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52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4.08 12:52
조회
929
추천
22
글자
7쪽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4

DUMMY

백호신마에게 서찰을 건네주면서 독사신마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린놈이 제법 머리를 굴릴 줄 아는군.'


누가 신마궁의 궁주냐고?


질문 하나에 신마궁의 구조를 답하게 만들었다.


하나, 오히려 그 질문 덕에 독사신마는 웃을 수 있었다.


맹(盟)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궁(宮)이라는 하나의 현판으로 열두 기둥이 뭉친 것은 십이지궁의 모든 것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무림맹이 소속된 문파의 뜻을 대신 짊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거대한 덩치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면, 신마궁은 단 열두 개의 기둥을 끝으로 하여 문파의 힘, 저력 그리고 은원까지 전부를 짊어지겠다는 뜻이다.


공석인 궁주의 권한을 십이신마 모두가 맡아 책임지고 있는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흑룡이 거기까지는 아직 전하지 않은 모양이군.'


중요한 사실은 저 쪽에 있는 흑룡이 아직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무림맹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는데 궁의 중요한 비밀들이 무림맹에 넘어갔을 리는 없는 것이다.


제 딴에는 영리한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독사신마는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었으니 이득만 챙긴 셈이었다.


"그러니까...본궁이 백호궁의 후신임을 못 믿겠다. 이 말인가."


백호신마가 서찰을 다 읽었는지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리 틀리지도 않은 요약이다.


"무림맹은 지난 수개월간의 혈사에서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맹에 적을 올린 문파와 고수들은 물론이요 그것을 조사하던 조사단의 피, 여기 있는 청룡단의 단원들도 피를 흘렸습니다."


"과거 백호궁의 피는 그보다 더 했다. 그 핏값을 받아 내는 일에 무림맹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물론 그들이 군웅회를 붕괴시키고 무고한 백호궁을 멸문시킨 죄를 지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은원은 어디까지나 멸문한 백호궁의 것. 귀궁이 백호궁의 후신임을 자처하더라도 이를 증명하지 않았으니 그 사실을 확인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림맹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조사단과 청룡단의 핏값까지 지금껏 흘린 모든 혈채(血債)를 받아낼 것입니다."


내공이 담긴 제갈청광의 음성이 군웅들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들이 듣기에 무림맹의 요구는 충분히 정당했으니 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맞는 말이지. 그런 큰일을 벌였으면 신마궁도 스스로를 증명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혹시, 거짓말을 한 건가? 그럼 괜한 피만 더 흘린 셈이 아니야?!"


소란은 점점 커져 어느 샌가 온 군웅들이 신마궁에 증거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거, 이거. 꽤나 짓궂은 짓을 하는구만."


독사신마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백호궁의 후신임을 증명하라, 말이야 좋다. 문제는 실현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백호궁이 멸문한 지가 한 갑자 전이다. 예전 백호궁이 위치했던 자리는 이미 그 터조차 남지 않았고, 그 재물과 무공은 배신자들이 다 털어 천하 각지로 흩어져 버렸다.


심지어 개미새끼 하나조차 남기지 않겠다고 잔인한 학살을 벌였으니 그날 살아남은 백호궁의 문도는 거의 없다. 그 행사가 오죽했으면 그날 이후 그래도 정파에 속했던 배신자들이 사파와 마도로 상당수 전향을 했을까.


군웅회의 신물인 사해영웅기(四海英雄旗)는 가장 먼저 찢고 불살라 재로 만들었고 백호궁의 장문영부, 백호영웅건(白虎英雄巾)은 무림맹주에게 진상품으로 올려 지금도 무림맹주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사해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사람도 없고 물건도 없는데 무엇으로 백호궁의 전통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앞서 굳이 무림맹에 그것을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백호궁은 개파(開波) 때부터 무림맹에 적을 둔 적이 없었다. 정파의 문파이긴 하였지만 서로 대면 대면했던 사이로 오히려 멸문을 묵인 했던 무림맹에 대한 원한만 깊었다.


세상 천지에 원수에게 원한을 증명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백호궁의 후신임을 증명하라니... 얼토당토않은 소리지.'


나오려는 헛웃음을 참으며 독사신마가 백호신마를 바라봤다.


직접 처리하겠냐는 물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백호신마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마치 독사신마의 그런 시선을 기다렸다는 듯이.


"증거. 어떤 류(類)의 것을 말함이지?"


백호의 기상이 담긴 눈동자가 제갈청광을 내려다보았다.


제갈청광은 순간 아득해지는 정신을 잡아주는 스스로의 내공심법에 감사했다.


"백호궁이 자랑하던 삼대절학을 보여주시든지, 신분을 증명할 신물이 되었든지, 그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납득이라...훗!"


백호가면 밑으로 짙은 미소가 어리고 그의 얼굴을 덮은 가면에 손을 올렸다.


"진정 무엇이 되었는지 납득할 수만 있으면 되는가?"


"...예."


"그렇군."


얼굴을 덮은 그의 손이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움켜쥐고 있던 가면도 손과 함께 얼굴에서 떨어져 나왔다.


매서우면서도 굳센 눈매, 높으면서도 또렷한 콧대 그리고 강인함을 보여주는 짙은 입술. 가면을 벗었음에도 맹호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의 청년, 백호신마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보라. 내가 바로 그 증거다!"


쏴아아!


호왕음(虎王音)의 수법으로 퍼져나가는 목소리.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가 무림맹 사절단에, 돌처럼 굳어버린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문용직."


"..."


"나를..알아보겠는가?"


아주 오래 전 사귀었던 친우. 이제는 백발에 백염을 휘날리는 노인이 되어 버린 친우가 격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를 알아보겠는가? 용직?"


다시 한 번 이름까지 부르자 판검대인 문용직은 그제야 격정 가운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 자네...백강호!"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떨림을 감출 길이 없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죽었다고만 생각했던 그의 친우가 그 때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 살아 있었는가?"


"물론."


"아아...!"


무너지는 몸. 머릿속의 무언가가 뚝 끊어지며 육체를 지탱하던 힘도 풀려 버렸다.


부축해 주는 제갈청광과 남화도절에게 기대어 다른 세 명의 장로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배, 백강호일세. 서천신권(西天神拳), 백호궁의 소궁주였던 바로 그야."


"...!"


작가의말

작가의 말에 뭘 적어야 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외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또 다시 죄송한 공지입니다. +1 16.04.15 529 0 -
공지 죄송한 공지입니다. 16.04.04 592 0 -
67 혈채(血債) 2 +1 16.04.15 906 24 11쪽
66 혈채(血債) 1 +1 16.04.11 794 23 8쪽
»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4 +1 16.04.08 930 22 7쪽
64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3 +1 16.04.04 987 19 8쪽
63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2 +1 16.04.01 967 22 9쪽
62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1 +1 16.03.28 1,124 20 12쪽
61 사천집합(四天集合) 5 +1 16.03.25 887 25 9쪽
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89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79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0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8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