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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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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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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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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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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UMMY

니그렌은 하루에 한 번은 꼭 펠을 만났다.

마탑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도와주고, 마법 지식들을 아낌없이 베푼다.

마법 관련 정보와 이론을 넘어, 마법 공식까지도.

그것은 정말 제대로 된 1서클 마법인 파이어볼트.


“펠, 너와 나만의 비밀이다. 너의 그 천재성을 보고 있으면 뭐라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참을 수가 없구나.”


당연히 마탑 밖에서 마법을 전수해 줘서는 안 된다는 마탑의 룰은 니그렌에게도 적용된다.

정말로 펠이 마음에 들었어도, 호감을 사두고 싶더라도 니그렌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진 않았을 것이다.

곧 죽을 거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어떠냐? 쓸 수 있겠느냐.”


니그렌이 펠버드를 긴장한 얼굴로 본다.

일부러 더 최소한의 설명과 공식만을 알려주었다.

이 정도로도 정말 일체의 연습과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단 말인가?


“파이어볼트.”


10초도 지나지 않았다.

눈을 뜬 펠버드는 말했고, 직후 니그렌은 확 더워지는 공기를 느꼈다.


화르륵!


펠버드의 손바닥 위에 불꽃이 생겨난다.

불꽃은 아름답다 느껴질 만큼 빠르고 부드럽게 화살의 형태를 이뤘다.

자신이 구사하는 파이어볼트보다 훨씬 정교한 화살 형태!


“...과연 대단하구나. 정말이지 훌륭한 파이어볼트다.”


니그렌이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연다.

이마에 땀이 맺힌다.

표정 관리가 힘이 들었다.


“여기서 날릴 수는 없고, 같이 숲으로 가서 확인해 보지 않겠느냐? 제대로 날아가는지, 속도는 어느 정도 나올지, 폭발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 정교한 모습을 보니 아주 기대가 되는구나...”


더 참지 못하고 미끼를 던진다.

더 참을 수가 없다. 지워버리고 싶다, 이 아이를.

죽여버리고 싶다!


“가만, 오늘은 시간이 늦은 것 같고, 내일 확인해 보자꾸나.”


이곳은 광장의 찻집이었다. 창문으로 석양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예.”


마법사들. 어둠은 그들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는다.

허나 펠은 순진한 표정으로 순순히 동의한다.

니그렌에게 준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란 걸 알기에. 자신을 잡기 위한 준비가.


‘마법진이겠지. 파이어볼트를 시험할 장소에 설치한 마법진을 가능한 더 강화시키고 싶겠지.’


어리고 마법 전투 경험도 전혀 없다지만 비전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 니그렌은 만일을 대비해 마법진을 설치하고 있다.

펠버드는 니그렌이 매일매일 성밖으로 나가고 있음을, 하일런을 통해 알고 있었다.

펠버드의 부탁으로 하일런 공자는 니그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고 있었다.

두 마법사의 조용한 암투.


“펠 너와 대화하다보면 즐거워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구나. 해가 기울면 걱정할 테니 이만 일어나자꾸나. 그럼 내일 아침 일찍 보자.”


두 사람이 일어난다.

니그렌은 숲으로, 펠은 집으로 돌아간다.


‘어떤 교묘하게 숨겨놓은 마법진도 내 마나감응력을 피하진 못해.’


디버프 마법진이라면 밟지 않으면 그만이고, 술자의 마법을 증폭시키는 마법진이면 그 근방에서 벗어나면 그만.

허나 방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펠버드의 영혼에 새겨져 있다.

3서클 마법사.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펠버드는 오래 머릿속에서 니그렌과 싸웠다.


==========


“하아아, 또 먹고 싶다.”


도렌이 말했다.

엄마 미케일이 도렌을 찌릿 본다.

스프를 먹는둥 마는둥, 아직 남은 식사를 앞에 두고 하는 긴 한숨에 결국 미케일이 폭발하려던 순간.


“나 꼭 기사로 성공해서 그런 맛있는 음식 매일 먹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엄마!”


귀신 같이 눈치를 채고 하는 말.

효도를 하겠다는 말에 혼을 내긴 그랬기에, 잔소리를 퍼부으려던 미케일의 입이 멈춘다.


“좋은 옷도 사드리고, 집도 사드릴게요! 반드시 기사로 성공해서 아버지 꿈도 이뤄드릴 거니까, 이 장남만 딱 믿고 계세요, 엄마.”


말뿐이라도, 자식의 효도하겠단 말만큼 기쁜 말이 어딨을까.

하려던 잔소리가 사르르 녹으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케일.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니 기쁘고 고맙구나 도렌.”


그래도, 자식이 얼마나 예뻐도 버릇을 잘못 들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건 그거고, 엄마가 새벽 일찍 일어나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그게 무슨 버릇 없는 행동이니? 음식을 앞에 두고서 다른 음식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푹 쉬고. 엄마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야.”


지금 기분 그대로 웃으며 도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미케일은 엄한 표정을 만든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는 꾸중을 하긴 힘들었다.

너무 기쁜 말을 듣기도 했지만, 곧 떠나는 도렌이었다.

마법사 니그렌은 도렌도 수도까지 동행해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펠과 도렌은 같은 날 떠난다.


“죄송해요, 엄마...”


도렌은 진심으로 반성한다.

엄마를 슬프게 만드는 것만큼 싫은 일은 없다.

미케일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도렌을 쓰다듬는다.


“그래, 음식은 어떤 음식이든 열심히 농사를 지은 분들 요리해준 분들에게 감사해하며 먹어야 하는 거야.”


미케일은 도렌, 그리고 펠버드와 제나를 보면서도 말한다.

혼낸 미케일도 혼난 도렌도 뒤끝은 전혀 없다. 금방 분위기는 돌아와 화기애애하게 웃고 이야기하며 식사를 이어간다.


“펠, 그 마법사님, 니그렌 씨 앞에서 항상 조심하렴.”


식사가 끝나고, 니그렌을 만나고 오겠다는 펠버드의 말에 미케일이 말한다.

그것은 예의를 깍듯이 차리라는 말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네게 잘해주어도, 완전히 믿거나 방심을 완전히 풀어선 안 돼. 마법사들은 무서운 사람들이야. 항상 경계심을 갖고 행동하렴.”


세상에는 결코 공짜란 없다. 부모 자식의 관계가 아니라면 절대로.

하지만, 마탑에 입학시키기 위해 온 마탑의 마법사가 펠을 해칠 거란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마법사란 사용하는 힘도, 하는 생각도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자들이었다.


“예, 그럴게요. 어머니...”


여전히 몸이 꼬이며 잘 나오지가 않지만, 어머니, 그 말을 말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래, 아들. 다녀오렴.”


어머니, 펠의 그 말에 도렌의 효도하겠단 말과 똑같이 환한 미소가 지어지는 미케일.


“제나는 왜?”


분위기를 깨는 막내딸의 엉뚱한 행동에 미케일이 팔짱을 낀다.

제나가 펠과 함께 집을 나가려 한다. 펠의 손을 꼬옥 잡고서.


“나도 같이 갔다 올래. 내일이면 펠 오빠 떠나잖아. 오늘은 계속 붙어 있을 거야.”


“동생아, 이 오빠, 친오빠도 내일 떠나거든?”


그래도 펠의 손을 놓지 않는 제나.

도렌이 진심으로 섭섭해 한다.

어째 이젠 정말 펠을 더 잘 따르는 듯하다.

펠이 잘생겼고 착하고 상냥하기야 하지만, 이건 정말 섭섭하다.


“내가 진짜 펠보다 더 멋지게 돼서 누구보다 멋지고 강한 기사가 돼서 돌아온다.”


“도렌, 형제끼리 서로 도와야지. 수도에 가면 너희 둘뿐인데. 그리고 기사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인 펠을 라이벌로 열심히 해서 퍽도 훌륭한 기사가 되겠구나.”


괜히 엄마 미케일에게 한 소리 더 듣는 도렌.


“제나, 갔다 와서 셋이 같이 놀자. 오늘은 오래 안 걸릴 거야.”


겨우 제나를 떼어놓고 펠버드는 집을 나선다.

오래 안 걸릴 거란 말은 사실이다.

어제 헤어질 때, 내일은 만나면 먼저 파이어볼트의 위력 시험부터 하자고 했던 니그렌이다.

광장에서 니그렌과 만났을 때 펠은 니그렌의 로브 끝단에 붙어 있는 풀조각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니그렌의 눈이 평소보다 퀭했다.

밤을 꼴딱 새며 마법진을 더 손본 것이다.

그런데 니그렌은 바로 산으로 가지 않는다. 그가 펠을 데리고 향한 곳은 찻집.

그저 어제처럼 마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망설이고 있는 건가? 죽일지, 그만둘지.’


조급함, 답답함을 느끼며 낮게 가라앉던 펠버드의 눈빛이 이내 평소로 돌아온다.


‘니그렌이 그만둔다면...정당방위가 아닌, 욕망에 휘둘려 살인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정당성 없는 살인. 그걸 저지른다면 자신은 미케일의 아들, 도렌 남매의 형제로 있을 수 없다.

그들이 용서해 준다 하여도, 자신은 더는 펠일 수가 없다.


“슬슬 가자꾸나. 파이어볼트를 시험해보러.”


그러나 결국 니그렌은 마음을 접지 못한다.

그렇다면야. 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척 따라간다.

니그렌은 죽음을 데리고 성을 나와 산으로 들어간다.


==========


펠버드는 니그렌을 뒤따르며 마력을 퍼트렸다.

니그렌이 모르도록 교묘히 마력을 움직인다.

니그렌은 까맣게 모른다.

니그렌의 마나감응력은 39, 펠버드는 100 이상.

마나감응력의 격이 차원이, 몇 차원이 다르다.


‘오러 슬레이어.’


마법을 시전해 서클링 속에 장전해 둔다.

이제 놓기만 하면 1초만에 오러 슬레이어는 시전된다.


‘하나, 둘, 셋...나무에는 어떻게 마법진을 새긴 거지? 나무에 새긴 마법진도 눈에는 전혀 안 보여. 어떻게 저렇게 완벽히 숨긴 걸까?’


펠버드는 벌써 마법진을 3개나 발견했다. 종류도 다 달랐다.

서클링의 성장이 멈춘 마법사들은 마법 연구, 그리고 마법진에도 많이들 깊이 파고든다.

무척 수준 높은 마법진, 허나 펠버드는 고도의 마나감응력으로 꽁꽁 숨겨진 마법진들을 다 찾아낸다.

방심하지 않았으나, 미케일의 말도 떠올리며 더욱 경계하고 더욱 신중히 행동한다.

펠버드는 미케일의 말을 무엇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쯤이 좋겠구나. 여기 서서 저 나무로 파이어볼트를 쏴보거라.”


니그렌이 멈췄다.

펠버드는 니그렌이 가리킨 곳을 본다.

펠버드의 마나감응력이 그곳과 니그렌의 뒤쪽, 두 갈래로 갈라진다.

여기까지 오며 본 마법진들보다 더 크고 강력한 마법진. 특히 니그렌의 뒤쪽 마법진은 배가 더 크고 격이 높았다.

다른 마법진들은 이 두 마법진들로 펠버드를 잡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것들이었다.


“뭐하느냐? 이쪽으로 와서 여기 서거라, 펠.”


“그 나무보다 저 나무가 좋을 것 같습니다.”


“.....”


니그렌의 표정이 딱딱해진다.

꽤 긴 정적.

니그렌이 다시 입을 연다.


“이리 오거라. 내 말을 듣거라, 펠.”


“거기로 가기 싫습니다.”


“...어째서?”


니그렌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힌다.

입술이 살짝 떨린다. 눈치 챘나?

찰나, 마음이 숨막히게 헤맨다. 어떻게 할까.


저벅.


니그렌이 걸음을 떼었다. 뒷걸음.


후웅!


니그렌이 서 있는 바닥이 빛난다.


‘괴물 천재? 흥, 아직은 1서클에 불과하지! 붙들지는 못했지만, 3서클 마법에 대처할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을 리가! 더구나 배로 증폭이 되는데!’


붉게 빛을 뿜으며 마법진이 완전히 드러난다.

마법진이 발하는 붉은빛이 니그렌에게 스며들었다.

니그렌의 손 위에선 얼굴을 다 가릴 정도로 큰 불꽃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불꽃이 더 화악 커진다.


“더블 파이어 스피어!”


마법진의 힘을 빌어 니그렌은 더블 캐스팅까지 이루려 한다.

그런데.


“어?! 더블 파이어 스피어!”


생겨난 파이어 스피어는 하나 뿐.

다시 시전하여도 파이어 스피어는 더 생겨나지 않는다.


‘설마!’


니그렌이 홱 바닥을 본다.

그의 눈가가 경련한다.

마법진의 구조가 바뀌어 있었다!


‘내 마법진을 바꿔놨다고?! 어떻게? 마나감응력?!’


대체 어느 틈에? 이 짧은 시간에?!


화르르륵!


별 수 없이 니그렌은 증폭도 전혀 되지 않은 파이어 스피어를 펠에게 던진다.

동시에 펠버드의 손안에서 새빨간 마력의 검이 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허! 무슨 시전 속도가...!’


아무리 기초 마법인 매직 블레이드라 하여도!

경악성을 터트리는 니그렌. 이어 더 큰 경악을 낸다.

펠이 휘두른 매직 블레이드가 파이어 스피어를 쪼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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