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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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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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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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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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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DUMMY

생겨난 건 얼음이 아닌 물이었다.

마법사 스텐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 한순간에 물이 해일처럼 생겨나 앞을 덮쳤다.

양팔로 다 못 두를 정도의 거목도 휩쓸어 가버리는 물량과 유속!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인데, 그 물들이 갑자기 얼어붙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채로 여전히 파도처럼 움직였다!

줄줄이 날카로운 얼음 부분에 베여 잘리거나 더욱 무거워진 질량에 안 쓰러지는 거목이 없었다.

물론 아이스 마법에도 충실하게도, 휩쓸린 수풀들은 꽁꽁 얼어붙어 있기도 했다.


“어떠느냐, 이것이 비전마법이란 것이다. 비전마법이란 공용마법의 틀을 벗어난, 이토록 복합적이고 변화무쌍한 마법일진대 이러한 마법을 한 번 보는 걸로 구사할 수 있다? 어떠느냐?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


스텐이 뒤로 돌아선다.

아직 마법이 끝나지 않았는데 아이의 표정이 어찌 되어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아이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참고 있는 게, 허세를 떠는 게 아니었다!

단지 좀 더 진지해진 얼굴로 빙결파도를 바라보고 있을 뿐.

뭔가를 읽고 있는 듯한 눈동자. 눈동자가 빠르게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초점이 다양하게 변한다.


“예, 가능합니다.”


펠버드가 입을 연 것도 아직 빙결파도가 다 끝나기 전이었다.


“...뭐어? 할 수가, 있다?!”


“예.”


숨겨도 좋을 것이다. 허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나 마법의 주인에게 정말로 완벽하게 똑같은지를 확인받을 수 있는 자리.

펠버드는 안전보다는 완벽을 택한다.

회귀 전 사왕 펠버드도 그러했듯이.

그런 점이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만들었으나, 목숨보다도 마법, 목숨보다 완벽을 추구했던 그런 점이 사왕 펠버드를 완성하였다.


“보시겠습니까?”


“지금 당장, 여기서 쓸 수가 있다?!”


“예.”


펠버드는 스텐이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스텐은 살인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마법사들은 식견만 좁은 것이 아니다. 선민의식으로 사람 다루길 실험용 쥐처럼 하거나 머리가 망가진 괴짜들, 전쟁 전투를 겪어본 자들도 있으나, 대개 마법사들은 샌님들에 질투라는 독을 품고 있긴 하지만 온실 속 화초 같은 자들이다.

펠버드가 보기에 스텐은 귀족의 힘을 두려워해 질투하고 질투하다 결국 포기하고 좌절할 종류의 마법사였다.

그럴 것이, 벌써 초조함에 짓눌려 몸을 떨고 있다.

펠버드는 맘껏 방금 자신의 것으로 만든 마법을 시전한다.


“빙결파도.”


손을 앞으로 가볍게 뻗었다.

스텐의 비전마법, 이제는 자신의 첫 번째 비전마법이 된 마법을 펼친다.

해일 같은 물이 생겨나 산을 휩쓸고, 그 물들이 얼어붙고, 얼어붙은 채로 얼음의 파도가 되어 더 맹렬히 산을 휩쓸며 산을 얼렸다.


“아, 안 돼! 나의 비전마법이란 말이다! 당장 멈춰라! 넌 이걸 써서는 안 돼! 그 마법은 내꺼란 말이야! 나만이 배울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스텐의 얼굴에서는 경악이 그의 얼굴을 해일처럼 휩쓸고 있었다.

그 외침과 표정이 충분한 답이 됐다. 완벽히 빙결파도를 구사해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 혼자 익혔지, 마법사님께 배운 적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문제 없는 거 아닙니까?”


스텐의 말문이 막혔다. 펠버드가 돌아선다.


“시범 감사드립니다. 잘 보았습니다. 그럼.”


심지어 빙결파도는 스텐이 시전했을 때보다 더 오래 유지되고 있었다.

스텐은 땀범벅에 소름까지 오싹 돋았고, 펠을 붙잡지 못했다.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털썩 주저앉아 혼자 남은 스텐이 내린 평가였다.


==========


스텐이 겨우 기운을 차린 것은 영주가 마탑으로 보냈던 심부름꾼이 돌아와서였다.

심부름꾼은 마탑의 입학서와 함께 하나를 더 가지고 왔는데, 그것은 마나계약서.

마나를 사용해 맺는 계약서.


“어떤가, 스텐?”


피스터 백작이 마나계약서를 마법사 스텐에게 보여줬다.

무려 1급 계약서다.

마법사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의 요새, 마탑. 물건을 사기치거나 엉터리를 팔 리는 없으나, 이러라고 고용한 마법사다.

자신의 마법사로 확인을 해봐서 나쁠 게 무언가.

스텐이 앞에 놓인 마나계약서를 향해 마법을 쓴다.

펠버드에게 엉망으로 깨졌으나, 비전마법까지 지녔으며 수십 가지의 마법을 쓰는 정통의 마탑 마법사.

곧 마나계약서는 푸른빛을 발했다.


‘무려 6서클 마법사 라드갈이 만든 거로군. 돈이 없다 없다 하지만 과연 백작은 백작.’


감정을 끝낸 스텐의 눈이 살짝 커진다.

마탑주의 서클이 7서클이다. 라드갈은 마탑주실의 바로 아래 층에 기거하는 최상위 마법사 중 한 명.

그런 마법사가 직접 만든 마법품이고 등급이 1급이기까지 하니 수천 골드를 지불했을 터.

돈이 없다 돈이 없다를 입에 달고 산다지만 하기야, 지금은 말라버렸으나 한때는 광산까지 소유했었으니.


‘하여튼 음험한 인간. 아무것도 모를 꼬마라고 이렇게까지. 뭐 귀족들이 다 그렇지. 절대로 마나의 계약이 풀리는 일 없이 평생 펠을 옆에 두고 부리겠단거로군.’


스텐은 마나계약서의 내용도 살펴봤다.

그러면서 그는 더 기가 찼는데, 피스터 백작이 죽더라도 이 마나의 계약은 다음 영주가 이어받게 된다는 내용까지도 있었다.

피스터 백작이 아니라, 가문과 펠 간의 계약.

뭐, 자신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눈앞에서 그런 미친 재능을 보았으니 말이다.

하여간 이래서 귀족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 이런 방법도 있다. 돈이 가진 힘이란 권력 무력 마법과도 맞먹는다.


“예, 제대로 된 1급 마나계약서가 맞습니다. 영주님.”


“역시. 마탑만큼 정직한 곳이 없지.”


정직보단 자존심의 문제였다.

뭐 그건 백작과는 할 이야기가 아니고, 마법사 스텐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지어졌다.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영주님.”


스텐이 영주를 향해 평소보다 더 깎듯하게 입을 연다.


“부탁?”


경계하며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피스터 백작.

스텐이 앞에 부탁을 붙이면 대개 큰 돈이 빠져나가게 되니까.

피스터 백작은 마석이나 마법재료가 더 필요하단 거겠지, 라고 생각했고, 그렇기도 했으나 지금 스텐은 마석과 마법재료들은 안중에 없었다.


“이 마나계약서에 내용을 하나 더 추가해주실 수 있을까요? 펠이 제 마법 연구를 적극 돕도록 말입니다.”


그 말에 경계심이 풀리는 피스터 백작.

1급 마나계약서가 좋은 점 하나 더. 후에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라면 추가조항을 써넣을 수가 있었다.

마법적 처리 없이 그저 깃펜으로만 적어도 제대로 효과가 발휘된다.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돈 한푼 안드는 부탁. 그리고 스텐의 마법연구가 성과를 내면 그 혜택은 영주와 영지에도 온다.


“좋은 생각이군.”


피스터 백작이 눈을 빛냈다.

피스터 백작의 머릿속이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찬다.

벌써 거금의 돈을 썼고, 앞으로 더 쓰게 되겠지만 보상이 확실한 투자다.

아무리 돈 있는 귀족이라도 마법사 둘을 고용해 부리는 건 보통 부담되는 일이 아니지만, 마나계약서에 적힌 마탑에서 돌아온 뒤 펠이 받게 될 급료는 기사 한 명과 비슷했다.

피스터 백작은 자신을 악덕 영주라 생각지 않는다. 정말로 순수하게 그리 생각한다.

스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급료지만, 투자란 그런 것이니까.


슥슥.


피스터 백작이 깃펜을 들었다.

마나계약서에 스펜이 부탁한 내용을 적어 넣는다.

깃펜을 떼자 마나계약서가 은은하게 빛난다.


“펠, 그 아이를 불러오도록.”


피스터 백작이 말했다.

잠시 뒤 펠버드가 영주실로 들어온다.

들어가자마자 펠버드의 시선이 영주의 책상 위에 머문다.

펠버드의 마법 성취는 하루하루 확확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30살 이후의 기억은 없으나, 마법에 대한 기억들만은 매일매일 돌아오고 있었다.


“어서오거라, 펠. 앉거라.”


인자한 미소로 펠을 반기는 피스터 백작.

스텐의 표정은 굳어져 있다. 질투, 시기, 열등감.


“오늘 내가 널 부른 것은, 마법을 본격적으로 배워보지 않겠느냐? 너에겐 아주아주 대단한 마법적 재능이 있다, 펠. 나의 마법사, 스텐이 인정한 바이다. 내가 널 적극 지원해 주겠다.”


피스터 백작이 말하고, 긴장한 얼굴로 힐끔힐끔 펠버드를 살피는 스텐.

마나의 계약서를 내민다면, 과연 저 펠이 순순히 사인할 것인가.

지극히 순진하고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머리가 아주아주 비상하고 영악하게 돌아가는 놈.


“예,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하하! 그래, 마법사란 참으로 멋지고 대단한 존재지. 펠 너도 될 수 있다. 내가 부족함 없이 지원해줄 테니 마탑에서 정식으로 아주 제대로 오직 마법만을 생각하며 전념해 보거라.”


만족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피스터 백작.

그는 이야기가 끝났다고 봤다. 상대는 12살 아이.


“거기 깃펜을 들고 그 종이에 사인하거라.”


피스터 백작이 테이블 위에 놓인 마나계약서를 거꾸로 돌려 슥 펠버드 쪽으로 밀었다.


“이게 뭔가요?”


“계약서란다. 펠 네가 마탑에서 부족함 없이 마법을 배울 수 있도록 널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그 대신 내가 부르면 영지로 돌아와 나의 마법사로 일한다는 약속이지. 염려말거라, 아무리 빨라도 최소 5년간은 널 부르지 않을 테니. 보거라, 여기, 적혀 있지?”


평생 계약, 가문과의 계약, 급료 등에 대한 내용은 다음장에 적혀 있었다.


“보거라, 이것은 마탑입학서다. 여기 이 부분은 스텐이 너를 추천하고 너에 대한 평가를 적어준 것이고.”


천재란 말로도 부족한 천재 중의 천재.

그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지금 그 계약서에 사인하면 오늘 당장 이 마탑입학서가 마탑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 계약서가 마나계약서란 것은 말해주지 않는다.

피스터 백작은 펠의 더없이 환해지는 미소와 잔뜩 들뜬 표정을 기대했으나, 펠은 무표정했다.

펠은 1급 마나계약서라는 걸 알아봤으며.


“다음장을 확인해봐도 될까요?”


넘겨보기 위해 계약서로 손을 뻗었다.


탁.


그러나 피스터 백작이 그 손을 잡는다.

아이의 작은 손을 힘주어 잡고, 웃음기가 싹 사라진 표정을 짓는다.

악덕 영주 소리는 들은 적 없으나, 귀족은 귀족.

평민이라면, 더구나 내 영지의 주민이라면 당연히 내 뜻대로 할 수가 있으며 나를 어겨선 아니 됐다.


“건들지 말고 사인하거라.”


낮게 가라앉는 목소리로 말하는 피스터 백작.

펠버드는 손을 물렸다. 아직 자신에겐 완전히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은 없다.

그럴 수 있는 힘을 빨리 얻고 싶다.

펠버드는 자존심이 구겨졌으나, 그걸 잘 숨겼다.


‘내용은 상관없지, 이 마나계약서의 구조가 중요할 뿐.’


마나계약서는 일정한 패턴의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펠버드는 그 마력의 패턴과 뿐만 아니라 더욱 깊은 곳, 마력의 성질과 핵심까지 분석하고 있었다.

괴물적인 마나감응력, 그리고 이내 저절로 떠오르는 관련된 마법 지식과 경험들.


‘분석해서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은걸? 사인해도 날 구속하는 효과가 아예 무효가 되도록 까지도.’


펠버드는 비틀린 웃음이 지어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지금 당장은 힘들다. 아마도 무려 6서클 마법사의 솜씨.

하지만 오래는 안 걸린다. 며칠이면 충분. 펠버드는 자신했다.


“좀 생각해봐도 될까요?”


“뭐라고? 어째서?!”


더 먼저 입을 연 건 마법사 스텐.

화가 났다기보다 그는 불안한 마음이 일었는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만 같았다.

허나 아무리 자신에게 물을 먹였다지만, 한 영지를 거느리는 귀족을 상대로, 또는 마나계약서에, 그것도 6서클 마법사가 제작한 1급 마나계약서에 무슨 수작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그래, 집을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생각해 보거라.”


피스터 백작이 말했다. 급할 건 없으니.

마법의 재능을 타고났는데 그것을 포기하는 인간은 있을 수 없다.

허나, 아직 아이. 다그치면 겁을 먹고 물러서버릴 수도 있는 일.

피스터 백작은 인자한 미소로 펠버드를 배웅했다.


저벅, 저벅.


마나브레인 없이도 이룬 인류 최초의 8서클의 경지. 지금은 마나브레인도 있다.

영주실을 나가는 펠버드의 머릿속에선 엄청난 속도로 마법적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틀이 아니라, 하루면 충분하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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