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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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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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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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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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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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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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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DUMMY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을 벌였구나, 하일런.”


피스터 백작이 말했다.

하일런보다 어두운 금발의 중년남자.

하일런의 아비, 미남자였으나 아비와 아들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죄송해요, 아버지...”


하일런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숨기려는 목적이 더 컸다.

유약한 성정. 수련 중에 빠져나와 내성을 나가고, 심지어 성밖으로까지 나가 부모를 걱정시킨 건 죄스러우나 이 건이 얼마나 큰 공인지 잘 알고 있었다.

1왕자는 노예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아버지는 1왕자를 섬기는 진영 쪽에 있었다.

1왕자가 아버지를 치하하리라.


“기껏 검술의 대가를 초청해 검술 선생으로 붙여주었더니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평민들과 어울리고, 심지어는 성을 나가 마수도 서식하는 헨프 산까지 드나들다니. 참으로 실망이 크다, 하일런.”


그러나 목소리엔 분노가 안 실려 있었다.

정말로 화가 나셨다면 장남이란 놈이 라는 말이나 쯧쯧 혀를 차셨을 터다.

그런 하일런의 짐작대로, 피스터 백작도 얼굴에 지어지는 웃음기를 참고 있었다.

더구나 하일런이 소탕한 노예 상인들이 납치해가던 자들은 대부분 아이들이었다.

왕성에서 파란이 클 것이다.

그리고 백작은 찔리는 구석도 있었다.

말은 검술의 대가라 하였으나, 검술의 대가란 게 거짓은 아니나, 너무 늙은 검술 선생이었다.

사실은 적당히 붙여둔 검술 선생이었다.


‘내가 실수했군. 뭐든 영 재능이 없어도, 한 가지에 특출나게 재능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 영주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통솔력. 으음, 더 두고볼 일이로군.’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무리 동생보다 못하다지만, 피스터 백작은 불법노예상인들의 소탕을 하일런이 주도했다 믿었다.

직접 싸우진 않았어도 이끌고 작전을 세운 건 하일런일 거라고.

실제로 아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구하러 간다는 결정을 내리고 나를 따르라 한건 하일런이었으니.


“장남답게 착실히 생활하고 있을 거라 믿었던 만큼 실망도 크나, 그것과 별개로 참으로 장한 일을 하였다, 하일런. 아주 훌륭한 일을 하였어. 그런 용기를 내다니.”


“감사합니다, 아버님...”


웃으면 안 돼, 웃으면 안 돼.

하일런은 필사적으로 활짝 펴치려는 입에 힘을 줬다.

아버지께, 영주님께 처음 받아보는 칭찬.

동생 글리시가 칭찬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질투가 났었는지.

더구나 글리시에겐 없던 훌륭한다 장하다란 말까지.


“불의를 보고도 옳은 일인 걸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자들이 태반이다. 나는 감동까지 받았느니라. 그 용기를 앞으로도 결코 잃지 말거라. 좀 더 이쪽으로 오거라, 하일런.”


영주실의 소파.

하일런이 한 칸 더 피스터 백작 쪽으로 다가가 앉자 하일런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하는 피스터 백작.

하일런이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다.

이건 못 참는다.

이걸 어떻게 참냐.


“예! 절대, 절대로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님!”


마주 미소짓는 피스터 백작.

혼도 더 내야하지만 도저히 그 기분이 들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1왕자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상도 내려주시겠다고 하셨다. 조만간 왕도에서 1왕자님께서 보내신 상이 올 것이다. 무엇일꼬, 허허.”


“축하드립니다, 아버님!”


“네 덕분이다, 하일런.”


그런데 환한 얼굴 한편에 찔리는 듯한 표정이 스치는 하일런.


“왜 그러느냐, 하일런? 어디가 안 좋느냐? 역시 어딘가 다친게냐?”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걱정해주는 것도 너무도 기뻤으나, 역시 마음이 찔려 참을 수 없었다.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여는 하일런.


“저기, 아버님...저보다는 사실 펠 그 아이의 공이 더, 훨씬 더 큽니다.”


“그러하느냐?”


오히려 눈빛에 이채가 어리는 피스터 백작.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전원 무장하고 있던 노예 상인들을 잡은 게 펠이란 소년 한 명이라는 것을.

경비대장은 세 아이들을 따로 한 명씩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었다.

그리고 하일런, 이로써 아이들의 말이 다 일치했다.


‘처음 받는 칭찬에 정신이 없을 텐데 너무도 욕심이 날 텐데 공을 다 가로채려 욕심내지 않는구나. 유약한 면이 있으나 하일런의 성품은 참으로 훌륭하다.’


더욱 흡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피스터 백작.


“그래, 어떠했느냐? 그 펠이란 아이가 어찌했기에 네 공보다 훨씬 더 크다 하는 것이냐.”


“마법, 마법을 썼습니다.”


피스터 백작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건 전혀 예상 밖의 말이었다.

펠, 그 아이가 보통 아이가 아님은 당연했다.그 노예 상인들은 무장 상태가 상당했고, 마법사까지 데리고 있었다.

기사라도 쉽지 않을 전력을 단검 하나만 들고 혼자 해치웠으니.

그러나 마법이라니 그건 상상도 안 했다.


“그 아이가 마법사다?!”


“마법은, 틀림없이 썼습니다.”


묘하게 대답하는 하일런.

12살 아이가 마법을 그리 능숙하게 쓴다는 건 들어본 적 없기에.

마법사의 번개를 미리 알고 피했고, 안개는 흡사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였으며, 마법사가 시전한 번개 마법은 오히려 마법사를 공격했다.

마탑의 마법사들 중에도 마법을 그런 식으로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칼 솜씨도 마법도 천재적인 솜씨였습니다...그래서 전부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 전혀 검은 쓰지 못했습니다...”


피스터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12살 아이가 마법이라.

말이 안 됐지만, 허나 그렇다고 한다면 혼자 노예 상인들을 전멸시킨 건 말이 됐다.

그래, 이래야 말이 된다.

마법사도 거느리고 다니던 노예 상인들인데.


“장하다, 하일런. 귀족은 수하들의 공치사를 확실하게 해줘야 하는 법이다. 당장 눈앞의 손익을 아까워할 게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말이다. 너에겐 재능이 있구나.”


거듭 첫째 공자 하일런을 다시 보는 피스터 백작이었다.

그리고, 하일런이 펠 그 아이를 얻는다면.

하일런과 글리시, 어느 쪽의 후계자 수업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정말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었다.


“펠 그 아이와도 친구가 되었다고 했느냐?”


“예...하지만 펠과는 오늘 처음 함께 놀았습니다...”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도록 하거라. 친구가 되거라. 그만 나가보거라. 펠 그 아이와 만나봐야겠으니.”


“예, 아버님.”


하일런이 일어났다.

눈치가 없다지만, 하일런은 아버지가 마지막에 특히 힘까지 줘서 한 말을 이해했다.

마법사들은 귀족이라도 함부로 못 하는 존재들. 더구나 천재적인 솜씨의 마법사라면.

하지만 일부러 친해지기 위해 아부를 떨거나 하는 건...하일런은 그런 관계는 친구라 생각지 않았다.

유약하고 섬세한 성정. 장남이 후계자 자리에서 벌써 동생에게 밀렸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스텐을 불러라.”


하일런이 나가고, 피스터 백작이 말했다.

스텐은 영주의 마법사.

비서가 스텐을 불러왔다.

스텐은 느지막히 왔다.

피스터 백작은 스텐이 늦게 나타난 것에 대해 일체의 질책이 없었다.

스텐은 무려 3서클 마법사.


“어찌 생각하는가?”


설명을 한 뒤 피스터 백작이 물었다.

헛웃음부터 흘리는 마법사 스텐.


“12살인 게 확실합니까?”


“하일런이 직접 보고 한 말일세. 자기보다 키도 작다고 하니.”


동생보다 여러모로 떨어진다지만 하일런이 바보는 아니다.

오늘 하루종일 같이 보낸 아이가 자기보다 연상인지 연하인지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스텐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12살짜리가 마법을 가지고 놀듯 다뤘다니, 영 못미더운 첫째 공자가 한 말이 더해지니 역시 믿기 어려웠다.


“경비대장이 직접 자초지종을 묻고 들었다고요? 그래도, 뭔가 착오가 있는 걸겁니다.”


스텐이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안개, 미스트 마법은 그렇게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적 마법사가 쓴 번개가 안쪽으로 쏘아졌다는 건, 그 아이가 마법사의 마법을 시전 직전에 강탈했단 것인데...그건 마탑의 상위 마법사들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3서클 마법사의 단언.

흐음. 허나 말이다.


“그럼 펠 그 아이가 혼자 마법사도 있는 노예 상인을 전멸시킨 건 어찌 설명하겠나? 아무리 귀신 같은 칼솜씨라도, 그래 혹 암살자로 키워지던 아이라 한들 그게 가능한 일인 것 같은가?”


“그것은...”


프로 암살자면 또 몰라도 아이. 아무리 실력이 천재적이라 한들 말이 안 됐다.

마법사의 천적은 오직 오러기사 뿐.

오러를 쓰는 기사가 아니면 마법사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마법사들은 마나감응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암살자들을 포착하며, 미스트, 그 마법만 해도 암살자들의 장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마나. 그것은 공기 중에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만 품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이면 다 조금씩은 품고 있었다.


“묘하긴 하군요...”


스텐의 얼굴에 흥미가 인다.

확실히, 펠 그 아이가 천재마법사거나 천재오러검사거나 둘 중 하나이긴 해야 했다.

그래야 말이 된다.


“같이 보세, 그 아이를. 그 아이를 불러와라.”


스텐이 자리를 지켰고, 피스터 백작의 지시에 비서가 나갔다.

곧 비서는 삐쩍 마른 검은머리의 아이를 데리고 영주실로 들어왔다.

일단 12살쯤 나이가 맞았다.

하일런보다 연하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앉거라.”


펠버드가 소파 끝에 앉고, 피스터 백작과 마법사 스텐은 펠버드를 품평하듯 바라본다.

좀 귀염성 있는 외모일 뿐, 볼품없는 평민 아이로만 보일 뿐이었다.


“모두 사실이냐?”


피스터 백작이 물었다.

하일런과 대화할 때의 온화함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감히 어린애의 거짓말 따위 내겐 통하지 않는다. 평생 귀족세계의 정치질 속에서 살아온 피스터 백작.

어디, 모두 사실일까, 뭔가 꾸며낸 말이 있을까?

마법사 스텐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마법까지 썼다.

아이의 심장박동이 크게 들려오고, 몸속의 변화가 생생히 느껴진다.


“예,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펠버드가 말했다.

그는 30살 전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저 순수하게 생각없이 대답한 게 아니다.

숨길 수 없다.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일치했을 테니.

그렇다면 머리 굴리는 기색없이 인정하고, 하일런 공자를 도와 공을 세운 것에 대한 상을 최대한 받아내는 게 최선.

어찌된 일이든, 납득이 안 가든, 수상쩍든 마법의 재능을 가진 이는 대단한 인재.

분명 경계는 하되, 포섭하려 할 테고 좋을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어디서 마법을 배웠느냐?”


마법사 스텐이 말했다. 얼굴에 의심, 큰 흥미, 조급함이 보였다.


“배운 적 없습니다.”


그 대답에 가늘어지는 마법사의 눈.

아이의 심장 박동의 변화와 몸속의 변화들에 집중한다.

변화는 없었다.

똑같이 일정한 심장 박동.

실제로 거짓이 아니었다. 펠버드가 기억하는 건 마법에 입문하기 전까지.

마법을 배운 기억은 없다.


“하! 마법을 배운 적 없는데 마법을 썼다?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이냐?”


불쾌해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마법사.

우여곡절이었던 마법의 입문부터 마탑에서의 매일매일 자존심이 구겨지고 고됐던 생활들이 스친다.

그런데 그냥 마법을 쓸 수가 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그냥, 쓸 수가 있어서 썼습니다.”


펠버드는 더하지도 덜지도 않고 말했다.

그는 스텐이 마법을 쓰고 있는 걸 알았다.


‘진실.’


피스터 백작도 마법사 스텐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텐?”


그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던 스텐이 입을 연다.


“아예 없는 경우는 아닙니다...마법의 역사에 배우지 않고도 마법을 부린 마법사에 대한 기록이 몇 있긴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에선 마탑에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만.”


절대로 없는 일은 아니란 말.

기대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피스터 백작.


“그럼 여기서 마법을 써볼 수 있겠느냐?”


피스터 백작이 묻는다.


“그건, 못 합니다.”


“못해? 쓸 수 있다 하지 않았느냐.”


펠버드는 이번 대답엔 좀 뜸을 들였는데, 그 이유는.


“적 마법사의 마법과 마법사 주위에 모여든 마나를 이용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석에서 흡수한 마력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단 말을 숨겼다.

마법사 스텐은 마법을 그만 푼 상태였다.

오래 유지하려면 상당한 마나와 심력이 소모되는 마법.


“좋다, 그럼 이걸 움직여 보거라.”


화륵!


스텐이 손바닥 위에 빛을 내는 작은 불꽃을 만들어냈다.


“예.”


펠버드가 대답했고, 스텐의 손 위의 불꽃이 모양을 바꾼다.

경악하는 스텐.


‘허, 감히 내 마법을 이리 간단히!’


반면 화색을 띠면 피스터 백작이 얼른 묻는다.


“하일런을 도와 네가 큰 공을 세웠다. 펠. 상을 내리마. 원하는 걸 말해보거라.”


“마법서를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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