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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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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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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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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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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니그렌은 산을 올라간다.

기사 둘과 스텐이 함께였다.


“좀 쉬지.”


스텐이 가파진 숨으로 말한다.

니그렌이 냉큼 그 말에 동의한다.

왕국을 돌아다니는 게 일인 인재인사관이라 해도 스텐과 체력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세상을 돌아다니는 일이라지만 체력단련은 결코 하지 않으며, 대개 마차를 이용했다.

검도 미친 듯 수련했던 사왕 펠버드, 여러모로 마법계의 이단아며 별종이었다.


“그 수련기사의 오러 블레이드가 사실은 겉만 그럴 듯 했던 게 아니고?”


앉자마자 다시 펠의 이야기를 꺼내는 니그렌.

어지간히 펠 그 아이가 궁금한 모양.

땀으로 온통 젖어서도 그만 내려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좀 믿게. 안토니 백작가의 견습기사들 중 단연 최고란 말을 쭉 듣던 견습기사였네. 안토니 백작의 생일에 안토니 백작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마련한 대련이었는데 엉터리 견습기사를 내세웠겠나?”


살짝 짜증이 담긴 스텐의 목소리.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라도 니그렌처럼 했을 것이다.

마법을 독학으로 익히고, 특히 오러 블레이드를 잘라버렸다니. 더구나 12살짜리 아이가 말이다.


“정말로 스텐 자네가 뭔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고?”


그리 묻고, 어떤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스텐의 얼굴을 뚫어지게 주시하는 니그렌.

가르쳤어도 안 가르쳤다고 하지, 순순히 그랬다 하겠는가. 마탑이 엄히 금지하고 있는 일을.


“아니래도 그러네! 거 참!”


짜증을 넘어 성을 내는 스텐이었다.

둘은 같은 3서클 마법사다. 마탑의 같은 층에서 기거했으며, 나이도 40대 후반으로 비슷해 마탑 시절 꽤 교류를 하던 사이였다.


“원석을 찾는 게 일인 인재인사관이란 사람이 그리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내 이 얼굴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인가?!”


“크흠...하나같이 어디 모험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이니 말일세.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재능 수준이 워낙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이라 거듭 확인을 해보는 것이라 생각해주게. 믿으니 이리 못 참고 산을 오르고 있는 거 아닌가.”


말은 달래듯 했으나, 니그렌의 마음 속이 비틀린다.

감히, 못 견디고 마탑을 떠난 낙오자 주제에! 아직도 내가 저랑 같은 급으로 보이나?


“펠 그 아이가 마탑 생활을 시작하면 파란이 일겠군. 마탑이 시끄러워지겠어.”


그걸로 더는 의심하지 않겠단 뜻을 표하고, 니그렌은 특유의 보랏빛이 도는 입술을 비틀며 화제를 바꾼다.


“그건 그렇고...마탑을 떠나 어떻게 성취는 좀 있었는가? 스텐.”


“뭐, 없지는 않았네. 운 좋게도 백작가의 마법사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야.”


스텐은 은연 중에 자신을 깔보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니그렌의 태도를 느꼈다.

성취, 마탑을 나온 이후 전혀 없었으나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깊은 자괴감에 빠지진 않는 것은, 마탑에 남아 있다지만 니그렌도 별 성취가 없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그것이 서클링의 성장이 멈춘 마법사들의 미래다.

마탑에 남으면 명예는 있으나, 마탑에 남는다하여 더 성장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성취가 있었다니 축하하네. 어느 정도나?”


“자세하게는 어찌 알겠나.”


“역시 스텐 자네는 운이 참 좋아.”


응? 스텐의 눈가가 꿈틀한다.

니그렌이 로브 안주머니로 손을 넣는다. 비틀린 웃음이 커지며 말을 잇는다.


“마침 내가 인재인사관 아닌가. 어떤가, 스텐, 오랜만에 자네 마나감응력과 마나량을 측정해 보겠나?”


그 말에, 확연히 바뀌는 스텐의 표정.

니그렌의 의도가 뻔히 보이기에.

성취가 좀 있었다 말했는데 측정을 거부한다면 상황이 우스워진다.


“되었네...슬슬 다시 이동하지. 날이 저물 때까지 그리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


“밤이 뭐가 문제인가. 마법사가 둘이나 있는데 말이야. 마법으로 불을 밝히고 가면 되는 것을.”


이제는 대놓고 조소를 짓는 니그렌이었다.

마법사란 자들은 어찌 된 게 하나같이 속이 좁디 좁기 짝이 없다. 세상을 많이 보고 돌아다니는 마법사라 하여도.

아까 스텐이 한 인재인사관이란 자가 그리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라는 말을 니그렌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마법사 둘에 기사도 둘이나 있겠다 마수가 무서울 것도 없지 않나. 어차피 이 산은 3성 이상의 마수가 나오는 산도 아니고.”


이마에 땀이 삐질 나는 스텐.


“하하! 뭐가 그리도 어렵나? 스텐. 이 좋은 기회를 두고 말이야. 아니면 나를 못 믿나? 측정 수정구인 척, 자네에게 해라도 끼칠까봐?”


“당치도 않은...그럴 리가 있는가. 한때는 우리가 동고동락했던 사이인데.”


“그럼 이리 하세. 내가 먼저 측정을 할 테니, 그 이후에 스텐 자네가 측정하는 것으로. 그럼 제대로 된 측정 수정구라고 안심이 되겠지. 안 그래?”


“허허, 이 사람...못 믿는 게 아니래도 그러네.”


하지만 좀 누그러드는 스텐의 표정이었다.

쭉 마탑에 적을 두고 있던 니그렌의 마나감응력이나 마나량도 그간 성장이 없었다면 그리 부끄러울 건 없었다.

피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니까.


우웅!


니그렌이 측정 수정구에 손을 올린다.

마나감응력과 마나량을 모두 측정한다.

약 10초.


“벌써?”


“그렇다네. 어떤가, 자네가 있던 때와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지? 마탑은 꾸준히 발전해가고 있네.”


“엇!”


수정구 표면에 뜬 수치들을 보고 스텐의 눈이 확 커졌다.

알고 있던 니그렌의 수치들이 아니기 때문에!

마나감응력도 마나량도 꽤 올라 있었다.

100이 맥수인 수치에서 32였던 마나감응력은 39로, 618이었던 마나량은 673으로.


“서클링의 성장이 멈추었어도 마나감응력과 마나량을 어느 정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탑이 찾아내었다네. 이런 것들이 바로 마탑의 힘이지.”


스텐은 아무 말도 못한다.

더욱 확연히 깔보는 니그렌의 시선.


“자, 이제 자네일세. 스텐.”


니그렌이 수정구를 쑥 내민다.

여기까지 해놓고 뺄 수는 없었다.

스텐이 입술을 깨물며 수정구에 손을 댄다.

결과는.


“응? 스텐 자네, 성장한 게 맞나? 완전히 내가 알고 있던 수치 그대로인데?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뭐 오롯이 혼자 마법을 연구하고 수련하다 보면 객곽적으로 보기 힘들어질 법도 해.”


기분 좋게 말하는 니그렌.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스텐.


“흐음, 이러면 걱정인걸. 내가 여기 오게 된 건 자네가 마탑입학서에 써준 천재 중의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하단 평가가 결정적이었는데 말야. 헌데 이리 자네가 객관성을 잃었다면, 여기까지 오며 자네가 해준 말들도 그대로 믿어도 될 지 역시 의심이 들 수밖에.”


“.....”


대꾸를 못하는 스텐.


“뭐, 허나 염려말게. 일단 마탑에 입학은 반드시 하게 될 테니까. 그 아이의 마나감응력 수치가 평균을 못 넘더라도 말이야. 캄프 님의 부탁이고, 더군다나 스텐 자네 체면도 있는데 내가 확실히 힘을 쓸 테니. 입학까지는 말이야.”


상쾌한 얼굴로 니그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사들도 일어나고, 그는 다시 산을 올라간다.

자신의 기분을 불쾌하게 한 스텐에게 엿을 먹이려는 말, 정말로 그 아이가 천재란 말을 못 믿게 된 건 아니다.

하지만 마탑은 천재들로 넘쳐난다. 오러 블레이드를 어찌 잘랐느냐는 궁금하나, 그 아이로 인해 마탑이 뒤흔들리는 상상까진 하지 않는다.


“저기 보이는군요!”


기사가 위를 가리켰다.

꽤 거리가 있으나, 사람 무리가 보였다.

드디어 거의 따라잡았다.

빠득 이를 갈며 스텐도 일어나 뒤따른다.

허나 수색대 속에서 펠을 발견한 그는 표정이 풀어지는데, 펠과 마주하여 자괴감의 구렁텅이에 떨어질 니그렌이 상상이 되었기에.


‘당해봐라, 니그렌. 절망의 늪에 꼴아박혀라.’


==========


오러기사 베리엔은 내내 생각하고 있다.


‘비전마법이란 게 그리 빨리 시전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스텐이 비전마법을 구사할 때 한참 시간이 걸렸었다.

그런데 어린 마법사, 펠은 스텐의 반의반도 시간이 안 걸렸던 것 같다.

그것은, 이미 시전을 끝내둔 빙결파도를 놓아줬을 뿐이기 때문에.

아무나 가능한 기술이 아니었다.

높은 마나감응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 고서클 마법사들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펠처럼 오래 붙잡아두고 있을 수 있는 마법사는 없을 것이다.

괴물 같은 마나감응력. 마탑주도 능가할 마나감응력.


“멈추세요. 천천히.”


펠버드가 말한다.

즉시 모두가 걸음을 멈춘다.

블루 자이언트 앤트 떼와의 전투 이후 말은 안 했으나 펠이 실질적인 리더가 돼 있었다.


“대형 마수...!”


좀 더 다가가자 모두의 눈에 보였다.

온통 검은털, 긴주둥이, 뾰족하게 선 귀, 네 발로 서 있으며, 말보다 더 큰 덩치.

늑대가 떠오르는 형상이나, 절대 늑대라 하지 못할 덩치였다.


“다이어울프다!”


하지만 이 산에서 검은털의 다이어울프를 본 건 처음이었다.


“크다...!”


병사들, 그리고 기사들도 압도된다.

다이어울프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성미가 가장 포악한 게 블랙 다이어울프.

저 블랙 다이어울프는 그 중에서도 특히 더 큰 것 같았다.

블랙 다이어울프의 평균 사이즈보다 1.5배는 더 커 보인다.

병사를 물어간 마수, 저 블랙 다이어울프가 틀림없다!


“로이는?!”


보이지 않았다.


“...잡아, 먹힌 건가?”


“아직 그리 생각하기엔 이르다!”


병사를 향해 엄한 얼굴로 말하는 공자 하일런.


“블랙 다이어울프는 영리해서 동굴을 집으로 삼고, 굴 속에 깊게 땅을 파 한 번 사냥을 할 때 많이 사냥을 해 그곳에 먹이들을 보관해두고 먹는다고 했다.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블랙 다이어울프는 5성 등급의 마수입니다...왜 북부나 마경지대에 있어야 할 마수가 이곳에...위험합니다. 잡으려면 전력이 보다 더 필요합니다. 일단 물러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오러기사 베리엔이 말한다.


“아뇨. 잡아요.”


펠이었다.


“예? 정말로 너무 위험합니다. 저 블랙 다이어울프는 덩치를 보면 수십 년은 산 놈입니다. 수없이 싸워봤을 테고 아주 영악하기까지 할 겁니다. 그야말로 마수란 말이 딱 맞는 놈입니다.”


“저 혼자라도 잡습니다.”


모두가 펠을 바라본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도 5성 마수를 혼자 잡기는 힘들다.

마법사는 강하지만, 약하다.

앞에서 싸워주고 막아주는 자가 없으면 마법사는 정말로 허점이 많다.


“펠, 그건 안 돼!”


하일런도 말린다.


“괜찮습니다.”


펠은 물러나지 않는다.

딴사람처럼 강경한 태도.

지금 펠이 가장 얻고 싶은 것은 영혼이다.

마족, 랑그난과 마족마법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일단 물러난다면 영혼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블랙 다이어울프가 사냥감을 보관해두고 먹는 습성이 있다지만,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 때까지 그 병사 로이가 살아있진 못할 것이다.

허나, 그 병사를 구할 수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

막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 병사에게도 돌아가야 할 집, 가족이 있다.


저벅.


펠이 걸음을 뗀다.


“거기들 계세요. 어쩌면, 싸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싸우지 않아도 된다니, 무슨 소릴...!

상대는 마수다!

그러나 결국은 펠을 말리지 못한다.

수십 마리의 자이언트 앤트들을 한 순간에 얼려버린 마법사!


‘뭔가...내게 말을 걸고 있는 듯 해.’


펠은 걸어나가며 고개를 갸웃하고, 눈동자에 호기심이 어린다.

마수, 블랙 다이어울프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인피니티 서클링.”


비전마법은 쓰고 나면 대개는 그날은 더 마법을 쓰기 힘들어진다. 고서클 마법사라도 말이다. 하지만 펠버드의 서클링이 한 순간에 마력으로 가득찬다.


스릉!


펠버드가 숏소드를 뽑는다.


“오러 슬레이어.”


검날에 검붉은 빛이 휘감긴다.

그런데.


크르르르릉...끼잉...


블랙 다이어울프가 다가오는 펠버드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몸을 낮춘다.

뭐지?

심지어 결국은 벌러덩 뒤집어져 펠에게 배를 내보인다.


“굴복의, 자세?!”


펠버드의 뒤에서 탄성이 터진다.

싸우기도 전에 블랙 다이어울프는 펠버드에게 굴복하였다.

마침 다 따라잡은 니그렌과 스텐도 그 광경을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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