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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신을 찾는 자 : EAST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백아™
그림/삽화
키샷
작품등록일 :
2015.11.06 21:44
최근연재일 :
2016.02.06 16:1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5,757
추천수 :
356
글자수 :
368,327

작성
16.02.03 19:52
조회
289
추천
3
글자
10쪽

4부. 공멸(共滅) : 열셋

DUMMY

대료문과 윰은 실크램 근처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느덧 남은 사람은 둘. 여섯 명이 바다를 건너와 꼭 살아서 돌아가자고 말하던 것이 엊그제처럼 느껴졌다. 대료문 또한 나무에 등을 대고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윰도 그 근처에 앉아 먼 곳을 바라봤다. 그날 반란군 진영에서 봤던 대리자의 모습. 그 모습과 서방인들에게 납치되던 모습이 겹쳐졌다. 그렇지만 그날. 반란군 진영에서 만났던 대리자의 눈빛. 그 눈빛에서는 도와달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슬프다거나, 살려달라거나. 이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윰이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멀리, 빛줄기 하나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빛줄기는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대, 대료문 씨! 저기 빛이.”

“뭐? 어느 쪽이니. 서두르라.”

윰의 말에 대료문이 벌떡 일어나 말에 올랐다. 윰도 얼른 대료문의 뒤에 타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료문은 곧장 윰의 손가락을 따라 말을 몰았다. 장현군이 3구역에 도착했을 때 건넸던 지도를 품에서 꺼내 대략적 방향을 확인하고 윰이 장소를 확신했다.

그때 아무도 없었던 폐 연구소. 이곳에서 일직선 방향에 저 정도 빛이 보일 거리는 그곳이 유일했다.


동방 주재 서방 공사관 앞은 대장군부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백 명 정도의 병사들이 공사관을 둘러싸고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있었다.

공사실에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던 카텔이 불안한 듯 손가락으로 창틀을 툭툭 쳤다.

“안 돼. 서둘러 이 사실을 본국에 알려야 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카텔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서가 공사실 안으로 노크를 한 뒤 들어왔다.

“공사님. 큰일입니다. 저희 쪽 병사들은 모두 무장 해제됐고, 해안에 대기하던 군함까지 점령됐다는 연락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본국에, 본국에 연락할 방법은?”

“지금으로선 전혀 없습니다. 쾌속선까지 이미 빼앗겼습니다.”

“왜 하필 내가 부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카텔이 다리를 후들후들 떨다가 주저앉았다.


“전하. 출정 준비가 끝났나이다.”

가사현이 부친인 가비래의 갑옷을 입고 왕에게 고하였다. 왕 또한 금빛의 갑옷을 입고 조당 용상에 앉아 있었다.

가사현의 보고에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적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조당 뜰 앞에는 수십 명의 장수들, 백 명에 달하는 하급 장교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있었다. 백룡이 그려진 왕실의 깃발이 북풍을 따라 펄럭이고, 하늘은 티 없이 맑았다.

왕이 조당 앞 높은 곳에 서자 뜰에 모인 자들의 입에서 궁궐이 떠나갈 정도로 큰 경례 소리가 들렸다. 갑옷의 철컥 거리는 소리가 한 순간 들렸다가 조용해졌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왕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렇게 부유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 육신(六神)의 은혜와 보살핌 덕분이다. 하여 우리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젊은 왕의 낮은 목소리. 뜰에 모인 군인들은 모두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 가장 앞에 선 대장군 가사현 또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왕이 계속해 말을 이었다.

“헌데 저 무도하고 오만불손한 서방인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신과 우리를 잇는 대리자님을 납치하여 살해하기에 이르렀으니, 내 육천의 왕으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대들은 신의 은혜를 입은 자들로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가!”

왕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뜰에 모인 장교들 사이에 목소리가 하나 둘 터져나왔다.

“아닙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서방놈들을 모조리 쳐 죽이자!”

머지않아 병사들의 함성이 조당 뜰에 울려 퍼졌다. 함성 속에서 왕이 가사현을 가까이 오게 했다. 가사현이 다가가자 왕이 입을 열었다.

“나머지 나라들에서는 연락이 왔는가.”

“예. 이미 나머지 나라들에서 병력이 출발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주력부대가 다 출발해야 하네. 그 중에서도 불손한 생각을 품은 자가 우리 중천을 노릴 수도 있는 일이니.”

“각국 수도로 보내놓은 대장군부 인원들의 보고이니 믿을만 하옵니다. 게다가 보고 받은 출정 병력이 일천이 11만 5천, 운천이 17만, 월천에서 14만 3천. 성천은 병력 10만을 대기시켜놓고 저희가 도착하면 합류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주력부대를 포함하지 않고는 그 시일 안에 이 정도 병력을 준비 하기는 무리인 바. 주력군이 출발하는 게 분명합니다.”

“알겠네. 일이 시작하면 그 병력들은 성천에 남겨두고 우리 중천의 병력들만 빠르게 회군하게.”

“알겠습니다.”

함성 속에서도 가사현은 왕의 소곤거리는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대답했다. 가사현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군은 우리 육천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서방에 신의 분노를 전하라. 그대들의 무운을 비노라!”

왕의 말이 끝나자 함성은 한층 커졌다. 아도후는 다른 전각에서 그 함성 소리를 듣고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며칠을 달려서야 대료문과 윰이 그때의 폐 연구소에 도착했다. 그때와 달리 연구소 앞에는 마차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보였다. 멀리 모래언덕 뒤에 몸을 숨기고 윰과 대료문이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보이는데요.”

“걱정 말라. 저것들 오합지졸이니까니.”

“그렇지만….”

윰이 걱정스럽게 대료문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대료문은 씩 웃으며 한 손으로 칼자루를 잡았다.

“너나 걱정하라. 토지신 능력 쓰는 거이 익숙해졌다곤 해도 아직 몇 번 쓰지도 못하잖니.”

대료문의 말에 윰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오는 내내 최대한 토지신의 힘에 익숙해지려 노력을 해봤지만 4번 정도만 사용하면 지쳐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이번에 대리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정말 다음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윰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 모습을 보던 대료문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라. 내 반드시 니 대리자랑 돌아가게 해줄 꺼니 까니.”

“네? 저랑 대리자님만 돌아가는 것처럼 말을….”

“나는 갚을 빚이 있잖니.”

대료문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평생을 찾아다녔을 스승 탁홍천. 여태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던 대료문이었지만 서방까지 와서 겨우 만난 그 스승의 죽음에 담담할 리 없었다.

대료문의 그 표정에 윰은 차마 안 된다고, 함께 돌아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대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니 안 죽을 자신 없으며는 여기 있으라. 내가 데리고 나올테니 까니.”

“아니요. 제 능력으로 최대한 빠르게 끝내죠.”

“좋아.”

대료문이 빠르게 연구소 쪽으로 달려갔고, 윰도 그 뒤를 따랐다.


연구소 안에서는 수많은 마법사와 과학자들이 모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구원 중 젊어 보이는 자가 무슨 일인가 싶어 방문을 열고 나온 순간, 끈적한 액체가 얼굴로 튀었다. 연구원은 자신의 얼굴에 묻은 액체를 만져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료문의 칼이 연구원의 목을 정확히 베고, 방 안에 있던 마법사와 연구원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방 안으로 대료문의 모습은 비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살벌했다. 온 몸에 묻은 피. 그리고 비릿한 웃음 사이로 보이는 대료문의 하얀 이.

“대리자 어딨니.”

대료문의 질문에 연구원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료문은 덤덤한 표정으로 걸어가 연구원 둘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연구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나, 나가서 저 쪽으로 쭉 가시면, 쭉, 가시면 커다란 문이 보일 겁니다. 거기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와요. 거기, 거기 있습니다.”

“아, 기래. 고맙구만.”

대료문은 빠르게 방을 나가 연구원이 알려준 쪽으로 향했다. 과연 연구원의 말대로 지금까지 본 방들과는 다른, 커다란 문이 나왔다.

대료문은 칼을 휘둘러 단번에 문을 두 동강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3구역 안에 있던 밭보다도 큰, 거대한 공간.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 내용이 적힌 종이를 보고 있거나, 짐을 옮기고 있거나,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원통 모양의 기이한 물체가 보였다. 유리로 된 그 안에는 대리자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드디어 찾았다.”

대료문이 길게 숨을 내쉬고는 뚜벅뚜벅 그 쪽으로 걸어갔다. 연구원 몇이 막아섰으나 대료문은 칼을 휘둘러 그들을 가볍게 베었다. 안을 지키던 병사들이 총을 겨눴으나 대료문은 그들이 방아쇠를 당길 틈도 주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며 연구원들을 방패삼아 그 유리 원통 쪽으로 접근했다.

병사들 중 제법 직급 높아 보이는 자가 권총을 대료문 쪽으로 겨눴다.

“신경 쓰지 말고 발포해!”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연구원들을 신경 쓰지 않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대료문은 연구원 하나를 손으로 잡아들어 총알을 막았다. 대료문이 유리 원통 근처에 다가가자 총성이 멈췄다.

“발포 중지. 발포 중지! 칼, 칼 빼. 근접전으로 간다! 절대로 대리자를 다치게 하지 마라!”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칼을 집어 들고 대료문에게 달려들었다. 대료문은 칼을 휘둘러 유리 원통을 깨뜨렸다. 대리자는 기절한 듯 천천히 대료문 쪽으로 쓰러졌다. 대료문은 대리자를 한 쪽 어깨에 들쳐 업고 병사들을 베기 시작했다.

사람 하나를 업고도 병사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 병사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대리자와 함께 있자 병사들은 함부로 총도 쏠 수 없었다. 대료문은 그 틈에 문 쪽으로 뛰었다. 대료문이 문을 빠져나오고, 병사들이 추격을 하려는 순간, 문 앞에서 기다리던 윰이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연구소 한쪽 벽이 무너지더니 거대한 흙더미가 병사들을 덮쳤다.

그 사이 대료문과 윰은 무사히 연구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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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4부. 공멸(共滅) : 열여섯 (完) 16.02.06 369 4 17쪽
66 4부. 공멸(共滅) : 열다섯 16.02.05 331 3 11쪽
65 4부. 공멸(共滅) : 열넷 16.02.04 319 3 10쪽
» 4부. 공멸(共滅) : 열셋 16.02.03 290 3 10쪽
63 4부. 공멸(共滅) : 열둘 16.02.02 230 3 11쪽
62 4부. 공멸(共滅) : 열하나 16.02.01 148 3 12쪽
61 4부. 공멸(共滅) : 열 16.01.28 245 4 11쪽
60 4부. 공멸(共滅) : 아홉 16.01.27 213 4 11쪽
59 4부. 공멸(共滅) : 여덟 16.01.25 451 4 12쪽
58 4부. 공멸(共滅) : 일곱 16.01.22 247 4 10쪽
57 4부. 공멸(共滅) : 여섯 16.01.20 209 4 10쪽
56 4부. 공멸(共滅) : 다섯 16.01.19 216 4 9쪽
55 4부. 공멸(共滅) : 넷 16.01.18 237 4 11쪽
54 4부. 공멸(共滅) : 셋 16.01.15 220 5 13쪽
53 4부. 공멸(共滅) : 둘 16.01.14 167 4 14쪽
52 4부. 공멸(共滅) : 하나 16.01.13 188 4 13쪽
5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아홉 16.01.12 213 4 16쪽
5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덟 16.01.11 268 4 13쪽
49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일곱 16.01.08 305 4 11쪽
48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여섯 +2 16.01.07 245 4 13쪽
47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다섯 16.01.06 331 4 12쪽
46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넷 16.01.05 227 4 12쪽
45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셋 16.01.04 233 4 12쪽
44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둘 15.12.31 245 4 12쪽
43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하나 15.12.30 253 5 12쪽
42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열 15.12.29 231 4 12쪽
41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아홉 15.12.28 243 3 12쪽
40 3부. 절벽 끝, 공허(空虛) : 여덟 15.12.25 38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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