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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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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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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501

작성
24.08.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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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DUMMY

병사 10명, 기사 3명, 오러기사 1명, 펠버드, 그리고 하일런.

이렇게가 산을 올라간다.

하일런 공자도 끼었다. 하일런 공자의 주장으로.


‘영주가 되기 위해선 기사들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


피스터 백작이 자신도 돕겠다는 하일런의 말을 허락한 이유.

자신이 허락했다면 영주의 자리에는 반드시 오른다. 허나 기사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영지를 다스리는 게 무척이나 험란해진다.

귀족에겐 뭘 하든 기사들의 힘이 필요하니까.

무엇을 하든 기사 전력이 약한 귀족은 다른 부분이 아무리 뛰어나도 빌빌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기사들에게 점수를 딸 좋은 기회란 걸 알아서인지, 단순히 펠이 걱정돼서인지, 놀고 싶은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안토니 백작성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기사들을 의식하고 한 행동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지.’


그렇게 피스터 백작의 마음 속에서 하일런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하일런의 정확히 허를 찌르는 말에 당황하던 안토니 백작의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통쾌해 웃음이 지어진다.


“저 겁쟁이 하일런 공자가 정말 제발로 나섰다고?”


“예, 제가 거기 있었습니다.”


“산 초입 수색이라고 잘못 안 건 아니고? 초입을 넘어서 중턱까지 올라가 수색하는 걸 알고도 그랬다고?”


“백작님과 같은 마차에 함께 있었는데 그걸 착각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바로 앞에서 대화를 다 듣고도 그걸 착각한다면 어리버리한 걸 넘어 그냥 바보였다.

이 수색 임무의 수색대장을 맡은 오러기사, 베리엔이 하일런을 바라본다.

소심하고 실수가 잦고 유약한, 주눅 든 첫째 공자.

베리엔의 하일런에 대한 인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표정이 밝고 여유가 있으며 자신감이 보였다.

초입을 지나 산 중턱에 들어서게 됐는데 두려워하는 기색도 안 보였다.


“저 아이, 몇 살이지?”


베리엔이 시선을 하일런 공자에서 옆으로 조금 돌려 펠버드를 바라본다.

마법사, 라는 소년.

아니, 어디로봐도 아직 아이.

베리엔은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저런 꼬마라 불러야 될 아이가 마법사라니.


“정확히는 잘...아무리봐도 12살, 13살쯤으로 보입니다만...”


베리엔만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인정하지 못한다.

듣도 보도 못한, 갑자기 뚝 떨어지듯 나타난 아이.


“대단한 마법사니, 저 아이의 의견을 결코 무시하지 말아라?”


“예...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백작님께서는.”


고개를 젓는 베리엔.

백작이 남몰래 마탑에 보내 후원해온 아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2살, 13살에 마탑을 나왔다면 1서클링도 못 이뤘을 나이.

혹 1서클링을 이뤘다 해도, 고작 1서클 마법사에 대단한 마법사란 수식어가 붙을 일은 없다.

그런데 백작께선 몇 번이나 대단한 마법사라 했다라.


‘마법의 천재일 수는 있으나, 지금 여기 있다는 건 그래봐야 마탑에서 나온 마법사란 건데. 알 수가 없군.’


베리엔은 이제 막 마탑에 입학하게 될 거란 건 생각도 못 한다.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오직 마탑, 그것은 상식이었다.

마법독학이란 것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베리엔은 자신의 아들뻘밖에 안 되는 꼬마의 말을 경청하란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펠의 의견을 몇 번이나 무시한다.


“이쪽으로 간다.”


펠이 가봤으면 한다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마법사를 동경하고 두려워한다. 허나 유일하게 마법사를 무시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있는데, 오러기사들이다.

오히려 오러기사들은 자신들이 마법사들의 위에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럴 것이, 마법사와 오러기사가 붙으면 열이면 오러기사가 이긴다.

마법사에게 오러기사는 사신, 도깨비 그 자체다.

그래서 적이 아니라도, 마법사들은 오러기사들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아직 어려서 그러나. 날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베리엔은 이 검은머리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법사가 맞다면, 자신을 두려워고 어려워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무시해도 이쪽 저쪽 저길 살펴봤으면 한다 등 계속 의견을 피력해온다.

그야 사왕 펠버드는 기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낸 마법사니까.

그는 오러기사에 대한 파훼법을 완성한 마법사다.

기억은 잃었으나 본능은 기억하고 있다.

기사와 맞붙는다 해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저 아이 때문이군. 하일런 공자의 변화는. 확실히 보통 아이는 아니야.’


일부러 더 거칠게 대하는 데도 주눅이 들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끈덕지게 피력해 오는 의견. 오러기사를 상대로 이런 자신감과 확신이라니.

허나 오러기사의 특권의식, 엘리트 의식.

베리엔도 물러서지 않는다.

단지 자존심, 고집만은 아니었다. 이왕 하게 된 임무, 자신의 공으로 만들어야지 않겠는가.

코네턴 성에는 7명의 오러기사가 있다. 베리엔은 차기 기사단장직을 노리고 있었다.

다들 검술과 오러 실력은 비슷비슷하다. 실적에서 판가름이 날 테니까.

시체라도 끝끝내 찾아내 돌아왔다, 병사들로부터 인망도 얻을 수 있는 임무였다.


“베리엔 공.”


하일런이었다.

베리엔이 미간을 구긴 얼굴로 하일런을 돌아본다.

끈덕지게 마법사랍시고 해대는 검은머리 아이의 조언들이 신경을 건드리는데, 얼간이 공자까지 나서면 참기가 힘들다.


“예...공자님.”


“펠의 의견을 새겨들으셨으면 합니다.”


“예?”


감히, 이런 말을 해올 거라곤 생각도 못한 말. 하일런 공자 따위가.

베리엔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허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공자.

거칠게 튀어나올 뻔한 목소리를 누른다.


“그리 하고 있습니다, 공자님. 마법사...님의 의견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색하는 중입니다.”


“글쎄요. 펠의 의견은 전혀 듣고 있지 않은 듯 한데 말입니다.”


살짝 눈이 커지는 베리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을 할 수 있었던가.


‘그 병사는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어. 한시가 급한데. 분명 펠의 말대로 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텐데.’


하일런은 기사가 두려웠다. 견습기사들에게 당한 게 있으니.

하지만 지금 곁에 펠이 있으니까.

친구만 곁에 한 명 있어도 혼자일 때보다 든든하고 과감해지는데, 더구나 펠은 천재적인 마법사.


“그럴리가요. 마법사님의 의견인데 어찌 무시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산을 더 잘 아는 건 저 아니겠습니까, 공자님. 마법사님께서는 이 산의 중턱까지 올라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저는 어떻느냐 하면, 수십 번도 오르고 돌아다녀본 곳입니다. 이 산은 말이죠.”


“.....”


잠시 말문이 막힌 하일런.

베리엔이 여세를 몰아 말한다.


“아니면 마법사님, 탐색 마법 같은 거라도 쓰고 계십니까?”


어떤 마법도 쓰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

당연히 기사는 마법을 쓰지 못하지만, 마법을 쓴다면 느낄 순 있었다.

오러도 공기 중의 마나를 몸속으로 빨아들여 만들어내는 힘이니까.


“아뇨.”


연달아 고개를 젓는 펠버드.

탐색 마법은 기초 마법의 영역이 아니다. 꽤 고차원의 마법이다.

아무리 펠버드라도 읽지도 보지도 못한 마법을 구사하진 못한다.


“하지만 그쪽이 아닙니다, 기사님. 이쪽으로 가야합니다.”


펠버드가 여전히 주눅든 기색 없이, 확신을 담아 말한다.

마법의 길을 걷기 전에도 펠버드는 평범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듣기로 그 마수는 네 발로 달리며, 병사들은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건장한 병사를 입에 물고도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을 만큼 덩치가 크면서 무척 날렵하기도 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그런 마수는 이 산에 살지 않습니다. 그런 네 발 마수는 이 산에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하일런의 말에 오러기사가 발을 멈추었기에 펠버드는 빠르게 말한다.


“다른 곳에서 이 산으로 넘어오게 된 마수, 겠죠. 그렇다면 그 마수가 가는 곳마다 본래 터를 잡고 살던 마수들의 소란이 있었을 겁니다. 마수들이 과도하게 경계하고 소란을 일으킨 흔적, 그게 가장 확실한 흔적입니다. 그런 흔적들은 발견하기도 쉽고, 그걸 쫓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펠버드는 이 산에 어떤 마수가 사는지 모른다. 하지만 하일런은 안다.

하일런에게 이 산에 서식하는 마수들에 대해 듣고서 내린 결론이었다.


“.....”


베리엔의 말문이 막힌다.

기사와 병사들이 술렁인다.

그럴듯한 추론이었으니까.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 산의 네 발로 걷는 대형 마수들 중 병사들이 움직임을 못 쫓을 정도로 빠르기까지 한 마수는 없다.

그리고 숨통을 끊지 않고 물고서 달아나는 마수도 없다.

병사들은 살려줘 살려줘란 외침이 마수의 모습이 사라지고도 한참 더 들렸다고 했다.

어린 마법사의 말이 앞뒤가 맞다.


“...내가 판단하기엔 이쪽이 맞습니다. 이 수색대의 대장은 저입니다. 제 판단을 믿고 따라주십시오, 공자님.”


설득력 있는 말에 순간 흔들렸으나, 자존심이 앞선다.

마법사, 귀족. 그래봐야 아이. 아이들 따위에게 휘둘려서야 체면이 말이 아니다.

기사는 검술과 오러에 능통한 전사. 강한 기사라고 해서 그것이 현명함, 지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베리엔은 가던 방향으로 다시 걷는다.

조금 눈치를 보다가 병사와 기사들이 베리엔의 뒤를 따른다.

더 두려운 존재는 오러기사 베리엔이었다.


“펠...”


“별 수 없네요”


펠버드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에게 조급함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깨닫고 변할 수 있으나, 타고난 천성이란 건 쉬이 바뀌지는 않는다.

미케일과 도렌 남매를 떠올리면 병사를 살리고 싶다.

허나 죽어 있는 병사의 시체에서 영혼을 취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하지만 아무리 마법적 호기심이 샘솟고 마법의 욕망이 꿈틀대도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을 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절대 하일런이 해를 입게 하기 싫었다.


“공자님, 제 뒤로.”


“응?”


“앞에 마수들이 있습니다. 무리 짓는 마수들이에요.”


하일런은 얼른 펠의 뒤로 갔다.

펠의 어깨 너머를 열심히 살폈으나 보이는 건 없다.

탐색 마법은 쓰지 못하나, 가공할 마나감응력을 지닌 펠버드.

총 몇 마리의 마수가 있는지도 파악을 끝낸다.


“앞에 마수가 있습니다! 무리형 마수로 50마리가 넘습니다.”


우뚝, 앞장서던 베리엔이 걸음을 멈춘다.


‘무리형 마수에 50마리 이상, 이곳이라면 자이언트 앤트겠군.’


수십 번 드나들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베리엔이 걸음을 다시 뗀다. 다시 나아간다.


‘생긴 것과 달리 겁이 많은 편이라 10마리 정도 잡히면 도망가는 놈들이지. 빠르면 5마리 정도에서 달아날 수도 있고.’


사람 무릎 정도 크기의 거대 개미.

사냥을 위해 굴에서 나온 사냥 개미들이지만, 겁이 많은 편이라 한두 마리만 잡혀도 움직임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베리엔이 간과하고 있는 것.

외부에서 새로운 마수 종이 들어온 터라 산의 마수들은 다들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야.’


펠버드는 그걸 안다.

마법에 입문하게 되기 전까지 펠버드가 했던 일 중의 하나, 마수 사냥꾼들의 짐꾼.

미끼로 버려져 혼자 산에 남겨졌던 씁쓸한 기억이 스친다.


스릉.


펠버드가 피스터 백작이 준 숏소드를 뽑아든다.


“공자님, 제 곁에 바짝 붙어 주세요.”


그 이유는.


두두두두두두!


자이언트 앤트들이 몰려온다.

정확히는 블루 자이언트 앤트.

겁이 많은 종이지만, 지금은 잔뜩 흥분해 있다.

그걸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듯한 베리엔.

펠버드는 비전마법 빙결파도를 준비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8.18 16:54
    No. 1

    수석기사??뭐 그런거라며 똥존심부리냐고 즈그 공자님도 위험하게 만드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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