로 들어갔다. 약간 휑해 보이는 곳. 높은 곳에 위치한 의자는 높고도 고독한 왕의 자리를 상징하는 듯했다.

캄렉이 마차 안에서 일렀듯 단유점은 절을 하지 않고 허리만 숙여 예를 갖추었다.

“루캄 주재 중천 공사 단유점. 루캄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이렇게 동방에서 공사를 보내는 날이 올 줄이야. 반갑네.”

루캄투르프의 목소리에 단유점이 살짝 움찔했다. 서방을 통일한 자. 제국의 주인. 그의 무술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 느껴지는 위압감은 웬만한 무사들도 주눅 들 정도였다.

‘과연, 황제의 자리에 올라 있는 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

단유점이 그리 생각하며 살짝 고개를 들어 루캄투르프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루캄투르프가 한 쪽 입 꼬리를 올렸다. 분명 웃는 것이었으나 단유점은 섬뜩한 느낌에 순간 다시 시선을 내렸다.

루캄투르프가 입을 열었다.

“대리자의 ‘소유권’을 영원히 우리에게 양도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겠지?”

그 말에 단유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대리자의 소유권 양도. 전혀 듣지 못한 일이었다. 단유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리자의… 소유권 양도…. 이제 무슨 소리지. 전하께서 저런 일을 하셨을 리는 없고, 그럼 이런 일을 할 자는….’

단유점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심려 마십시오. 그를 위해 제가 이미 파견된 첩자들을 처리하러 왔나이다. 폐하.”

단유점의 말에 루캄투르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유점이 다시 한 번 허리를 꾸벅 숙였다.

“조속히 일을 처리해야 하니,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루캄투르프의 물러나라는 명이 떨어지자마자 단유점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나오자마자 단유점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낮게 ‘큭큭’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거…. 기대 되는구먼. 돌아가서 국무대신 대감께 받을 게 많겠어.”

단유점이 중얼거리며 궁궐을 나와 마구간으로 향했다. 지도에서 확인한 3구역은 그리 엄청나게 먼 거리가 아니었다. 단유점은 마구간 안에서 가장 실한 말을 골라 탄 뒤 곧장 수도를 빠져나왔다.


밤이 깊어 장현군 일행은 길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노숙이었지만 두 사람이 빠진 빈자리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요척이 불침번을 서는 가운데 다들 아무런 말도 없이 잠을 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료문의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장현군은 그 소리에 깨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 코고는 소리에도 바로 옆에 있는 윰은 잘만 자고 있었다. 요척은 모닥불 앞에서 아까의 서신을 읽고 있었다. 장현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요척 옆으로 다가갔다. 요척이 서신을 다시 품에 넣으며 장현군을 바라봤다.

“깨셨습니까?”

“예. 대료문 씨가 오늘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유별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다고, 태 총괄과 티격태격했잖습니까.”

요척의 말에 장현군이 둘의 티격태격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때 요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어제 온 서신에 본국의 상황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까?”

“….”

요척의 말에 장현군의 표정이 굳었다.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굳이 비밀로 할 필요가 있을까. 장현군이 잠시 고민하다가 모닥불을 바라봤다.

“먼저 요척 씨에게 온 서신의 내용을 알 수 있겠습니까?”

장현군의 질문에 이번엔 요척이 입을 닫았다. 요척에게 따로 서신을 보낼 일이 있을까. 가족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전서청에서 보관하다가 보내준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괜한 것을 물었군요.”

요척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장현군도 딱히 그것에 대해 더 캐묻지 않았다. 요척은 생각이 깊은 자였다. 그가 말하지 않는다면 다 이유가 있을 터. 장현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이르지만 교대하시죠.”

마침 장현군이 다음 불침번이었다. 장현군의 말에 요척이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가 누웠다. 평소 같으면 정해진 시간까지 자신이 설 테니 좀 더 눈을 붙이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장현군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너무 민감해진 것이라 믿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요척은 옆으로 쪼그려 누워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떠오르는 가족들의 모습.

‘마누라. 미안해. 못 돌아갈 듯 해….’

요척의 눈에서 귀 쪽으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아침이 밝고 모두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들 각자 짐을 챙기는데 요척만이 가만히 선 채 장현군, 윰, 대료문을 둘러봤다. 짐은 다 챙긴 듯 보였다. 다들 말에 오르려는데 요척이 태절창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다들 말에 오르려다 말고 요척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척은 순식간에 결합을 마친 뒤 땅을 쾅하고 한 번 창으로 찍었다.

“서무하!”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요척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대료문이 깜짝 놀라 움찔했다.

요척이 태절창을 땅에 박아 놓은 채 품에서 서신을 꺼냈다. 두 손으로 서신을 펼친 요척이 대료문을 노려봤다.

“조정에서 내려온 명을 받으라!”

요척의 말에 대료문은 물론 장현군과 윰도 무슨 일인지 몰라 멍한 표정이었다. 요척이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

“대리자 님을 모셔오는 일은 국운이 걸린 중대사인 바. 감히 죄인이 정체를 숨기고 동행한 일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신위군 천신전 총괄 요척은 죄인 서무하의 목을 베어 국법의 지엄함을 보이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현군이 놀란 표정으로 요척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저런 명이 진짜 조정에서 떨어졌다면 자신 모르게 요척에게만 따로 떨어질 리 만무했다. 분명 무엇인가 있다. 장현군이 그리 여기고 요척을 말리기 위해 걸음을 떼는 순간이었다.

“서무하! 칼을 뽑아라!”

요척이 땅에 꽂혀있던 태절창을 집어 들고 화려하게 돌리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주위로 퍼졌다. 다가가려던 장현군이 그 때문에 걸음을 멈췄다. 대료문은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

“요, 요형님 그거이 갑자기 무슨 소리….”

“칼을 뽑으라. 서무하.”

요척음 이미 결심한 듯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태절창을 대료문 쪽으로 겨눈 채 이미 싸울 자세를 잡고 있었다.

대료문은 여전히 칼을 뽑을 생각 따위 없어보였다. 오히려 어이가 없는 듯 웃고 있었다.

“이, 갑자기 무슨 소리우까. 무슨…. 이 무슨….”

대료문의 간절한 목소리에 요척이 매섭게 바라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제발…. 제발 칼을 뽑게.”

“요 형님. 어찌 이러오. 대화를 좀 해봅세다.”

“조정의 녹을 먹는 장수로서. 명을 어길 수 없네. 제발 칼을 뽑게.”

“형님 설마….”

요척의 눈에선 괴로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사실이 어찌 되었든 조정에서 내려온 명령. 그 명을 거역한다면 역적. 역적이 된다면 그 가족들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 장현군은 요척의 속마음을 눈치 챈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돼…. 대료문 씨 칼을 뽑으시면 안….”

장현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료문이 손을 칼자루로 가져갔다.

“형님 뜻이 그렇다며는 내, 무사로서 보내 드리겠수다.”

대료문이 허리의 적려도를 뽑아들었다. 요척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매섭게 대료문 쪽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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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64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1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9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4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8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8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1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8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9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6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2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8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4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6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4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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