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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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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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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47
추천수 :
957
글자수 :
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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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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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DUMMY

시체가 꿈틀거렸다.

시체가 눈을 뜬다.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듯, 장난, 이라고 말할 것처럼 상체를 일으킨다.

그러나 잘린 손은 바닥에 떨어져 있으며, 뚫린 가슴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비틀비틀.


죽은 니그렌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비틀거리며 몇 번 쓰러질 뻔 하긴 했지만 기대거나 붙잡지 않고 두 다리로 똑바로 선다.

가슴의 피가 멎어간다. 잘린 손목 절단면의 피도 멎는다.

마법이 피를 멎게 하였다.

죽었으나, 피가 다 빠져나갔거나 썩은 건 아니기에 안색이 창백하긴 해도 시체로는 보이지 않는다.


“네 이름은?”


펠버드의 말에, 죽은 니그렌이 입을 연다.

눈동자가 펠버드를 바라보기까지 한다.


“니그렌. 3서클 마법사.”


“마법도 쓸 수 있어?”


“쓸 수 있다.”


“내게 마법을 쓸 수 있어?”


“보조 마법이라면.”


공격 마법은 쓸 수 없다.

술자인 펠버드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은 할 수 없었다.


“쓸 수 있는 마법을 말해.”


“파이어 스피어, 윈드 커터, 윈드 스피어, 실드.”


아까 전투 때 썼던 마법들.

3서클 마법사인데 쓸 수 있는 마법이 이것 뿐일 리가.

죽은 시체를 다루는 것의 한계. 생전의 능력을 전부 끌어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게 점점 더 줄어들 거야. 서클링이 붕괴돼가고 있으니.’


펠버드의 마나감응력에 차차 허물어져가는 니그렌의 서클링이 느껴졌다.


“그 마법들을 내게 전수해줄 수 있어?”


“.....”


고개를 갸웃하는 죽은 니그렌.

가르친다는 것은, 더구나 마법의 전수는 고도의 지적 행위. 역시 시체에게 그것까진 바랄 수 없다.


‘적을 잡으면 바로 아군이 되어 싸우게 할 수 있고, 스파이로도 써먹을 수 있겠지.’


하나가 아니라 동시에 여러 구의 시체를 부릴 수 있다.

유심히 다시 봐도 상처를 빼면 시체로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

활용도가 계속 더 떠오른다.


“따라와. 돌아간다.”


산을 내려간다.

함께 성으로 돌아가면 정당방위였음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파이어볼트 시험은 잘 되셨습니까?”


성문 병사가 묻는다. 죽은 니그렌을 향해서.

병사는 피스터 백작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부디 제대로 대답해주길, 병사가 긴장하는 건 그 이유 뿐이었다.

시체란 낌새는 전혀 못 챈다.


“잘 되었네. 역시 완벽하게 말이야.”


죽은 니그렌이 말한다.

병사는 죽은 니그렌, 펠버드를 성안으로 들여보낸다.

니그렌의 잘린 손목은 폼이 넓은 로브 소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내성의 네 방으로.”


펠버드는 죽은 니그렌을 데리고 니그렌의 방으로 간다.


“마탑에 있는 네 금고를 내게 상속한다는 편지를 써서 마탑에 보내.”


니그렌은 마탑의 금고에 있는 마석과 마법품을 펠버드에게 자랑한 적이 있다.

죽은 니그렌이 바로 책상 앞에 앉는다. 깃펜을 들어 편지를 쓴다.

좀 필체가 무너지긴 하나 틀림없는 니그렌의 필체.

니그렌 특유의 마력패턴을 흘려넣어 직인도 찍는다.


“이 방에서만 머물다가 내일 아침 성에서 나가 남쪽으로 계속 가라.”


그것이 펠버드가 내린 마지막 지시.

코네턴 성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다면 누구도 니그렌의 죽음을 펠버드와 직접적으로 연관짓지 않을 것이다.


‘하나 문제는, 어떻게 입학날에 맞춰 마탑에 도착하지?’


라베마 시까지 니그렌을 데려가는 건 위험하다. 이동 중에 꽤 썩을 테니까.

마탑의 마법사인 니그렌 없이는 라베마 시의 텔레포트 게이트는 쓸 수 없다.

그러나 곧 펠버드는 니그렌의 방에서 나간다. 방법이 떠올랐다.

마수, 블랙 다이어울프.


‘그 덩치면 도렌도 함께 태우고 달릴 수 있어.’


오히려 마탑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블랙 다이어울프는 말을 타고 있어도 따돌릴 수 없다. 더구나 말처럼 쉬게 할 필요도 없으니.

펠은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날 니그렌의 실종으로 성은 발칵 뒤집혔다.


==========


“산으로 가더냐?”


피스터 백작이 직접 성문 병사를 심문한다.

오늘 아침 마탑으로부터 펠의 입학허가서가 도착했다.


“아닙니다. 들판입니다. 그랑 들판 쪽으로 갔습니다.”


피스터 백작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진다. 추측이 완전히 어긋났다.

마력초를 찾아다니다가 산에서 마수를 만났거나 조난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말을 탔더냐?”


“예.”


“이런 머저리 놈!”


쾅 책상을 내리치며 고함친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것부터 보고했어야 할 게 아냐!”


결코 쉬이 언성을 높이지 않는 피스터 백작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화가 났다!

병사가 창백해지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다.


“당장 쫓아가서 니그렌을 찾아!”


시일 내에 마탑에 도착하려면 펠은 반드시 니그렌과 함께 가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지 않고 시일 안에 마탑에 도착할 수 있을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펠의 마탑 입학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이제와서...아무리 마법사들이 괴짜들이라지만...”


펠을 무사히 시일 내에 마탑에 데려다주면 크게 사례하겠단 언질을 몇 번이나 했다.

그리고 캄프의 눈밖에 나서는 마탑 생활이 고달파질 터인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행동.


“반드시 찾아서 돌아와! 못 찾으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


“옛!”


서슬퍼런 지시에 병사가 당장에 튀어나간다.

베테랑 병사들로만 이뤄진 추격대가 성을 출발한다.

동부 지리에 빠삭한 자들. 사람을 찾는 건 기사보다 이들이 더 낫다.

그들은 이틀 뒤 니그렌을 데리고 돌아왔으나, 싸늘한 시체였다.


“저희가 발견했을 때는 심한 부상을 입고 있는 상태였고, 그러한데 먼저 공격을 해왔습니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신이 없는 사람인듯 뭔가에 씌인 듯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피스터 백작이 마법사 스텐을 본다.

스텐은 짚이는 바가 전혀 없다는 얼굴.

미궁에 빠져든다.

펠에게 받은 충격이 정신을 놔버릴 정도였나?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데스 리바이브, 흥미로워. 예상대로 이틀 정도면 마법을 제대로 못 쓰게 되는군. 하지만 계속 움직이긴 해.’


펠은 흥미롭게 병사들이 백작에게 하는 보고를 듣는다.

혹 펠과 관계된 일은 아닌지, 펠에게 짚이는 바가 있지 않을지 피스터 백작은 펠도 불렀다.


“제기랄, 미쳐 있던 마법사였나? 발작을 일으킨 것이고 말이야. 어쩐다...뭔가 방법이 없겠나, 스텐.”


피스터 백작은 그리 결론내려버리고 니그렌 건을 치운다.

마탑이 조사를 해도 떳떳하니까.

중요한 건 펠을 시일 내에 마탑에 보내는 것!


“어쩔 수 없이 펠의 마탑 입학은 내년으로 미루셔야 할 듯 합니다, 백작님.”


“이런 쓸모없는! 이럴 때 이런 일을 해결하라고 있는 게 마법사인데! 통상의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지만 마법을 쓴다면, 마법사의 지식을 빌린다면! 그래서 고용하는 마법사 아닌가.”


대꾸하지 않았으나, 스텐의 입술이 비틀린다. 그는 간신히 말을 참고 있었다.

피스터 백작도 거기까지 한다. 이번 니그렌 건을 봐도 그렇고 마법사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들.

펠이 마탑에서 돌아올 때까지 스텐은 자신의 곁에 잘 붙어 있어야 한다.


“더 생각해 보게. 난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으니까.”


“예...영주님...”


대답과 달리 스텐은 더 고심해볼 생각이 없다.

심술이 아니라, 그도 펠이 빨리 마탑에 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정말로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동 수단으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마수를 타고 가겠습니다.”


갑자기 펠이 말한다.

피스터 백작과 스텐이 홱 돌아본다.

생각지도 않았던 말.

하지만...그랬지. 블랙 다이어울프!

펠에게 꼬리를 흔들고 배까지 드러냈던 마수!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 방법 뿐일 테니까요.”


펠버드는 여전히 그 블랙 다이어울프가 피스터 백작의 돈벌이로 전락하게 둘 마음은 없다.

분명 자신과 연이 있는 다이어울프다.

하지만 방법은 이것 뿐이다. 마수가 자신을 진짜로 따른다는 걸 밝힐 수밖에 없다.


‘나와 도렌을 수도에 데려다준 뒤 여기로 다시 돌아가지 말라고 하는 수밖에. 백작의 손을 피해 그 산에 머물며 어머니와 제나를 지켜봐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세세한 소통까지는 되지 않아.’


안전에 대해 스텐과 몇 마디를 나눈 피스터 백작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전 마수를 다시 불러보자 했던 것은 3서클 마법사도 두 명이나 있으니 안전하단 생각으로 했던 말.

하지만 역시 마탑을 포기할 수 없다.

스텐도 무척이나 궁금했기에 피스터 백작을 부추겼다.

왜 마수가 인간에게 굴복했을까? 과연 지금도 그 마수가 펠을 따를 것인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저와 도렌 둘만 산으로 가겠습니다. 여럿이 몰려가면 경계해 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산 초입에서 마력을 퍼트리면서 부를 것이고, 저를 정말로 따른다면 산 어디서 부르든 올 것입니다.”


“으음...”


다시 스텐과 대화하는 피스터 백작.

둘 다 간절히 원하기에 결국은 허가가 떨어진다.


“조심하거라. 절대 무리는 해선 안 된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물러나고 탈출하거라. 그리고 펠 네 목숨을 가장 중요히 여기거라.”


위험해지면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해라. 도렌 때문에 발이 묶이는 짓은 하지 말아라. 피스터 백작은 그런 뜻인 말들을 몇 번이나 말한다.


“예...”


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

도렌은 가족이며 형제. 도렌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듯 자신도 도렌이 위험에 처하면 구한다.

허나 위험한 일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

펠버드의 부름에 금방 달려온 블랙 다이어울프는 귀를 바짝 접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니 무슨...다이어울프가 동네 똥개처럼!”


도렌이 경악한다. 마수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 도렌의 눈에도 말이 안 되는 광경.

펠버드의 앞에서 발라당 뒤집어져 배까지 보인다.

펠버드가 배를 만져주자 눈을 반쯤 감으며 헥헥거렸다.


“나와 도렌을 등에 태우고 달릴 수 있어?”


펠버드가 말한다.

일어난 다이어울프는 혀로 펠버드의 얼굴을 핥을 뿐.

역시 사람처럼 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렌, 더 가까이 와.”


펠이 손짓한다.

도렌은 침을 꿀꺽 삼킨다.

동네 개처럼 행동한다지만, 본능적으로 이는 공포.

하지만 이걸 타야 펠이, 그리고 자신도 입학식에 시일 내에 도착할 수가 있다.


“지, 진짜 공격하지 않지?”


“절대. 도렌이 내 형제란 걸 알아.”


도렌이 땀을 흘리면서도 펠버드의 옆에 바짝 붙어 선다.

펠버드는 손짓 발짓으로 블랙 다이어울프에게 뜻을 전한다.


크르르르르...


“히익! 페, 펠! 진짜로 괜찮아?!”


화가 났나 싶었으나, 블랙 다이어울프가 몸을 낮춘다.


“타래. 도렌도. 털을 꽉 잡아야 돼”



펠버드와 도렌이 등에 타고, 블랙 다이어울프는 두 아이를 등에 태운 채로 산을 달린다.

말이라면 절대 오를 수 없는 곳도 식은 죽 먹기였다. 풍경이 휙휙 지나간다.


“바라칼...”


“응? 펠, 뭐라고?”


“이 다이어울프의 이름, 생각났어. 바라칼.”


문득 떠오른 기억의 파편.

거의 동시에 펠의 머릿속에 중년의 남성 같기도 중년의 여성 같기도 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제 이름을 떠올려 주셨군요...주인님...


펠버드는 자신과 블랙 다이어울프가 무언가로 연결되는 감각을 느낀다.

그러고나자, 머릿속으로 거의 사람과 대화하듯 블랙 다이어울프, 바라칼과 대화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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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24.07.28 1,520 43 12쪽
5 5. 24.07.27 1,576 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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