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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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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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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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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7.

DUMMY

머릿속으로 들려온 블랙 다이어울프의 목소리, 펠도 머릿속으로 말해본다.


‘내가 왜 너의 주인이지?’


-그것은, 모릅니다. 당신께서 나의 주인이라는 걸 문득 알게 됐을 뿐. 당신이 이곳에 있으며, 섬겨야 한다는 걸을. 목숨을 다해서라도.


주인인데, 왜 주인인지는 모른다?

뭔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

마법을 고서클 마법사가 다루듯 할 수 있고 검술을 쓸 수 있는데, 기억은 없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성이라도, 천재라는 말만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기억을 잃은 거야?’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러면?’


-본능, 이라고 하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의문이었으나,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문득 가설 하나가 떠올랐기에.

혹 자신이 미래에서 과거로 거슬로 온 것이라면? 서른 살을 넘어, 쉰 살, 일흔 살의 미래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에 대한 것도, 이 블랙 다이어울프에 대한 것도 설명이 된다.

왜 문득문득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을 기억들이 떠오르게 되는지, 그리고 이 블랙 다이어울프의 이야기도.

이 블랙 다이어울프는 미래에서 온 내 영혼에 반응하는 것이다.

미래의 난 대체 무엇이 된 것일까?


“도렌, 털을 더 꽉 붙잡아.”


블랙 다이어울프가 산을 내려간다.

산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뭉개지며 휙휙 지나간다.


“이얏호!”


도렌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타기 전의 겁먹었던 모습은 전혀 없으며, 블랙 다이어울프가 더 속력을 올려도 신난 얼굴이다.

그때 펠버드의 머릿속에 떨어지는 기억의 파편 하나.

역시 더 이전에 도렌을 만났었던 것 같은,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


“힘들지 않아?”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주인님. 지금 저는 무척 더없이 기쁩니다.


말뿐이 아니라 블랙 다이어울프의 입도 귀에 걸릴 듯했다.

정말 신나서 들떠서 달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발하는 마력이 춤추듯 했다.

펠버드의 마나감응력에 그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들판을 전속력으로 달려봐, 바라칼.”


“이얏호오오!”


주변 풍경이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에도 환호성을 터트리는 도렌.

앞을 똑바로 보고 속도감과 불어닥치는 바람을 즐긴다.


아우우우우우우!


도렌을 따라하는 게 틀림없다.

다이어울프는 하울링을 잘 내지 않는데, 길게 하울링을 내며 그랑 들판을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하핫! 오옷, 너 나랑 마음이 잘 통하는 걸.”


이제는 바라칼의 옆구리까지 툭툭 두드리는 도렌.

이제는 겁은커녕 경계심도 싹 사라진 모습.


‘이런 속도면 충분히 시일 내에 마탑에 도착할 수 있어.’


펠버드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마탑, 마탑의 마법. 펠버드의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성으로 돌아가자. 바라칼.”


블랙 다이어울프가 곧바로 방향을 튼다.

말이라면 두 번은 쉬었을 거리를 전혀 지치지 않고 달린다.


“오오! 옵니다! 펠이 성공했습니다! 저깁니다! 저길 보십시오!”


성벽 위의 병사가 소리친다.

큰 해받이를 설치해놓고 의자에 앉아 있던 피스터 백작이 벌떡 일어난다.


“성공했군요, 정말로...”


스텐의 목소리에 질투가 섞여 있다.

아직 아이 주제에 마법의 역사에 남을 일화를 벌써 몇 개나 만드는 건지.


“내가 내려가도 되겠느냐, 펠!”


펠버드가 성문 앞에 도착했고, 성벽 위에서 피스터 백작이 소리쳐 묻는다.


“예.”


대답이 돌아오자마자 피스터 백작과 마법사 스텐이 허겁지겁 성벽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어찌 길들였느냐?”


피스터 백작의 눈동자에 짙게 어리는 이채. 마수를 길들이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역시 모르겠습니다.”


“흠...”


뭔가 숨기는 건 아닌지 펠버드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스텐.”


“...펠의 높은 마나감응력이나 마력에 이끌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증거는 전혀 없지만 그럴 듯한 말을 꺼낸다.

쓸모가 없단 말을 또 들으면 참기가 힘들 테니까.

그 말로 어느 정도 납득이 됐는지 피스터 백작의 표정이 풀어진다.


“내가 만져봐도 안전하겠느냐? 펠.”


“그건 모르겠습니다. 마수는 마수니까요.”


주인이 각별히 여기지 않는 인간, 그런 자의 손을 타는 걸 불쾌하게 여기는 바라칼의 감정이 느껴졌다.

피스터 백작과 스텐, 백작을 호위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다 몇 걸음 더 물러선다.


“시일 내에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예.”


“참으로 다행이구나! 좋다, 너의 입학허가서도 도착했으니 이제 준비가 끝나는대로 출발하도록 하거라. 집사.”


집사가 펠버드에게 마탑의 입학허가서를 건넨다.

봉투는 두 장. 다른 하나는 기사 아카테미의 입학허가서였다.

피스터 백작은 도렌에게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펠의 부탁이기에 들어주었을 뿐.

평민 따위가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과연 끝까지 버티겠는가.

귀족의 피 한 방울 안 섞인 평민인데 아주 잘돼봐야 소드레귤러 기사 수준일 터.

큰 기대는 없었다.


“산에 돌아가 있어.”


피스터 백작이 마수에 대해 더 말하기 전에 펠버드는 바라칼을 돌려보낸다.

쩝 피스터 백작이 입맛을 다신다.

따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데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물론 포기할 생각은 없다.


‘펠버드를 마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면 붙잡아서 날 섬기도록 만들어봐야겠군. 펠을 저리 완전히 주인 대하듯 따르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불가능할까.’


펠버드의 말 한 마디에 바로 몸을 돌려 산으로 달리는 블랙 다이어울프를 피스터 백작은 한참 바라본다.

다이어울프의 등에 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만 가보거라. 떠날 준비를 마저 끝내거라.”


피스터 백작이 흡족한 얼굴로 내성으로 돌아간다.

펠이 마탑에서 돌아온 뒤의 코네턴 성을 상상하며 오늘밤 잠을 쉬이 못 이룰 듯하다.

펠버드와 도렌은 집으로 달려간다. 제나가 울고불고 하고 있을 테니.

바라칼과 말까지 통하게 되면서 여기저기 달려보느라 성에는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


“거짓말쟁이들! 펠 오빠도 이젠 안 믿어!”


제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펠 오빠도, 라는 건 난 원래부터 안 믿었다는 거냐?”


그리 말하는 도렌의 옆구리를 펠버드가 팔꿈치로 툭 친다. 가만히 있어.

넌 왜 항상 더 불을 붙여.


“안 믿는 걸 넘어서 도렌 오빠는 그냥 바보야!”


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도렌.

내일 떠난다지만, 애들은 자고로 버릇없이 키우면 안 되는 법.

도렌이 팔짱을 낀다.


“난 기사, 펠은 마법사가 될 몸이야. 장차 큰 일을 하게 된다 이 말이야. 아니 오늘 이미 하고 왔어. 영주님의 고심을 풀어주고 오는 길이란 말야. 오라버니가 큰일을 하다보면 집에 좀 늦게 귀가할 수도 있는 것이지, 어딜!”


“동생과의 약속 하나도 못 지키면서 장차 무슨 큰일을 한다고, 흥! 그런 그릇으로! 도렌 바보!”


“읏...”


일 리 있는 말이라 뒤통수를 한 대 맞은 표정이 된 도렌.

제나, 성장했구나...

그저 논리 없이 떼를 쓰는 정도였는데.

어쩐지 가슴 한켠이 허전해지는 기분.

반성한다. 두 오빠를 보내는 제나가 느끼는 감정은 이런 게 아닐까.


“정말, 제나 말이 맞아...”


펠버드도 데미지가 있었다.

천재? 동생과의 약속도 못 지키는 정신머리와 능력으로 어찌 마법의 끝을 논할까.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 제나...”


“으음...미안, 하다...거, 진짜...”


“거 진짜? 무슨 뜻이야?”


제나, 많이 컸구나...전과 달리 압박감이 꽤 있었다.


“미안...쩝...”


“미안하면 나도 데려가.”


“야, 무슨 소리야. 우길 걸 우겨, 제나.”


“하루 정도 거리는 괜찮잖아. 치사하게, 나도 마수에 타보고 싶단 말야!”


“너 마수가 뭔지는 아니?”


“도렌도 타는데 나라고 못 탈 거 없지. 펠 오빠가 같이 타면 누구든 같이 탈 수 있는 거잖아.”


피스터 백작과 스텐도 속였던 걸, 제나는 눈치를 챈다...

아이가 보는 세상과 어른이 보는 세상은 달랐다.


“이게 진짜! 펠은 펠 오빠인데 나는 왜 도렌이야!”


“흥! 펠 오빠는 잘생겼으니까 금방 마음이 사르르 풀리는 걸 뭐 어떡하라고.”


“아오!”


그때.


“제나, 절대 안 돼.”


미케일이 말한다.


“위험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너까지 셋이 타면 속도가 그만큼 느려질 텐데 오빠들이 입학에 늦어지면 어떡하려고.”


더 우기지 못하고 울상이 되는 제나.

또 눈물이 또르륵 흐르려던 찰나.


“저, 어머니...한 나절 정도 거리만 제나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고심하던 펠버드가 입을 연다.

하루는 길고, 한나절 정도라면.


“제나는 가벼워서 속도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한나절 거리면 저희가 쉬는 동안 바라칼, 그 마수가 제나를 코네턴 성으로 돌려보내주고 오면 되거든요. 마수는 지치지 않거든요.”


“펠 오빠...”


반쯤 젖은 눈, 감동 받은 얼굴로 펠버드를 보는 제나.

꼭 펠 오빠와 결혼하겠다 생각하는 제나.


“추억...준비가 바빠서 제나와 제대로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어요.”


“마수에 제나를 혼자 태워도 안전한 거니? 펠.”


“예, 안전해요. 확신해요.”


미케일이 고개를 끄덕인다.

펠은 똑똑하고 듬직하고 믿을 수 있다.


“와아아!”


제나가 울던 얼굴로 만세를 하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별 수 없는 녀석이라니깐.”


도렌이 검지 손가락로 코끝을 쓱쓱 쓴다.


“시끄럽거든, 도렌. 입 꾹 하고 있었으면서.”


“아직도 도렌이냐! 슬슬 도렌 오빠라고 해주지?”


“펠 오빠 뒷자리를 양보해주면.”


“그래그래, 네가 펠 뒤, 내가 네 뒤. 됐지?”


“얏호!”


세 아이의 대화를 들으면서 미케일도 웃는다. 눈가는 조금 촉촉해져 있었다.

그녀는 코끝이 붉어지고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흐르는 걸 고개를 돌려 숨긴다.

네 가족은 오늘은 특별히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도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펠, 도렌. 수도에서는 너희 둘뿐이야. 서로 잘 돕고 챙겨주면서 건강히 잘 다녀오렴.”


“예, 어머니...몸 건강히 지내세요. 매일 어머니를 생각할 거예요...”


펠.


“엄마, 이 장남만 턱 믿으세요. 펠도 무사히 데리고서 꼭 성공해 돌아올 테니까요.”


도렌.


미케일이 집앞에서 손을 흔든다.

펠과 도렌은 코네턴 성을 출발한다. 제나는 반나절만 동행하기로 한다.


==========


마탑의 꼭대기층 전체가 마탑주의 방이었다.

마탑이 삼각형 형태라지만 마탑주실은 광대하다 해야 할 만큼 넓었다.

그 드넓은 방을 마탑주 한 명만이 사용한다.


“마탑주님께서 오십니다.”


마탑주의 방인데 회의에 가장 늦게 도착한 게 마탑주였다.

마탑주는 한 달 이상 마탑을 떠나 있다가 돌아왔다.

고서클 마법사들일수록 오히려 마탑을 자주 비운다.

그들은 마법의 성장이 마탑 안이 아니라 밖에 더 있다는 걸 안다.

11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들은 전부 6서클의 최고위 마법사들.

그들이 똑같이 회의 테이블로 걸어오는 노인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인다.

백 살도 넘은 듯 쭈글쭈글한 노인.

그가 마탑주 카에른이었다.


“흥미로운 아이더군.”


자리에 앉은 마탑주 카에른이 한 첫 마디.

회의 내용들은 오는 길에 받아 보았다.

그는 한 달간 쌓인 보고들을 다 확인하는데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한 달간 쌓인 고위회의나 마탑주의 확인이 필요한 내용들을 전부 확인하였고, 그 중 가장 카에른의 흥미를 끈 것이 바로 펠.


“다 확실한가?”


“니그렌이 보내온 보고입니다. 실수를, 특히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철두철미한 자입니다.”


“니그렌이라, 이름은 기억에 있군.”


마탑주 카에른은 그 이상 더 사실 여부를 묻지 않는다.

머릿속에 이름이라도 남아 있다는 건 마법사로서의 높은 프라이드, 또는 실력, 둘 중 하나는 제대로 있는 마법사란 뜻이니까.


“그렇다면 내 마법 재능도 넘어서는 천재성이라는 건데...”


침묵하는 마법사들.

보고 내용대로라면 그랬다.


“재능이고 잠재력일 뿐, 백 년이 지난다 해도 마탑주님을 능가하는 마법사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부 가득한 말.

카에른은 대꾸도 안 했으나, 표정이 한결 풀어진다.


“혼자서 1서클링 구축이라...이건 특히 믿기 힘들군.”


그게 특히 황당했다.

하지만 측정 수정구에 마력량이 찍히려면 서클링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다른 방법은 없거늘.

아주 흥미가 인다.


“희대의 사기꾼인지 희대의 천재인지 내가 직접 확인할 테니 마탑에 도착하면 바로 마탑주실로 올려보내도록.”


거기까지, 회의는 다른 내용으로 넘어갔으나, 카에른의 머릿속에 펠에 대한 생각은 한참이나 더 맴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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