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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65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4.04 12:53
조회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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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8쪽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3

DUMMY

"무력시위인가? 제대로네."


한껏 들뜬 목소리가 창천의 입 밖으로 나왔다.


"적룡과 묵사라..쟤들을 여기에 데리고 왔다면 진짜 한 판 붙으려나 보네."


무당혈야의 현장에 있었던 여섯 명의 마군들 중 둘이 눈에 들어왔다.


백호신마와 독사신마의 바로 뒤편, 상당한 경지를 내보이는 다섯 가면 중에서도 좌우 끝에 위치하여 매섭게 기세를 발산하고 있어 눈에 더욱 잘 들어왔다.


벌써 투신창이 일전을 겨루었던 적룡마군을 알아보았고 소철 등 그날 무당파에 있었던 이들이 하나둘씩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니 그 저의야 뻔했다.


"네 예상이 틀리지 않은 것 같군."


검천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흘러가는 상황이 전날 창천이 예상했던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생각이 어떻든지 결과가 평화롭지는 않을 게야."


한 눈에 들어왔다. 허공에서 일어나는 무형지기의 다툼이 심안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확실히 싸우겠다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방식은 달라도 창천과 비천에게도 보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역권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수라도 놓칠 수가 없는 그들이다.


"그런데 혈천은 나오지 않는 건가?"


안력을 높이고 청경을 끌어올려도 혈천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검천의 심안에만 저 멀리 요동치는 패기의 빛무리가 보일 뿐이었다.


"선물을 받았으니 어떻게든 못 나오게 뜯어 말리고 있겠지."


선물이라. 무엇을 말함인지.


선물이란 단언가 창천의 입 밖으로 나올 때 검천의 심안이 이십 인의 신마궁 고수들이 나왔던 천문의, 닫혀진 문 건너편을 살폈다.


===


백호신마의 좌편의 독사신마가 앞으로 나서고 무림맹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소."


손을 펴고 자세를 바로한 독사신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건마 그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육합전성(六合傳聲).


사방에서 시전자이 목소리가 나게 만드는 상승의 음공이다.


별다른 공능이 없음에도 소모되는 내공 탓에 극상승의 무학에 속한다. 단순히 시전할 수만 있어도 절대의 경지에 근접했다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독사신마의 육합전성을 단순한 소리의 울림을 넘어 그 고저까지 조절했다.


그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단숨에 장내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데에는 분명 성공했다.


"본인은 신마궁 십이신마 중 사좌(蛇座)를 책임지고 있는 독사신마라 하오."


이어지는 말도 육합전성이다.


처음에는 설마 하던 반응도 두 번째가 되자 경악으로 바뀌었다.


짐작하기도 힘든 경지의 육합전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내는 고수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고수가 신마궁의 십이신마라 밝혔다. 소문만 무성하고 제대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신마궁의 열두 주인들 중 한 명이 나타난 것이다.


"웃기는 짓을 하는군."


육합전성에 당황한 가운데, 그것을 받아치는 목소리가 있었다.


똑같은 육합전성의 수법에 똑같은 수준의 음성 조절.


무림맹 고수들 뒤에 선 도천이 나선 것이다.


도천의 무위는 천외지경이란 지고한 것. 육합전성은 우습게 펼쳐낼 수 있다.


도천의 대처로 기울던 분위기의 축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오히려 장내의 열기만 달아올랐다.


"제갈청광. 나서게. 지금부터는 자네의 차례야."


부름과 동시에 무리 앞으로 나서는 중년인이 있었다. 문현 제갈청광이다.


독사신마도 가면 속 두 눈이 앞으로 나서는 제갈청광을 보며 빛났다. 기다렸던 무림맹주의 대리자가 분명했다.


그런 독사신마의 감정을 읽었는지, 아니면 읽지 못하였는지 제갈청광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사신마와 눈을 마주쳤다. 처음 육합전성에 놀랐던 기색은 차분히 수습하고 당당한 목소리에 내공을 담았다.


"작금 강호에 폭풍이신 신마궁의 주인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갈세가의 제갈청광입니다. 보내주신 배첩의 답. 맹주께서 친히 전하라는 말씀이 있어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품속으로 들어갔던 손이 한 장의 서찰을 들고 나왔다.


'무림맹주 만통지황 제갈효 배상'이라 적인 봉투를 모두에게 보여주듯이 들었다.


"헌데, 이 서찰을 어떤 분에게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마궁은 백호궁의 전신이라 하셨는데 문주가 두 분이시라니 난감합니다. 맹주께서 신마궁의 주인에게 전달하라 하셨는데 어떤 분이 신마궁의 궁주이십니까?"


초장부터 시험인가.


가면 속 독사신마가 눈웃음을 지었다.


"옛 백호궁은 신마궁의 열두 개의 기둥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열두 기둥의 주인인 십이신마라면 누구라면 누구라도 그 서찰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가벼운 미소. 그리고 제갈청광은 서찰을 가볍게 던졌다.


가벼운 손놀림과 달리 제갈청광의 손을 떠난 서찰은 상당한 내공을 받아 그대로 독사신마를 향해 날아갔다.


독사신마의 손이 자신의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서찰을 가볍게 받아들었다.


얇은 서찰에 기운을 담고 그것을 주고받는 것 또한 흔치 않는 기예다. 이곳저곳 군웅들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


"화려한 고급 기예들을 연달아서 보여준다. 별효용은 없어도 보는 눈에는 무림맹과 신마궁이 대등해 보이겠지. 히야~. 재미있네."


창천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지붕 위에서 바라보는 구경거리가 정말로 재미가 있었다.


"독사신마가 반응하지 않는군. 이 정도 분위기가 좋다는 것인가?"


"지금이 딱 적당한 분위기야. 더 세게 나가면 뭘 하기도 전에 판이 깨진다고. 무림맹이 잔뜩 긴장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비등비등한 분위기가 생각한 대로 판을 꾸리기에 더 좋아. 그걸 아니까 저렇게 입을 다물고 있지."


대화가 되었든, 싸움이 되었든 초반 기세가 중요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하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기세를 가져왔을지라도 선을 지킬 줄 알아야 그 기본도 의미가 있다.


독사신마가 기껏 육합전성으로 초반 기세를 가져왔으나 금방 빼앗겨 준 것도 이 때문이다.


무림맹이 물러설 수 없게, 오히려 앞으로 나서도록 자극했다. 도천까지 나섰으니 무림맹은 이 판에서 물러나기가 처음보다 배는 힘들 것이다.


다만, 현명하게도 제갈청광이 조금은 물러날 구멍을 만들었으니 무림맹주의 이름이 거론 된 이상 무슨 결말이 나오든 무림맹주란 이름에 쌓인 신뢰가 사절단의 방패가 되어 주리라.


"무림맹주가 일을 잘 했나봐. 이름 하나 거론했다고 분위기가 달라지네."


넋두리 같은 창천의 말에 옆에 있던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를 취임할 때, '의(義)' 한 글자를 가슴에 세기고 한 번도 그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맹주야. 제갈세가 답지 않게 잔머리 굴리지 않고 정도만 지키다보니 그 까다로운 오현장로들도 이름만 듣고 찬성표를 던졌다고."


"하, 하인들에게도 정말 잘 해주십니다. 하인들 생일 때마다 선물 챙겨주시는 분은 맹주님 밖에 없어요. 맹에서 맹주님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의인이다."


비천을 시작으로 검천까지. 호평 일색에 창천이 질린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히 머리만 좋은 건 아닌가 보네. 그런 인간이면..독사 저 놈 골치 좀 아프겠는데? 쿡쿡."


재미있는 상황을 예상하니 창천이 악동 같은 웃음을 흘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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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혈채(血債) 1 +1 16.04.11 795 23 8쪽
65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4 +1 16.04.08 930 22 7쪽
»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3 +1 16.04.04 988 19 8쪽
63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2 +1 16.04.01 968 22 9쪽
62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1 +1 16.03.28 1,124 20 12쪽
61 사천집합(四天集合) 5 +1 16.03.25 887 25 9쪽
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9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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