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4,325
추천수 :
957
글자수 :
160,501

작성
24.08.03 10:36
조회
1,206
추천
34
글자
13쪽

12.

DUMMY

부웅! 붕!


도렌은 막대기를 휘둘렀다.

성의 외곽 공터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막대를 휘두른다.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 미케일은 허락해 주었다.

그녀도 도렌이 기사를 얼마나 동경하는지 잘 알았다.

그녀의 죽은 남편, 도렌 남매의 아버지는 성의 병사였다.

피를 어떻게 속이겠는가. 끓는 피를 어떻게 막겠는가.

수도의 기사 아카데미는 왕국 최고의 아카데미. 가장 안정하고, 가장 체계적이며, 가장 공평한 수련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도렌도 미케일도 펠버드에게 몇 번이나 고마움을 말했다.


“자세 낮춰 도렌. 자꾸 올라가잖아.”


펠버드가 말했다.

도렌이 부탁했다. 검술을 알려달라고.

아무것도 모른 채 기사 아카데미에 가긴 싫었다.

미케일의 허락을 받은 그날부터 도렌은 체력단련을 하고 목검 모양으로 깍기까지 한 막대를 휘둘렀다.


“바보 오빠. 펠 오빠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제나가 말한다.

삐죽 나온 입술로 심술을 부린다.

돌아온다지만, 펠 오빠도 도렌 오빠도 다 코네턴 성을 떠난다니.

제나는 떼를 썼다. 자기도 가겠다고.

그러나 이번만큼은 아무리 떼를 써도 통하지 않았다.


“제나 조용히 안 해! 누가 바보야?!”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도렌.

다른 때라면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겠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었다.

더없이 진심이니까.

아카데미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 이 기회를 제대로 잡고 싶다.

12살, 몇 달이 지나면 13살. 아이가 소년이 돼가는 나이.


“흥!”


고개를 팩 돌려버리는 제나.

그래도 하일런 공자님도 있을 때에 비하면 참을만 하다.

그만 하고 이제 놀자며 얼마나 떼를 쓰고, 어허 감히! 까지 시전했던 하일런 공자.

그땐 진짜 좀 많이 무섭고 갈등했었다.


“이, 이렇게?”


“힘들어도 그 자세를 잃지 마. 자세가 무너지면 아무리 많이 휘둘러도 의미 없다고 봐. 오히려 나쁜 버릇만 붙게 될 거야.”


마치 남의 말을 전달해 주는 듯한 말투.

검술을 알려달란 도렌의 부탁을 펠버드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제대로 가르칠 수 없으니까.

잘 모르니까.

대련을 해보면 백 번이면 백 번 다 펠버드가 압도적으로 이기지만, 머릿속의 검술에 대한 지식들은 파편 파편이었다.


“끄으응...”


더욱 뜨거운 땀을 흘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도렌.

오만상을 쓰며 이번에는 낮은 자세를 끝까지 풀지 않는다.

살짝 눈이 커지는 펠버드. 도렌, 그렇게 안 보였으나 끈기가 대단했다.

하긴, 그날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자신을 업고 한 번 내리지도 않고 성의 최외곽에 있는 집까지 갔다고 한다.

그저 척이 아니라 때때로 정말 형처럼 믿음직스런 구석이 있었다.


털썩!


“하아, 하아, 하아...해냈다! 자세 유지하면서 베기 백 번!”


“치...그래도 오빠는 바보야!”


제나가 찬 돌멩이가 날아가 도렌의 다리에 맞는다.


“아얏! 이 기지배가 보자보자 하니깐! 죽을둥 살둥 수련하는 오라버니를 응원해주진 못할망정.”


“뭐가 오라버니야! 바보! 펠 오빠한테 백 번이면 백 번 다 지면서. 베에에~!”


혀를 내밀며 펠버드의 등 뒤로 쏙 숨는 제나.


“요 계집애 진짜!”


크아악,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는 도렌.

씩씩거리며 다리 근육통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제나를 쫓는다.


“누가 기지배야! 난 제나야! 바보! 바보바보!”


오히려 도렌의 뒤로 돌아가 엉덩이를 에잇, 하고 확 밀어버리는 제나.

어어, 앞으로 고꾸라진 도렌이 바닥을 구른다.


“아야야...”


그런데 그걸 보고 펠버드는 킥킥 작게 웃는데, 도렌이 크게 다친 척 연기를 하며 제나를 유인하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뭐, 뭐야...아픈 척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가는 제나.

벌떡 일어난 도렌이 제나를 덥썩 붙잡는다.

꿀밤을 한 대 먹이려다가 멈추는 도렌.

제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기에.


“...안 가면 안 돼? 코네턴 성에 계속 있으면 안 돼? 도렌 오빠도, 펠 오빠도...왜 나만 두고 가는 건데?”


도렌이 손을 뻗는다.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닦아주고 제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고 싶어. 엄마를 편히 모시고 싶고. 강해져서 가족을 지키고 싶어.”


도렌이 말한다.

펠버드는 조용히 둘을 바라보며 듣는다.


“그리고 제나를 놈팽이 같은 놈이 아니라 멋진 제대로 된 남자한테 시집보내고 싶고. 지금대로라면 이것들 중 무엇도 이루지 못해.”


“난 펠 오빠한테 시집갈거다, 뭐!”


당황하는 도렌.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펠버드.


“뭐, 펠이 정말 어마어마한 마법사가 돼서 돌아오면 생각해 보고. 아무튼!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남자는 자고로 대범하고 마음이 넓고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생각만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나만이 아니라 펠버드도 바라보며 말하는 도렌.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의 말을 펠버드에게 많이 들려주고 싶어 했다.

펠을 진심으로 가족으로, 형제로 생각하니까.


“그리고 제나, 너라면 펠을 수도로 혼자 보낼 수 있겠어? 아버지가 들려준 수도 이야기 기억나지? 그런 곳에 펠을 혼자 보낼 수 있어?”


그제야 고개를 드는 제나.

겁 먹은 얼굴, 뜨끔한 표정이 돼서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아니...”


“그렇지? 이 오빠가 같이 가서 잘 돌봐줄 테니까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 이 두 오빠가 더 멋지게 돼서 돌아올 테니.”


저벅.


펠버드가 걸음을 뗀다.

입가에 지어져 있는 부드러운 미소. 저 둘의 대화에 끼고 싶다.


“제나, 도렌 오빠도 걱정마.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 그럼 도렌 오빠도 안심이지? 같이 무사히 돌아올게.”


왠지, 신기하게도 알겠다. 이제 10살밖에 안 된 꼬마지만, 놀 사람이 없어져서보다 두 오빠가 걱정이 돼서 말리고 있다는 것을.

제나가 그제야 도렌, 펠버드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


아이의 치기로 같이 놀 오빠들이 사라지는 게 싫은 것 또한 사실, 하지만 제나는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그래, 약속.”


“약속.”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함께 동시에 제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도렌과 펠버드.


“점심 먹고 오후엔 놀까? 오늘 공자님도 돌아오신다고 하셨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도 너무나 소중한 일이다.

도렌이 말했고, 셋 다 들뜬 표정을 짓는다.

다시 오랜만의 모험 놀이다.

하일런 공자는 귀족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 그토록 가기 싫어하던 귀족 모임에.


==========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빛난다.

그 아래 샹들리에만큼 화려한 옷차림의 소년들이 모여 앉아 있다.

공자 하일런도 잔뜩 멋을 냈다.

동부 귀족 모임. 메인 연회가 끝나고, 각 영주들의 후계자들끼리만 따로 모임을 마련했다.


“근데 이제 하일런은 우리 모임에서 빼야 되는 거 아니야? 동생이 후계자가 된다는 말이 돌던데 말야. 푸훗.”


동부에는 세 명의 백작이 있다. 안토니 백작의 첫째 공자 바에른이 화제를 바꾸며 그리 말한다.

슬슬 모임을 끝내고 싶어하던 표정들을 보이던 공자들의 얼굴에 다시 흥미가 살아난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욱 명석해지는 피스터 백작가의 둘째 공자 글리시.

반면 지금보다 어릴 적엔 좀 재능을 보였던 검술도 영 성취가 더딘 첫째 공자 하일런.

두 살이나 터울이 있음에도, 검술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동생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시, 시끄러! 바에른!”


하일런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같은 백작 영지, 같은 나이. 둘은 라이벌 같은 관계였으나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보지 않았다.

하일런과 달리, 바에른은 벌써 차기 영주임을 인정받았단 뜻의 브로치 장식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공자들 모임에서 어깨가 으쓱해질 수밖에.


“뭐? 시끄러?! 죽고 싶냐, 하일런?”


표정을 바꾸며 보다 더 험악한 말을 뱉는 바에른.

바로 주눅이 드는 하일런.

그럴 수밖에.

동부 귀족 모임에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바로 공자들 간의 검술 대련이었다.

이번 검술 대련에서도 하일런은 바에른에 패배했다. 작년보다 더 심하게.

더구나 대리 대련 또한 패배.

공자들은 대신 싸울 자를 내세울 수 있었는데, 코네턴 성에 역병이 돌아 견습 기사들도 많이 목숨을 잃은 걸 알고서 바에른은 하일런에게 대리 대련도 신청하였고, 당연히 결과는 처참했다.


“하핫! 쫄기는, 친구.”


툭, 바에른이 표정을 되돌려 웃으며 하일런의 어깨를 가볍게 친다.


“뭐, 나중엔 친구도 아니게 되는 건가. 난 차기 영주 확정이니까 말이지. 지금을 즐기라고, 영광인 줄 알고. 하일런.”


다른 공자들이 재밌어하며 웃는다.

바에른처럼 벌써 차기영주를 확정받진 않았어도, 다들 장남인데 벌써 동생들에게 입지가 밀리고 있는 이는 없었다.


“뭐, 그래서 여자의 피도 중요하다는 거지. 어떤 여자가 씨를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나 다르니까 말이야.”


하일런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바에른이 이번엔 그런 화제를 입에 올린다.

하일런을 두고 하는 말이 뻔한 말.

하일런과 동생 글리시는 배다른 형제.

허나 배다른 형제가 있는 공자들이 하일런 말고도 더 있기에, 몇몇은 그건 너무 선을 넘는 말이 아닌가 하는 표정들을 짓는다.


빠득.


하일런이 이를 갈았다.

온순하기만 한 것 같아도 자존심, 오기가 없지는 않았다.

남자다운 대범함도, 그런 면이 전혀 없다면 감히 몰래 내성을 빠져나와 성밖까지 나갔다올 생각은 하지 못한다.


“뭐야, 해보자는 거야? 하일런. 대련이라도 한 번 더 할까?”


“...좋아.”


바에른을 노려보며 말하는 하일런.

좀 놀랐으나, 이내 피식 웃어보이는 바에른.


“그런 손목으로?”


바에른의 목검에 맞은 하일런의 오른쪽 손목이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마침 며칠 뒤가 우리 아버님 생신이시니 그럼 그때 한 판 더 어때? 하일런.”


오늘 연회는 동부 귀족들의 정기 모임. 그런 정기 모임을 안토니 백작의 생일 며칠 전으로 정했다는 건, 동부 귀족 모두가 안토니 백작을 동부의 최고 귀족으로 인정한단 뜻이었다.

즉 오늘 연회는 안토니 백작의 생일 파티에 있어서는 전야제가 되는 셈.


“좋아...”


벌써 하일런은 아까의 기세가 꺾였으나,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잠시 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는데, 펠을 떠올렸기 때문에.


‘펠이라면...!’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펠. 허나 그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무장을 갖춘 노예 상인들을 거의 검 한 자루로 전멸시켰던 펠이다.

귀신 같다 느꼈던 검 솜씨!


‘난 몇 번을 해도 지겠지만, 펠을 대리 대련에 내세운다면.’


펠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안토니 백작의 성에서, 안토니 백작의 생일에, 바에른이 내세운 대리 대련자를 쓰러트린다면! 생각만 해도 하일런은 찌릿했다.

그렇게, 모임 일정이 모두 끝나고 성으로 돌아간 하일런은 곧바로 펠을 불렀다.


“펠, 부탁이 있다. 대리 대련에 나가줘.”


“예? 대리, 대련이요?”


“응, 검술 대리 대련.”


“.....”


무슨 영문일까를 생각하느라 바로 대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펠은 예, 라고 대답하려 했다.

하일런 공자도 생명의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마차에 치이고, 치료사의 치료를 받게 해준 게 하일런 공자다.

덕분에 내성의 실력 뛰어난 치료사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냥 도와달란 거 아냐. 펠, 마석 필요하지?”


“예?”


“나 봤는걸. 펠이 손을 대니 마석이 빛을 잃는 거.”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펠.

하일런 공자, 보기와 달리 눈썰미가 있었다.


“마법에 필요한 거지? 이거, 이 목걸이의 장식도 마석이다. 이 마석, 흡수해도 좋아.”


하일런이 목걸이 줄을 쥔다. 상의 속의 목걸이장식 부분을 밖으로 빼낸다.

붉은빛의 보석. 손톱 정도 크기지만 레드 마석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 바에른은 어머니를 모욕했다. 어머니는 이해해주실 것이다.


끄덕.


“예, 알겠습니다, 공자님.”


“정말?! 고마워!”


하일런이 주먹을 꽉 쥐며 환히 웃고, 펠버드는 하일런의 목걸이로 손을 뻗는다.

한순간이었다. 펠버드의 손끝이 레드마석 부분에 닿자 레드마석은 안쪽의 빛이 사라지며 영롱함을 잃고 어두운 붉은색으로 변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차이지만 하일런은 역시, 라고 생각한다.

그날, 잘못 보지 않았다.


화아악!


펠버드의 몸속에서 굉장한 변화가 일어났다. 정확히는 심장 쪽.

심장이 저릴 지경이었다.


‘작지만, 역시 레드 마석! 지금까지 흡수한 마석들과 차원이 달라.’


심장에 둘러진 반원 고리가, 실시간으로 모양이 바뀌어간다.

반원 고리가 완전한 원을 이뤘다!


‘1서클을, 이뤘다.’


왜인지 펠버드는 서클링을 만들기 위한 마나 연공이 필요가 없었다.

가짜 서클링이 아니다. 완전한 1서클이다!

마탑의 인재인사관 니그렌이 코네턴 성으로 오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3 24.08.19 505 26 11쪽
28 28. 24.08.18 522 24 13쪽
27 27. +2 24.08.17 608 23 13쪽
26 26. 24.08.16 679 31 12쪽
25 25. 24.08.15 705 27 12쪽
24 24. 24.08.14 740 26 12쪽
23 23. 24.08.13 764 22 12쪽
22 22. 24.08.12 807 26 12쪽
21 21. 24.08.11 883 25 12쪽
20 20. +2 24.08.10 919 30 13쪽
19 19. +1 24.08.09 941 31 12쪽
18 18. 24.08.08 997 29 12쪽
17 17. +1 24.08.07 1,010 27 12쪽
16 16. 24.08.06 1,127 28 12쪽
15 15. 24.08.05 1,138 32 12쪽
14 14. 24.08.04 1,155 38 12쪽
13 13. 24.08.04 1,187 32 12쪽
» 12. 24.08.03 1,207 34 13쪽
11 11. 24.08.02 1,243 33 12쪽
10 10. 24.08.01 1,302 35 12쪽
9 9. 24.07.31 1,304 35 12쪽
8 8. 24.07.30 1,361 34 13쪽
7 7. 24.07.29 1,428 33 13쪽
6 6. 24.07.28 1,520 43 12쪽
5 5. 24.07.27 1,576 42 13쪽
4 4. +2 24.07.26 1,662 44 13쪽
3 3. +3 24.07.25 1,923 48 13쪽
2 2. +3 24.07.25 2,316 43 13쪽
1 1. +3 24.07.25 2,797 5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