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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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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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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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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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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UMMY

오러기사 베리엔, 마법사 니그렌과 스텐은 자신의 눈을 비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지금 본 광경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마수는 절대로 인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더 강한 상대라도 죽을 때까지 싸우지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수다.

더구나 블랙 다이어울프는 5성 마수!


“내가 잘못 본 건가? 스텐. 저거 블랙 다이어울프가 맞지?”


“내 눈이 잘못 된 게 아니었군. 니그렌. 내 눈에도 블랙 다이어울프로 보이네. 그것도 수십 년 묵은.”


“더 덩치를 보게나. 최소 50년 이상은 살았을 거야.”


그런 블랙 다이어울프가 발라당, 이라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라 해도 절대 저렇게는 나오지 않는다.

눈앞의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라, 어째서 5성급 마수가 최대 3성급 마수가 서식하는 숲에 있는지에 대해선 의식이 가지 않는다.


“위, 위험합니다! 다가가지 마십쇼! 속임수일 겁니다!”


베리엔이 소리쳤다.

그가 보기에도 저 블랙 다이어울프는 50년 이상 산 놈이었다.

안 그래도 지능이 높은데, 얼마나 영악하겠는가.

굴복하는 척 속임수를 쓰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페, 펠! 돌아와! 마수는...!”


하일런도 같은 생각.

몸을 덜덜 떨고 이를 딱딱 부딪치며 소리친다.

낫 같은 발톱들, 주둥이를 다물고 있는데도 길게 삐져나온 송곳니. 특히나 덩치! 펠이 호랑이 앞의 토끼처럼 보인다.

책으로 보고 상상했던 모습을 한참 넘는 위압감과 공포!

하지만 한 발 늦게나마 이겨내고서, 펠을 붙잡기 위해 걸음을 떼는데.


“어?! 꼬, 꼬리가!”


심지어 벌러덩 누운 채로 꼬리를 흔든다.

어린 마법사가 다가갈수록 꼬리의 흔들림이 세차진다.

경쾌해진다.


“저거 누가 봐도...주인을 만난 개잖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도저히 속임수로 보이지가 않는다.

저렇게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영악한 걸 넘어 사람보다도 낫다.


저벅.


펠이 블랙 다이어울프의 바로 앞에서 멈춘다.

그때까지도 그 자세 그대로 꼬리를 흔들고 있는 블랙 다이어울프.


“날 따르겠다고? 날 만나러 온 거야?”


펠이 말한다.

마족 랑그난 때처럼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행동에서, 자신을 보는 눈빛에서 그것을 느낀다.

병사를 물어간 것도 날 만나기 위해서였을까? 인간을 납치해가면 찾기 위해서 내가 산을 오를 수도 있다, 라고.

거기까지 생각했어도 이상할 것 같지가 않다.

눈빛이 짐승의 눈빛이 아니다. 지성까진 아니나, 깊은 지혜가 엿보였다.


“펠...!”


펠은 블랙 다이어울프 앞에 쪼그려 앉는다.


슥슥.


그리고 훤히 내보이고 있는 배를 쓰다듬는다.

온통 검은데, 배의 털들은 갈색에 가까웠고, 억세지 않고 꽤 부드러웠다.

눈을 반쯤 감으며 그 손길을 받아들이는 블랙 다이어울프.


“허...5성급 마수가!”


“마법사님의 손길을, 즐기고 있어...”


보고도 도무지 믿지기가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 꿈속 같다.

마수. 5성급 마수다. 어떻게 저런 일이!


“마법일 거야!”


“그렇지, 마법사시니까!”


“맞아, 스텐님보다 더 대단한 마법을 쓰는 분이시니까!”


괜히 한 대 얻어맞는 스텐.

저 새끼...저 뒤통수, 스미스지?

내 위엄이 왜 이리도 떨어졌지? 여기저기서 치이고 무시당하고. 펠, 저 아이가 나타나고부터다.

병사들은 뒤에 스텐이 와 있는 걸 모르고 펠을 계속 찬양한다.

하산한 뒤, 스텐에게 불려가게 되리라.


‘역시 빙결파도를 완벽하게 익혔군, 펠...아니, 이미 나보다도 더 잘 구사한다. 펠...미친 재능이군 정말이지...’


자신이라면 블루 자이언트 앤트의 경우 20마리가 최대일 것이다.

외피를 두른 마수는 외피를 뚫는 것도 어렵지만 얼리는 것도 어렵다.

헌데 펠이 얼린 블루 자이언트 앤트는 30마리 이상이란다.

눈앞의 광경에, 병사들의 그 이야기에 스텐이 지금 가장 정신이 없었다.


“저 병사들의 이야기, 스텐 자네의 비전마법 빙결파도를 저 아이가 쓸 수 있다는 게 정말인가? 저 아이에게 마법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니그렌.

그 말에 스텐은 길고 전혀 손질 안 된 머리를 벅벅 히스테릭하게 긁는다.


“가르치기는! 내가 미쳤나? 설령 저 아이가 내 제자로 들어왔다 해도 내 비전마법을 벌써 가르쳐주겠나?!”


바로 말문이 막히는 니그렌.

그건 그랬다.

이 속좁은 인간이, 다른 마법도 아닌 비전마법을. 임종 직전에나 전수해 줄 인간이다.


“그럼...”


“뭐긴 뭔가. 내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쓴다면, 내가 쓰는 걸 보고 독학으로 혼자 익혀낸 것이지.”


“지금 장난하나? 옛날 옛날에 어느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라는 이야기에나 나올 이야기를!”


“그럼 지금 저 광경은 믿어지고?”


스텐이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킨다.

펠은 이젠 아예 사람 잘 따르는 동네 똥개다루듯 블랙 다이어울프를 쓰다듬고 있었다.


“...저런 마법이 있던가?”


그 말에, 스텐이 마탑의 마법사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냔 얼굴로 대답한다.


“새나 쥐,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이면 몰라도, 마수를 길들이는 마법은 들어본 적 없어...설마 저 아이, 드루이드의 재능도 가지고 있는 건가?”


“뭐어? 마법에 검술에, 드루이드의 재능까지?”


“검술의 재능은 사실일세. 서로 오러와 마법을 쓰기 전에도 순수 검술로 그 후텐을 이겼다고 하니까.”


“어쨌든, 드루이드의 재능이 있다 한들 드루이드라 해도 마수를 길들이지는 못하네. 정말 황당하군...이거 마탑이 아주 발칵 뒤집히겠어.”


마탑에 입학하기도 전에 마탑을 뒤집어놓고, 모든 마법사들의 관심을 받게 생겼다.

아무리 역사에 이름을 새긴 마법사라도, 들어본 적 없는 일화.

이거 캄프가 따로 손을 쓸 것도 없어 보이는군.

마탑주조차도 이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 그리고 펠이 궁금해 그를 부를 테니까.

두 마법사는 흑마법에 대해선 떠올리지 않는다. 아직 이 시대엔 흑마법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흑마법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성장이 멈춘 마법사들이 어떻게든 더 성장할 방법을 찾다가 찾다가 발견한 힘이 흑마법.

그것은 발견했다 해야 할지, 만들었다 해야 할지, 조우했다 해야 할지.

어쨌든 지금의 시대에는 마탑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이쪽입니다.”


펠이 사람들의 당혹과 경악을 깬다.

모두가 다시 펠을 본다.

블랙 다이어울프가 자길 따라오라는 듯 일어나 고개를 뒤로 돌리고 있다.

누가 봐도 안내하겠단 자세.

병사 로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정말로 길들인 건가? 저 흉포한 마수를!”


“저 순한 눈빛과 꼬리를 보게나. 정말이야. 정말로 길들였어!”


가장 먼저 걸음을 뗀 건 스텐과 니그렌.


“어?! 마법사님!”


기사와 병사들이 그제야 두 마법사를 발견한다.


“우린 신경 쓸 거 없네. 펠에게 손님이 왔고 손님이 바쁘다 하여 기다리지 않고 만나러 온 것 뿐이니까.”


다가오는 베리엔에게 스텐이 말한다.

오러기사는 마법사의 천적이나, 스텐의 직책이 더 높다.

여기저기서 치이고 있으나, 기사단장도 스텐에게 말을 높인다.

마법사가 지닌 가치는 그만큼 높다.


“제게요? 무슨 일이시죠?”


펠이 니그렌을 본다.

펠은 이미 니그렌의 마법적 역량을 가늠했다.

3서클. 비전마법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스텐보다 더 많은 마법을 쓸 수 있을 테고, 마나감응력과 마나량도 더 높다.

괴물 같은 마나감응력을 지닌 펠버드에게 측정 수정구는 필요가 없다.


“나는 마탑의 마법사란다. 올해 너를 꼭 마탑에 입학시켜 주기 위해 이렇게 왔단다. 내게 감사해야 한다. 널 위해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왔으니 말이야.”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니그렌.

벌써 펠의 호감를 얻어두려 한다.

분명 마탑의 높은 층까지 오를, 마법계의 거물이 될 아이란 확신이 들기에.


“측정을 위해 온 것인데, 병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네가 비전마법을 쓴 듯 하니, 정확한 측정을 위해 내일 하도록 하자꾸나.”


이미 인피니티 서클링에 의해 서클링이 꽉 차 있었으나, 펠은 말하지 않는다.

일단 병사를 구하는 일이 급하다.


“그 마수, 블랙 다이어울프를 정말 길들인 것이냐?”


궁금한 게 많으나 일단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전혀 적의를 보이지 않고, 병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는 듯 합니다.”


“흐음...”


자기도 모르겠다라.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는 일.

굳이 이유를 붙여본다면, 드루이드들은 놀랍도록 뛰어난 마나감응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마나브레인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게 드루이드가 되는 조건의 전부는 아니고, 뛰어난 공감력, 동물에 대한 친화력 등이 필요하다는데, 어쨌든 뛰어난 마나감응력도 꼭 필요한 조건 중 하나다.

펠 저 아이가 아주 뛰어난 마나감응력의 소유자라면 그나마 이 상황이 납득이 된다.


‘저 아이의 마나감응력은 몇일까. 궁금해 미치겠군. 일단 오늘 한 번 측정해보고 내일 또 한 번 해보자 할 걸 그랬나?’


오늘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니그렌은 걱정이 된다.


“어서 가요!”


망설이는 자들을 향해 하일런이 외친다.

천재 마법사, 그리고 공자의 말. 수색대가 이동한다.

잠시 뒤 도착한 곳은 동굴.

병사 로이가 산 채로 먹이굴로 넣어졌다 해도 다른 마수들과 함께 넣어졌다면 살아 있을 확률은 낮다.

허나 땅굴 속에 있는 건 로이 혼자였다.


“살려주십쇼! 사, 살았다! 살았어!”


병사 로이가 땅속에서 울며 소리쳤고, 그는 동료들에 의해 끌어올려졌다.


“로이 인사드려라. 이게 다 여기 마법사님 덕분이야.”


아이?

허나 누구도 아이를 대하는 느낌이 아니다.

로이는 펠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인다.

긁힌 상처들만 보일 뿐, 큰 상처는 없었다.


“마수는 사라졌습니다!”


동굴에서 나왔을 때 블랙 다이어울프는 사라지고 없었다.

임무는 성공하였다. 수색대는 산을 내려간다.

오러기사 베리엔의 표정도 가볍다.

공은 어린 마법사, 펠에게 다 돌아가게 됐으나 그는 인정한다.


‘저 아이, 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못 찾았다. 오히려 사망자가 더 나왔을 거야.’


성공욕에 대한 욕심은 많으나 마법사들만큼 꽉 막히고 속이 좁지는 않았다.

베리엔도 순수하게 병사 로이의 생환을 기뻐한다.


“아이야, 정말로 마법을 쓴 게 아니더냐? 아까 그 마수는 5성급 마수였다. 길들이거나 인간에게 호의를 가지는 건 불가능해.”


산을 내려가는 내내 니그렌은 펠의 옆에 바짝 붙어 있다.

마수의 존재는 마탑이 규명하고 싶은 삼대 마법연구 중 하나다.


“예, 마법은 쓰지 않았습니다.”


“마법이 아니라도 괜찮다. 무엇을 했느냐? 그 마수에게.”


“아무것도요.”


거짓이 아니었다.

펠버드는 그 마수에 대해 기억나는 게 없었다.

자신을 따르려 한다는 것, 아니 이미 따르고 있다는 것.

그것만이 느껴졌을 뿐이다.


“잠깐!”


니그렌이 갑자기 소리친다.

그는 내려가는 내내 마나감응력을 주위로 퍼트리고 있었다. 도저히 마수를 믿을 수 없었기에.

혹 보기와 달리 크게 내상을 입은 상태였고, 일단 굴복한 척 상황을 모면한 뒤 동료들을 불러오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수십 년을 산 영악한 블랙 다이어울프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


“역시!”


니그렌이 거봐라는 듯 옆의 스텐을 툭 친다.


“어때? 내 말이 맞지 않나! 마수를 길들인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블랙 다이어울프가 수풀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블랙 다이어울프가 맞다.


“글쎄, 헌데 동료들은 보이지 않는데? 한 마리일세. 살기를 내뿜지도 않고, 입에 물고 있는 건...풀?”


수색대가 긴장하며 멈춰 섰다.

니그렌처럼 역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검을 뽑아 들려는데, 어린 천재 마법사 펠이 손을 들어올린다.


“아까와 똑같아요. 살의는 느껴지지 않아요.”


니그렌도 블랙 다이어울프가 입에 물고 있는 풀을 바라본다.


“저것은...”


펠의 눈동자가 빛났다.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


“허! 마력초, 시라그네?!”


두 마법사도 알아본다. 서클링을 강화해주는 약초 시라그네!

시라그네는 작물화 할 수가 없고 아주아주 희귀하게 발견되는 약초였다.


“나 가지라고?”


놀랍게도, 블랙 다이어울프가 펠의 발 아래 입에 물고 있던 약초들을 놓는다.

인간에게 공물을 바치는 마수라니!

아까보다 더 경악하는 사람들.

그런데 블랙 다이어울프가 놓은 풀은 마력초만이 아니었다.

한 종류가 더 있었다.


‘다른 하나는 뭐지?’


‘처음 보는 것인데. 그냥 잡초를 잘못 뜯어온 건가?’


두 마법사는 모른다.

펠은 기억이 떠올랐다.

잘못 뜯어온 잡초가 아니다.

이 시기엔 아직 어떤 마법사도 모르는 시라그네보다 더 희귀한 마력초 계열의 약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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