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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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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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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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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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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

DUMMY

“당장 멈추란 말이다!”


니그렌이 소리치며 팔을 뻗는다.

수정구 여기저기에 금이 가고 있었다.


턱!


그 손을 꽉 붙잡는 스텐.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경악, 감탄, 전율.


“무슨 짓인가. 아직 측정이 끝나지 않았네. 니그렌.”


니그렌은 그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스텐의 완력이 좀 더 쎘다.

모든 마법품에는 자가복구력이 있다.

무작정 니그렌을 말리는 게 아니었다.

쪼개지지만 않는다면 복구 가능하다.


쩌저저저적!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소리가 난다.

수정구에 실선 정도가 아니라 굵직한 선들이 그어지고, 그 틈으로 마력액까지 줄줄 흘러나온다.

실시간으로 계속 변하던 마력량 수치가 딱 멈춰버린다.

그 수치는 3129!

니그렌, 스텐보다 5배가량이 더 높은 수치!

그런데 그보다 더 마력량 수치가 오를 수도 있었단 말 아닌가. 측정 수정구가 부서지지 않았다면.


쩌어엉!


“어어! 안 돼에에!”


니그렌이 소리친다. 스텐이 니그렌의 팔에서 손을 뗀다.

그러나 늦었다.

수정구의 모든 방향에서 물잔에서 물이 넘치듯 마력액이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굉음을 내며 쪼개져 버렸다.


푸쉬이이이...


연기를 피어올리는 측정 수정구.

그 수정구 파편에 찍혀 있는 수치는 마나감응력 100, 마나량 3129.

그러나 그 수치들이 펠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펠의 마나감응력과 마나량의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과열되어 부서져버린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니그렌의 목소리가 떨린다.

처음 보는, 상상도 안 해본 광경!

고위 마법사들, 마탑주도 이것과 같은 측정 수정구를 쓴다.

마탑주가 측정을 하여도 문제가 없었던 측정 수정구가!


‘마나감응력이 너무 황당해서 그렇지, 마나량도 고위 마법사들 수준인 3천이 넘는다니...애초에, 어떻게 서클링이 있지? 언제, 어떻게 서클링을 만든 거야?’


스텐의 등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한기마저 들며 입이 딱딱 부딪칠 것 같았다.

분명 이전 살펴봤을 때 펠은 서클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법을 배운 적 없다는 아이. 서클링이 없는 건 당연하다.

허나 황당한 수준의 천재성을 보이기에 혹시 싶어 살펴봤었는데, 서클링은 역시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마나량도 측정이 됐다는 건 서클링이 있다는 말이었다.

서클링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마나량이 측정될 리는 절대 없으니.

그래서 마탑 입학 시에 측정하는 건 마나감응력 하나였다.


“펠, 언제 어떻게 서클링을 만들었느냐?”


스텐이 황급히 묻는다.

니그렌이 홱 쳐다본다. 온생각이 마나감응력에 가 있던 터라 니그렌은 그제야 마력량에 생각이 미친다.

그렇다. 마력량이 찍히려면 서클링이 있어야 한다!

헌데 이제 막 마탑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가 서클링이라니?!

한편 피스터 백작은 마법사들끼리 대화를 하도록 놔둔 채 흥미로운 얼굴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엄청난 결과, 엄청나단 표현으로도 부족한 결과가 나온 건 분명해 보였기에.


“최근 혼자 만들었습니다.”


“혼자라니?! 어떻게?!


“주신 마법서를 보고요.”


마법서? 무슨 소리냔 얼굴로 홱 스텐을 쳐다보는 니그렌.

스텐이 얼른 손을 내젓는다.


“마탑의 정식 마법서가 아닐세! 마법서 같지도 않은 교양서에 가까운 마법서였어!”


가식 하나 안 느껴지는 억울하단 얼굴.

펠에게 그 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바로 밝혀질 일인데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도 아주 기초적인 이론과 라이트, 파이어, 아이스 같은 기초마법들에 대해서만 적혀 있는 책일세. 그딴 책을 보고 서클링을 만들 수는 절대 없다, 펠. 제대로 이야기 하거라!”


그저 마석 속 마력을 흡수하면 저절로 서클링이 구축돼간다. 이건 끝까지 그 누구에게도 밝혀선 안 된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선천적 체질의 영역을 벗어난 현상이다.

마족. 마족마법. 펠버드는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족 랑그난. 자신에게 길들여진 마족.


“사실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 책을 보고 혼자 익혔어요.”


길들였다 해도 마족이다. 마족은 인간의 천적. 잡아 먹히기도 하지만 사냥하기도 하는 마수와는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

흑마법의 개념 자체가 아직 없는 시대.

허나 마족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위험하다는 걸 펠은 본능적으로 안다.


“거짓말! 이실직고 하거라!”


스텐이 목소리를 높인다.

피스터 백작은 나서지 않고 더 지켜본다.

펠버드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 얼굴 그대로 말한다.


“마법으로 제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계시면서 무엇이 거짓이라 하시는 건지요.”


그 말에 뜨끔한 표정을 짓는 스텐.

그 옆의 니그렌도.

둘 다 심문 마법을 쓰고 있었다.

심장 박동을 중심으로 하여 몸속의 변화를 자세히 느낄 수 있게 되는 마법.

간단한 원리이나, 참과 거짓을 가르는데 실패가 없다고 봐도 된다.

사람은 거짓을 말하면 몸에 필히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잘 숨기는 자라도 심장박동이나 혈류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바뀌게 된다.

그걸 캐치하는 마법.


‘참이다!’

‘진실!’


니그렌과 스텐이 동시에 생각한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 번 더 확인, 둘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은 펠버드의 몸속에선 평소와 다른 신체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법을 배운 적이 없느냔 질문 때와 달리, 이번 대답은 거짓말이니까.

그런데 두 마법사는 왜 진실이라 판단했느냐.

두 마법사의 심문 마법은 펠버드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두 마법의 통제력을 동시에 빼앗아 컨트롤 하는 건 쉽지 않네...이전 스텐의 마법 하나는 간단했는데.’


니그렌과 스텐의 심문 마법은 둘 다 펠버드의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몸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펠버드가 두 마법을 몰래 장악한 뒤 몸 바깥만 돌도록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건, 니그렌도 스텐도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

괴물 같은 마나감응력. 마나브레인 없이도 8서클의 경지를 이루게 만든 마나감응력!

이번엔 펠버드에겐 마나브레인까지도 있다.


“거짓말 같지 않은데...어찌 생각하나, 니그렌. 말이 되는 것 같은가?”


“그 마법서, 서클링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나?”


“적혀 있긴 하네만, 열 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이야. 당연히 서클링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선 일체 적혀 있지 않고.”


“흠...스텐 자네가 서클링 연성법을 전수해줬다 하여도 고작 12살에 서클링을 만들어내는 것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스텐.

아직도 자신을 의심하는 게 기분이 더럽지만, 펠의 나이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주고 있다.

마법의 역사를 통틀어도 12살에 서클링을 만들어낸 마법사는 없었다.

그런데 펠은 서클링을 만들었고, 또한 서클링의 형태도 통상의 것이 아닌 게 분명하다.

고작 1서클링에 고서클 마법사들 수준의 마나량을 품을 순 없다.


“모든 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천재성을 보이고 있네. 서클링에 대한 걸 전혀 몰랐다면 몰라도, 어쨌든 서클링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접했다면 아예 말이 안 될 건 없지. 펠의 천재성을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 말과 달리 니그렌은 여전히 의문은 많았으나, 그래서 마탑에 보내지 않을 것인가? 절대 아니다.

입학이 내년으로 밀릴 수도 있었던 걸 올해 입학시켰다. 자신의 이 공은 펠이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나갈수록 더 큰 공이 되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마탑은 마법의 근원을 연구하나, 실상은 원인보다 결과를 더 중시했다.

지금의 자신처럼 펠에게 의문을 품더라도, 마탑은 펠이란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의 배를 결코 가르지 못한다.

자괴감에 짓눌려 질투심에 눈이 멀어 미쳐 달려드는 마법사들이 있긴 하겠지만.


“내일 다시 측정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니그렌이 피스터 백작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한다.

측정할 수 있는 수정구 자체도 없다.

마탑에 가져가도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펠의 마탑입학은 무조건 합격입니다.”


슥슥.


니그렌이 로브 속에서 깃펜과 종이를 꺼냈다.

인재인사관의 직인이 찍힌 추천서.

그곳의 마나감응력란에는 100을, 마나량란에는 3129를 적어 넣는다.

그리고 이 수치 이상일 수 있다는 내용과 몇 줄 주관적인 평가를 적어넣는 도중 니그렌의 손이 갑자기 뚝 멈춘다.

깃펜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리는 걸 옆에서 발견한 스텐의 입가에 조소가 지어진다.

그럼 그렇지.


‘이해해, 이 친구야. 어찌 자괴감과 질투심이 들지 않겠어.’


사실은 입밖으로 내서 하고 싶은 말. 하지만 스텐은 속으로만 하고 삼킨다.

그걸 입밖에 냈다간 지금의 니그렌은 폭발할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에.

결코 속마음을 티내지 않는 자가.

자신은 며칠 자괴감과 질투에 시달렸으나 결국은 납득하고 포기하였다. 하지만 지금 저 모습을 보니 니그렌이 얼토당토 않는 일을 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불똥이 튈라, 괜히 도발하지 않기로 한다.

마법사들이란 현자인 척 행동하나, 누구보다 상식이 없으며 하나같이 나사가 한두 개씩 빠져 있는 자들이었다.


“산을 오를 때 좀 무리를 한듯 합니다.”


손목을 주무르고 돌리는 니그렌.

그러나 평가란의 글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았다.

좋은 칭찬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저 사실대로 쓰는 걸로 충분할 텐데, 그것조차도 어렵다.

애써 외면해오던 질투가 어깨를 짓누른다. 스텐의 예상은 정확했다.


==========


“고작 12살에 서클링...마탑주도 능가하는 마나감응력...마나량도 대체 어떻게 그런 수치가 나올 수가 있지? 고작 12살...고작 12살...고작 12살밖에 안 되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가 된다는 것인가? 반면 나는...나는...”


가까스로 추천서를 다 쓰고 그걸 피스터 백작의 집사에게 넘겨 보내고, 백작이 내어준 방으로 돌아온 니그렌은 고개를 푹 숙이며 머리를 싸쥐었다.

꽈아악 손안의 갈색머리 반 흰머리 반의 머리카락들이 구겨진다.

어느새 세월은 이리도 흘렀다.

3서클, 마법 연구의 성과도 이렇다 할 건 없다.

무엇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었다.


“제기랄...”


자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탑을 등지지 않았다. 그나마 거기에서 오던 자긍심도 천재들 앞에서는 허무하기가 짝이 없다.

결국 니그렌은 자괴감과 질투에 짓눌리는 걸 넘어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불합리하다. 너무나 불합리하다!

이제 고작 12살이거늘!

니그렌은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마탑의 천재들은 지금으로도 충분해...얼마나 난 더 좌절하고 작아져야 하지? 지워버리자. 없었던 것으로. 지금이라면!’


인재인사관으로 일하며 잠시 잊었던 마탑의 골방에서의 버릇이 되살아난다.

하나의 생각을 끝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풀지 못하고 어둡고 베베 꼬인 감정은 더 안으로 안으로 파고든다.


‘사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아직은 아이, 그리고 고작 자신보다 못한 3서클 마법사가 있는 곳.’


사고가 아니었음을 알아챌 수 있는 자는, 증명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 준비를 하면서, 니그렌은 펠버드를 여러 번 만난다.

마탑으로 출발하기 위한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도와줄 것은 없는지를 명목으로.

또한 마탑, 마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며 펠버드와 친해지며 경계를 허문다.


“그렇게 기쁘더냐.”


“예. 기쁩니다.”


마탑으로 가는 것이 그렇게 들뜨냔 질문이었으나, 펠버드의 대답은 그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영혼을 얻을 수 있겠군.’


한쪽 입꼬리가 순간 올라갔다 내려온다.

펠버드는 니그렌으로부터 살기를 느꼈다.

수없이 넘었던 생사의 경계. 펠버드는 살기에 무척 민감하다.


‘견습기사의 영혼은 노예상인들의 영혼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지. 마법사의 영혼은 어떨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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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24.08.13 76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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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24.07.27 1,576 4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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