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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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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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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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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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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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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

DUMMY

안토니 백작의 미간이 구겨진다.

휘청인 건 찰나, 재빨리 중심을 잡았으나 저건 누가 봐도 후텐이 말려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바에른이 하일런에게 한 방 먹어 마음이 급했다지만, 최고란 수식어를 가지고서 저런 볼쌍사나운 꼴을.

훗날 동부 최고의 오러기사가 될 거란 말을 듣고 있는 후텐이었다.


‘감히 내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후텐!’


제기랄! 후텐은 그런 안토니 백작의 시선을 느꼈다.

공자 바에른이 보내는 시선은 더 따가웠다. 후텐, 장난 칠 때가 아니다!


캉! 카앙!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게,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후텐이 이를 꽈득 문다. 지금 그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맞는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공격들이 다 막히고 있었다.

막히거나, 맞혔다고 생각했는데 허공을 가르거나, 꼬마 놈은 자신의 힘을 역이용해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 놈 대체 뭐야? 갑자기 어디서 이런 놈이...’


완전히 처음 보는 얼굴.

늘 같은 상대하고만 대련을 해서는 고이는 법이기에, 검술 수련의 일환으로 각 영지의 기사들은 교류가 잦다.

특이한 검은머리. 봤다면, 대련에는 끼지 않았다 해도 기억 못 할 리 없는데.

기억에 전혀 없단 말이지...전혀.


카아앙!


굉음이 크게 터졌다.

동시에 귀족들이 터트리는 탄성!

검은머리 꼬마가 뒤로 주르륵 밀려난다.


“역시 힘과 체격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니 말입니다.”


결국은 후텐의 승리라는 듯 말하는 귀족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검술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은 자들.

검술을 좀 안다는 자들은 검은머리 아이를 주시하고 있다가 거듭 또 탄성을 냈다.


“호오오, 저렇게나 밀려나고도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걸 보십시오!”


“그 각도에서 막아낸 것부터도 대단한 일입니다. 팔다리의 길이 차이가 아주 큰 만큼 여러모로 아주 불리할 텐데 말이지요.”


“후텐이 바로 따라 달려가 후속타를 먹이지 않은 이유는, 그의 손목을 보십시오.”


그 말에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후텐의 검을 쥔 손으로 향한다.

그 시선들에 후텐은 이를 악물며 손목에 꽉 힘을 더 주었으나, 손목이 떨리고 있는 걸 아예 숨기지는 못했다.


“호오, 정말 후텐의 손목이?! 어찌된 걸까요? 힘에서 밀려난 건 저 아이인데 말이죠.”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후텐 본인도 영문을 알 수 없었으니까.

자신은 한 발짝도 밀려나지 않았고, 꼬마는 한참을 밀려났다. 그 정도의 압도적 힘 차이인데!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

기술.


‘충돌한 순간, 뭔가 기술이 들어왔다.’


기술인 건 맞는데, 무언지 알 수가 없는 기술.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일런 공자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도 그렇고, 정말 어느 귀족이 말했던 것처럼 피스터 백작가에 새 검술 선생이라도 들어온 건가.’


허나 그랬다면, 피스터 백작이 새 검술 선생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분명 퍼졌을 텐데.

헌데 귀족들 모두가 이리 놀라고 있지 않은가.


카강!


“네 놈,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놈이냐?”


다시 검을 맞댄 순간, 참지 못하고 후텐은 직접 묻는다.


“.....”


펠버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대련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익힌 검술, 한 가지가 아니야.’


후텐과 대련을 하는 사이 머릿속에 검술과 관련된 기억의 파편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파편 파편들이지만, 그 파편들을 이어붙이자.


투강! 캉!


“호오오! 저 후텐이 뒷걸음을 치다니요!”


흥분해서 소리치는 귀족들.

펠버드가 후텐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세가 흠 잡을 데 없고 타이밍이 정확했으나 단조로웠던 아이의 검이, 전혀 딴사람이 휘두르는 것처럼 현란해진다. 특히나 보법이!

보법에서 밀리니 다 막아내고는 있으나 뒷걸음을 치는 수밖에.


카가가각!


허나 후텐은 동부 최고의 기사로 성장하리란 말을 듣고 있는 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검이 충돌한 순간 휘어감기 기술로 펠버드의 맹공을 끊어내는 후텐.


“너...언제부터 견습기사 훈련을 받았나? 혹시, 기사 아카데미 출신인가?”


떠오른 기억의 파편들을 다 정리한 펠버드가 그제야 입을 연다, 열어준다.

아주 궁금해 미칠 지경이란 얼굴이기에.

후텐, 이 자 덕분에 쓸 수 있게 된 검술이 늘어나지 않았나.


“전 견습기사가 아닙니다.”


“뭐? ...헛소리를! 그럼 뭔데, 네 놈은!”


후텐이 큰소리를 냈으나 둘의 대화는 귀족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귀족들도 흥분해 검은머리 아이의 정체에 대해 열띤 대화들을 벌이고 있기에.


“마법사입니다.”


“...뭐라고?”


아직 마탑에 입학한 것도 마탑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여러 마법을 쓸 수 있으며 비전마법까지도 하나 익혔다. 서클링도 있다.

이런 자신을 마법사라고 소개하지 않고 뭐라 소개할 것인가.


“마법사, 라고?!”


후텐의 얼굴이 시뻘개진다.

맞대고 있는 검에 다시 힘이 확 실린다.

그 나이에 자신과 맞먹는 검술 실력을 가져놓고, 마법사아?!

후텐은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다. 조롱하는 것이라고.


“이런 건방진 새끼가아아! 흐아아아앗!”


기합을 내지르며 온힘을 다해 펠버드를 밀어내는 후텐.

중심을 잃게 만들 셈이었으나,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균형감각인지!

무슨 돌을 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밀리긴 밀리지만 흔들림 없는 바위.

더구나 또 자신의 검을 쥔 손목이 떨리고 있었다.


‘설마, 순간순간 오러를 쓰고 있나?! 아니, 그랬다면 아무리 찰나에 썼어도 느끼지 못할 리가. 혹 자신은 못 느꼈다 해도 오러기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그러나 오러기사들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반칙은 일체 없다는 뜻.


캉!


‘제길!’


펠버드가 달려들었고, 떨리는 통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는 손으로 검을 휘두른 탓에 검이 충돌한 순간 후텐은 또 휘청였다.

그걸 놓칠 리가, 펠버드의 검이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허어어!”


귀족들이 경악하며 소리친다. 후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방어를 위해 움직였으나, 그것은 페인팅.

노린 건 옆구리가 아니었다.

완전히 당했다!!!

펠버드는 옆구리가 아니라 허벅지를 후려쳤고.


“아악!”


비명을 지르며 한쪽 다리를 꿇는 후텐.

이어 그의 얼굴에 아이의 무릎이 꽂힌다.

자세가 낮아지면서 무릎을 꽂기 딱 좋은 위치.

정확히 후텐의 턱에 펠버드의 무릎이 꽂혔다.


“커억!”


옆으로 쓰러지는 후텐의 입 속에서 하얀 뭔가가 튀어나온다.

앞니와 어금니 하나씩.

동시에 흥분의 도가니탕이 되며 더 화악 떠들어대는 귀족들!


“놀라운 실력이군요! 견습기사들의 대련을 보고 몸이 떨릴 줄은 몰랐습니다. 후텐이 완전히 농락당했어요!”


“쉿, 목소리를 좀 낮추시지요. 안토니 백작님의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고작 견습기사 간의 대련이라지만, 안토니 백작은 완벽주의자에 프라이드가 얼마나 높은 자인가.

결코 그저 여흥으로 웃어 넘기지 않을 자다.

무엇보다 동부 최고의 검술 명가란 명예를 갖고 있는 안토니 백작가인데.


저벅, 저벅.


펠버드는 쓰러진 후텐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일부러, 후텐의 턱을 쳤던 무릎이 불편한 듯 시간을 끌며 다가간다.

굳이 페인팅을 걸지 않고 허벅지가 아니라 옆구리에 공격을 먹일 수도 있었다.

압도적으로 처참하게 이겨줘. 하일런 공자의 그 말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크으윽...이 새끼...!”


후텐이 비틀비틀 일어난다. 입 안에서 피가 떨어진다.

그의 눈동자가 펠버드와 안토니 백작 쪽을 왔다 갔다 했다.

펠버드를 바라보는 시선엔 분노, 안토니 백작을 보는 시선엔 초조와 공포가.

그때, 모두의 시선이 둘에게 집중돼 있는 그때, 안토니 백작이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최고란 수식어를 가진 자신의 인재가 패배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피스터 백작이다.

그는 동부의 왕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존재.

피스터 백작으로 인해 자신의 위엄이 떨어지는 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후우웅!


오러.

후텐의 검이 푸른빛을 머금는다.

귀족들이 놀라 소리친다.


“잠깐! 멈춰라, 후텐!”


“안 돼! 오러 사용은...!”


하일런 공자과 피스터 백작이 귀족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가며 소리친다.


‘아무리 펠이라도 오러를 쓰는 기사에겐! 펠은 마법으로 반격한다 해도, 오러기사는 마법사의 천적!’


피스터 백작이 생각한다.

후텐의 실력은 오러까지 쓴다면 기사나 진배없다.

오러란 검에만 두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몸을 타고 돌며 신체 능력도 상승시킨다.

후텐은 그 경지에도 다다랐단 소문도 돌고 있었다.


“멈추지 못할까!”


안토니 백작도 소리쳤으나, 그의 기사들은 느릿하게 검을 뽑는다. 이미 안토니 백작의 시선을 받았었기에.

후텐도 멈추지 않는다. 검날이 완전히 푸른빛으로 물들고 화악 빨라진 움직임으로 펠버드를 향해 쇄도한다.


‘백작께서 허락하셨다.’


후텐은 이 꼬마를 죽여버려도 무사하리란 계산이 섰다.

오러를 쓴 건 잘못이나, 대련 중에 죽는 사고는 종종 있는 일이다. 벌은 받겠으나, 중형에 처해지지는 않으리라.

진다면 그게 더 안토니 백작의 노여움을 사게 될 일.


‘순간 욱해 오러를 써버렸고, 죽여버렸다. 검뿐만 아니라 몸에도 오러를 발현할 수 있는 단계, 그걸 다른 귀족에겐 처음 보이는 자리. 그나마, 운이 따랐다 해야 되나. 이 꼬마 놈은 죽고, 귀족들의 탄성과 관심은 자신 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거리를 좁혀 후텐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기 직전이었다.


“매직 블레이드.”


펠버드의 얼굴에 표정 변화는 없었으며,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매직 블레이드. 피스터 백작에게 받은 마법서라고 하기 힘든 그 책을 통해 익힌 기초마법들 중 하나.


“매직 블레이드?!”


펠버드의 검날이 붉게 물들었기에, 영지에 마법사를 두고 있는 귀족들은 그것을 알아본다.


“마법?!”


모두가 안토니 백작이 있는 상석 쪽을 홱 돌아봤다.

그곳에 안토니 백작의 마법사도 자리해 있기에.

헌데.


‘뭐지...안토니 백작의 마법사가 써준 마법이 아니잖은가. 그 말고는 이곳에 마법사는 없을 텐데?’


안토니 백작의 마법사는 마법을 쓰고 있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엿을 먹이려는 게 아니면 고작 매직 블레이드를 걸어줄 리 있는가.

기초마법인 매직 블레이드를 검에 둘러봐야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낼 턱이 없으니.

매직 블레이드란 검의 절삭력을 조금 올리는 수준에 불과한 하급 마법이었다.


파지직!


“아니?!”


“허!”


매직 블레이드가 둘러진 검에선 일어날 리 없는 스파크가 튄다.

그 직후, 아이의 검에 둘러진 붉은빛이 검날이 안 보일 정도로 짙어지면서 붉다기보다 검붉다 해야 될 정도까지 색이 변했다.


‘매직 블레이드 마법을 극한까지 개선시켰고, 내겐 서클링도 있다. 막아낼 수 있어.’


무표정하던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데,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미소.

피할 수도 있었으나, 펠버드는 피하지 않는다.

막아낼 수 있다. 자신의 마법 계산은 틀리지 않는단 자신감.

그리고 그걸 실제로 확인하고 싶다.

심장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서클링의 감각이 짜릿했다.

벌써 서클링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카아앙!


두 검이 충돌했다.

죽음을 예견하고 몇몇 귀족들은 비명을 질렀다.

허나 피는 쏟아지지 않았다.

검은 부러졌으나, 그것은 검은머리 아이의 검이 아니었다.


핑그르르, 쩡!


천장에 꽂히는 부러진 검.

반으로 뚝 부러진 검을 들고 서 있는 건, 후텐.

푸른빛이 흩어진다.

쥐 죽은 듯한 정적이 깔린다.


“오러 블레이드가, 매직 블레이드에 부러졌다고?!”


모두가 다시 하일런 공자의 대리자, 검은머리 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저 아이, 마법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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