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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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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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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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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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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펠버드는 주저함 없이 요구하였다.

형제, 도렌을 기사 아카데미에 보내달라고.

펠버드는 내성으로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을 통해 확신하였다. 기사가 되고 싶다 기사가 되고 싶다던 도렌의 말은 진심이라고.

가장 안전하고, 평민 출신이더라도 제대로 기사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은 하나, 기사 아카데미 입학이었다.

이왕이면 왕국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가 좋을 터. 마침 펠이 가게 될 마탑도 왕국 수도에 있었다.


“형제?”


흘러들어온 고아라고 들었다.

무슨 말인가 했으나, 피스터 백작은 이내 이해한다.

펠을 돌봐주던 자들도 소문을 들었을 테니 얼마나 펠에게 잘해줬겠는가.

아들로도 삼고 싶을 테지.

피스터 백작의 입가에 조소가 지어진다.

평민들의 비열한 습성을 잘 알기에.

미케일이라 했던가.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고.

고년이 펠을 살살 꼬드겨 부탁한 일일 테지.


“그건 안 된다.”


말을 돌려 말할 것도 없었다.

살살 구슬려가며 부릴 것 없다.

마나의 계약, 자신의 말은 펠에게 있어 절대적이다.

살살 펠을 구슬려 이런 부탁을 하게 한 게 괘씸하기 짝이 없었고, 그게 아니라도 순전히 펠의 의지라도 계약이 되자마자 곧바로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게 괘씸하다.

더구나 마법 공부와 관련된 부탁도 아닌 것을.

하여간 천한 것들이란.


“정말 안 될까요?”


“.....”


두근!

펠버드가 한 번 더 부탁했고, 피스터 백작은 갑자기 전신에서 땀이 쫙 돋았다.

왜인지 심장이 쿵쿵쿵 뛰고, 두통이 일기 시작했다.


“으음...”


신음을 흘리는 피스터 백작.

스텐이 피스터 백작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허나 그는 그저 의아해할 뿐.

급기야 심장이 이상한 박자를 타며 날뛰듯 뛰었는데, 그래 안 된다란 말이 차마 나오지가 않았다.

황당하기 짝이 없게도, 그 말을 뱉는 순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섬뜩한 공포가 인다!


“영주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스텐이 물었다. 안색까지 창백해진 피스터 백작의 모습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스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는 펠버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허나, 마력이 움직이는 기미는 찾지 못했다.

지금은 마탑주라도 불가능할, 아주 고도의 마법기술과 마탑주도 능가하는 수준의 마나감응력으로 마나계약서의 수정이 이뤄졌으니.


“그, 그러마...”


피스터 백작이 입을 열었다.


“예?!”


놀라서 다시 피스터 백작을 홱 쳐다보는 스텐.


“하아...”


물에 잠겨 있다 나온 사람처럼 깊은 숨을 토하는 피스터 백작.

그는 그제야 편안해졌다.

거짓말처럼 그 황당한 감각들이 한 순간에 싹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펠이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피스터 백작은 그 인사를 받을 여유가 아직 없었다.

도대체, 뭐였지...?

전혀 마나계약서와는 연관짓지 않았다.

그야 자신이 갑이고 펠이 을로서 맺은 계약이니.

피스터 백작이 고개를 젓는다.

기사 아카데미는 왕국 기관. 마탑에 비하면 기사 아카데미에 드는 비용은 귀족에겐 푼돈이었다.


“네 형제가 기사로서 재능이 있어 보이느냐?”


방금의 감각을 떨쳐내려 분위기를 바꿔본다.

천재 마법사. 비단 마법만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를 터.

어쩌면 대단한 인재를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

한편 스텐이 옆에서 피스터 백작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승낙하기 전에 물었어야 할 질문 아닌가.

이렇게 느슨한 피스터 백작이 아니다. 마나의 계약도 맺었는데 말이다.

뭔가가...뭔가 이상하다.

허나 스텐도 그 이상함이 마나계약서로 향하지는 않는다. 직접 확인까지 했었으니.


“예, 그렇습니다.”


바로 대답하는 펠버드.

거짓이 아니다.

광장 여관에서의 기사와 용병 간의 싸움. 그걸 바라볼 때 펠버드는 머릿속으로 마법 연구에 열중했었는데, 한 순간 그걸 멈췄을 때가 있었다.

소드오러를 쓰는 기사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도렌의 뱃속에서 찰나였으나 뭔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떠올랐던 기억의 파편 하나.

도렌의 얼굴이 어쩐지...낯이 익었다.


“어떻게 있어 보이느냐?”


망설임 하나 없이 나오는 대답에 피스터 백작이 흥미를 가진다.

코네턴 성엔 기사는 적지 않으나, 오러기사는 열 명도 안 되고 다 오러기사의 가장 낮은 등급인 소드레귤러급이었다.


“오러의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 얼마나?”


“적지 않습니다.”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펠버드는 검술도 익혔으나, 오러까지 지녔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리 말해두면 도렌에게도 지원을 톡톡히 해줄 테니.

도렌에게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라고 한다면 그리 하게 되겠지만 눈치를 채고 마나계약을 풀려고 들 수 있었다.

조작되면서 그 마나계약서는 불안정해진 상태, 그래도 결코 쉽게 풀 수 없지만 절대 못 푼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백작과 마법사의 반응을 보면 서너 번 정도는 역전된 마나계약서의 강압력을 사용해도 눈치 못챌 것 같지만.’


아껴두기로 했다.

백작, 고위 귀족. 아주 유용하게 쓰일 일이 있을 테니까.


“생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수도에 혼자 가는 것보다 형제와 함께 간다면 안정감이 있고 든든하고 좋겠지. 더 빨리 적응도 될 테고. 이름이 뭐라고 했지?”


“도렌입니다.”


“좋다, 도렌에게도 큰 지원을 약속하마.”


“감사합니다.”


꺼림칙함은 남아 있으나, 만족한 얼굴로 미소 짓는 피스터 백작.

마법사 스텐도 나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펠버드가 더욱 대단한 마법사가 되어 돌아와 자신의 마법 연구를 돕는다.

피스터 백작과 스텐은 미래의 기대로 부푼다.

이제 마탑의 연락을 기다리면 되었다.

펠은 그만 집으로 돌아간다. 발걸음이 빠르다. 빨리 이 기쁜 소식을 가족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


피스터 백작의 비서가 직접 펠버드의 마탑입학서를 들고 왕국 수도로 갔다.

스텐이 알려준 마탑의 마법사 캄프를 포섭하기 위해.


“나를 찾으셨다고? 나를 어찌 알고?”


마탑 1층, 비서는 펠의 마탑입학서를 제출할 뒤 마법사 캄프를 만나고 싶다 전했다.

백작이 증명한 신분패를 보이자 금방 캄프를 만날 수 있었고.

아무리 귀족의 심부름꾼이라도 고작 1서클 마법사기에 가능한 일.

왕족이 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게 고위 마법사들이었다.


“이게 뭐요?”


아공간 주머니를 건네받은 마법사 캄프, 그는 안에 그득 들어찬 금화를 확인하였다.


“저희가 보낸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비서는 노골적으로 말했다.

서클링이 낮은 마법사일수록 마법연구에 목을 맨다. 마법연구만큼 돈이 드는 일이 없다.

마탑은 저서클의 마법사들이 뒷돈을 챙기는 걸 알면서 어느정도 용인한다.

저서클 마법사들의 마법연구가 성과를 내는 경우도 제법 있기에.

그들은 고서클 마법사들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을 장작삼아 더 미친 듯 마법연구에 파고든다.

연구비는 고서클 마법사들에 비해 쥐꼬리만큼 주는데 그럴싸한 연구 성과를 가끔 내놓으니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가.


“호오, 그렇게나 재능이 넘친다면, 대단한 인재가 혹여나 묻히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지요. 펠, 그 아이를 어떤 식으로 도와주길 바라시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캄프는 비웃는다.


‘흥,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천재? 마탑엔 이미 그런 천재들이 수두룩하게 있지. 나 또한 어릴 적엔 그런 말을 들아봤고.’


허나 속으로만 비웃는다.

아주 단단히 착각에 빠진 통 큰 손님. 한동안 아주 든든한 돈줄이 되줄 테니까.


“다만 나는 1서클 마법사요. 해줄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걸 명심하시오.”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펠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고위 마법사 분들에게 잘 전해주고, 1, 2층의 학생 마법사들로부터 쏟아지는 질투와 시기를 잘 막아달란 겁니다.”


비서가 말했고, 마법사 캄프는 하, 하고 웃어버릴 뻔했다.


“고위 마법사 분들에게 감히 고작 1, 2층의 일을 시시콜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소이다. 압도적으로 높은 성적이나 성과를 냈다면 또 모를까.”


“바로 그겁니다. 압도적인 성적을 낼 것이고, 단연 눈에 띨 테니, 그걸 고위 마법사 분들께 잘 말씀드려 달란 말입니다.”


“.....”


마법사 캄프는 경멸어린 표정이 지어지려 하는 걸 가까스로 참아낸다.


‘천재들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띠는 압도적인 천재라...푸하, 우물 안 개구리들이 좀 뛰어난 마법 재능에 콩깍지가 씌여 잘도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마탑은 이제 마법사의 양보다 질을 더 추구한다.

저서클 마법사 100명보다 고서클 마법사 1명이 훨씬 가치 있다.

고서클 마법사를 한 명이라도 더 만드는데 투자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탑이 요구하는 신입 마법사들의 수준이 매년매년 그 허들이 확확 올라가고 있는 상황.


‘입학 테스트를 받기도 전에 마탑의 마법사를 매수라...어지간히 자신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만. 고아놈의 마법 재능이 얼마나 뛰어나든, 올해 신입들은 유서 깊은 마법가문의 자식들도 한둘이 아니거든.’


허나 알 바인가.

그런 속마음은 숨기고 캄프는 고개를 끄덕인다.


“독보적인 성적, 성과를 낸다면 이군요. 알겠습니다. 사람을 잘 찾아왔소. 고위 마법사들 중 내 동기가 셋이나 있으니 말이지. 헌데...누가 날 알려주었소?”


“3서클 마법사 스텐입니다.”


“스텐, 스텐이라...”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캄프.

마법사들이 보통 그렇지만 특히 더 소심하고 예민하고 유약한 성격. 스텐의 마탑 생활은 지극히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마탑이 떠들썩해지는 어떠한 성과를 냈던 적도 없었으니.

다만 스텐에겐 운이 하나 따랐었으니.


“혹시, 빙결파도의 마법사, 그를 말하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못참고 마법사의 입가에 비웃음이 지어진다.

그래도 3서클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 재능은 나름 있었으나 3서클에서 그치고 마탑도 떠난 만큼 그리 대단한 재능은 아니었고, 그나마 좀 있는 마법재능 외에는 다 어설프고 젬병이었던 자.

그런 자가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하단 평가를 내려봐야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군요...알겠소. 더 할말이 있소?”


“전할 말은 다 했습니다.”


“펠, 그 이름을 기억했소. 신경 써서 지켜보겠소이다. 마법사들, 특히 우리 마탑의 마법사들은 신의가 있으니 안심하시오. 돈만 꿀꺽 하는 일은 없을 테니. 펠 그 아이가 눈에 띠는 성과를 내기만 하면, 확실하게 고서클 마법사들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게요.”


그 말을 끝으로 둘은 헤어졌다.

헤어지며 비서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마법사가 비웃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에.

그러나 그 불쾌감은 이내 사라졌는데, 마탑 1층에서 온갖 신기하고 진귀한 마법들을 목격해서였다.

고작 1층이 이런데...

저 높은 층들에선 어떤 괴물 같은 마법사들이 살고 있고, 어떤 세상의 이치를 비틀고 주무르는 마법을 구사하고 연구하고 있을까.

비서조차, 펠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마법사는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마법사 캄프는 통신실에 들렸다.


“나 캄프일세.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통신수정구에 손을 대고 마탑 밖에서 근무 중인 한 마법사와 통화한다.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돈값을 톡톡히 한다는 걸 보여줄 생각.


“코네턴 성으로 좀 가주게나. 올해 꼭 마탑에 입학시켜야 될 아이가 있으니까.”


테스트 순번이 미뤄지면 입학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는 일.


“그리고 혹시 펠 그 아이의 마나감응력 수치가 좀 부족해도 날 봐서 응? 알겠지? 내가 자네를 눈여겨보고 있고 가끔 내 동기들에게 자네 이야기를 한다는 걸 잊지 말게.”


마탑의 입학 테스트는 마나감응력 측정으로 이뤄진다.

특수하게 제작된 마석수정구에 손을 올리는 걸로 간단히 측정할 수 있었다.

마나감응력과 마나량도 측정할 수 있는 마법품.

그렇게, 숨은 마법의 재능을 가진 아이를 찾기 위해 왕국 곳곳을 도는 인재인사관 니그렌이 코네턴 성으로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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