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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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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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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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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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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UMMY

“정지!”


기사가 손을 든다. 그는 테이갈 자작의 기사다.

그는 수풀의 흔들림을 들었다. 거리가 있지만 거친 흔들림, 그리고 이쪽 방향으로 소리가 일정하다!


“마수가 오고 있다! 전투 준비!”


기사의 지시로 멈춰서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검과 방패를 뽑는다.


‘이건 전혀 거침이 없는 질주여야 날 법한 소리다.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다.’


영주님의 예측이 맞았다.

마수는 혼자 오고 있다.


“물러나는 놈은 내 검에 죽는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기사가 소리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뒤로 물러난다. 병사들의 맨 뒤까지 간다.

이건 이기려고 하려는 싸움이 아니었다.

자신들은 미끼고 시간벌이용이다.

진짜 본대는 펠 쪽으로 가고 있었다.


‘기사 다섯에 병사 스물, 마법사도 한 명. 반 시간 정도만 시간을 벌면 될 거야.’


기사가 생가하기에 과하다 싶은 병력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성이라도 서클링은 하나라 했고, 12살 아이. 솔직히 십분만 시간을 끌어도 충분하리라.

허나 기사는 방심하지 않는다.

병사를 다 잃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테이갈 자작이 한 말.

테이갈 자작은 그 마법사를 직접 보았다고 했다.


“삼중 원형 포진! 방어에 치중해라! 무리한 공격은 절대 하지마!”


수풀 속에서 블랙 다이어울프가 펄쩍 높게 뛰며 튀어나오고, 기사가 소리친다.


“크아아악!”


벌써 병사 한 명이 팔이 뜯기고 목이 물려 죽었으나, 주춤하는 병사는 없다.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테이갈 자작가는 나름 명문 소리를 듣는 검가다.

허투루 훈련 받은 병사는 없다. 그래서 이런 병사들을 미끼로 써버릴 수도 있다.


“마수를 잡으면, 그 어린 마법사를 잡으면 영주님께서 크게 포상하겠다 하셨다! 고작 12살이다. 이 마수만 잡으면 그 꼬마를 못 잡겠느냐! 곧 지원 병력도 온다!”


기사가 소리친다.

병사들은 상관이 시키면 그저 하는 자들, 어떤 임무든 돌아가는 사정을 정확하게는 모른다.

기사는 적당히 병사들의 사기를 고취시킬 만한 말들을 둘러대고 있었다.

지원병은 이곳으로 오지 않으며, 본대는 지금 펠을 잡으러 가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터다.


크르르르...


짐승의 고통에 찬 신음.

세 겹으로 둘러싸고 사방에서 빈틈없이 내찌르는 창이었다. 몸 곳곳의 검은털이 피에 젖어 번들거렸다.

허나.


커허어엉!


몸에 박힌 창날이 뼈를 찌를 만큼 깊이 들어가도 블랙 다이어울프는 계속 사납게 날뛴다.

끔찍한 통증은 오히려 흉폭성을 짓누르는 게 아니라 더 자극시키고,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지칠 줄 모른다.

더구나 주인님의 명. 절대적으로 따르고 섬겨야하는 존재. 바라칼은 잠깐의 숨고르기조차 하지 않는다.


“끄아아아앗! 살려줘어어!”


포상에 눈이 멀어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던 병사가 블랙 다이어울프의 앞발에 찍혀 끌려 들어간다.

병사는 한순간에 너덜너덜한 고깃덩어리로 변한다.


“멍청한놈! 시간만 끌면 된다고 하였다! 방패를 더 바짝 들어라!”


기사가 소리친다. 허나 방어에 집중해도 병사들은 하나둘 죽어나간다.

물러나지는 않지만 병사들의 몸이 떨리는 게 보였다.

세겹의 포위망이 두 겹으로 줄어든다.


‘역시 잡는 건 무리군. 하기야 5성급 마수니. 잘 훈련된 병사들이고 이 내가 지휘를 해도 턱도 없군.’


좋은 기회가 생기면 목덜미에 검을 쑤셔볼까도 했지만 기사는 그 생각을 깨끗이 버린다.

말로만 들어온 5성급 마수의 위엄을 절감하였다.

본대가 그 어린 마법사만 잡아도 포상이 주어진다. 물론 마법사와 기사들에게만.

기사는 더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슬슬 폭발음이 들려야 하는데?’


본대가 간 방향을 바라본다.

마수와의 전투에 집중해 소리를 놓쳤나 싶었으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

테이갈 자작의 마법사는 화염계 마법이 특기였다.


‘아니면 역시나 큰 마법을 쓸 것까진 없었나.’


테이갈 자작은 안토니 백작의 지시에 대해서는 늘 과할 만큼 힘을 쏟고 철두철미하다.

기사는 이 임무도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한 5분만 더 버티고 빠져야겠군.’


그 어린 마법사를 잡고, 미끼 역할인 병사들도 많이 살려 돌아간다면 당연히 자신에 대한 평가와 포상도 더 좋아질 테니.

융통성이 없는 자는 진급, 출세와 거리가 멀다.

기사는 오히려 벌써 기사 중에도 전사자가 나왔다는 건 상상도 안 한다.


==========


펠버드의 가슴으로 영혼이 흘러들어간다.


“그, 그랜 경이!”


기사와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랜 경, 어린 마법사와 교차한 뒤 쓰러진 오러기사가 피웅덩이에 잠겨간다.

그럼에도 아직도 믿지 못하는 자들이 대부분.

기사, 그것도 오러기사가 근접전투에서 마법사에게?!


“거, 검이! 검이 잘렸다! 그랜 경의 검이!”


한 병사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빽 솔리친다.

누구라도 유령이라도 본 듯 새된 비명을 지를 것이다.


“어째서 그랜 경의 검이...!”


오러 블레이드는 고서클 마법사의 매직 블레이드와 충돌해도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

어떤 계열이고 얼마나 강화를 시켰든 매직 블레이드의 한계. 소드오러를 절대 넘어서지 못한다.

그야 기사의 소드오러를 흉내내 만든 게 매직 블레이드니까.

지금 이 상황은 가짜 싸구려가 진짜 진품을 이겨버린 것이었다.


“검을 맞대지 마십시오!”


마법사 릭슨이 소리친다. 테이갈 자작의 마법사.

그는 검은머리 아이가 쓰는 매직 블레이드에서 묘한 마력의 흐름을 읽었다.


‘매직 블레이드의 마력 변화가 전혀 없어!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매직 블레이드의 위력이 처음과 똑같다. 황당하군...무슨 서클링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건가?’


허나 고개를 젓는 마법사.

마법사는 자기가 맞춘 정답을 믿지 못한다.


‘매직 블레이드인데 저런 위력에 저런 유지력이라니, 뭘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1서클의 마력이라 해봐야, 처음과 똑같이 유지는커녕 진작 꺼져버렸어야 하는데.’


릭슨은 아직 마법 하나 안 썼음에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검은머리 아이, 펠 주위로 가득 흘려보낸 마나감응력을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알아낸 것은, 전무.


‘이런 미친...내 마나감응력이 전혀 들어가질 않고 있었잖아! 아이의 몸으로도, 매직 블레이드로도. 무슨 철벽 같군!’


일체 침투하질 못했으니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을 수밖에.


‘최소 내 배는 될 마나감응력이다! 고작 12살인데. 이런 천재가 존재하다니!’


그러니 철벽같이 느껴지고, 몸안으로 발을 한 발 담그는 정도조차도 못하는 것이었다.

마법사 하나 잡는데 오러기사까지 보내면서 자신까지 왜, 라고 불만 가득했던 릭슨은 테이갈 자작의 지시를 완전히 납득한다.

그리고 눈빛 가득 질투심이 차오른다.

마법사들은 자신보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를 볼 때보다, 자신이 천재라고 인정하게 됐을 때 가장 거대하고 추악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그때의 질투심은 평민인데 얼굴이 잘난 거 하나로 귀족의 눈에 든 자, 보따리상 주제에 큰 거래를 따내 집을 산 상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질투심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놈은 지치고 있습니다! 마력은 무한한 듯 쓰더라도, 점점 지쳐가고 있으니 무리한 공격보다 체력을 빼는데 집중하십시오! 놈은 마법사고 애입니다. 제아무리 검술도 구사한다 한들 매일 혹독하게 훈련하는 군인에 비하겠습니까!”


마법적으로는 좋은 수를 찾지 못했으나, 처음보다 둔해진 움직임을 발견하고 릭슨이 빽 소리친다.

그것은 맞았다. 귀신 같은 검술도 구사하나, 체력은 12살 아이였다.

잘 먹고 거의 매일매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느라 튼튼해지고 체력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이의 몸이었다.


“흐아앗!”


도렌의 기합인지 고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


촥!


“크앗! 이 애새끼가!”


펠의 측면을 흔들어보려 하던 기사가 자존심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물러선다.

마법사도 검사도 아닌 꼬마 놈에게 손목을 베였으니.

하필 갑옷이 덮히지 않은 손목 관절부를.

검술도, 그렇다고 검을 많이 휘둘러본 솜씨도 아니었다. 그런데 베여 버렸다.

도렌의 손에는 미케일에게 받은 아버지의 유품이 쥐어져 있었다.

유품이지만 날이 매섭게 선 단검이라 그동안 주지 않았던 것을 수도로 출발하는 날 주었다.


“으으...”


베인 기사보다 도렌이 더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사람을 베어본 게 처음이니.

주위를 빽빽이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 그리고 햇빛을 반사하는 판금갑옷의 기사들까지.

하지만 도렌은 단검을 쥔 손을 다시 똑바로 든다.

제나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주저앉지 않고 있었다.

펠은 처음보다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졌으나, 표정은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다.

장남인 자신도 포기할 수 없다. 도렌은 눈을 똑바로 뜨고 주위를 본다.


“잘했어, 도렌.”


펠이 말했다.

아무래도 펠 혼자서는 이젠 체력까지 떨어지니 사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방금 도렌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병사와 기사들이 다시 거리를 두었다.

전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고, 아주 지척까지 접근한 병사나 기사는 없다.


‘지금!’


이 타이밍을 기다렸다.

파이어볼트로 활을 쏘는 자들을 열심히 공격한 덕에 궁수 노릇을 하는 자도 없다. 마법사를 빼고는 전멸시켜버릴 수 있다!

펠버드는 비전마법, 빙결파도를 놓아줬다.

빙결파도가 1초만에 펼쳐진다.

물의 고리가 딱 셋만을 두른다. 적들은 모두 그 바깥에 있다.

화아악 물의 고리가 폭발하듯 부풀며 물을 쏟아낸다.

폭풍의 바다처럼, 해일처럼 일어나며 적들을 덮친다!


“연기불!”


릭슨이 비전마법을 시전한다.

계산한 것은 아니나, 아직 마법을 한 번도 쓰지 않았기에 쓸 수 있었다.

반면 안토니 백작이 테이갈 자작에게 지시를 내린 건 철저한 계산이었다.

펠이 스텐의 비전마법을 쓸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에.

마나계약서로 계약을 맺은 건 테이갈 자작 하나지만, 안토니 백작과 봉신 관계를 맺은 동부 귀족은 더 있었다.

테이갈 자작의 마법사가 화염계 비전마법을 가진 걸 알고 있기에 테이갈 자작을 움직인 것이었다.


화르르륵!


불꽃이 마치 연기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병사와 기사들은 피해서, 병사와 병사 사이의 작은 틈으로도 흘러 들어가 물을 태운다.

뿐만 아니라 릭슨은 연기불의 마법 공식을 꼬고 꼬아서 시전했다.

왜? 테이갈 자작의 지시다. 테이갈 자작에게 지시한 건 안토니 백작이고.

스텐처럼 비전마법을 뺏기지 않도록.

그 이야기가 과장 없는 사실이라면, 펠은 전투 도중에라도 릭슨의 비전마법도 익혀 구사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펠!”


“펠 오빠!”


도렌과 제나가 소리친다.

물의 소용돌이가 불의 소용돌이에 먹혀버리고 있었다. 수증기가 사방을 짙게 뒤덮는다.

그리고 펠의 코에서 코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그것은, 체력의 한계가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곧바로 또 하나의 마법을 시전하였기 때문!


‘데스 리바이브!’


펠이 이 마법을 썼다는 건, 결단코 단 한 명도 살려보내지 않겠다는 것.


철컥, 철크덕.


마법사 릭슨의 뒤, 죽은 기사가 몸을 일으킨다. 목이 절반이나 베여 죽었던 기사.

릭슨은 물과 불이 충돌하고 폭발하는 소리에, 철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죽은 기사가 릭슨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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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24.08.06 1,127 28 12쪽
15 15. 24.08.05 1,138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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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24.08.02 1,243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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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24.07.31 1,303 35 12쪽
8 8. 24.07.30 1,361 34 13쪽
7 7. 24.07.29 1,427 33 13쪽
6 6. 24.07.28 1,520 43 12쪽
5 5. 24.07.27 1,575 42 13쪽
4 4. +2 24.07.26 1,662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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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3 24.07.25 2,316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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