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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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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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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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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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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

DUMMY

“펠, 어서 오거라.”


펠버드가 만찬장에 도착했다.

세로로 긴 테이블 위가 갖가지 음식들로 가득 차 있다. 해산물 요리까지 있다.

피스터 백작이 더없이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펠버드를 반긴다.

아내와 두 아들들 앞에서도 저렇게까지 인자한 표정은 지은 적 없다.


“다친 곳은 없다고 보고 받았는데, 정말로 다친 곳은 없느냐.”


“예.”


대답하고, 펠버드는 주위를 더 둘러본다.

안토니 백작가 못지않게 화려하면서 고풍스러운 식당.

백작가 일가가 평소 쓰는 가장 넓고 좋은 식당이었다.

하일런 공자도 있었고, 함께 수색 임무를 했던 기사들이 다 있었다.

두 마법사도 있었다.

식사가 끝나면 마력 측정이 이뤄지겠군.

니그렌은 내일 측정을 하자고 했으나, 피스터 백작은 못 참을 것이다.

그게 임무를 함께 한 건 아닌 두 마법사도 만찬에 함께인 이유.


“앉거라.”


피스터 백작이 권한 자리는 백작의 바로 옆.

그 맞은편에는 하일런 공자가 앉아 있다.

그렇게 두 아이 옆으로 두 마법사가, 그리고 베리엔과 기사들이 앉는다.


‘아무리 공을 세웠다지만, 벌써부터 이런 식인가.’


스텐이 속으로 이를 간다.

자존심이 구겨진다.

아무리 세운 공을 축하하는 자리라도, 세운 공이 두 개나 된다지만, 하일런 공자의 맞은편은 자신이 앉아야 한다.

피스터 백작은 이미 펠을 자신보다 위에 있는 마법사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스텐은 표정을 잘 관리한다. 마나계약서를 떠올리자 미소도 머금어진다.

피스터 백작은 마나계약서에 마탑에서 돌아오면 스텐의 마법연구를 적극 도울 것, 이라는 문구를 넣어주었다.


‘실컷 내 마법연구에 부려주마. 어서 마탑으로 가서 어서 돌아오거라, 펠.’


펠버드는 스텐의 눈길을 느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마나계약서에 걸어놓은 조작을 떠올리며, 펠버드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가 내린다.

마탑에서 돌아오면 꽤나 재밌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뭐, 마탑에 언제까지 있을지, 나온다면 코네턴 성으로 꼭 돌아오게 될 지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저기...”


“무슨 일이냐, 펠. 말해보거라.”


“저희 가족도 이곳으로 초대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케일, 도렌 남매가 아른거린다.

평생 이런 음식을 먹어봤을까?

펠버드는 그들에게도 이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

그것은 대단한 생각이 아니라, 가족이 있다면 저절로 드는 생각.

안토니 백작성에선 방법이 없었지만.

누구도 감히,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직 마탑에 들어가지도 않은 마법사, 그러나 모두가 펠을 마법사로 여긴다.


“가족, 말이냐?”


피스터 백작은 일순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는다.

감히 초대를 해달란 부탁을 해서가 아니라, 펠이 가족이라 부르는 평민들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기에.

대체 어떻게 펠을 구워삶았는지.

허나 이내 표정을 푼다. 그것들이 자신의 방해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제아무리 가족이라 한들 마나계약서의 힘은 절대적이다.


‘가족이 와서 말려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마나계약서의 강제력이니. 그들이 펠을 구한 건 사실이니까, 포상을 내렸다 여겨주마.’


피스터 백작은 펠을 더없이 영롱한 보석을 보듯 바라본다.

자신의 손안에만 꽉 쥐고 있고 싶다.

그랬기에 미케일 가족에게 질투마저 느끼며 그들을 치워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나, 피스터 백작은 펠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신을 섬기게 만들고 싶다.

천재 중의 천재 마법사의 섬김을 받고 싶다.

마나계약서의 강제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마나계약서의 강제력을 사용해 부린다면 진심으로 섬기지는 않는다는 게 티가 날 수밖에 없으니.

마나계약서의 존재를 아는 자들은 눈치를 챌 터다.

그것은 귀족으로서 격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좋다...그렇게 하거라. 데려오도록.”


피스터 백작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집사에게 턱짓한다.

집사가 나가고, 피스터 백작은 병사 로이를 찾아낸 과정, 그리고 블랙 다이어울프에 대한 이야기를 펠을 통해 직접 다시 세세히 듣는다.


“그렇다면 펠, 네가 그 블랙 다이어울프를 부른다면 다시 나타나겠느냐?


눈에 이채를 띠며 말하는 피스터 백작.

그 블랙 다이어울프를 가지고 벌릴 수 있는 일들이 열 가지도 넘게 떠올랐다.

피스터 백작령은 병력의 수준이나 농작물 생산량은 대단치 않다. 특산품이 있지도 않다. 그런데 나름 강성할 수 있는 것은 광산으로 축적해둔 돈과, 피스터 백작은 꽤 사업 머리가 있는 자였다.

피스터 백작이 펠을 이렇게나 대우하고 기뻐하는 이유. 마법사는 사업을 벌리는데도 참으로 유용했다.

그런데 마수까지 다룰 줄 안다?

전무후무한 일.

아니, 그 블랙 다이어울프 한 마리만 다룰 수 있어도 된다. 돈을 쓸어담을 수 있을 일이었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언제 불러보자꾸나. 마탑으로 떠나기 전에 말이야.”


눈이 가늘어지며 말하는 피스터 백작.


“다른 마수는 어떨 것 같으냐. 널 따를 것 같은 느낌이 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시험해 보자꾸나. 급할 거 없으니. 마탑은 염려말거라. 올해 반드시 입학하게 될 테고, 늦지 않게 마탑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해주기 위해 마탑의 마법사님이 온 것이다.”


피스터 백작이 니그렌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니그렌이 입을 연다.


“마탑의 마법사인 나와 함께 가면 라베마 시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단다. 시일 내에 마탑에 도착하지 못할 일은 절대 없지.”


백작과 두 마법사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마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단 생각에, 혹 마수를 연구해볼 기회가 생길지 모른단 생각에.

펠버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말로는 불러도, 오지마라는 의념을 담은 마나감응력을 퍼트리면 되니까.

마수는 마법사보다도 훨씬 마력에 민감하다. 블랙 다이어울프는 알아채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도착하였습니다.”


돌아온 집사의 말.

답답해져가던 펠의 마음이 단번에 풀어진다.

확연히 달라지는 표정.

피스터 백작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펠...!”


도렌과 제나가 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긴장은 했으나 설레고 들뜬 얼굴.

미케일도 긴장은 하고 있으나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기사와 집사가 안내하는 내내 더없이 상냥했을 것이다.


“앉거라. 펠이 가족에게도 이 음식들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하여 너희들을 부른 것이니 안심하거라.”


“가, 감히 저희가 어찌...”


허리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하는 미케일.


“어려워할 거 없다. 안 그래도 너희를 한 번 불러 치하할 생각이었으니. 너희의 선행으로 펠이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앉거라.”


인자하게 말하는 피스터 백작.

펠이 저 평민들을 가족으로 여긴다면.

가족에게 잘해주는 것만큼 고마운 것이 없지.

평민들 따위와 같은 식탁이라니, 탐탁치 않았으나 이리 되었으니 확실하게 점수를 따기로 한다.


“예...”


또 한 번 앉으란 말을 반복하게 할 순 없는 일.

미케일이 조심스레 식탁 앞에 앉는다.

도렌과 제나도 미케일의 옆에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는 동시에 침을 꿀꺽 삼킨다. 하나같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음식들!

하지만 전부 절대로 맛있다! 본능이 안다.

침이 입밖으로 주르륵 흐를 것만 같았다.


“예의를 신경쓸 것 없이 편히 들거라. 평민이 어찌 귀족의 예법을 알겠느냐. 자유롭게 양껏 들거라.”


벌써 이맛살이 찌푸려졌으나 표정과 목소리를 관리하는 피스터 백작.

한편 그 모습에 스텐은 질투심에 몸을 떤다.

저 귀족의 표상 같은 피스터 백작이. 평민과 한 식탁에서 식사라니.

펠이 얼마나 예뻐 죽겠는 것일까.


“마, 맛있어...! 와아아!”


“쉿, 도렌! 조용히.”


바로 앞에 있는 음식을 한 입 먹고 자기도 모르게 내버린 말.

미케일이 얼른 속으로 삼키는 목소리로 말하고, 식탁 밑에서 도렌의 다리를 꽉 붙잡는다.


“제나도 얌전히 먹는데. 오빠가!”


신경써서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맛있어서, 신세계를 보고 있어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남매의 포크가 멈추질 않는다.

미케일은 더 말리지 못했다.

그녀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건 마찬가지. 세상에 이런 음식이 존재하다니!

하지만 긴장을 끝까지 놓치는 않는다.

식사에만 열중하는 척 했으나, 피스터 백작과 펠의 대화를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어떠냐. 기쁘냐, 펠?”


“예, 감사드립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펠.

진심어린 흡족한 미소를 짓는 피스터 백작. 음식은 입에 넣고 있지 않았지만.


“비전마법을 썼으니 마력 측정은 내일 하는 게 좋다?”


백작이 스텐의 비전마법을 가볍게 입에 올린다.

구겨지는 스텐의 표정.

전혀 아랑곳 않고 피스터 백작은 펠이 자이언트 앤트들에게 구사했다는 빙결파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큰 마법을 썼으니 지금 측정한다면 본래 수치보다 적게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허나 오늘 측정을 했다고 내일 측정을 다시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력 측정에 큰 체력소모나 심력소모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요.”


니그렌이 대답한다.

그도 지금 펠의 마력을 측정해보고 싶었다.


“그럼 내일 다시 해보더라도, 지금 측정해볼 수 있겠나? 참기 힘들 정도로 궁금하군. 펠의 천재성이 어느 정도일지 말이야.”


백작의 그 말에 모두가 동감하는 시선을 보낸다.

니그렌은 펠의 마나감응력이 맥스 수치인 100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예, 오늘 측정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니그렌이 얼른 로브 속에서 측정 수정구를 꺼냈다.

그 수정구를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펠에게 건넨다.


“그 수정구에 10초 동안 손을 얹고 있으면 된단다.”


펠버드가 수정구를 받는다.

앞에 내려놓고, 손을 올린다.


‘어떻게 할까.’


펠버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

측정 수정구에 찍히는 마나감응력의 수치도 마력량의 수치도 조절할 수가 있으니까. 괴물 같은 마나감응력을 통한 마력 컨트롤로.


우우웅!


측정 수정구가 빛난다.

수정구 속의 희뿌연 것이 태풍이 부는 날씨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며 소용돌이친다.


‘어느 정도 숨기는 게 좋겠지? ...있는 그대로 내보여 버릴까?’


펠은 고민한다.

천재 중의 천재 수준도 넘어버리는, 아득히 넘어버리는 결과라면 기대와 특별한 지원이 아니라, 마탑의 마법사들은 경계를 해올 수도 있다.

아직 어릴 때, 싹일 때 철저히 밟으려 들 수도 있다.

역시 마탑이 경악이 아니라 소란 정도에 그치도록 적당히 조절하는 게 좋을까?

그때.


“배, 배액?!”


스텐과 니그렌이 음이 이탈한 소리로 동시에 소리친다.

펠의 마나감응력이 맥스 수치인 100을 찍었다!

그리고, 니그렌의 마력량이 673, 스텐은 625다. 그런데 펠의 마력량이 1000을 넘어서고, 그러고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마족마법, 인피니티 서클링에 의해 펠의 마력은 무한이다.


‘이 정도?’


아니, 고개를 젓는 펠버드.

펠은 그쯤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 그는 평소의 표정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기억의 파편들이 떨어진다.

미케일과 도렌 남매는 펠을 보며 처음 보는 표정이라 생각한다.

서클링이 맹렬히 회전했다.


‘마법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도 내 위에 있는 게 싫어. 그 어떤 마법사도 날 깔보게 하고 싶지 않아. 배우러 가는 마탑이라 하여도...’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자들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내 가족에게 절대 손을 대선 안 될 거라고.


쩌저적!


수정구에서 나는 소리였다.


“머, 멈춰! 수정구가!”


니그렌이 경악성을 냈다.

측정 수정구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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