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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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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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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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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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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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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DUMMY

“자, 잠깐! 멈춰! 멈춰라!”


하일런이 소리쳤다. 용기를 내 소리를 냈다.

피스터 백작이 놀라 하일런을 본다. 조금 전까지 몸을 떨고 있었던 하일런이.

기사들을 향해 위세를 담은 목소리로 소리친다.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안토니 백작님!”


기사들이 멈추지 않자, 안토니 백작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친다.

안토니 백작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피스터 백작은 그렇다쳐도, 어느 자리에서건 피스터 백작가를 깎아내리는 용도로 쓰이는 하일런 따위가.


“페, 펠이 무엇을 잘못 했습니까! 먼저 대련에서 금지된 기술을 쓴 건 후텐입니다!”


몸을 떨면서도 소리치는 하일런.

모두가 그를 쳐다본다. 다들 비슷한 생각들을 하면서.

그 얼간이 하일런이 맞는가?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친구들을 돕기 위해 미지의 안개로 뛰어들었던 하일런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할 수 있었다.

두렵지만, 그때에 비한다면야. 지금은 곁에 아버님도 계시다.


“또한 패배를 인정하거나 검을 놓치면 승패가 나는 대련 아니었습니까? 바에른, 어째서 검을 던져주었지? 그 검을 받은 후텐은 또 오러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성을 잃은 듯한 얼굴로요. 두 번째도 제압만 했어야 합니까? 안토니 백작님. 몇 번이든 적당히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후텐은 약했습니까?”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연회장.

반박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 정확히 맥을 짚는 말.


‘놀랍군. 저 하일런 공자가. 한 마디 말로 상황을 뒤집다니. 그렇지, 검은머리 아이의 대응이 과했다고 한다면, 후텐의 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고 인정하는 꼴이 돼버리지.’


여기저기서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토니 백작의 표정에 당혹감이 번지는 게 보인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일런 따위에게 한 방을 먹었으니.

가장 놀란 건 피스터 백작이었다.


‘아이란 참으로 놀랍군.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거야. 생각도 못했던 모습을.’


허나 타고난 천성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리 성장할 날이 많은 아이라 해도 쉽게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펠, 저 아이의 영향이겠지.’


저런 희대의 천재가 곁에 있다면 영향을 안 받는 게 이상하다.

안 좋은 쪽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나, 지금 보니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펠은 더 빨리 후텐과의 대련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 아마 하일런의 부탁이었겠지. 그리고 하일런은 내 말이 통하지 않았음에도 저리 떨면서도 펠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흐음.’


피스터 백작이 미소를 머금는다. 흐뭇한 얼굴로 하일런과 펠을 바라본다.

안토니 백작의 얼굴에 기세가 꺾이는 게 보였다.

무엇보다 위엄과 명분이 중요한 게 귀족.

하일런의 말로 펠을 포박할 명분은 사라졌고, 그럼에도 억지로 감행했다간 귀족들이 뒤에서 얼마나 쑥덕일 것인가. 위엄이 땅에 떨어진다.


“백작님, 멈추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안토니 백작의 마법사, 제리마의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어째서?”


안토니 백작이 이를 뿌득 간다.

후텐, 훗날 안토니 백작가의 기사단을 이끌게 될 인재로까지 기대하고 있었다.

아직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오러를 육체에도 담을 수 있었으니.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에서도 몇 볼 수 없을 인재였건만.


“나는 후텐을 잃었는데, 피스터 백작은 저 아이를 갖고 있다. 나와 가문의 명예가 떨어진다 해도, 훗날을 생각하면 저 아이를 없애는 게 더 맞지 않겠는가. 피스터 백작은 내 위치를 노릴 수 있는 자이다.”


자신의 마법사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안토니 백작.

마법사 제리마. 그는 4서클의 마법사다. 나이는 일흔을 바라보고 있으며.

현자, 라는 수식어도 붙게 되는 경지. 어찌 그의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저 아이의 수준이 가늠되지가 않습니다...”


“.....?”


“아까 사용한 마법은, 매직 블레이드가 아닙니다. 백작님. 견습기사, 아직 미숙한 오러 블레이드였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을 종이 자르듯 했고 그러고도 위력이 줄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법을 고작 매직 블레이드라 부를 순 없습니다.”


“매직 블레이드가 아니면...뭐란 말인가?”


“어떤 마법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마법 중에 오러 블레이드를 자를 수 있는 마법은 없습니다.”


“.....”


“오러 블레이드를 잘라버리는 마법이 있다면 오러기사가 마법사들의 천적으로 불리진 않을 것입니다.”


굳어지는 안토니 백작의 얼굴.


“어떤 마법사도 안 쓰는 마법을, 마탑주도 못 쓸 마법을 저 아이가 썼다 뭐 그런 말인가? 어떻게?!”


제리마는 대답을 못 한다.

새로운 마법의 창조는 말할 것도 없고, 마법식을 보완해 마법의 격을 올리는 것이라 해도 1, 2년 사이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리는 대업이다.


“현재 마탑에는 없는 마법인 건 분명합니다. 어찌된 건지 모르겠습니다...섣불리 충돌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만!”


안토니 백작이 말했다.

그는 의자의 팔등받이를 꽉 말아쥐고 있었다.


“검을 거둬라. 물러나라.”


펠버드를 둘러쌌던 기사들이 물러난다.

기사들이 검을 검집에 넣자, 펠버드도 오러 슬레이어를 흩어낸다.


‘저런 괴물 같은...마나 블레이드 계열의 마법을 저리 오래 유지해놓고 땀 한 방울을 안 흘리다니.’


저게 가능하려면 마력량이 5, 6서클 마법사 수준이거나, 마탑주도 능가하는 마나감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터다!

여러 가지가 믿기지 않는 아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아이일까. 곧 마탑에 입학한다고? 마탑은 이 사실을 아나? 마탑에 파란이 일겠군.’


제리마는 저 아이의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저 아이가 무척이나 탐이 난다.

마법사라면 어찌 안 그럴까.

방법이 없을까?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것은, 아직 세상 모르는 아이라는 것.

제리마는 마나의 계약서를 떠올린다.

하지만 피스터 백작의 손안에 있는데 어찌 사인을 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 피스터 백작, 그의 마법사 스텐이라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을 터.

그러나 희망을 다 버리진 않고서 제리마는 혹 있을지도 모를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펠버드를 조용히 주시하기로 한다.


“펠!”


하일런이 달려왔다.

펠을 덥썩 안았다.

귀족들이 술렁이고, 아버님은 미간을 좁히고 있겠으나 하일런은 옛날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아이는 소년이 되고, 성장해간다.


“미안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 때문에 죽을 뻔했어.”


펠버드는 목에 물방울이 한 방울 떨어지는 걸 느낀다.

하일런은 조금 울었다.

도렌 남매, 펠버드와 함께 놀던 기억들이 스치며 울먹인다.

귀족의 아이, 하지만 아이. 사람이 좋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펠버드는 30살 전까지의 기억들은 가지고 있다. 그는 하일런이 영주가 된다면, 하일런만은 좋은 영주가 될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

그런 영주는 기억 속에 없으나, 절대 없다고 생각했던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순수하게 사람을 돕는 자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있었다. 미케일, 도렌 남매.

세상에 절대란 건 없다. 세상엔 악의만이 넘실대는 건 아니었다.


“정리하라.”


안토니 백작이 일어섰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특별해야 할 쉰 번째 생일이 최악의 생일이 되었다.


‘피스터 백작...두고보자...’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

그걸 피스터 백작도 안다.

허나 하일런과 펠을 흡족하게 바라본다.

돌아가면 단단히 대비해야겠으나, 더욱더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펠...정말이지 엄청난 보물을 얻었군. 피스터 백작가가, 내가 훗날 동부의 왕이 될지도 모르겠어.’


피스터 백작은 그리 먼 훗날 같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자구나.”


피스터 백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몰려들어 말을 걸어오는 귀족들을 기분 좋게 물리치며, 피스터 백작은 두 아이를 데리고 꿈틀대는 야망을 느끼며 성으로 돌아갔다.


==========


코네턴 성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펠버드는 영혼에 대해 생각한다.

마족에게 넘겼던 영혼들은 어찌 되는 것일까.

회귀 전이라면 결코 생각하지 않았을 의문이나.


“랑그난.”


잠시 쉬어가는 야영지, 마족을 불러본다.

허나 나타나지 않는다.

몇 번을 불러도, 어느 시간대에 불러도, 다음날 불러도.


‘영혼이 충분히 모여야만 한다는 거군.’


랑그난이 부름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 마음이 랑그난에게 닿지 않는다.

닿는다 해도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는 통로가 열리지 않는다.

랑그난을 불러오진 못했으나, 마족과 관련해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


“여, 영주님! 감히 부탁드립니다! 이등급 병사 로이가 마수에 물려 갔습니다! 부디 병력을 모아 로이를 찾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마차가 코네턴 성의 서쪽 성문에 도착하였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 하나가 성문을 여는 동안 멈춘 영주의 마차 앞에 넙죽 엎드리며 소리쳤다.


“마수? 마수가 내려왔느냐? 어디까지? 어떤 마수더냐?”


피스터 백작이 마차의 창을 조금 연다.


“초입입니다. 산 중턱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치료사님의 부탁을 받아 약초를 캐러 갔다가 그만 일을 당했습니다! 워낙 빨라 네 발 달린 마수란 것 말고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이미 죽지 않았겠느냐.”


그리 말하며 창을 닫으려 하는 피스터 백작.


“여, 영주님! 부디 자비를! 그 녀석 이제 막 자식을 보았는데, 이렇게 보낼 수는...! 부디 자비를!”


병사가 더 넙죽 땅에 엎드리며 애원했으나, 무표정한 얼굴로 창을 닫는 피스터 백작.


“영주님, 제가 찾아보고 싶습니다.”


펠버드가 말했다.

창을 닫던 피스터 백작의 손이 딱 멈춘다.


“흐음...좋다.”


피스터 백작의 표정이 부드럽다.

펠이 예뻐 죽겠으니까.

창을 다시 열고 병사를 향해 말한다.


“병사 열 명과 기사 셋, 오러기사 한 명, 그리고 마법사를 붙여줄 테니 찾아보거라.”


“가, 감사합니다! 영주님의 드넓은 자혜에 감격하고 감사드립니다!”


피스터 백작은 자혜로움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걸 병사들도 알고 있으나, 그래도 동료의 죽음을 직접 본 것은 아닌데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마법사에 오러기사까지 내준다고?!

함께 마차에 타고 있는 아이가 말한 직후에 피스터 백작의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병사는 없었다.


“단, 중턱 이상으로 더 올라가선 안 된다. 기사들에게서 떨어져서도 안 되고. 펠, 알겠느냐? 무리하지 말거라. 안타깝지만 그 병사는 아직까지 살아 있진 않을 것이다.”


더없이 인자한 얼굴로 말하는 피스터 백작.

기사 다섯에 오러기사도 함께 가는데 사고를 당하진 않겠지.


“예,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는 펠버드.

자신을 살린 것은 도렌 남매의 이유 없는 선행.

자신은 그렇게까진 되지 못한다.

돕고 싶은 마음, 그것도 있으나, 그보다는 마법사의 호기심이었다.


‘마족은 내게 무릎을 꿇었다. 마수는 어떨까. 그리고, 내 손에 죽은 게 아닌 영혼도 취할 수 있을까? 랑그난은 또 마족의 마법을 줄까? 다음은 또 얼마나 영혼을 모아야 할까.’


피스터 백작이 지시한 병력이 모인 뒤 펠버드는 산을 올라갔고, 마탑의 인재인사관 니그렌이 코네턴 성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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