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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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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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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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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DUMMY

피스터 백작이 미소짓는다.

마음에 드는 대답.


“어떤가, 스텐? 마법서를 구해줄 수 있겠나?”


“곤란합니다...마법은 오직 마탑에서만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허나, 왕국법까진 아닌 마탑의 경고, 기초적인 마법서 정도라면야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으음, 그렇다고 하는구나.”


다시 피스터 백작은 펠버드를 본다. 실망한 기색은 없다.

피스터 백작은 벌써 펠을 마탑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뭐든 마법서라면 감사합니다. 마법이, 궁금합니다. 무엇이든 마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하하, 그렇다는군. 뭐든 마법서를 구해줄 수 있겠나? 스텐.”


“알아보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시종 표정 없던 아이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지는 게 보인다.

교양서에 가까운 아주 기초적인 마법서라도, 마법을 보고 바로 그 마법을 분석해 장악하고, 심지어 격까지 올려버렸던 펠버드다.

펠버드는 그런 마법서로도 많은 마법적 지식을 깨우칠 거라 확신했다.


“마법서가 도착하면 집으로 보내주마. 또 원하는 게 있느냐?”


마탑이 문제 삼지 않는 마법서라면 1골드조차 하지 않을 터.

피스터 백작은 이 아이에게 상을 더 주고 싶었다.

오늘은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다.

참으로 좋아했던 1왕자, 다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 첫째 공자, 그리고 엄청난 인재.

물론, 정말 천재적인 마법 재능이 확실한지, 이 아이의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확인 작업이 더 필요하겠지만.


“또, 라고 하신다면...노예상인들이 차고 있던 반지, 그 반지들을 갖고 싶습니다. 그걸 팔아 절 돌봐주시는 분께 드리고 싶어요.”


노예 상인들이 많은 전리품을 남겼다. 그런데 굳이 펠버드가 반지를 지목한 이유.

그건, 펠버드는 마법사 스텐의 반응을 살폈다.

마력이 빠져나가고 없는 마석 반지, 그걸 마법사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펠버드는 그게 궁금했다.


“보석 부분은 모조품이다. 보석처럼 생겼으나 보석이 아니란 말이지. 링 부분은 은이니 보석이 아닌 건 아니다만, 그러한데 갖겠느냐?”


피스터 백작이 말했다.

마법사는 말이 없다. 그리고 무표정.


‘마석 반지였단 걸 모르는 거야. 그렇다면 바로 앞에서 보이지 않는 한 내가 마석을 흡수한다는 걸 들킬 일 없겠군.’


그때 흡수했던 마석의 마력들은 다 결정화가 되어 심장에 달라붙었고, 심장을 두르며 반원 형태를 이룬 상태다.

마법에 입문하기 전까지 펠버드는 마법 지식이 전무했었다.

뭔지 몰랐으나, 마석의 마력을 더 흡수해 완전한 원을 이뤄야 한다는 거, 왠지 그건 알았다.


‘현재 반원이라기보단 거의 말의 편자 같은 모양. 앞으로 마석 반지 한두 개만 더 흡수하면 원을 이룰 것 같은데.’


“예...허락하신다면 갖고 싶습니다.”


펠버드가 대답했다.

노예 상인들의 장비는 하나같이 상태가 좋았다. 싸구려 장비들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성의 병사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터다.

그걸 탐냈다간 백작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온화한 것 같아도 뒷모습은 다르고, 수시로 기분이 변하고 기분대로 행동하는 게 귀족.

귀족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그런데, 공자 하일런은 좀 특이하긴 했었다.

보석이 빛을 잃었다지만 링 부분이 은. 평민에겐 큰 돈이 된다.


“널 도와준 이에게 보답하고 싶단 네 마음도 갸륵하다. 그러마, 죽은 노예 상인들에게 얻은 반지는 네게 다 주마.”


“감사합니다. 영주님.”


펠버드가 깊이 고개 숙였다.

진심어린 인사, 순수한 미소가 지어졌다.

미케일 가족에게 보답을 할 수 있다.

혼도 나겠지만, 놀라고 기뻐할 미케일과 도렌 남매를 떠올리니 미소가 쉬이 걷히지 않았다.


“그리도 기뻐하니 나도 참 기분이 좋구나.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란, 허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피스터 백작.

친자식들도 그저 아이로서는 행복감 만족감을 느끼지는 않는 피스터 백작이었다.

피스터 백작은 벌써 펠 이 아이를 통해 더 힘을 갖게 될 영지를 꿈꾼다.

빨리 마법서가 당도했으면!

그럼 이 아이의 재능이 정말인지 아닌지 더 명확히 판가름이 날 테니.

마법의 천재라면 그런 책으로도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반지들을 챙겨 보내도록.”


비서가 펠버드를 데리고 나갔다.

마법사 스텐이 복잡한 시선으로 펠버드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본다.

더 고위 마법도 장악할 수 있는지가 너무도 궁금했으나, 본능이 자존심이 처참히 구겨질 걸 두려워했다.


==========


“펠...이게 뭐니?”


펠은 반지들을 식탁에 꺼냈고, 미케일은 입이 벌어졌다.

전부 은 반지!


“너희들 대체!”


이야기를 다 들은 미케일은 큰소리를 내다가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엄마!”


아이들이 미케일을 부축했다. 무서움 반, 걱정 반.

미케일은 몸이 떨려서 일어설 수 없었다.

노예상인, 구출된 아이는 12명, 영주님의 포상...

정신이 없어 혼을 낼 정신도 안 났다.

아니, 영주님께서 잘했다고 상을 내리셨는데 혼을 내선 안 된다.


“이 녀석들!”


하지만 미케일은 정신을 다잡고 빗자루를 들었다.

그래도 이건 도저히 칭찬만 하고 넘겨선 안 될 일이다.

세 아이가 다 죽을 뻔했다. 마법사도 있던 불법노예상인이라니!

그걸 생각하니 미케일은 또 다리가 떨리고 현기증이 핑 돌았다.


“엄마! 잘못했어요. 이렇게 싹싹 빌게요. 자중하시고 의자에 앉으세요.”


“이거놔! 이 녀석들! 그런 위험한 짓을 잘도!”


“아얏! 아얏!”


“흐아앙!”


“.....”


미케일은 도렌 남매뿐만 아니라 펠버드의 엉덩이도 빗자루로 때렸다.

서른 전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기에 자괴감도 들었으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를 생각하면 미안해 펠버드는 묵묵히 매를 맞았다.


‘화가 나서보단 걱정이 돼서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또 위험한 일을 서슴없이 할까봐서. 장하지만, 그래서 혼을 내는 거야.’


미케일이 펠버드가 어떤 성격인지 알게 된 만큼, 펠버드도 미케일과 도렌 남매를 알게 되었다.

아픈 게 아니라, 펠버드는 감사함을 느꼈다. 자신도 똑같이 혼을 내준 것이.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이.


“다신 안 그럴게요, 엄마.”


“흐아아앙!”


남매는 울고불며 싹싹 빌었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그리고 펠버드도.


“이 녀석들...이번 한 번만이야. 다신 어른들 없이 너희들끼리 그런 일을 벌이지 마.”


미케일이 절대로 다신 그러지 말라고 하지는 않은 이유.

펠은 절대 평범한 아이일 수가 없으니까.


“네...”


“소리가 작아.”


“네에!”


세 아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이 반지는 받지 않을 거야. 팔아서 나온 돈 전부 펠 거야. 펠에게 필요한 걸 사는데, 그리고 펠이 다 크면 줄게.”


“하지만 저 혼자 다 한 게 아닐걸요. 도렌과 제나가 없었다면 저 혼자선 못 했어요.”


펠버드가 말했다. 그리고 잡은 자는 없지만 안개 속으로 뛰어들어온 도렌과 제나였다.

미케일까지, 모두 같이 쓰고 싶었다.

보답하고 싶다.


“좋아...그럼 셋이 나누는 걸로 하자꾸나.”


도렌과 제나가 뭘 얼마나 했을까 싶지만, 펠이라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클 터다.

끝까지 거절하면 오히려 펠은 슬퍼질 터다.

정이 고프고, 참 착한 아이.


“어디 보자.”


이내 걱정어린 얼굴이 돼서 아이들의 허벅지를 살피는 미케일.

멍이 든 걸 보고 그녀는 더없이 슬프고 안쓰런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 슬퍼하지마, 엄마.”


도렌이 미케일을 안았다.

제나도 미케일에게 안겼다.

주저하던 펠버드가 반 걸음을 내딛는다.

미케일의 손이 뻗어와 펠버드를 안아 끌어당겼다.

미케일 가족은 반지들을 팔아 그날 저녁 어느 때보다 풍족한 저녁식사를 했고, 마법서가 도착한 건 바로 다음날이었다.


“펠, 글자를 읽을 수 있어?”


기사가 주고 간 마법서는 세 권이었다. 세 권 다 어느 페이지든 글자가 빽빽했다.


“난 읽지도 못하는데도 그냥 보기만 해도 눈이 핑핑 돌 것 같아.”


마법서를 좀 뒤적거리다가 이내 놔버리는 도렌. 물론 제나도 글을 못 읽었다. 평민은 대개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나는...”


읽지 못했다. 읽지 못하는데, 글을 배운 기억은 없는데, 읽을 수 있었다, 역시나.

왠지 읽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마법서를 상으로 요구했다.


팔락.


펠버드는 막힘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심지어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빨랐다.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어.’


단어뿐만 아니라 모르겠는 내용도 없었다.

읽으면 바로바로 이해가 됐다.


‘뭘까, 정확히는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잊고 있었던 게 떠오른 듯한 느낌이랄까...’


혼란스러웠으나, 그보단 재밌고 너무나 흥미진진해 이내 그런 의문은 잊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은 기쁨!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즐겁고 재밌고, 이 다음 페이지가 어찌 이어질지가 너무나 궁금해 손을 멈출 수 없었다.


“펠, 놀러 가자.”


도렌이 말했다. 제나는 소매를 잡아당겼다.


“오늘은 집에 있을게.”


펠버드는 집에서, 식탁 앞 의자에서 하루종일 꼼짝도 안 했다.

창문을 타고 석양빛이 들어오며 도렌 남매가 돌아왔을 때도, 미케일이 퇴근했을 때도 펠버드는 마법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미케일은 혼내지, 말리지 않았다.

마법서를 주고 간 기사가 하고 갔던 말.

마법사로서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지도 모를 아이.


‘반지를 판 돈의 펠의 몫에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합치면 아슬아슬하지만 마탑의 입학비가 되지 않을까.’


미케일은 그런 생각을 한다.

더 빠듯해지겠지만, 펠을 자식으로 받아들였기에.

영주의 속내 같은 걸 그녀가 계산해낼 길은 없었다.


“오늘은 나도 놀러갈래.”


펠버드가 집에 있겠다고 한 건 딱 하루였다.

다음날은 펠버드도 함께 세 아이들이 만들어줬던 지팡이를 들고서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

세 권의 마법서는 더 볼 필요가 없었다.

역시나 마법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마법을 익힐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그 책을 벌써 다 섭렵했다.

그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었다.


“라이트.”


펠버드의 손바닥 위에 빛의 구가 생겨난다.

서클링은 아직 없었으나 공기 중의 마나를 끌어올 수 있었다.

간단한 마법들은 서클링 없이도, 마나를 몸속으로 끌어당기는 것만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와아아! 대단해, 펠! 진짜 마법사가 된 거구나!”


세 아이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성밖의 산 초입이었다.

하일런은 피스터 백작으로부터 세 아이들과 계속 놀아도 된다는, 아니 놀라는 말을 들었다.

다만 이제는 기사 몇이 근처에서 몰래 호위하고 있었다.


“또 한 번 한계를 넘어섰구나, 나의 마법사여. 그것이 내가 너를 택한 이유이니라. 자아, 이로써 마왕을 토벌하기 위한 나의 설계가 완성되었다. 나를 따르라!”


하지만 하일런은 펠버드와 특별히 더 친해지기 위해, 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친구가 아니기에.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될 리가 없기에.

그걸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신나게 노는 사이 그런 생각들을 까맣게 잊어버린 하일런이었다.


“나의 마법사여! 이 빛 마법 말고, 그러니까, 어, 그, 옳지, 비장의 필살 마법을 준비해야겠다! 마왕과 마왕군이 마지막 발악을 해오고 있으니!”


“예...왕자님. 이것이 저의 필살 마법입니다.”


이제는 펠버드의 입에서도 척 하면 척 하고 말이 나왔다.

응원하는 시선,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펠버드를 쳐다보는 도렌과 제나.


“파이어.”


화르륵!


펠버드의 손 안에 불꽃이 생겨났다.

모닥불에 불을 붙일 정도의 화력에 불과했으나, 세 아이들이 더욱 모험 놀이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는 차고 넘쳤다.


“놈들이 자신들의 몸을 불태워 자폭하려는 모양이다! 끝까지 사악하기 짝이 없는 수법이구나! 허나 이것만 막아내면 우리의 승리다!”


“예, 왕자님! 아이스.”


쩌저적!


펠이 쥐고 있는 나무지팡이가 꽁꽁 얼어붙었다.

혼자서 익힌 마법들을 시험해보며 펠버드는 확신한다.


‘나는 마법의 천재가 맞다.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천재성을 지닌 천재가.’


호위기사 한 명이 서둘러 산을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마법서 같지도 않은 마법서로 하루 만에 혼자서 초급 마법들을 시전. 그 소식은 피스터 백작과 마법사 스텐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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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4.07.28 1,521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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