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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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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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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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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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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소년 도렌은 소년을 업고 달렸다.

두 살 아래 여동생 제나도 열심히 달렸다.


‘살아 있지만 몸이 빠르게 차가워지고 있어! 그리고 이 아이, 너무 가벼워. 얼마나 마른 거야.’


12살 소년인 도렌이 소년을 업고 뛸 수 있는 이유. 소년은 너무나 가벼웠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역시 치료소는 꽉 찼어.’


도렌은 치료소로 왔으나 환자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성에 딱 하나 있는 치료소였다.

물론 내성 안에 치료사가 더 있지만 영주님과 영주님의 일가, 기사, 병사들을 치료하는 치료사였다.


‘공자님께 부탁하면 치료사를 보내주시겠지만, 들키면 큰일인 걸.’


놀랍게도 도렌과 영주의 첫째 아들 하일런은 친구였다.

첫째 공자 하일런의 나이도 12살이었다.

귀족과 평민, 단지 나이가 같다고 친구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얼마 전 코네턴 성에는 역병이 돌았었다.

도렌 남매를 빼고는 그 또래 아이들이 모두 죽었고, 기사 견습생들도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첫째 공자 하일런은 친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평민과 친구라니, 경을 칠 일.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었다.


“안 되겠어. 집으로 가자, 제나.”


치료소 앞에서 기다려보고, 먼저 들여보내주면 안 되느냐 사정도 해보다가 도렌은 집으로 향했다.

아무리 소년이 가벼워도 더 업거나 부축하고 있기가 힘들었다.

도렌도 12살에 불과한 아이다.


“이 녀석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밖은 어둑어둑했다.

남편을 잃고 혼자 키워온 아이들, 남매의 엄마 미케일은 엄할 땐 엄청 엄했다.

평소라면 잔뜩 겁을 먹었을 남매지만.


“죄송해요, 엄마! 일단 이 아이를 좀 침대에 눕혀도 될까요?”


“어머! 그 애는 뭐니? 도렌!”


미케일은 그제야 도렌의 등에 업혀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은 그렇게나 작고 말랐다.

처음 보는 소년의 얼굴에 깜짝 놀랐으나, 퉁퉁 부어 있는 머리에 더 놀라며 미케일은 얼른 소년을 받았다. 그리고 침대에 눕혔다.


“대체 어떻게 된 거니?”


미케일이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는 낮췄다.

침대의 소년이 괴로운 얼굴로 신음을 흘렸다.

마나브레인이 열리는 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8서클을 이뤘을 때도 펠버드에겐 마나브레인은 없었다. 열리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8서클의 경지를 이뤄낸 펠버드다.

그런데 지금 마나브레인이 활짝 열렸다.

마나하트와 마나브레인을 다 갖게 된 것이다!

계획에 없던 일. 회귀를 한다 해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뿐이기에 마나브레인이 열리거나 열 방법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펠버드는 죽어가고 있었다.

초인적인 정신력의 그지만 더는 의식을 붙잡고 있기 힘들었다.

죽음이 목전에 왔음을 느꼈다.


“도렌, 제나! 도와주렴! 몸이 불덩이 같아! 열을 식혀야겠어!”


미케일은 남매의 도움을 받아 차가운 물을 준비하고 천을 차갑게 적셔 소년의 이마에 얹고 몸을 닦아주었다.

그걸 셋이서 반복하며 소년의 열과 머리의 붓기를 가라앉혔다.


“아직도 불덩이 같아.”


죽음이 목전에 온 몸이다.

열은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다.

엄마와 남매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간호를 계속했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고 자랑스러워 하실 거야. 도렌, 제나.”


새벽이었다. 엄마 미케일이 말했다.

천만다행으로 소년의 열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의 의식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희망이 보였으나, 어찌 될 지 알 수 없었다.


“많이 나아졌어. 너희들은 그만 자렴.”


아이들을 재우고 미케일은 혼자 밤을 새며 소년을 돌봤다.


“엄마...어때?”


창으로 들어오는 아직 옅은 햇살, 엄마가 출근을 준비하는 소리에 도렌은 눈을 떴다.


“힘들어 보이는구나...”


미케일이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치료소로 데려가봐야 치료를 받게 되는 건 며칠 뒤가 될 테고, 의식이 없으니 약초를 먹일 수도 없었다.


“도렌, 이마의 수건을 잘 갈아주렴.”


미케일은 출근했다.

한숨도 눈을 붙이지 않은 채였다.

행색을 보니 고아로 떠돌다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을 아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러다가 사고라니.

너무나 안쓰러워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출근해야 했다. 여자 혼자 키워온 남매, 넉넉한 형편일 리가.


“네, 엄마. 조심히 다녀오세요.”


왜인지 엄마를 빨리 보내고 싶어하는 느낌.

미케일이 나가자 도렌은 제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공자님께 부탁해봐야겠어.”

“나도 갈래! 나도 거기로 들어가고 싶어!”

“제나는 저 애를 돌봐주고 있어야지.”


입술을 삐죽였으나 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성벽에는 작게 뚫린 개구멍이 한 곳 있었고, 첫째 공자 하일런은 도렌 남매에게 여러 비밀 통로들을 알려주었다.

그 개구멍을 통해 내성으로 들어간 뒤, 그 비밀 통로들을 통해서 가면 들키지 않고 하일런의 연무장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예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길은 아니고 성벽 위에는 늘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어 들킬 확률도 있었다.

들켰다간 경을 친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이야. 가자.’


도렌이 집을 나갔다.

도렌 남매의 집은 성의 최외곽, 한참을 걸어 동쪽 내성벽에 도착했다.

거기서 성벽 위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개나 고양이나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구멍, 그 구멍을 신경쓰는 경비병은 없었다.

도렌은 비밀통로들을 잘 이용해 무사히 하일런의 연무장에 도착했다.

온통 땀범벅에 긁힌 자국도 팔다리 여기저기에 보였다.


“도렌!”


그런 땀이나 흙먼지를 전혀 아랑곳않고 첫째 공자 하일런이 당장에 달려와 도렌을 덥썩 안았다. 휘두르던 목검도 내던져 버리고는.

검술 선생이 함께 연무장에 있었으나 일흔도 넘은 노인, 따뜻한 햇살 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놀러가자고?”


신난 얼굴로 도렌을 바라보는 첫째 공자 하일런.

수련복임에도 옷차림은 더없이 고급스러우나 표정은 딱 12살 아이였다.


“가자. 아침부터 저 모양이셔. 아마 깼다가 내가 안 보여도 그냥 다시 졸걸.”


검술 선생을 가리키며 키득키득 웃으며 말하는 하일런.

올해 들어선 더 부쩍 노쇠해진 검술 선생이었다.

덕분에 요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하일런이었다.


“그게, 오늘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공자님.”


“부탁? 뭐든 말해, 도렌!”


재밌는 놀이를 참 많이도 알고 있는 도렌이었다.

같이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하일런은 도렌 남매가 좋았다.


“그게, 아이를 구했는데요...”


“호오.”


도렌의 설명에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짓는 하일런.


“일단 같이 가서 보자.”


둘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개구멍을 통해서 나온 뒤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하일런의 체구는 도렌보다 작아 긁히거나 하진 않았지만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도 전혀 아랑곳 안 했다.


“작고 귀엽게 생겼는걸.”


미케일과 남매가 밤새 열을 식힌다고 닦았으니 펠버드는 거지꼴이 아니었다.

첫째 공자 하일런은 펠버드가 마음에 들었다.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의 아이는 싫었다.

기사 견습생들은 대개 그랬다.

검술에도 말타기에도 영 재능이 없어 기사 견습생들에게 비웃음이나 돌려까기를 당하기 일쑤였던 하일런이었다.


“걱정마라. 내 치료사를 몰래 보내줄테니. 넷이 놀면 재밌겠구나.”


셋이라 늘 짝이 부족했었다.

하일런은 기대감어린 얼굴로 돌아갔고, 해가 뉘엿뉘엿 질 시각에 치료사가 방문했다.


“도렌! 이게 무슨 일이니?”


치료 중에 미케일이 퇴근, 당연히 그녀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치료사니 내성의 치료사란 뜻이니까.


“그게요, 엄마...”


그동안의 비밀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케일은 경악했고.


꽈악!


“뭐어? 하일런 공자님과 친구를 먹어? 경을 치려고! 도렌 네가 미쳤구나, 미쳤어!”


“으갹! 자, 잘못 했어요, 엄마!”


“조용, 도렌!”


치료사가 치료 중이라 조용히 도렌의 옆구리를 잡고 비트는 엄마 미케일.

그러나 치료사가 돌아간 뒤에도 미케일은 남매를 더 꾸짖지 않았다.

사람 하나를 살린 일이다.

잘못도 있지만, 그보다 칭찬을 더 받아야 될 일이다.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말을 늘 하던 아버지였다.


“휴우.”


미케일과 남매는 소년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머리의 붓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고비를 넘겼으니 의식이 돌아올 걸세. 그럼 잘 먹이고 이 약초를 달여 먹이게.”


치료사가 하고 간 말.

그 말대로 밤이 어두워진 시각, 소년은 눈을 떴다.


“여긴 어디죠?”


눈을 뜬 소년의 첫마디.


“여기? 코네턴 성. 여긴 우리 집이고.”


도렌이 대답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소년.

전혀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왜 거기 쓰러져 있었어?”


도렌이 물었다.

소년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펠...”


기억나는 건 그뿐.

더 있는 것 같은데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으으...”


펠버드가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도렌, 그만. 얘야 이 죽을 먹으렴. 약을 먹어야 하니까.”


저녁식사가 끝났지만 미케일이 다시 준비해 죽을 끓여왔다.

팔도 다쳐 소년은 손을 잘 못 썼기에 미케일은 직접 수프를 떠먹여줬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푹 쉬렴.”


약초도 떠먹여주고 소년을 침대에 눕히는 미케일.


‘기억을 잃은 걸까? 머리를 그렇게나 다쳤으니.’


말에서 낙마한 병사들 중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도 꽤 있었다.

미케일은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었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심이 돼.’


펠버드는 눈을 감았다.

낯선 환경, 처음 보는 사람들. 그러나 펠버드는 안심이 됐다.

여자와 두 아이들로부터는 어떠한 적개심이나 불온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펠버드는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법사가 된 이후, 아니 유년시절부터 깊은 숙면이란 걸 취해본 적이 없었다.

늘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5서클 6서클 7서클의 대업을 이루고도 늘 마음이 쫓겼었기에.


“일어났니? 펠. 이제 같이 식탁에서 식사하자꾸나.”


일주일 뒤, 펠버드는 이제 죽이 아니라 일반 식사가 가능했다.

아직 부축이 필요했지만, 도렌과 제나가 잡아주면 걸어서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나자 좀 절뚝이긴 해도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치료사는 며칠 더 지나면 절뚝임도 사라질 것이라 했다.


“엄마, 펠이 다 나으면요...어떻게 돼요?”


이른 아침, 엄마가 출근을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뜬 도렌이 주저주저하며 말했다.

다 낫더라도 걱정이 되는 아이였다.

고아가 틀림없어 보였으니까.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빈민의 삶에 풍족함이란 있을 수 없으나,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던 아이.


“도렌은 펠 어떠니?”


“착하고 귀여워요.”


“으음...나도 펠 오빠 좋아...”


제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다른 때라면 소리에 잠깐 깨도 다시 눈을 감았을 텐데.


“같이 살면 안 돼? 엄마.”


“너희들이 좋다면...그러자꾸나.”


차마 내보낼 수 없었다.

부모 없는 고아.

그 이후의 일들은 뻔했기에.

이렇게 착하고 순한 아이인데.

하늘의 인연일 것이다.


“휴우. 엄마, 감사해요.”


“얏호! 엄마 최고!”


“제나, 나는? 펠을 업고 치료사를 데려온 건 나야.”


“오빠도 최고지이!”


그 말에 만족스레 후후 웃으며 검지로 코밑을 슥슥 비비는 도렌.


주르륵.


펠버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눈물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얼마만에 흘리는 눈물인지.

펠버드는 어느 정도 기억이 돌아왔다.

30살 전까지의 기억들이.

마법에 입문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얼마만에 흘리는 눈물인지 라는 생각을 했다.


우우웅.


‘이게 뭐지? 심장 쪽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이불 속에서 펠버드는 자신의 가슴을 매만졌다.

심장 쪽, 거기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상인의 마석반지, 거기서 흡수한 마력이 심장에 모여들어 어떠한 결정을 이루며 달라붙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 감각은 이내 사라졌고.


“감사합니다...”


미케일은 출근을 하고, 남매는 다시 침대에서 잠이 들었을 때 펠버드는 그렇게 말했다.

사왕 펠버드, 그의 인생 처음으로 하는 감사 인사였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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