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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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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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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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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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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

DUMMY

‘마독초, 해시츠.’


펠의 미간이 좁혀진다.

해시츠는 마법사에게 도움이 되는 약초가 아니다.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일반인에게 쓰면 해열제 효과를 내지만, 마법사에게 쓰면 그 어떤 독보다 끔찍한 독이 된다.


‘서클링을 망가트려 버리는 독.’


얼마나 강력한 마독인지, 잎 하나만 섭취해도 서클링을 엉망으로 망가트려 버린다.

이걸로 날 해치려고? 아니, 펠버드는 고개를 젓는다.

여전히 블랙 다이어울프로부터 살의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날 해하려는 게 아니라, 마력을 풍기는 약초라서 마법사인 내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시라그네도 해시츠도 캐온 거야. 그리고...’


마력초 시라그네, 마독초 해시츠, 그리고 펠버드는 또 다른 약초를 하나 더 찾아냈다.

하나하나 샆펴보니 약초는 두 종류가 아니라 세 종류였다.

우드린.

이것도 비슷하게 생겼으나 약간 생김새가 다르다.


‘이건 해시츠를 해독할 수 있는 해독초야. 날 해할 생각이라면 해독초도 함께 가져올 리 없지.’


이 세 약초들 중 지금 이 시대의 마법사들이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한 가지, 마력초 시라그네뿐.

해시츠와 우드린은 마력을 품고 있는 풀 정도로만 알고 있다.

마법사들, 마탑조차도 사용법을 잘 모르는 걸 아무리 영악하다 한들 마수가 어찌 알겠는가.


“고마워.”


펠이 블랙 다이어울프를 쓰다듬는다.

블랙 다이어울프가 눈을 반쯤 감으며 고개를 숙인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블랙 다이어울프.


“하지만 널 데려갈 순 없어.”


성이 난리가 날 테니까.

피스터 백작이 허락한다 해도, 툭 부딪치기만 해도 크게 다칠 수 있는 대형 마수다.

또, 과연 이 블랙 다이어울프를 그냥 두겠는가. 이용하려 하거나 연구해보려 할 것이다.

자신을 주인이라도 되는 듯 이리 따르는데, 그리 되도록 만들기 싫다.


‘이 블랙 다이어울프, 여기서 처음 만난 게 아니야, 절대...’


뭔가 기억이 날듯 말듯 하다.

처음 만났다고 하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자신이 뭘 했다고 이렇게 따른단 말인가.


“으으...”


펠버드는 머리를 짚었다.


“펠, 괜찮으냐.”


하일런 공자가 다가와 어깨를 짚는다.

걱정어린 표정.

그 정도로 펠버드의 표정은 구겨졌다.


“예...”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려 하면 늘 이렇다.

생각을 그만두자, 두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억지로 떠올리려 한다고 떠올려지지 않아. 지금까지 그랬 듯, 마법을 배워나가다 보면 저절로 차차 떠오르게 될 거야.’


파편 파편들이었으나 새로운 마법, 마법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얻으면 자연스레 관련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마법을 익히고 공부하다보면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억들이 돌아온다는 건 날아가버린 게 아니고, 머릿속 어딘가에 제대로 남아 있다는 거니까.


카르르르...


펠버드가 손을 떼자, 블랙 다이어울프가 물러선다. 크르렁거림도 낑낑대는 우는 소리도 아닌 소리.

펠버드의 눈에는 아쉬움은 있으나 어른스레 물러서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펠버드에게 굴복하였으나, 당당하고 강인한 다이어울프다.


“또 만나자.”


돌아서려다가, 펠버드는 한 마디 한다.

도렌이라면, 분명히 그럴 거니까.

블랙 다이어울프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입이 벌어진다. 그 모습이 꼭 웃는 것처럼 보였다.


파밧!


돌아선 블랙 다이어울프는 달렸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꼭 꿈을 꾼 것 같군.”


“그나저나 이 산에 마력초가 있었다니. 산 정상에 피나보군.”


산 초입과 중턱에선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마수들이라도 5성급 마수를 어찌 막겠나.

저 블랙 다이어울프는 산 정상의 터줏대감들도 무시하고 자유로이 돌아다녔을 것이다.


‘부럽군...마력초 시라그네를 이용해 서클링을 하나 더 만들어 냈다는 기록도 있지.’


니그렌과 스텐이 펠버드의 손에 쥐어져 있는 풀들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무려, 다려마시기만 하면 서클링을 강화해주는 영약!

특별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


“이것들은, 제가 가져도 될까요?”


펠버드가 말한다.

니그렌과 스텐은 욕심이 꿈틀거렸으나, 안 된다고 하면 꼴이 우스워진다.

명백히 누가봐도 펠에게 주고 간 것이니까.

더구나 아이, 아이의 코묻은 돈에 욕심내는 것만큼 추잡해 보이는 게 없다. 보통의 아이가 아니라지만 말이다.


“펠 네가 혼자 굴복시켰고 누가봐도 너에게 주고 간 것인데, 우리가 챙길 이유가 없지.”


“당연한 이야기를.”


니그렌과 스텐의 생각은 같았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 창피를 당하지 말고 생색이나 실컷 내는 게 낫다.


“그럼.”


펠은 약초들을 전부 챙겨 품에 넣는다.


‘마법사에게 있어 그야말로 악마의 독초, 해시츠. 이것도 쓸 일이 있을지 모르지.’


해시츠도 챙겨넣는다.

지금은 그 누구도 사용법을 모르는, 해시츠에 당해도 당최 원인을 모를, 펠버드만이 아는 독초.

다시 산을 내려간다.

성에 도착한 뒤 병사를 구출했다는 보고를 하고, 소식을 들은 피스터 백작은.


“만찬을 준비하고, 펠을 불러와라.”


대련 승리, 그리고 병사 구출.

공을 두 개나 세웠으니 크게 포상을 해야겠지.

그리고 마력 측정도 직접 보고 싶었다.

펠, 과연 얼마나 천재적일 것인가.


==========


“펠!”


도렌이 문을 열고 나와 달려왔다.

수시로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오늘 펠이 안토니 백작성에서 돌아오는 날인데 귀가가 늦어지고 있어서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펠 오빠!”


제나도 집 밖으로 나왔다.

도렌과 제나를 발견한 펠이 걸음을 늦춘다.

도렌이 달려오는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았기에.


덥썩!


도렌이 펠을 안는다.


“이 자식,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도렌은 제나에겐 그렇지 않은데 펠은 자주 머리를 형인 것처럼 쓰다듬거나 안거나 한다.

걱정되고 불안해서.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나타나, 검술에도 마법에도 재능이 있다며 빠르게 성장해가는 펠.

왠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어느날 휙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또 어딘가에 혼자 쓰러져 있지는 않을지, 뭔가 착오가 있었다고 나는 당신들 곁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며 훌쩍 사라지는 건 아닐지.


“미안...”


펠은 병사 로이를 구하러 갔던 일을 말해야 할까 말까 망설인다.

그때 포옥, 제나도 와서 펠을 안는다.

펠은 손을 올려 도렌과 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시켜서 미안.”


“머리 쓰다듬지 말랬지! 뭘 잔뜩 걱정시켜놓고 머리 쓰다듬으면서 형인 척 굴어. 이 자식. 십년 빠르다고 했잖아!”


머리를 싹 빼낸 뒤 손을 뻗어 펠의 머리를 쓰다듬는 도렌.

삐죽 나온 입술, 하지만 눈가가 좀 젖어 있다.

공자들 간의 대리 대련은 날이 안 선 검으로 한다지만, 상대가 견습기사인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는가.

아무리 펠의 실력을 안다지만.

그런데 귀가도 늦어졌으니.


“미안...”


“뭐가 자꾸 미안미안이야. 한 번 사과했으면 됐지.”


“그게, 미안할 게 하나 더 있어서.”


“휴, 순하고 조용하기만 한 애인 줄 알았더니.”


“그거 도렌 오빠가 할 말은 아니지.”


펠의 편을 들어주는 제나.

그 말에 순간 말문이 막히는 도렌.

그리고 펠이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서 자신은 기사 아카데미에 입학할 기회를 얻었다.


“본래 일정대로 성에 돌아왔었어. 그런데...”


펠버드는 병사 로이를 구하러 갔다 온 일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미케일에게 한 번 더 설명해야 하기에 일단은 간단하게 했다.

가족, 들에겐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펠버드는 궁금해진다.

자신이 천재 정도를 넘어 마법사의 틀도 벗어난 존재라도 이들은 날 밀어내지 않을 것인가.

고개를 드니 집 문앞에 미케일이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래서 마수를, 길들였단 말이니?!”


집으로 들어가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다.

마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몇 번이나 깜짝 놀라는 미케일.


“그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마수는 절 따랐고 절 대장처럼 여겨요.”


드륵.


미케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다친 곳은 정말 없니? 펠. 어디, 등도 보자.”


펠에게 다가간 미케일이 펠 앞에 쪼그려 앉아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만진다.

신발을 벗겨 발까지 확인하는 미케일.

펠이 정말 다친 곳이 없는지 그것만을 열심히 묻고 살폈다.

다친 곳은 없었고, 그 이후 마수에 대한 이야기가 더 오갔으나 미케일의 태도는 전과 변함없었다.


“펠, 앞으로 그 산으론 절대로 가지 마.”


미케일이 펠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엄한 표정을 지었다.

견습기사를 압도적으로 이겼고, 그 견습기사가 반칙인 오러 블레이드를 쓰다 펠의 반격으로 사망했고, 펠이 마수를 길들였어도, 자신의 아이다.

도렌, 제나와 똑같은 자식으로 여기고 키우겠다 결심하고 결심해 받아들인 아이였다.

어떤 아이든, 자신의 아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내가 다치지 않았는지를 걱정할 뿐...가족...가족...’


두렵지만, 펠버드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 하기로 한다.

이제 이 집을 떠나게 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기에.

곧 마탑으로 가게 된다.

펠버드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0살 전까지의 기억에 대해.


“기억? 기억은 무슨, 꿈이겠지. 펠 넌 잠이 많으니까 꿈도 많이 꿀 거 아냐.”


도렌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펠이 꿈들을 기억으로 착각한다고 생각한다.

미케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무리 마법사가 하는 말이라도 믿기 힘든 이야기.

펠버드 본인도 자신이 회귀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데.


“펠, 아직 대답 안 했는데? 앞으론 절대 그 산에 가지 마. 알겠니? 대답!”


“아, 예...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아니라 엄마! 언제까지 아주머니라고 부를 거니?”


허리에 양손을 얹고 말하는 미케일.

이 기회를 단단히 혼내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펠버드.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예, 어머니...”


아주머니에서 어머니. 호칭이 바뀌었을 뿐인데 무언가가 변한다.

가족...

펠버드는 가족이 무엇인지를 더 알게 된다.

고아였던 그는, 평생 가족을 만들지도 않았던 그는, 모든 인간을 증오하기까지 했던 그는 알아간다, 인간의 또 다른 면을...

사랑, 정, 선의, 이런 감정들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똑똑!


노크 소리.

누군가 찾아올 시간이 아니었으나, 정중한 노크 소리. 미케일은 누군지 예상한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여자. 언제든 누구든 조심성 없었던 노크 소리가, 얼마 전부터 변했다.


“영주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마법사님, 내성으로 모시겠습니다.”


기사였다

미케일 뒤의 도렌 남매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펠을 마법사님이라 부르는 건 처음 들었다.


“다녀올게요.”


영주님께 보고가 올라가면 호출이 있을 거란 이야기도 이미 했다.

집을 나온 펠은 기사를 따라간다.

그런데 내성에 도착한 뒤 가는 방향이 지금까지와 달랐다.


“어디로 가는 거죠?”


“영주님께서 대련 승리와 병사 로이를 구출하는데 큰 활약을 하신 것에 크게 기뻐하고 계십니다. 펠 마법사님을 위한 축하 만찬을 준비하셨습니다.”


그 외에 포상도 크게 내려질 터, 그것까지 자신이 입에 올리는 건 주제에 어긋난다 기사는 생각한다.

펠의 위상은 이미 스텐과 같은 영주의 마법사나 다름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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