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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클 흑마법사는 회귀 직후 마차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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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모노
작품등록일 :
2024.07.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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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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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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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인류 역사상 8서클의 경지를 이룬 마법사는 딱 한 명 있었다.

사왕死王 펠버드.

그러나 마법사들은 모두 그를 마법의 역사의 수치로 여겼다.

펠버드 그는 흑마법사였다.

흑마법사들 중에서 인류 최초의 8서클 마법사가 나왔다.

더구나 펠버드는 사왕이란 별호에 걸맞게 극악무도한 소문들로 점철된 자였다.

나타나는 곳마다 피보라가 일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허나 재능만큼은 그 누구도 그를 얕보지 못했다.


“사왕 펠버드는 서른 살이 돼서야 마법에 입문했다더군.”


“헛소리! 아무리 재능이 넘쳐도 3서클만 해도 10살 전에 마법을 시작해야 닿을 수 있는 경지인데! 영재교육이 그 어떤 학문보다 중요한 게 마법일세! 늦어도 15살 전에는 마법을 시작해야만 해.”


“다른 소문들은 진위를 알 길이 없지만, 이 소문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아무리 그래도 서른 살에 마법 입문이라니, 참 나.”


놀랍게도 펠버드가 마법에 입문한 시기는 딱 서른 살이 됐을 때였다.

그 전까지 그는 마법의 마자도 모르던 자였다.

허나 그는 마나하트는 가지고 있어도, 마나브레인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서클링의 구축에 필요한 게 마나하트고, 마법의 시전에 필요한 게 마나브레인이었다.

허나 마나하트만 있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학문이 있었는데, 그건 흑마법이었다.

흑마법은 마나하트만 있으면 됐고 성취가 빨랐으나 5서클까지라는 한계가 있었다.

5서클의 경지를 넘어선 흑마법사는 인류 역사상 없었다.

흑마법사가 6서클, 7서클이 될 수 있었다면 마법계를 지배하고 마탑을 차지하고 있는 건 흑마법사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6서클의 경지를 이뤄낸 흑마법사가 나타났다.

바로 펠버드였다.


“흑마법사가 6서클? 푸하하하핫! 불한당이나 진배없는 흑마법사들의 말 따위 무엇 하나 믿을 게 못 되오!”


“하지만 그 펠버드란 흑마법사는 뭔가 좀 다르단 말이지. 흑마법사지만 펠버드 그 자는 마법사로서의 위신과 자존심을 아는 자였소.”


“앞에선 그리 행동하고 뒤에선 필시 추잡한 뭔가를 꾸미고 있었을 게요. 그렇게 흑마법사 놈을 떡하니 믿어놓고 몸 성히 헤어진 걸 행운으로 여기시오.”


“허나 말이오, 흑마법사 펠버드가 6서클의 격을 갖춘 마법을 시전하는 걸 본 목격자들이 한둘이 아니오.”


“그리 보이도록 하는 속임수일 게요! 거짓말로 혹세무민하는 그를 내 직접 토벌하겠소.”


“흑마법사 펠버드는 마魔의 진영에 몸을 의탁한 자가 아니오.”


“아직 의탁하지 않았을 뿐 틀림없이 마에 의탁할 자이오! 흑마법사의 9할이 마에 의탁하였소. 나머지도 결국 다 마에 의탁하게 될 것이오.”


“옳소! 신마전쟁의 양상이 불리해지고 있소이다. 펠버드를 시작으로 흑마법사들을 족족 잡아 죽여야 할 것이오! 어차피 결국 마에 붙어 마에 힘을 보탤 자들이니!”


그리하여 마탑은 흑마법사 토벌령을 내렸다.

거짓말일 거란 주장이 무색하게, 펠버드를 잡는데 가장 많은 마법사들이 동원됐다.

거짓말로 치부하기엔 목격자의 수가 워낙 많았고, 목격자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곧 마탑의 마법사들과 흑마법사 펠버드는 조우하게 되었다.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마의 진영에 몸을 의탁한 게 아님에도, 마탑의 마법사들은 온화한 말로 펠버드를 속이고 유인하여 사냥을 시작했다.


“다크 필드.”


펠버드는 가장 먼저 주위 환경을 자신에게 극도로 유리하게 바꾸었고.


“서먼 데빌 스피릿.”


다대일 전투의 불리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죽은 정령을 소환하였다.


“다크 캐논.”


그리고 죽음의 광선을 난사했다.

흑마법사 펠버드가 정말 6서클의 경지를 이뤘을 걸 상정하여 6서클 마법사도 토벌대에 있었으나, 가장 먼저 죽은 게 그였다.

펠버드는 6서클 마법사일 뿐만 아니라 전투의 귀재였다.

목숨을 걸고 수많은 마법전투를 하며 6서클의 경지에 오른 펠버드와 달리, 마탑의 마법사들은 1년 중 300일 이상을 마탑에서만 보내는 자들.

더구나 펠버드는 마법에 입문한 30살 전에도 평범한 삶을 살아온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절이 더 험악하고 험난했었다.


“데스 블레이드!”


다음 토벌대도 그 다음 토벌대도 전멸.

마탑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마법사의 천적인 기사단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렇게 기사가 섞인 마탑의 토벌대가 다시 펠버드를 찾아냈다.

그때 펠버드는 허리에 검도 한 자루 차고 있었다.

그 시기 마검사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 소문을 만들어낸 게 펠버드였다.

그의 나이 쉰, 50이 넘은 나이에 처음 잡게된 검이었으나, 그는 놀라운 실력의 검술을 구사했다.

검에 마법을 둘러 오러기사들의 소드오러를 막아냈으며, 심지어 검으로 기사들의 목을 베기까지 했다.


“하! 기사가 근접 전투에서 마법사에게 진다고?!”


“저 기사는 소드익스퍼트의 경지가 아닌가!”


“맙소사, 검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펠버드, 괴물이군, 완전 괴물이야!”


그 토벌전 이후 펠버드에게는 사왕이란 별호가 붙게 되었다.

50명의 상급 마법사와 50명의 상급 기사가 한 명의 흑마법사에게 전멸당했다.

사왕. 그 별명보다 더 그에게 걸맞는 별명은 없었다.


“사왕 펠버드는 여전히 마의 진영에 몸을 의탁하지 않았소!”


“하지만 내 말대로 그를 뺀 모든 흑마법사가 마에 몸을 의탁하지 않았소이까.”


“그 입 닥치시오! 처음부터 펠버드 그를 회유했더라면! 크나큰 힘이 되었을 것을! 더구나 이젠 7서클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있단 소문도 돌고 있소!”


“다시 한 번 사람을 보냅시다! 마의 총공세가 펼쳐질 거란 정보를 입수하였소! 펠버드 그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오! 우리가 다 같이 가 무릎을 꿇어서라도!”


“무릎이라니...크흠!”


마탑은 또 시간을 지체했고, 펠버드는 자취를 감추었다.

소문과 달리 펠버드는 7서클의 경지를 눈앞에 둔 게 아니라, 이미 8서클의 경지까지 이룬 상태였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이뤄낸 업적!


“역시 나다! 내가 최고다! 마나브레인도 없고 사짜 취급을 받는 흑마법으로 8서클의 경지를 이뤄냈단 말이다!”


더없이 기뻤다. 자긍심이 쉼없이 샘솟았다.

그런데 펠버드의 얼굴에 외로움의 빛이 스친다.

자화자찬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칭찬해줄 사람, 인정해줄 사람, 박수쳐줄 사람, 동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한 명 없었다.

펠버드 그는 인간을 증오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엮여 좋았던 것이라곤 없었다.

속이고, 이용하고, 상처주고, 괴롭히고, 배신하고, 질투하고, 저주하고.

사람하면 떠오르는 펠버드의 기억들은 그런 것들밖에 없었다. 태어나 지금까지 쭉.


“마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달라고? 흥, 지랄하고 있네. 개새끼들. 마에 의탁하지도 않은 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틀림없이 마에 의탁할 거라 부르짖으며 잡아 죽이려 지랄발광을 하던 놈들이.”


마탑, 과연 무시 못할 놈들이긴 했다.

꽁꽁 숨은 자신의 위치를 끝내 알아내다니.

하지만 옮겨서 더 꽁꽁 숨어버리면 그만.

날 다시 찾아내려면 1년 2년이 또 걸릴 테니까.

그때쯤이면 이제 인간들은 멸종하고 없지 않을까?


“신마전쟁이 마의 승리로 끝이나든 어쩌든 알 바 아냐. 나는 9서클의 경지도 넘어서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펠버드는 새로 만든 결계 속에서 마법 수련에만 매진했다.

세상과 작은 끈 하나라도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따뜻한 온기가 담긴 끈 하나만 세상과 이어져 있었다면.


“9서클은 무리인가...”


천재 펠버드는 처음 벽을 마주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그리고 끝모를 집념까지.

그는 머지않아 방법을 찾아냈다.


“나는 흑마법사이거늘. 허나 진정한 마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펠버드는 더 깊이 암흑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기어코 찾아낸 방법!


“9서클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올해 내 나이가 119살인가. 육체의 시간이 부족할 것 같군.”


펠버드는 9서클의 수련을 잠시 멈추고 육체의 시간을 벌 방법을 강구했다.

가장 먼저 찾은 방법은 리치.

몸을 영원히 죽지 않는 언데드로 만들면 됐다.

허나 그런 저열한 방법이라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후 찾은 방법은.


“회귀! 이론상으론 분명 가능하다. 나는 위대하고 위대한 마법사 펠버드! 내 마법 이론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펠버드는 수명을 하루 남기고 회귀의 준비를 끝맞췄다.


“언제로 돌아갈지 정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제 시간이 없구나. 몇 살 때로 돌아가는지는 미지수이나, 30살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확실하니.”


그렇다면 9서클을 이루기 위한 시간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펠버드는 회귀하였다.


==========


“큿,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코네턴 성의 대로 한복판에서 한 아이가 실성한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나 펠버드의 마법 이론이 틀렸을 리 없지! 나 펠버드가 실패할 리가 없지! 크하하하하핫!”


12살, 13살쯤 돼보이는 남자아이인데 말투는 꼭 노인 같았다.

웃음소리도 아이 특유의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많이 과거로 와버리긴 했지만, 뭐 상관없지. 어차피 마석을 흡수하면...”


그런 아이의 혼잣말은 그 주변 행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아이가 서 있는 곳은 마차들이 달리는 대로였다.

말발굽 소리와 마차들의 바퀴 소리에 아이의 목소리는 묻혔다.


“얘야! 거기 있으면 위험해!”


“빨리 여기로 나와!”


“실성한 놈인가? 뒤지려면 곱게 뒤질 것이지.”


“어어! 위험해! 이봐!”


행인들이 갑자기 소리쳤다.

화악 소란스러워지는 소리에 펠버드는 뒤를 돌아봤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말의 다리.

마부가 급히 줄을 당겼고, 말들이 놀라 앞발을 치켜들며 날뛰었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였다.

실제로 갑자기 나타난 펠버드가 맞았다.

마차가 가까스로 멈췄으나 뒷발로 일어선 말들은 앞발을 마구 휘둘렀다.


퍼억!


“...컥!”


펠버드가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말의 앞발에 이마를 얻어맞았다.

쓰러지며 바닥에 뒤통수를 한 번 더 세게 부딪쳤다.


“빌어먹을! 무슨 일이야?!”


“그것이! 갑자기 아이가!”


마차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화려한 옷차림의 중년남자였다.

귀족들은 고급스런 옷을 입으나 화려한 옷은 귀품이 없다고 여겼다. 남자는 상인이었다.


“이봐! 꼬마야!”


상인이 펠버드에게 가 옆에 쪼그려 앉아 어깨를 흔들었다.


“으음...”


아이의 눈꺼풀이 조금 열렸다. 눈의 초점이 맞질 않는다.

머리의 앞뒤가 부어올라 머리 크기가 두 배가 된 듯했다.

피는 흐르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정도로 부었다면 피가 안 흐르는 게 더 위험했다.


‘마석...’


척.


아이가 상인의 검지손가락을 쥐었다.

푸른 보석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

푸른빛이 살아 있는 것처럼 안에서 일렁였는데, 마석이었다.

마석반지.

이내 아이의 손이 힘을 잃고 툭 떨어졌는데, 상인은 마석반지의 마석이 빛을 잃었단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때?”


상인이 마부를 보며 말했다.

마부가 고개를 저었다.


“살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그리고, 행색이 거지입니다.”


“제길, 큰 계약을 앞두고 재수없게시리. 일단 가지. 이러다 약속시간에 늦어.”


“예.”


“일이 끝나면 처리하도록.”


다시 돌아왔을 때 살아 있다면 치료소로 보내줄 것이고, 죽어 있다면 묻어는 줄 것이다.

고아거지라면 어떻게 처리하든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돌아왔을 때까지 살아 있고 치료소로 보낸다 해도 살아나진 못할 것이다.

늘 사람이 밀려 있는 곳이 치료소였다.

결국 이 아이는 죽은 셈이다.

마차는 쓰러져 있는 아이를 빙 돌아 미련없이 떠났다.


“씨발...놈들...아...”


멀어지는 마차로 손을 뻗는 펠버드.

그가 인간을 증오하고 혐오해마지 않는 이유.

그렇게 펠버드의 생명의 불꽃은 급격히 꺼져가고 있었는데, 머릿속에선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퉁퉁 두 배로 부어오른 머릿속, 마나브레인이 열리고 있었다.


“오빠! 빨리빨리! 애가 쓰러져 있어!”


한 여자애가 뒤따라오는 오빠를 재촉했다.

애가 쓰러져 있다 말하는 그 여자애가 더 애였다.

뒤의 오빠는 쓰러져 있는 아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살아 있어!”


“잠깐, 제나! 위험해! 거기 있어!”


여동생의 재촉에, 그리고 망설이던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소년 도렌은 쓰러져 있는 아이를 등에 업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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