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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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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최근연재일 :
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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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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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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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DUMMY

“쫄 거 없다!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이야! 한 마리만 잡혀도 기세가 푹 꺾일 거다!”


베리엔이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한 순간에 검날에 푸른빛이 맺힌다.

견습기사의 오러 블레이드보다 확연히 더 짙은 푸른빛.

그 푸른빛이 더구나 검날을 빈틈없이 두르며 완전한 검 형태를 이룬다.


“전혀 쫄 거 없다 이 말이다아!”


그 외침을 기합삼아 베리엔이 오러 블레이드를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휘두른다.

펄쩍 뛰어오르며 공격해오던 블루 자이언트 앤트가 비명을 터트린다. 잘려나간 턱 한 쪽이 옆으로 날아가 나무에 쩍 박힌다.

강철 같은 외피, 그런 외피보다 더 단단한 게 턱이었다. 그런 턱이 종이를 가위로 자른 듯 잘려나갔다.


“역시 베리엔님!”


역시 오러기사라 감탄하며 기사와 병사들이 소리친다.

그들의 표정에서 긴장과 두려움이 흩어진다.

이어 휘두른 베리엔의 오러 블레이드에 마저 자이언트 앤트의 턱 한쪽이 잘려나갔다.

자이언트 앤트는 턱 말고는 두려워할 게 없었다.

베리엔은 곧바로 또 다른 자이언트 앤트의 턱을 자르러 달려가고, 기사와 병사들이 둘셋씩 짝을 지어 턱이 잘린 자이언트 앤트들을 둘러싸며 공격을 퍼붓는다.


쿠웅!


그렇게 공격을 받은 블루 자이언트 앤트 세 마리가 거의 연달아 다리가 꺾이며 쓰러졌다.

그런데 분위기는 그대로.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은 똑같이 흥분해 공격을 해왔다.

오히려 더 사납게 날뛴다.


‘역시 물러나지 않아.’


펠이 한 예상이 맞다.

짐승 이상으로 영역에 대한 의식이 예민하고 영역다툼이 치열한 게 마수들이다.

자신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영역이 있는 산에 없던 마수가 들어왔으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그것도 대형 마수라면.


키헤에에에에에엑!


잘 내지르지 않는 포효까지 지르며 공격해오는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

기사와 병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진다.


쩌억!


베리엔이 블루 자이언트 앤트의 머리에 박아넣은 검을 뽑아낸다.

이걸로 여덟 마리.

여덟 마리를 잡았는데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안 생긴다.

베리엔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번져간다.


“뭐지? 단체로 뭐 약이라도 먹었나?”


농담을 내뱉는다.

베리엔도 당황했으나, 아직 여유가 있다.

좀 빡센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코네턴 성 주변의 산에는 다른 곳에서 마수가 유입된 적이 없다.

마수가 영역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되지만, 어디든 별종은 있다. 짐승들 중에도 마수들 중에도 그런 별종은 있다.

또는, 사람이 일부러 마수를 풀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많이 잡았으나, 50마리 넘게 몰려온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

베리엔의 얼굴에 이제는 당혹감이 완연하다.

푸른빛이 옅어지기 시작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마법사를 돌아본다.

실력을 믿을 수 없었던 마법사, 어린 마법사.

마법사의 도움은 필요 없다 생각했으나,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마법 한 번이 안 날아온다!


“펠!”


하일런이 외쳤다.

곳곳에서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다칠 뻔한 장면이 속출한다.

아직 블루 자이언트 앤트들은 30마리가 넘게 남았다!


“예?”


“도와줘야 돼!”


“잡으려면 오러 슬레이어를 써서 접근해 잡아야 하는데, 그럼 공자님이 위험해집니다. 아니면 광범위 마법을 써야 하는데, 그럼 아군도 휘말려버려요. 광범위 마법을 쓰는데 기사님이 협조해줄 것 같지 않으니까요.”


저 기사 병사들보다 하일런 공자가 펠버드에게 중요하다.

비전마법, 빙결파도를 쓰지 않더라도 하일런 공자 한 명은 살려서 함께 돌아갈 자신이 있다.

빙결파도를 쓴다면 당장 전투를 끝내버릴 수 있지만, 지금 이 상황에 썼다간 아군도 전부 죽는다.


“베리엔 공!”


안절부절 생각하던 하일런이 소리쳤다.

펠과 베리엔 공. 자신이 둘 사이를 이어야 한다!


“베리엔 공!”


다시 온힘을 다해 소리친다.

베리엔이 고개를 돌린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다.

오러 블레이드는 체력과 함께 심력이 많이 소모되는 기술이다.


“펠의 지시를 따라주세요!”


“뭔가...해법이...있으십니까?!”


숨을 가쁘게 내쉬며 주저하다가 하는 대답.

못 이기진 않는다. 자신은 죽지 않는다. 떼로 달려든다지만 중소형 마수다.

끝까지 광분해 날뛴다 해도 결국에 다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가 나올 터다.

하일런 공자가 다칠 수도 있다.

마수에 물려간 병사 한 명을 찾아오는 임무. 고작 그런 임무에 병사나 기사들을 더 잃고, 공자까지 잃는다?

기사로서 끝장이다.


“펠의 지시대로 해주세요! 그게 해법입니다!”


뭐어?

뭔가 기발한 작전이 떠올라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일런 공자의 목소리에 확신이 담겨 있다.


“알겠습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

자존심을 부릴 상황이 아니다.

대단하다는 마법사.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적어도 하일런 공자의 지시대로 따른다면 자신의 책임은 한결 가벼워지리라.


“펠!”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가 주세요!”


펠이 외치고, 베리엔이 코웃음을 친다.

결국은 도망을 치라는 건가?!


“자이언트 앤트들은 나무를 탈 수 있습니다!”


“탈 수 있지만 나무를 쉽게 탈 수 있는 신체 구조는 아닙니다.”


펠이 받아친다.

일반 개미와는 다르다. 나무를 탈 수 있지만 나무를 타기 위해 자세를 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단 몇 초면 충분하다.


“나무로 올라가 자이언트 앤트들과 잠시만, 조금만 거리를 벌리고 있으면 됩니다!”


빙결파도는 이미 준비돼 있다. 시전이 끝난 마법을 놓아버리면 끝.


“...알겠습니다. 모두 나무로!”


베리엔이 명령한다.

마법사.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뭔가 거창한 마법을 쓰려는 걸 거다.

허나 얼마나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인가. 베리엔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이언트 앤트는 마법에 강한, 외피를 두른 마수.

베리엔은 어린 마법사가 쓰려는 마법이, 비전마법일 거라곤 상상도 못 한다.


“공자님 더 가까이.”


병사들이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하고, 펠이 하일런에게 말한다.

그리고.


“빙결파도.”


시전돼 있던 마법을 놓는다.

펠버드와 하일런 주위로 물의 원이 한 바퀴 둘러진다.

하일런의 녹색 눈동자가 화악 불어나는 물로 인해 푸르게 물든다.

한 순간에 홍수처럼 불어난 물!

사납단 표현으론 부족하다. 흉악하게 소용돌이치며 일대의 수풀을 휩쓴다!


‘아군이 휩쓸리지 않게 조종하는 건 아직 힘들어. 하지만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게는 조절 가능해.’


펠버드의 표정은 차분했다.

고작, 스텐이 시전하는 걸 한 번 보고 혼자 익혀낸 비전마법. 허나 확신한다.

할 수 있어.

그 어떤 마법사보다 마법사다운 얼굴.

그야 펠버드는 그 어떤 마법사보다 깊이 마법을 탐구하였고, 자신의 모든 걸 마법에 던진 마법사.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아이가 됐고 기억도 잃었으나, 그뿐이다. 다른 것은 똑같다.


“하하!”


펠버드가 웃는다. 기쁘게도 웃는다.


‘마법, 즐겁다. 마법의 탐구가 기쁘다. 마법을 더욱 알고 싶어. 온 세상의 마법을 알고 싶다. 모든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고 싶어. 훗날엔 마법의 끝을 보고 싶다. 마법의 끝에 가고 싶다!’


소용돌이치는 물바다가 마수들을 휩쓰는 걸 더없이 환한 얼굴로 바라보며 더욱 차오르는 마법에 대한 열망.

필사적으로 버둥거려 질식하지 않고 살아 남은 자이언트 앤트들이 있었으나, 이어서 물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허어어...!”


기사와 병사들이 숨막히는 탄성을 터트린다.

한 순간에 모든 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죽은 자이언트 앤트도 살아 있던 자이언트 앤트도, 땅과 풀, 자신들이 올라가 있는 나무들도.

뿌리가 반쯤 뽑혀 흔들리던 나무 위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은 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딱딱딱.


모든 물이 얼어붙은 뒤 일대는 정적에 잠겼다.

사방을 뒤덮은 얼음 때문에 화악 내려간 기온 탓에 이빨을 딱딱 부딪치는 자들이 몇 있었다.

또는 소름이 쫙 돋은 탓일 수도 있었다.


“비전마법!”


베리엔의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스텐의, 비전마법이 아닌가!”


당연히 베리엔은 본 적이 있었다.

영주의 마법사 스텐이 비전마법을 쓰던 광경을.

그때와 똑같았다.

아니, 더 세찼고 범위도 더 넓다!


‘마탑 밖에서 마법을 전수하고 배우는 건 금지 돼 있을 텐데? 아니, 전수한다 해도 비전마법이란 게 전수해 준다고 단 며칠 만에 익힐 수 있는 것인가?’


기사가 마법을 어찌 자세히 알까.

하지만 비전마법이란 게 이리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비전이란 거창한 단어가 붙진 않을 것이다.


‘놀랍군...고작 12살. 천재, 라는 건가...마탑을 이리도 이른 나이에 나온 것도 벌써 충분히 배웠기 때문, 이라는 건가?’


12살 아이가 완벽히 구사하는 비전마법을 눈앞에서 봤음에도, 혼자서 마법을 익혔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가지 못한다.

마탑의 인재인사관 니그렌은 현재 코네턴 성에서 펠버드가 산에서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다.

마력 측정 수정구로 마나감응력을 측정해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펠은 니그렌과 함께 마탑으로 출발하게 된다.


“대단, 하군요...펠, 마법사님.”


확연히 달라진 베리엔의 태도.

얼음 위로 내려선 오러기사 베리엔이 펠과 하일런 공자 쪽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시종 짓고 있었던 엄격하고 딱딱한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베리엔의 말투가 부드럽다.

정말로 감탄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법을 잘 모르나 어마어마한 천재성이란 건 알겠다.

이제 고작 12살,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마법사가 될 것인가.

전장이나 적이 아니라면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직책, 위치.

피스터 백작이 이 어린 마법사, 펠을 얼마나 아낄지가 훤히 보인다.

머지 않아 스텐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될 것이고 피스터 백작가의 큰 기둥이 될 것이다.


“저는 이쪽으로 갔으면 합니다.”


베리엔이 이끌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펠버드.

블루 자이언트 앤트가 나타나기 전의 설전을 이어간다.

고개를 끄덕이는 베리엔. 더는 설전을 벌일 마음이 없었다.


“알겠습니다...그렇다면 그쪽으로 가보시죠.”


베리엔이 펠버드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역시 펠!’


덩달아 하일런 공자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 친구! 기사들 병사들에게 우린 친구야, 라고 외치고 싶다.


‘펠이 곁에 있을 땐 실패하는 법이 창피를 당하는 일이 없어.’


귀족가의 아이, 허나 천성이 순수한 아이는 천재 마법사를 자기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순수한 감탄, 그리고 펠이 마탑에서 돌아오는 날을 기대한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가 되어 있을런지.


‘하일런 공자...귀족의 아이. 그런데 참 재밌어.’


펠버드는 하일런의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에 담긴 순수함도.

소년이 되고 어른이 돼도, 하일런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펠버드는 생각한다.

하일런은 도렌 남매와 닮았다.

그래서 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쪽입니다.”


“예.”


이후에도 베리엔은 반박없이 펠버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는 펠버드의 경이적인 천재성에 경악하고 압도되었다.

제대로 실종된 병사 수색이 시작된다.

한편, 기다리다 지친 마탑의 인재인사관 니그렌은 산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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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2 24.08.10 920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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