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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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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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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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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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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DUMMY

“이런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 감히!”


마법사 스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12살 꼬마아이에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한 까마득한 후배!

팟, 스텐의 손이 올라갔다. 따귀를 후려갈길 자세.


“마석에 비전마버업?! 날 우습게 봤느냐! 네깟 놈이 감히! 내 뜻깊은 크나큰 제안에 감동하고 고마워하진 못할 망정 감히이!”


스텐의 팔이 더욱 뒤로 젖혀진다.

허나 마법사의 자존심이 팔을 붙든다.

모든 걸 마법으로 처리하고 해결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법으로만 해결하는 마법사, 모든 마법사가 그것을 지향한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몸을 써서 해결하고 표출하는 마법사만큼 저속하고 볼품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펠의 말이 스텐의 팔을 붙들었다.


“마석을 주고 비전마법을 전수해 준다면 마법사님의 제자가 되고, 방금 하신 제안도 영주님께 고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정지가 된 듯 멈추고 눈가가 꿈틀대는 스텐.

하, 이제는 협박까지?!

귀염성 있는 순한 얼굴, 그리고 영주실에서의 천재라지만 딱 12살 아이로 보였던 태도와 지금의 괴리감이 너무도 컸다!


“이노오옴! 네 놈이 죽고 싶으냐!”


팍, 손을 휘두르진 않았지만 스텐은 아이의 이마 위쪽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살짝 비틀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지금 12살 꼬마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이곳은 내성의 정원 가운데, 정원을 관리하던 하인 몇이 멀찍이서 이쪽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건 문제가 안 된다.

영주의 마법사, 영주조차도 함부로 못하는 존재.

그런 자가 어떤 이상하거나 수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걸 봤든 감히 영주에게 고할 수는 없다.

사형이라도 받을 정도의 일을 목격한 게 아니라면 후에 어떤 보복을 당하려고.

그러할진대...

즉. 펠 이놈은 자신을 조금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

영주가 추궁해도 그런 적 없다 잡아떼면 그만. 의심과 경계는 받게 되겠지만 말이다.

영리한 놈이니 그걸 모르지 않을진대.

펠버드는 스텐을 협박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스텐의 비전마법을 얻는데 역효과가 날 테니까.

맞고 싶지 않았다. 왜인지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다.

마법사가 몸을 써서 해결하려 하는 걸 저속하며 치욕으로 여기듯, 맞는 것도 그러했다.

하지만 미케일에게 혼이 났을 땐 오히려 기뻤던 게 펠은 신기하다.


화르륵!


스텐의 왼손바닥 위에 불꽃이 생겨났다.


“내가 지금 마음 먹으면 널 한 순간에 재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아이야.”


허나 전혀 표정 변화가 없는 아이.

그저 스텐의 손바닥 위의 불꽃만 바라본다.

더욱 구겨지는 스텐의 얼굴.

그리고 자신의 불꽃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왠지 기분이 나쁘고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만이 아니라 네가 어디 있든 찾아내 한 순간에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다. 네가 방금 일을 영주에게 고하면 내가 사형이라도 당할 것 같으냐? 감옥에라도 갇힐 줄 아느냐? 영주가 네 말과 내 말 중 누구 말을 더 믿을까.”


허나 아이는 여전히 맘에 쏙 든 책을 발견해 그걸 탐독하는 듯한 눈으로 불꽃만을 바라본다.

스텐은 기분이 나빠졌다.

불꽃을 꺼트린다.

말이 안 되지만, 왠지 마법을 도둑맞고 있는 듯한 기분, 이랄까.

그러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불꽃이 사라지자, 이미 할 말은 있었지만 그제야 입을 여는 펠버드.


“지금은 마법사님의 말을 더 믿을지 몰라도, 몇 년 뒤 제가 마탑에서 돌아왔을 땐 어떨까요? 제가 마법사님을 능가해 있다면. 그때 지금 일을 영주님께 말씀드리면요. 그때도 이곳에 계시지요? 마법사님.”


“.....”


스텐의 입이 벌어졌다.

아이가 거기까지 생각해 말을 이런 식으로 할 수가 있을까. 12살 아이다, 12살.

그리고 몇 십년 뒤가 아니라 몇 년 뒤면 자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니!

영주와 마법사가 대단하다 대단하다 치켜세워주고 있으니 아이의 치기로 자신감이 한껏 올라 그리 말할 수도 있으나, 펠 이 아이는 치기로만 생각할 수 없다.

정말로 가능할지 모를 일이니까.


“네놈 대체...”


스텐이 펠의 머리를 놓는다.

머리를 놓고 서너 걸음 물러나기까지 한다.

땀이 난다. 스텐은 아주 불쾌해졌다.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

정말로 아이가 맞나?

아이가 맞았다. 이 정도로 변장을 할 순 없다.

폴리모프란 마법이 있다. 모습을 바꾸는 마법. 허나 마법으로 마법사를 속일 수는 없다.


“나는 어차피 곧 계약이 끝난다.”


“아닐 것 같은데요, 마법사님.”


“...뭐?”


“영주님과의 계약 기간이 아직 10년 이상 더 남지 않으셨나요? 귀족 분들이 짧게 짧게 계약을 해주진 않을 것 같아서요. 마법사, 최고의 인재인데 계약 기간을 오래 해두는 게 무조건 이득일 텐데 말이죠.”


“.....”


마법계의 지식이 없더라도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스텐이 보인 반응, 그걸로 펠버드는 확신했다.


“...없던 일로 하기로 하지. 지금 고하든 후에 고하든 마음대로 해보거라.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하며 입술이 떨리는 스텐. 치욕, 분노, 그리고 두려움...

두려움이 일었다.

이 아이의 재능이라면 확실히 10년, 아니 5년 안에도 3서클의 경지를 넘어설지도...

스텐은 돌아섰다. 관자놀이와 뒷목에서 주륵 땀방울이 흐른다.

그걸 펠버드는 비틀린 미소로 지그시 바라봤다.


화르륵!


그렇게 스텐은 떠났고, 펠버드의 손안에 불꽃이 생겨났다.

기초마법 파이어와 달리 더 크고 검붉은 색으로 넘실대는 불꽃.


‘곧 다시 찾아올거야. 마법사란 그런 족속들이거든.’


미련없이 펠버드는 돌아섰다.

내성을 나와 집으로 간다.

발걸음이 가볍고 표정은 순수한 아이의 표정을 되찾는다.

꾸민 표정이 아니다. 펠버드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미케일, 도렌, 제나.

그렇게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한다.


==========


“아냐...이게 아냐!”


마법사 스텐이 소리쳤다.

그는 마법을 멈췄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그 바닥엔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

마법진들 위에는 마석과 함께 갖가지 마법재료들이 일정한 법칙을 이루며 놓여 있다.

방금 그친 마법을 끝으로 마석은 완전히 빛을 잃었다.

무려 레드마석이었으나 반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을 해왔으니.

다른 마법재료들도 식물 종류는 다 바싹 시들었다. 그 마법재료들도 싼 것은 하나도 없다.


“1년을 매달려 왔건만! 결국 이 방법도 아니었다니이!”


스텐의 얼굴에 좌절감이 그득하다.

그가 하고 있는 건 자신의 비전마법의 격을 더 올리기 위한 마법 연구.

스텐의 서클링 성장은 완전히 한계를 맞이하였다.

마법사의 서클링이란 아이가 성장판이 멈추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게 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마법사란 서클링까지도 선천적인 타고남이 중요했다.

본디 태어나길 3서클링에서 서클링이 닫히게 태어났는데, 아무리 노력한들 서클링을 더 성장시킬 수는 없다.

허나, 서클링이 더 낮다고 해서 역량이 무조건 더 떨어지거나 싸우면 무조건 지는 건 아니었는데, 그것은 비전마법의 여부였다.

스텐은 그래도 운이 쪽은 축에 속했다.

서클링은 3서클링에서 멈췄으나, 마탑에 있을 적엔 아직 서클링이 닫히지 않은 상태였고 모시던 스승이 아흔이 넘은 나이였다.

그랬기에 스텐은 마흔의 젊은 나이에 비전마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어째서...자존심을 버리고 마탑을 나와 귀족의 밑으로 들어왔건만!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스텐은 자신에게 마법 연구 자금만 좀 더 넉넉히 주어진다면, 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이라면 비전마법의 격을 올릴 수 있는 역량이 있건만, 그걸 몰라보고 짜디짠 마탑의 연구비 때문이라 생각했다.

허나 레드 마석까지도 지원을 받았음에도 결과는...


“펠...펠...”


스텐은 펠버드를 떠올린다.

영주실에서 펠이 보인 마법을 떠올린다.

무수히 분열하던 빛의 구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뛰어난, 경이적인 수준의 마나감응력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펠, 놈은 대체 어떤 재능을 더 가지고 있는 거지?

본 적 없는, 듣도 보도 못한 마법적 재능 하나를, 아니 어쩌면 여러 개를 펠 그 아이는 더 가지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펠 그 아이가 날 돕는다면 틀림없이 내 비전마법의 격을 올릴 수 있다! 있건만! 빌어먹을 놈...꼬마 주제에 잘도!”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며 스텐이 이를 빠득 간다.

그날로부터 닷새가 흘렀다.

도저히 꼬마로 생각할 수 없는 머리회전과 영악함. 무슨 말을 준비해가든 구슬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동안 스텐은 오기스럽게 비전마법의 연구에 더욱 몰두하면서 올해 마탑 입학 조건에 대해 알아보고 피스터 백작에게 보고하였다.

그리고 피스터 백작은 마탑입학서를 받기 위해 마탑으로 사람을 보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곧 펠은 이곳을 떠난다.


“젠장, 젠장, 젠자앙!”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스텐. 푸석푸석한 긴 갈색머리가 더 정신없어진다.

결국 스텐은 마법연구실을 나섰다.

답은 결국 이 안엔 없다.

답은 펠, 그 아이에게 있었다.

그래, 답을 발견하였는데 뭘 망설이는 건가!

비전마법의 격을 올리겠단 집념 하나로 마탑을 나왔다. 이 비원을 이룰 수 있다면 못할 건 없다.

스텐은 직접 펠을 찾아다녔다. 마음을 정하니 마음이 한시가 급했다.


“펠! 아이야. 나 좀 보자꾸나.”


펠버드는 골목에서 도렌 남매와 놀고 있었다.

마법서는 더 볼 게 없었다. 놀면서, 머릿속에서 마법 수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스텐이 태워버리겠다 협박하며 시전했던 화염마법, 그 마법도 펠버드에겐 저서클 마법에 불과했다.


“예...”


펠버드는 순순히 스텐을 따라갔다.

도렌 남매가 놀라거나 걱정하지 않도록.


“저, 저기! 왜 그러세요? 마법사님?”


도렌.

같은 나이, 친구로 지내지만 도렌은 펠도 자신이 형처럼 돌봐야한다 여겼다.

마법사, 너무 무서웠으나 용기를 냈다. 장남의 책임감.


“감히! 네까짓게 알 거...”


말을 하다 스텐은 도중에 말을 뚝 멈췄다.

밑에서 느껴지는 시선.

말을 멈추고 내려다보다가 흠칫 하는 스텐.

그러나 다음 순간 흠칫하게 만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


무언의 경고임을, 스텐은 알았다.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선 스텐은 걸었다.


“오래 안 걸릴 거야. 놀고 있어. 금방 올게.”


도렌 남매에게 말하고 펠버드는 스텐을 따라갔다.

돌아서자마자 펠버드의 얼굴에 기대감이 번진다.

마석과 비전마법을 주겠다는 말은 아닐 터다.

마법사에게 있어 목숨보다 주기 싫은 게 비전마법. 죽을 때가 돼서야, 그것도 마탑의 압박이 있어야 그제야 전수해주는 게 비전마법이다.

스텐은 다시 한 번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의 제자가 돼라 제안하였고, 펠버드는 준비한 말을 했다.


“제자는 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마석을 주고 내 비전마법도 전수해주겠다 하지 않느냐! 그런데도 싫다?!”


“예.”


“어째서어?!”


“비전마법을 제게 전수해 주는 게 언제입니까?”


“그것은...네가 배울 수 있는 때가 됐을 때지.”


겨우 닷새. 10년 20년 수발을 든 제자에게도 알려주기 싫은 게 비전마법이다. 그런데 고작 닷새 고민하고 주기로 했다?

지금 전수해주겠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됐습니다. 제자가 될 생각 없습니다. 마법사님의 비전마법, 제게 한 번 보여주는 것만이라도 안 될까요?”


“뭐라? 보여달라? 내가 어째서?”

“전수받지 않더라도, 한 번 보면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고의적인 도발.

그러나 허풍이 아니라, 진심.


“...뭐엇?!”


스텐의 눈이 동그래진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황당함, 분노, 궁금증, 호기심...

스텐은 웃어버릴 수 없었는데, 본 게 있으니까.

펠의 도움이 있다면 비전마법의 격을 올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터무니 없는 말, 그러나 혹시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비전마법을...한 번 보면 스스로 분석하고 익혀서 쓸 수가 있다, 지금 그 말이냐?”


“예.”


바로 나오는 대답.

하, 그렇다면 비전마법을 이 아이 앞에서 써선 안 됐지만, 호기심, 마법사에게 있어 마법을 향한 호기심만은 막을 도리가 없다.

숲으로 이동했다.

스텐은 자신의 비전마법, 빙결파도를 시전하였고, 펠버드는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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