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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47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3.07 09:00
조회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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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0쪽

백호신마(白虎神魔) 5

DUMMY

백호신마는 두 절대자를 물린 뒤, 전음에 따라 아직까지도 괴로워하고 있는 소철에게 다가갔다.


"괜찮은가?"


무릎을 꿇어 소철과 눈을 맞추었다.


세심한 행동가지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나, 그 마음은 진실이었다.


"괘.. 괜찮... 으윽!"


"좋지 않군."


내상이 심각하다.


검을 쥐었던 우수에서부터 전신으로 향해 심장과 단전에 이르는 혈들이 크게 상했다. 혈옥수의 여파다. 한 번 침투한 공력을 몰아내지 못한다면 힘이 다할 때까지 날뛴다.


백호신마의 손이 턱하니 소철의 어깨에 올려졌다.


백호결의 진기가 손을 타고 소철에게 흘러들어가 몸속에서 날뛰는 혈옥수의 진기를 깨끗이 씻어낸다.


"어어......?!"


고통에 일그러졌던 얼굴이 금세 평온해졌다. 단순히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신에서 활력이 넘치고 단전에 힘이 가득하다.


제 몸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현상에 당황과 놀람, 감탄 등이 이리저리 섞여서 표출된다.


하나, 백호신마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 독사신마의 전음과는 별개의 것으로, 온전히 그가 원해서 하는 것이었다.


잠호신기(潛虎神氣)로 바뀐 구결에 따라 장심에서 시작한 기운이 소철의 어깨로, 그리고 심장에 이르러 자리를 잡았다.


너무나 자엽스럽게 자신의 심장에 자리 잡은 기운을 느낀 소철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이 일말의 위화감은커녕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한순간 자신의 공부로 착각했을 정도다.


"본궁의 신공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그대의 육체에 힘을 더해 줄 것이다."


어리둥절해 하는 소철을 뒤로 하고 백호신마가 연무대 위로 올라서 다시금 군주의 위엄을 뽐냈다.


"오늘은..."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수천이 넘는 군웅들 모두에게 들린다. 육합전성의 운용이다.


"신마궁을 책임지는 자로서 오늘 일에 대하여 사해동도 모두에게 사죄하는 바이오. 본궁의 이름을 걸고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보상을 하겠소. 부상을 입으셨다면, 영약을 내어서라도, 금전적 피해라면 그 두 배로 보상을 하겠소. 재물로 모든 것을 갚을 수는 없으나, 부디 본궁의 실수를 용서해 주시오."


백호신마는 사방으로 한 번씩 고개를 숙였다.


"오늘 행사는 이것으로 파하겠소!"


그것을 끝으로 백호신마의 신형이 허공을 박차며 사라졌다.


독사신마는 백호신마에게 연결된 전음의 선을 끊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생각보다 백호신마가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해 주었다. 원하던 그림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만족감을 느낀 독사신마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몸을 돌렸다.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인파가 있는 지금이 사라지기 최적의 순간이다.


'그럼 이만...?'


독사신마의 발걸음이 움직이려는 그 때, 무언가 미묘한 감각이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 한 느낌이다.


그 이상한 느낌에 독사신마가 고개를 슬쩍 돌린다.


그리고......


"...!!!"


쿠웅!


독사신마의 시선의 정면,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백창의를 입고 죽립을 쓴 사내. 수천 명이 밀집한 공간에서 정확히 자신을 향하여 그 고개를 향하고 있다.


'서, 설마... 아닐 것이다.'


독사신마는 애써 부인하며 시선을 거두려 했다.


[네 작품인가? 제법이군.]


그러나 귓가에 울리는 전음성이 모든 동작을 그리고 사고를 정지시켰다.


'어,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이 맹렬히 움직인다.


어떻게 자신을 찾은 것인가? 행색을 보고? 아니다. 가면도 벗고 옷차림도 바꿔 입었다. 지금 자신은 수많은 인파 일부분일 뿐이다. 본신의 무력? 스스로 금제까지 걸어 일류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도 아니라면 전음으로? 사궁 비전의 전술이다. 신마들조차도 도청이 불가능하다. 이해할 수 없다.


불가해(不可解)다.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떨린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오성을 자신하는 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두렵다. 이와 같은 감정을 느껴본 적, 이때껏 한 번도 없었다.


독사신마가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났다. 마치 도망치는 듯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


===


'갔는가.'


검천은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독사신마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강하네...정말로."


"왜? 이길 자신 없냐?"


"으... 지, 지진 않을 거다."


그 말에 창천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진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진 않을 텐데?"


"이익...!"


비천은 얼굴이 붉게 상기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무어라 말하려 입을 달싹거렸으나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 다물었다. 더는 비참해지기 싫었다.


무림에서 지진 않는다는 표현은 실력에 비등하다는 의미가 아닌, 이길 순 없으나 버틸 수는 있다는 뜻이다. 결국 스스로 약함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도천과 혈천은 모두 나와 창천과 비슷한 연배의 고수다. 백호신마 저자도 그러할 테지. 그러니 분해할 필요는 없다. 또한 네 장기는 암기와 신법이 아니던가. 생사결이라면 누구도 너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검천 답지 않은 위로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검천의 말마 따라 비천은 천외천 중에서도 가장 배분이 낮았다. 가장 적은 차이가 십 년, 경지를 이룬 시간 또한 그 정도였다. 그러기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진 바 된 그릇을 채운 기간이 그 만큼 부족한 탓이다. 시간이 십 년만 지난다면 그 차이는 더 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될 터였다.


"창천."


"왜?"


"키는 오척 반이다. 체격은 크지 않다. 어깨는 좁고 몸은 왜소하다 표현해도 좋겠지. 무공은 지법(指法)이나 수공(水功) 혹은 기공(氣功)나 독공(毒功)류를 익힌 듯하다. 신중하면서도 심계가 깊으며 사람의 심리에 특히나 정통해 보인다. 계획을 위해 스스로를 감출 줄 아는 것처럼 보였다. 무공은 우리와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이러한 신마궁의 인사가 네 기억 속에 있는가?"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검천의 말에 황당함을 표하던 창천. 그러나 이내 가면 속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 녀석이 여기에 있었단 말이야?"


"짐작이 가는 자가 있나 보군."


"있지. 제법 인상 깊은 녀석이라. 잊을 수가 없거든."


창천이 신마궁을 떠난 지도 십 년 하고도 더욱 긴 시간이 지났다. 기억 속의 그를 만난 것은 거기에 수년의 시간을 더해야 한다. 아무리 오성이 뛰어나다 해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마련. 그러나 창천은 타고난 오성에 타통 된 상단전의 효용으로 완벽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천이 말하는 그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독사마군(毒蛇魔君). 아니지, 그 놈이라면 지금 쯤 신마경을 이루었을 테니까. 독사신마가 맞겠어."


"어떤 자인가?"


"신마궁의 두뇌라고 하면, 뇌서 그 재수 없는 놈이 최고로 꼽히지. 하지만 그 뇌서신마가 유일하게 경계 하는 녀석이 바로 놈이야. 자신이 없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움직이는 법이 없어서 워낙 스스로를 감추고 살다보니 내가 있을 때만 해도 녀석의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사궁 안에서나 있을 뿐이었어. 신마궁의 잠룡(潛龍)이란 말이 어울리는 놈이야."


"무공은 어떠한가?"


"타고난 신체조건은 뛰어나긴 하지만 그 만한 녀석들이야 신마궁 안에 널렸지. 다만, 부족한 걸 제 놈의 머리로 채워 버리는 게 가능해서 무공을 익히더라도 바로 오의를 터득하는 건 물론이오 한 번 본 무공은 그 자리에서 구결을 파악해 버려. 최고는 될 수 없어도 절대 열 손가락에는 무조건 들어간다.

게다가 사궁의 무공은 전천후로 유명하지. 지법이나 수공으로 이름이 높긴 해도 가볍고 날카로운 병장기 또한 매섭긴 매한가지고, 독공은 능히 천하의 절학이야. 그 외에도 보유한 무공이 어마어마해. 그 중에 반만 습득했어도 상성적인 문제가 없어."


"너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그 질문에 창천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내 무형강기의 단초를 제공한 놈이야. 이길 자신이 없으면 절대 무공을 사용하지 않아."


"그렇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검천은 바로 조금 전까지 독사신마가 서있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곳에서 군웅들에 섞여 전음을 보내고 있더군."


"...백호신마로군."


"그렇다."


"역시. 백호 그 놈 답지 않다 했더니만 그래서였구만."


독사신마의 존재를 아는 순간, 백호신마를 향한 의구심이 풀렸다.


"타고난 왕기(王器)이긴 했어도 머릿속에 무(武) 밖에 없는 녀석이 마치 계산된 것처럼 행동하더란 말이야. 거기에 내뿜는 기운은 그 녀석이랑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너도 느꼈냐?"


"월혼(越魂)을 이룬 무인이 그렇게 기운을 발산할 리 없다."


"그게 맞지."


"그렇다면, 그 또한..."


"아마도 그렇겠지."


"자, 잠깐!"


지금껏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천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저기 무슨 이야기들 하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거든. 설명 좀 해주면서 하면 안 될까?"


비천의 손가락이 멀뚱멀뚱 서있는 성을 가리켰지만, 실상은 그녀 스스로가 둘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좋다. 다만, 여기서는 문제가 있군."


"왜... 아!"


눈을 돌리니 사방에서 썰물처럼 군웅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들도 슬슬 움직여야 할 듯 했다.


"우리도 자리를 옮기지."


"그래."


작가의말

여러모로 먼치킨인 검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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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89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6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79 22 12쪽
»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0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8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0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29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8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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