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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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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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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8,503

작성
16.03.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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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천집합(四天集合) 1

DUMMY

벌컥!


숙소의 하나 뿐인 문이 거칠게 열리며 다섯 명의 인영들이 들어왔다.


무리의 선두에 선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미청년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거도를 들고, 일직선으로 걸어 들어가 식탁 한 켠을 다리로 차는 동작으로 꺼내어 털썩 앉았다.


요란스럽게도 나타난 청년이 신경 쓰일 만도 한데 본래부터 식탁에 자리 잡고 있던 백의사내는 무반응으로 젓가락을 놀릴 뿐이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청년이 돌연 우수를 뻗어 백의사내의 손이 향하던 찻잔을 낚아채 단숨에 들이켰다.


그제야 백의사내의 고개가 청년을 향했다.


"오랜만이군."


"오랜만이라... 재미있군. 만나고자 할 때는 십 수 년이 지나도록 볼 수 없었건만."


미련을 버리니 불과 세 달 만이 이렇게 다시 마주했다.


백의사내의 심안이 청년을 보았다.


여전히 불꽃같은 남자다. 수십 년이란 시간동안 이리도 변치 않는 자가 얼마나 될까? 마음 속 깊은 그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염화는 거세면 거세지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염화가 불과 세 달 만에 더욱 강성해져 있음을 보았다.


"...달라졌군."


변했다는 뜻이 아니다.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청년에 대한 경탄이다.


"네가 일성에게 남기고 간 것을 살펴보았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겠더군."


백의사내는 청년이 말하는 것이 지금 저 문 앞에 서있는 팽가의 소가주에게 만들어 준 오호질풍도의 비급임을 알았다.


자신에게는 흘러간 수많은 무리들 중 하나에 불과했으나, 청년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엇으로 채우려 하는가?"


백의사내가 물었다. 청년이 지금 겪고 있는 것. 이미 그가 겪었던 단계다. 그렇기에 물을 수 있다.


이를 아는지 청년도 순순히 답을 했다.


"철호각(鐵虎閣)을 찾아갔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웃기더군."


"..."


"지금껏, 천양(天陽)을 부린다 말해왔으면서 정작 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더군. 배우기 시작하니 그제서야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년의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가 어렸다.


백의사내는 청년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공지로를 통해 발을 디딘 영역이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선 경지에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벽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모순되게도 무(武)를 통해 그릇을 채웠기에 생겨나는 부족함. 그리고 파탄이다. 무로는 채울 수 없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거대한 벽은 길을 열어준다.


청년. 팽가의 도천 환은 그래서 철호각을 찾아갔다. 사시사철 멈추지 않는 용광로의 열기 앞에서 불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배웠다. 그것을 통해 부족함을 채우기 시작했다.


더디게만 느껴졌던 진경이 달라졌음을 몸으로 느낄 것이다.


'방심할 수 없겠군.'


호적수라 부를 사내가 벽을 허물었다. 벽이라는 그 장벽으로 만들어졌던 그 절대적인 차이, 이제 그것으로 벌려 놓았던 차이가 빠르게 메워지리라.


백의사내, 검천은 그 동안 준비해왔던 그것을 완성시켜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저들은 누구인가? 소가주와 청룡단주는 알고 있으나, 나머지는 초면이군."


검천의 관심이 문가에 서 있는 네 인물들을 향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도절이라고 불리고, 소림사 출신인 주제에 신검이라 불리는 놈이다."


"남화도절(南火刀絶)과 소림신검(小林神劍)이로군. 반갑네. 검천일세."


도천은 별거 아닌 듯 말했으나 남화도절과 소림신검이라 불리는 두 중년인 적무양과 심옥기라면 당금 무림의 정상급 고수들이다.


남화도절이라면 무림맹 사방신단의 주작단주이자 청룡단주 소철과 함께 제하십이강으로 꼽히는 무림맹을 대표하는 절정고수다. 더욱이 소림신검은 소림사가 모처럼 배출한 달마검법(達摩劍法)의 고수로 검법의 10성 성취로 무림백대고수의 일좌를 차지한 절세검객이다.


'아무래도 신장이 신검보다 낫군.'


검천은 어느 샌가 무당의 태극신장과 소림신검을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림에 널리 퍼져있는 '무당의 신장(神掌)이 있다면 소림에는 신검(神劍)이 있다'는 문구는 너무나 유명했다.


각기 무당파와 소림사의 속가제자로서 비슷한 중년의 나이로 자파의 속가제일인의 자리와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탓에 수시로 비교되곤 했다. 그들의 명성과 무공은 산 속에서 수련에만 전념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본산제자들을 대신하여 사문의 이름을 대표하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답을 내린 검천이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주작단을 맡고 있는 적무양이라 합니다. 검의 하늘이신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림의 심옥기라 합니다. 평소 노사(老師)의 이름을 흠모하고 또 흠모해왔습니다."


정중하고도 격식 있는 인사다. 검천을 만나 격앙된 심정이 바로 들어나 보였다. 특히나 검도의 고수인 소림신검은 노사라는 존칭어까지 사용하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노사라는 호칭은 어느 순간부터 검객들이 검천을 지칭할 때마다 사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검천이 이룩한 반백년의 업적을 존경하는 의미로서 검객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천외천 중에서 이러한 칭송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오직 검천뿐이었다.


두 사람과의 짧은 교류가 끝나고 뒤에 있던 팽일성과 소철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일전의 가르침에 제대로 인사치 못했습니다. 노사의 가르침으로 본 단의 오랜 숙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소철이다.


일전에 무림맹주에게 가다 중 우연하게 보게 되었던 청룡망라진의 수련을 보았다. 그 때 팔괘의 완벽한 팔괘의 균형을 고집하던 탓에 진세가 불안정한 것을 넌지시 일러주었었다. 그것이 생각 외로 큰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그보다 깨달음이 있었나 보군. 그대 사부에 버금가는 경지야."


깊지는 않으나 검천은 소철의 사부인 청룡검존과 안면이 있었다. 제법 괜찮은 인물이었다.


소철은 이제 한 발작만 내딛으면 절대에 경지다. 전대라고는 하지만 무림백대고수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그의 사부와 같은 반열인 것이다. 혈천의 일초를 받아낸 것이 이를 증명했다.


거기에 심안이 찾아낸 구슬만한 크기의 기운 덩어리. 심장에 위치하여 중단전을 시작으로 전신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백호신마의 기운인가?'


어떠한 구결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기운이 육체의 진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소철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의 육체는 경계를 넘고 있었다.


하나 소철은 아직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제자가 불민하여 이제야 작은 성취를 보았을 뿐입니다. 아직 사부님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


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철 정도의 고수가 스스로의 변화를 모를 리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여 검천은 고개를 돌려 팽일성을 향했다.


"빠르군."


관심을 가지자마자 감탄부터 나왔다.


보기 드문 일이다. 그의 음성에 조금이나마 감정이 묻어나온 것은.


빠를 줄은 예상했으나, 그 이상의 진경이다.


본래의 경지를 몇 단계나 뛰어넘고, 벽을 두드리고 있다. 마공을 익혔다고 해도 믿을 속도다. 이러한 경우는 그조차도 한손가락에 꼽을 정도 밖에 보지 못하였다.


잠깐 동안 감정을 들어내고, 이내 검천은 평소의 정심으로 돌아왔다. 감탄은 하지만 경악할 정도는 아니었다.


재능이 꽃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정체 없이 빠른 속도로 성취를 보이는 반면, 누군가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경지를 이루기도 한다. 팽일성이 바로 후자의 경우였다.


원래부터 무재(武材)로 불렸던 팽일성이다. 근골(筋骨)에 맞지도 않는 세가의 무공을 고집한 탓에 정체기를 맞이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한 순간, 무너진 제방에서 쏟아지는 물과 같이 그 동안 피지 못했던 꽃이 향기를 발했을 것이다.


"대협께서 베푸신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본가는 결코 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취하는 인사에서 정중함과 당당함이 함께 느껴졌다.


팽일성. 이제는 일가의 주인으로 부족함이 없다.


"내가 받은 것에 대가를 치룬 것일 뿐. 그러한 인사는 과분하다."


검천의 말은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결국 은이라는 것은 받는 입장에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니. 아마도 팽일성의 입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팽가는 검천을 은인으로서 여길 것이다.


"용무가 무엇이지?"


소개와 인사가 끝나자마자 겉치레 없이 바로 본론이다. 참으로 검천 다운 언사고 도천에 부합되는 언사다.


"백호신마 그 자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너 답지 않다."


"나에게는 너와 같은 눈이 없다."


"그렇군."


그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는 검천이다.


그가 가진 눈. 천하에 오직 하나뿐인 심안이다. 세상 만인이 보지 못하더라도 검천만은 본다. 이것은 이능(異能)의 영역이니, 고금을 통틀어 검천이 최고이리라.


그렇기에 도천은 검천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기에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검천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무엇이 듣고 싶은가?"


마침내 도천은 두 눈을 감은 채 낮의 일을 더듬어 갔다.


"전력은 아니었지만 8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다. 혈천도 그 정도 힘을 담았지. 그걸 그자는 중간에서 받아냈다. 그 때 분명히 천외강기를 사용했지. 그런데..."


뇌리에 맴도는 의문점에 도달하니 도천의 입은 쉽게 열리질 못했다. 몇 번을 말을 되뇌고서야 겨우 말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보여주었던 백색기류 또한 천외강기였다. 하지만 처음에 사용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어."


"...!"


"천외강기는 천외지경의 시작이자 끝이다. 무인의 삶이, 무공지로가 외부로 표출되는 깨달음의 정수다. 그렇기에 둘 이상의 천외강기는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아!"


형태가 없는 무형의 실재인 기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형태로 구체화시킨 것을 강기(罡氣)라 부른다. 천외강기는 이러한 구체화된 기, 강기에 무인이 스스로를 투영시킴으로서 탄생되는 산물이다. 때문에 내가 둘일 수가 없듯이 천외강기도 한 명의 무인에게 단 하나만이 허락된다.


비록 도천은 이와 같은 수준으로 천외강기를 정의 내리지는 못하였지만 본능으로는 깨닫고 있었다.


비로소 검천은 도천이 무엇을 알고 싶어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았다. 확실히 도천이라면 이 문제를 가지고 심마를 얻을 수도 있었다.


"백색의 기류. 그것은 분명 내가 느끼기에 천외강기였다. 하지만 한 사람이 두 종류의 천외강기를 가질 수는 없다는 건 불변의 사실이야. 그래서 찾아왔다. 신마궁주의 그것들이 모두 천외강기였는가?"


"..."


도천의 말이 끝났다.


감았던 눈을 뜨고 검천을 응시하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검천은 잠시 동안 도천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아니, 도천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처럼 그 또한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도천을 살폈다.


"그 답. 너는 이미 알고 있다."


"...!"


그 말에 도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곡이다.


도천은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다만, 확신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검천은 이를 지적했고, 동시에 도천이 원했던 대답을 해준 것이었다.


"...가짜로군."


"가짜다. 그 백색의 기류는 그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어떻게?"


답을 얻었다고는 해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가짜라 하기에는 자신이 느낀 것이 너무 강렬했다.


도천이 다시 검천을 응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문을 향했다.


"그 답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게 무슨...?"


벌컥!


작가의말

과제가...아무 머리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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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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