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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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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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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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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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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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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DUMMY

“대련 상대는, 물어보지 않느냐.”


하일런이 말한다.

펠버드가 묻지 않았던 이유, 상대가 누구든 질 것 같지가 않으니까.

영주 간의 대리 대련이 아닌데 정식 기사가 나오진 않을 터다.

기사가 나온다 하여도, 소드마스터가 아닌 이상 긴장 위기감이 들 것 같지 않았다.

한 번 파고 들면 미친 듯이 파고들어 끝장을 봐야 했던 펠버드. 검술도 마법처럼 팠고, 재능까지도 있었겠다, 심지어 검술 전투까지 무수히 경험했으니.


“아, 예...상대는 누군가요?”


“견습기사지만, 안토니 백작 휘하의 견습 기사들 중 가장 강한 녀석이 나올 거야. 나이는 너보다 5살이나 더 많은 17살. 어릴 때부터 쭉 검술 천재 소리를 들었고, 벌써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소문도 있어. 물론 공자 간의 대리 대련에서 오러 사용은 금지니 오러가 사용될 일은 없지만. 정말로, 괜찮겠어?”


“예.”


이번에도 바로 나오는 대답.


“이미 공자님의 마석 속 마력도 흡수했는걸요. 할게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흡수하였다 말한다.

펠버드는 도렌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일런 공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친구...

펠버드는 하일런 공자를 그리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일런은 바보가 아니며, 의리가 있다.

도렌의 부탁으로 당장에 도렌의 집으로 함께 달려가 주었고, 당장에 치료사를 보내주었다.

벌벌 떨었으나 노예 상인들과의 전투 때도 안개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이길 수도, 있겠어?”


하일런의 표정이 아주 진지하다.

너무나도 바에른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은 마음.

나의 어머니는 모욕해선 안 됐다.

생각하니 다시 꽈악 주먹이 말아쥐어진다.


“예. 이겨요.”


“그 나이 또래 중에선 동부에선 제일 검술이 뛰어나다 봐도 돼. 웬만한 기사랑 싸워도 이길지 모르는 견습기사인데? 정말로?”


“예. 어떻게 이길까요?”


“어?! 어떤 식으로 이길지, 그런 것도 가능해?”


“말씀하신대로 상대가 견습기사라면요.”


소드마스터 기사만 아니면요, 라고 할까 하다가 괴물마냥 보일까봐 수위를 좀 낮춘다.

자신을 그렇게 본다 생각하면 슬픈 기분이 들 것 같기에.

하일런 공자는 도렌 남매에 비해 겁이 많았다.

겁은 많지만, 결국 도망은 가지 않는 하일런 공자.

펠버드에게 있어 하일런 공자는 보는 재미도 있다.

회귀 전에는 한 번도 이리 생각해본 적 없으나, 사람은 깊고 흥미로웠다.


“압도적으로, 아주 압도적으로 이겨줘. 후에 바에른이 어떤 변명의 말도 못 나오도록.”


“그럼 그렇게 할게요.”


펠버드는 하일런 공자가 어지간히 화가 났구나 싶다. 대화를 하는 내내 주먹이 펴지질 않는다.

대련 날짜와 장소를 듣고, 이제 일어나면 되는데, 펠버드가 입을 연다.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나여? 공자님.”


말하고 펠버드는 스스로 놀란다.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에게.

미케일, 도렌, 제나. 그들의 위로를 들었을 때의 그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던 감정이 떠올라 하게 된 말.


“응? 그것이...다른 건 상관없지만, 바에른이 내 어머님을 모욕하는 말을 했어. 그건 절대 참을 수가 없어.”


“그건 못 참죠.”


미케일을 누군가 모욕한다면. 자신도 참을 수 없다고, 무척 화가 날 것 같다고 펠버드는 생각한다.


“그치? 난 이번에도 지겠지만...펠 넌 압도적으로 박살을 내줘.”


“...저기, 그냥 지는 것과, 한 대라도 먹이거나 해서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하나라도 받으며 지는 건 천지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여는 펠버드.

친구, 라고 생각하기에 용기를 내고 열심히 생각해 입을 열었다.


“그건, 그치...하지만 난 바에른에겐 안 돼...안토니 백작령에서 그 나이대에서 그 견습기사 다음으로 실력이 좋은 게 바에른인걸. 이전 대련에서 전혀 바에른의 움직임을 따라가질 못 했어...”


그렇게 말하며 자신 없이 고개를 숙인 하일런 공자는, 이내 고개를 들어 펠버드를 본다.


“펠...네가 알려주지 않겠느냐. 검술 말이다. 노예 상인들을 무찌를 때 썼던 그 검술 말이야.”


펠버드는 고개를 젓는다. 도렌에게 그랬듯.

몸은 알고 있지만, 머리는 모른다.

그리고 기억이 다 있다 하더라도.


“전 누굴 가르치지 못해요, 공자님. 그리고, 지금 공자님께서 배우고 계신 검술보다 급이 떨어지는 검술이에요.”


분명.

모험 놀이를 할 때 하일런은 나무나 수풀을 향해 검술을 펼치곤 했었다. 그때 펠버드는 하일런의 검술이 자신이 쓰는 검술보다 더 높은 검술임을 느꼈다.


“대련은 해드릴 수 있어요. 좋은 검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쌓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럼 대련을 부탁한다! 펠!”


소싯적의 대단하고 대단했던 모험담을 자주 들려주지만 싸우는 걸 직접 본 적 없는 검술 선생보다, 직접 자기 눈으로 보았던 펠이 하일런에게 훨씬 크게 보였다.

검술과 관련해 펠이 하라는 건 농땡이 피우는 일 없이 뭐든 최선을 다해 임할 자신이 있었다.


“오늘부터도 가능하다!”


“오늘은 좀...오랜만에 놀기로 했거든요. 제나가 삐져 있어서요.”


“아하, 삐질 만도 하지. 오빠 둘이 한꺼번에 떠나버리는데 말이다. 그것도 저 멀리 수도로. 그럼 내일부터! 좋아, 오늘은 나도 같이 가서 제나를 위로해 줘야겠군. 그리고 내가 있는데 그렇게까지 우울해 할 필요 없는데 말이다.”


펠버드보다 더 신난 표정이 되는 하일런 공자.

둘은 같이 내성을 나간다.

어깨동무를 해오는 하일런 공자. 진심으로 기쁘고 고마워서.


“덕분에 힘이 났다, 펠. 고맙다. 지더라도 딱 한 방, 바에른에게 한 방은 제대로 먹여줄 거다.”


==========


안토니 백작의 올해 생일 파티는 특히 더 성대했다.

왕국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이 동부였다.

그 동부에서 최고 귀족으로 군림하는 자가 안토니 백작이다.

더구나 쉰 살이 되는 생일 파티.

무르익을 데로 무르익어 저녁 만찬이 끝난 뒤의 연회장. 그곳에 검술 대련을 위한 장소가 마련된다.

본래라면 무도회가 열렸겠지만, 늦은 나이에 낳아 귀하디 귀한 장남 바에른의 부탁으로 무도회 대신 검술대련장이 마련되었다.

아버님의 특별한 생신에 맞춰 특별한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데 어찌 거절할까.


“시작하거라.”


안토니 백작이 말하고, 두 소년이 대련장으로 걸어나온다.

한 아이는 호리호리한 밝은 금발 머리, 다른 쪽은 붉은 머리에 이젠 완전히 소년이라 해도 될 다부진 체격이었다.


“고귀한 귀족의 품위에 걸맞게 정정당당히 대련에 임하도록 하거라.”


캉!


날을 세우진 않았으나 강철 검들이 충돌하며 크게 쇳소리를 냈다.

아이들의 대련이었으나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 이유는.


‘어어?!’


바에른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진다.

불과 며칠 전이다. 동부 귀족의 정기 모임에선 싱겁기 짝이 없게 끝났었는데.

최근 바에른은 검술에 큰 성취가 있었다. 그걸 내보이기도 전에 대련이 끝나버렸기에, 이번엔 일부러라도 시간을 끌며 새로 익혀낸 기술을 아버님께 보여드릴 셈이었다.

그런데 그 기술을 펼칠 틈이 없었다.

하일런의 검이 만만치가 않아서.


‘뭐지...딴 사람 같잖아.’


바에른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매일 한 펠과의 대련. 하일런이 달라진 건 그거 하나였다.


빠악!


“크앗!”


예상을 뒤엎고 바에른이 낸 소리.

당황하며 잡념이 많아진 탓이 컸으나, 하일런의 공격이 바에른의 옆구리에 정확히 적중했다.

실전이었다면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이걸로 전투가 끝났을 터.


“오오!”


지켜보던 귀족들이 탄성을 낸다.

가장 크게 놀란 건 안토니 백작과 피스터 백작.

둘 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좁혀, 둘 중 누가 더 놀랐느냐 하면 피스터 백작.


‘귀족 정기 모임 때 그렇게 완패를 당해놓고?’


고작 단 며칠을 준비해 바에른과 검술 대련을 또 하겠다니, 자기 감정을 그리 컨트롤 못해서야 역시 영주의 그릇은 아닌가 생각했는데.


“히야앗!”


카앙! 캉!


바에른이 맹공을 퍼붓는데 하일런은 밀리면서도 그 공격들을 다 막아냈다.

다시 귀족들 사이에서 터지는 큰 탄성.


“놀랍군요, 저 바에른 공자를 상대로!”


“체격도 저리 차이가 나는데 말입니다.”


“며칠 전의 대련이 거짓말 같군요. 어찌된 걸까요.”


“검술 선생이 바뀐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며칠 만에 저렇게나...얼마나 대단한 실력의 검술 선생이길래. 그렇다면 그 검술 선생을 저도 좀 소개받고 싶군요.”


“단순히 그때 하일런 공자의 컨디션이 나빴을 수도 있지요. 이거 성급했군요. 좀 부끄럽습니다...”


어딜 가든 하일런 공자를 금방 화제에 올려 까던 귀족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이 얼굴을 붉힌다.


“이익!”


바에른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다.


‘고작 하일런 따위를 상대로 뜻대로 하질 못하다니!’


아버님께 보여드려야 할 새로 익힌 기술을 쓰질 못하고 있었다.


퍽!


“악!”


땡그랑!


이번엔 하일런이었다. 그는 검까지 놓치며 쓰러졌다.

그러나 바에른은 만족스런 얼굴이 아니었고, 다른 귀족들도 팍 김이 샌 표정들이었다.

하일런 공자가 오늘 생일 파티의 훌륭한 광대가 되주리라 생각했는데.


“...바에른의 승리.”


하일런이 다시 검을 쥐려 손을 뻗었으나, 안토니 백작이 말했다.

바에른이 상당히 지쳐 있는 걸 알았기에.


짝짝짝짝짝!


귀족들도 황급히 박수를 친다.

치료사가 달려와 하일런의 몸 상태를 살피고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하일런 공자도 수고하였다. 훌륭한 솜씨였다...”


말은 그랬으나 안토니 백작의 얼굴에 웃음기가 전혀 없다.

반면 피스터 백작은 웃지는 않았으나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같은 백작의 지위, 그리고 오랜 전통 있는 가문, 모든 면에서 안토니 백작과 그렇게까지 압도적인 차이가 나진 않았다.

자식 복은 안토니 백작 쪽이 훨씬 있다는 평가였고, 그 점까지 더해 동부 귀족들이 안토니 백작을 더 지지하였으나, 아직 두고 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대리 대련도 한다고 했던가?”


바에른을 바라보며 말하는 안토니 백작의 시선이 좀 싸늘하다.


“예, 영주님!”


얼른 대답하는 바에른.

잔뜩 눈치를 본다.

대리 대련이라도 견습기사, 후텐이 압도적으로 눌러줘야 했다.


“후텐!”


“펠. 부탁해.”


누가봐도 아이로 보이는 아이와, 얼굴엔 앳된 티가 남아 있으나 어른이라고 해도 될 키에 건장한 체격의 소년이 나온다.

펠버드, 견습기사 후텐.


술렁술렁.


견습기사 후텐은 자주 보았으나, 하일런 공자가 내세운 아이는 완전히 처음 보는 얼굴.

더구나 하일런보다 더 어려보이기까지.

허나 어른처럼 다부진 후텐을 앞에 두고도 검을 쥐는 아이의 얼굴에 긴장이나 초조함은 안 보였다.


‘노예 상인들을 잡을 때 마법보다 검을 더 썼다지만...후텐을 상대로 과연 어떨까.’


마법뿐만 아니라, 검에도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다.

피스터 백작이 아주 흥미롭게 바라본다.


“시작하라.”


카앙!


곧장 돌진하는 후텐.

아이는 가볍게 검을 휘두른 듯한데, 두 검이 굉음을 내며 충돌했다.


“오오!”


터지는 귀족들의 탄성!


“안 밀리는군!”


“그것이 아니라, 후텐의 힘을 흘렸군요!”


“호오, 아이가 실전 경험을 수없이 쌓은 노련한 전사 같은 움직임이라니!”


“저런 견습기사를 그동안 꽁꽁 숨겨 놓았다니. 피스터 백작이 왜 그랬을까요.”


후텐의 검이 펠의 검날을 따라 불꽃을 튀기며 미끄러지고, 후텐은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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