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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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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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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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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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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DUMMY

“혹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펠버드가 영주실에서 나가고, 문이 닫히자 스텐이 피스터 백작에게 묻는다.


“안 하기는. 무조건 하게 해야지.”


그럴 것이다. 귀족이 하고자 하는 일.

피스터 백작의 뜻대로 되지 않을 리가 없는데...스텐은 꼭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듯, 마음속이 불편하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고작 생선가시가 걸린 듯한 기분. 크게 큰 일이 될 일은 없다.

스텐은 그만 그 기분을 무시한다.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천재라지만 아이, 마나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목줄이 채워지면 질투도 두려워할 것도 없지. 아무리 잘나봐야 피스터 백작의 노예, 가축이 되는 것인데 나도 양껏 이용하면 될 뿐.’


스텐은 어떻게 피스터 백작으로부터 펠을 잘 써먹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어떠한 만일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한 피스터 백작의 모습에, 벌써 말이다.


“마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게나, 스텐.”


피스터 백작이 찻잔을 든다.

요즘 피스터 백작의 흥밋거리는 온통 마탑이었다.

어떻게 지원해줘야 펠이 어떤 동기들보다 단연 독보이며, 방해를 받지 않으며, 누구보다 빠르고 많이 마법을 익혀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마탑의 층들을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지름길은 있을 것인가.

있다면 무엇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마탑의 고층에 기거하는 상위 마법사들은 마탑 1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체 흥미가 없습니다...펠이 아무리 대단한 천재성을 발휘한다 한들 펠의 이야기가 고위 마법사들에게 닿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위 마법사들, 그들도 그날 펠이 보인 것처럼 마법을 복사해 몇 개든 늘리는 걸 쉽게 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그것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복사가 아닌 분열. 마법분열.

그건 마탑주라도 과연 가능할까 싶다.


“그러한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흥미를 갖지 않는다?”


“마탑에는 마법의 천재들이, 다양한 종류의 천재들이 넘쳐납니다. 그날 펠이 보였던 마법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나, 그것들은 다 기초 마법들이었습니다. 상위 마법들도 그렇게 다룰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상위 마법사들은 1층에 있는 마법사라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래서, 방법은?”


흥이 깨지는 이야기에 피스터 백작의 표정과 말투가 딱딱해진다.

스텐은 서둘러 말을 잇는다.

피스터 백작을 받들어 모셔야 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으니.

피스터 백작의 기분을 망치면서까지 있는 그대로 말한 이유, 스텐도 펠이 빠르게 성취를 얻어 하루빨리 영지로 돌아오길 바라기 때문이다.

스텐은 진심을 담아 말한다.


“마탑 1층에서 마법입문자들을 가르치는 마법사에게 넉넉히 돈을 찔러줘야겠지요. 캄프, 그에게 돈을 찔러 주십시오. 만년 1서클 마법사, 허나 마탑에서 50년을 살아가고 있는 자입니다. 동기들 중 고위 마법사가 된 자가 여럿 있지요. 고위 마법사들에게 펠의 이야기를 퍼트려줄 것입니다. 물론 펠의 천재성이 1층 2층의 0서클들을 압도해야 하겠지만요.”


그제야 피스터 백작의 얼굴이 풀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액수이면 될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하...’


스텐의 입술이 비틀린다.

다행히 피스터 백작이 찻잔을 입에 대고 몇 모금을 연달아 마실 때였다.

그만큼 대화에 열을 올렸다.


‘어지간히도 펠이 군침이 도나보군. 혹여나 협상이 결렬될까 내가 제안한 액수의 배를 내겠다니. 하기야...’


피스터 백작은 펠이 스텐을 능가하는 마법사가 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절대복종을 하는 4서클 마법사, 어쩌면 5서클 마법사...얼마나 군침도는 이야기인가.


“...혹여나 협상이 틀어지면 퇴학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니, 현명하십니다. 그 액수면 절대로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압도적인 재능이니 시기와 질투를 받겠지만, 캄프 그 마법사가 뒤를 봐준다면 펠이 이런저런 방해로 발목을 잡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흡족해하는 피스터 백작.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이다.

피스터 백작이 마나계약서를 금고에 넣는다. 빨리 오거라, 빨리.

인자한 미소로 보냈으나, 벌써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


“저기 봐, 저기! 기사님들이다!”


도렌이 소리쳤다.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외성의 광장 방향으로 향했다.

기사들은 내성에 머무른다. 기사를 보기는 쉽지 않다.

도렌 남매와 펠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와와 소리치며 기사들을 쫓는다.


“히야아, 진짜 멋지다!”


도렌이 눈을 빛내며 연신 감격을 쏟아냈다.

온통 은빛의 판금갑옷이 햇빛을 보석처럼 반사한다.

옆에서 펠버드가 도렌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맑은 파란하늘만 보고도 히야아 하고 금방금방 감동하지만, 저렇게나 초롱초롱한 눈은 또 처음 본다.


“맨 앞에 걷는 기사님은 무려 오러기사야. 오라기사! 오러기사 알아? 펠?”


오러기사, 마법사의 천적.

오러기사에 맞서기 위해, 자신에겐 천적이 아니도록 만들기 위해 검도 수련했었다.

그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었고.


‘어?’


문득 떠오른 기억의 파편 한 조각.

그 기억을 쫓아보지만, 다른 기억이 더 떠오르진 않는다.

도렌이 떠들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 아닐 터, 펠버드는 고개를 젓는다.


“잘 몰라.”


그 말에 신난 얼굴이 되는 도렌.

그때, 팔을 머리 위로 높이 들며 끼어드는 제나.


“내가 잘 알아! 검날이 푸르게 변하면서 말이지, 그 푸른빛이 이렇게나 길어져서는 철도 자르고 돌벽도 자르고!”


펠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지어주었고, 쩝 하는 소리를 내며 내껀데 하는 표정을 짓는 도렌.


“제나 넌 직접 본 게 아니잖아. 무섭다고 고개 돌리고 못 봤으면서. 그거 내가 해준 이야기잖아.”


“그날 꿈속에서 봤다, 뭐! 왕자님이랑 기사님, 마법사님이랑 성녀님이 함께 마왕이라 싸우고, 마법사님의 마법을 받은 기사님의 오러가 저 첨탑만큼 마아악 길어지면서 커지고! 그리고 어제도 또 꿨는걸!”


“그래그래, 한참 그럴 나이니까. 뭐, 그 기사님이 나랑 닮았다고 했었지? 그걸로 용서해줄게.”


“마법사는 펠 오빠를 닮았어. 어제 꾼 꿈에선 마법사님의 얼굴도 자세히 보였어.”


어깨를 으쓱하는 도렌.

꿈이란 게 그런 거니.

뜬금없는 게 나오지는 않는다. 어제 하일런 공자님도 다 같이 종일 모험 놀이를 했었으니.


“제나, 몇 번이든 그 꿈 이야기를 해도 좋은데, 하일런 공자님 앞에서는 왕자님은 하일런 공자님을 닮았었다고 해드리자. 공자님만 쏙 빼면 삐지시니까.”


철컥, 철커덕!


기사들이 걸음을 멈춘다.

광장의 여관 앞이었다.

성에 잠시 머무른 용병단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와아, 역시 기사님들이야!”


“종업원 누나를 괴롭혔어, 용병들이.”


“하하, 뭐야! 병사들은 이겼지만 기사님들한텐 상대가 안 되잖아!”


아이들, 마을 주민들도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기사님 기사님을 외치며 소리쳐댔다.

그 중 어른들보다 외침이 큰 게 도렌.

흥분의 도가니, 그러나 펠버드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눈의 초점조차 흐리다. 전혀 전투를 보고 있지 않았다.

도렌과 제나가 넋을 놓고 구경하고 응원하는 사이, 초집중해 마나계약서에 대한 연구를 마저 끝마친다.


턱!


싸움이 끝나갈 즈음 펠버드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는데, 마법사 스텐.

스텐은 펠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혹시 몰라 왔으나 마법사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아직 결정을 못했느냐, 펠. 영주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고 있다.”


사실은 스텐 그가 더 기다리고 있었다.

펠이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돌아간 뒤 닷새가 흘렀다.


“정했습니다. 오늘 갈 예정이에요.”


“그래? 그럼 영주님께 그리 전해도 되겠느냐?”


화색을 띠는 스텐.


“예.”


“미룰 거 있느냐? 아예 지금 같이 가는 건 어떻느냐?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마법에 대한 대화를 말이다.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지 않겠느냐.”


서로에게. 스텐이 펠버드를 대우한다.

펠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끝났다.

스텐은 기사들과 함께 잠시 기다리고, 펠버드는 도렌 남매에게 이야기를 하고 스텐에게 돌아왔다.

이동하며 펠보다 스텐이 더 많은 질문을 한다.

허나 얻은 성과와 성취는 펠버드 쪽이 훨씬 많다. 비교가 불가.


“어서오거라, 펠!”


영주실로 들어오는 펠을 피스터 백작이 환한 얼굴로 반긴다.

내성에 도착한 뒤 병사 하나가 얼른 먼저 달려가 스텐의 말을 전했다.

테이블에는 차까지 이미 준비돼 있었다.


“그래, 마음을 정했다고? 앉거라. 차도 마시고.”


“예.”


“잘 생각했다. 네가 가진 재능이 어떤 재능이고, 내가 했던 제안이 어떤 기회인데. 자, 여기 있다.”


피스터 백작도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 위에 마나계약서를 놓는다. 깃펜이 꽂힌 잉크와 함께 펠버드 쪽으로 쓱 민다.

펠버드가 깃펜을 쥐었다.

피스터 백작의 미소가 더욱 커진다.

여전히 왠지 가슴에 생선가시가 걸린 듯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나, 스텐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사인만 하면, 걱정할 게 없다.

어서! 어서!


슥슥.


피스터 백작은 흡족해하고, 스텐은 펠버드가 보인 행동들 중 가장 아이다운 행동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대귀족은, 영주는 무섭긴 한 모양이군. 하긴, 백작, 오러기사들도 보유한 대귀족이니.


우웅.


그때, 깃펜을 마나계약서에서 떼기 직전, 펠버드의 마력이 움직였다.

겁 없이 과감하게 마력을 움직인다.

아직 서클링은 없으나, 심장에 반원 모양으로 둘러진 마력결정체 일부를 분해해 마력을 조금 만들어낸다.

마나계약서를 분석하면서 할 수 있게 된 기술.

그 마력이 깃펜 촉을 통해 마력계약서로 스며들었다.


‘내 마나감응력이 스텐보다 더, 훨씬 뛰어나다. 눈치채지 못해.’


자신이 쓴 빙결파도가 훨씬 오래 유지된 걸로 확인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사인하는 펠버드의 입가 한쪽이 사인의 끝부분을 닮았다.

성공.

마나계약서를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오늘 마탑으로 너의 마탑입학서가 보내질 것이다, 펠.”


마나계약서를 건네받은 피스터 백작의 인자함과 미소가 좀 옅어진다.

이제 이 정도까지 큰 미소는 필요가 없다.

그런데 스텐의 표정이 뭔가 어중간했는데.


“영주님...잠시 제가 그 마나계약서를 봐도 되겠습니까?


“왜 그러나?”


묻는 피스터 백작의 목소리가 무거웠는데, 스텐의 표정은 그 정도로 이상했다.


“영주님! 어서, 부탁드립니다.”


보기 드문 스텐의 재촉에 마나계약서를 건네는 피스터 백작.

펠버드의 표정은 무표정.

자신의 마법에 자신이 있었다.

눈치챌 수 없으며,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


“이보게, 스텐.”


마나계약서를 건네받고 한참, 마나계약서를 손에 쥐고 바라보며 땀을 줄줄 흘리는 스텐.

피스터 백작의 눈에는 안 보였으나, 스텐은 마력을 사용해 마나계약서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결국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아니, 분명히 뭔가가...’


허나 결국 고개를 가로젓는 스텐.


‘6서클 마법사가 만든 마나계약서다. 마탑주라 한들 조작을 가할 수는 없는 물건. 아무리 천재 중의 천재라지만...’


스펜은 마나계약서에서 시선을 떼고 펠버드를 바라봤다.

마나계약서를 살피며 몇 번 펠버드를 봤었으나 긴장, 초조함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었다.

태연히 찻잔을 들어 입에 대며 슬쩍 웃음짓는 펠버드.

마법은 즐겁다. 참으로 즐겁다!


‘상상도 못하겠지. 마나계약서를 조작하리라곤. 나에 대한 강제력이 사라졌고, 심지어 오히려 피스터 백작에게 그 강제력이 걸리게 됐다는 걸.’


즉 피스터 백작이 하려던 게 반대 상황이 된 것.

피스터 백작은 펠버드의 말을 거역할 수 없게 되었다.

진정으로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게 마나계약서는 피스터 백작의 금고에 고이 넣어졌고, 마탑입학서는 비서에게 건네졌다.


“지금 바로 마탑입학서를 마탑에 보내고, 마탑의 마법사 캄프를 포섭하도록.”


그런데, 비서가 나가기 전에 펠버드가 입을 연다.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영주님. 제 형제가 기사 아카데미에 입학하고자 한다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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