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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54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2.05 10:56
조회
1,588
추천
40
글자
9쪽

비정무천(非停舞天) 2

DUMMY

"나와 필적한 게 아니라 나보다 강한 거다."


"가, 각주님!"


"...!"


"...사, 사부님!"


"...!"


마검살객은 물론이요 흑영독마, 천리살왕, 냉혈한이라고까지 불리는 귀계마군까지 기겁을 하며 안색을 굳힌다.


그러나 살천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철기마를 탔으니 운신법에 드는 내공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그 만큼의 내공이 공격과 방어에 집중될 것이다. 가진 바 내공을 동일하다 판단했을 때 대충 정면으로 붙으면 누가 우세할지 답이 나오는군. 그렇다고 기습을 하자니 철갑주에 호신강기까지 합쳐진 방어력을 뚫고 일격에 죽일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결국 그 놈이 나보다 강한 것이 아니냐."


스스로의 열세를 너무나 쉽게 입에 담는다.


그러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이란 실력만 가지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어린다.


그는 무인이기 이전에 살수.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는 것은 그를 죽이기 위한 살수로서의 기본자세. 목표를 죽이기 위한 선결과제다.


무인으로서는 약할지 모르나 죽음이란 결과는 상대의 것이 될 것이기에 그는 당당한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사대사신의 안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일단 천외지경급의 괴물이 실제로 있었음을 알겠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백대고수급의 여섯 고수. 아니지, 검성에게 하나가 죽었다니 다섯 명의 고수도 실제로 있었겠군."


이번엔 마검살객의 옆에 있던 천리살왕이 말을 받았다.


"확실히 백대고수급 고수가 있었소. 그러나 앞으로 나와 신위를 보인 고수가 셋뿐이었기에 다른 두 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소."


천리살왕은 외부에서 유입된 자로서 살각의 오대사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오체로 살천과 말을 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도 없는 건 아니겠지. 일부러 나서지 않았든 부상을 입어 나서지 못했든 말이야."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오."


천리살왕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 돌아왔나? 그런 강자들과 충돌하고도 그 만한 숫자가 살아 돌아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말이야."


"애초에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소."


"죽일 생각이 없었다?"


"초장에 멸성대공과 십여 명의 고수를 참하더니 강기를 내뿜어 고수들 사이에 길을 만들고 뚫고 지나가더이다. 그리고는 사라졌소.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추종향을 뿌릴 시간조차 없었소."


"죽일 가치도 없다는 건가? "


"그것보다는 무당파에서의 일이 실패했으니 죽이나 살리나 별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 것 같소."


"그게 그거지."


피식.


갑자기 살천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이거 생각해 보니 재미있지 않은가? 천외천급의 고수 하나에 백대고수급 절대고수가 여섯이라니 말이야. 본각의 수준을 넘어선 게 아닌가? 아니지 신마궁의 십이신마라 했지 그게 사실이라면 그 놈 말고도 열하나가 더 있을 테니 이거 중원무림 전체를 웃도는 수준이라 해야 하나?"


사대사신이 순간 한기를 느낀다.


평온한 그의 말속에 담긴 살기에 몸이 반응한다.


"귀계."


"예."


"혈천에게 전해라. 이제는 정쟁(政爭)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그만한 세력이 그냥 등장한 것도 아니고 무당파를 급습했다면 결코 좋은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 당분간은 휴전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낭인회에 연락을 넣어라. 가장 먼저 비천을 확보한다."


"명!"


"항룡유희(亢龍有悔)라 했던가. 그 동안 너무 놀았나 보군."


===


"같은 글을 계속 읽는다고 뭐가 변하냐?"


"변할 리 없다."


"그럼 재미라고 있냐?"


"없다."


"..."


나름 농이라고 던진 말에 돌아오는 재미없는 반응에 창천이 얼굴을 찌푸렸다.


"야 애송이. 팔에 힘 더 안 줘! 내려칠 땐 바위를 부술 기세로 내려치란 말이야!"


"예, 예!"


애꿎은 성만 창천의 심심풀이 대상이 되었다.


그러건 말건 검천은 손에 들린 한 장의 서신에만 집중했다.


그것은 불과 반시진 전, 무림맹의 비선을 통해 전달 받은 무림맹주 제갈효의 서신이었다.



낭인회 비선. 비천소재 파악. 하남성 운대산. 속히 지원바람.



적혀 있는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그 괴발개발한 필체는 이것을 적은 맹주의 다급함을 알려주었다.


"...비천이라..."


"너도 만나 본적 없는 거냐?"


"없다."


"왜?"


"만날 일이 없었다."


"너...은근히 사교성 없는 녀석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재미없는 녀석."


결국 창천이 두 손을 들었다.


"그나저나 이거 따를 거냐?"


"간다. 내일 출발하지."


"쳇. 이거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하네."


사실 무당혈야로서 무림맹주가 검천에게 청한 부탁의 효력은 끝났다고 봐야했다.


무림맹주가 검천에게 부탁했던 두 가지의 부탁 중 사라진 조사단의 행방추적은 신마궁이라는 세력의 고수들의 뒤처리가 워낙 완벽한 탓에 실패하였고, 신마궁의 고수들을 추적하는 것만이 무당혈야를 막아냄으로 성공했다. 정리하자면 하나의 실패와 하나의 성공으로 임무가 종결된 것이다.


검천이 무림맹 소속의 고수였다면 무당혈야가 끝난 뒤 임무 보고를 위해 당장 복귀했어야 한다. 검천도 식객이었기 때문에 며칠간 무당파에 머물렀던 뿐이지, 이제 슬슬 복귀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창천도 일이 끝났음을 느끼고는 슬슬 돌아갈 차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에 무림맹주의 서신이 도착했으니,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했다. 검천이 서신을 받은 뒤 그리 오랫동안 쳐다본 것도 바로 그 가부를 고민한 탓이었다. 그리고 반시진의 고민 후에 나온 결정은 가(可)였다.


비천의 존재는 현재 무림의 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외천의 일좌로 꼽히나 비천의 본질은 돈에 의하여 움직이는 낭인이다.


낭인은 정당한 액수만 지불한다면 한쪽에 척을 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존재들. 당연히 낭인의 대표라 말할 수 있는 비천 또한 그러하다.


실제로도 비천은 무림맹이나 사황성, 마교의 의뢰를 받아들여 반대편 세력에 적의를 들어낸 전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적의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이러한 탓에 삼대세력의 수뇌부들은 비천의 존재를 은연중에 신경 쓰고 있다. 언제라도 적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절대자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내 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크나큰 패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없애버리자니 그 무위를 감당할만한 이들에 무림을 통틀어 손에 꼽혔고, 계책 같은 것이 통할만한 상대도 아니다. 게다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할만한 명분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이 모여 비천은 그 존재만으로도 무림의 균형을 유지하는 하나의 축이 되었고, 무림사 이레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현재에 그 힘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자물쇠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곳 무림의 평화로 이어졌다.


하여 비천(飛天)은 달리 비정무천(非停舞天)이라 불린다. 머무름 없이 춤추는 하늘.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나 어디에나 속하는 그런 하늘이다.


신마궁이라는 미지의 세력이 발호하기 시작한 지금 이러한 균형은 유지되어야만 한다.


때문에 그 중심축인 비천은 어떻게 해서라도 구출해야만 한다.


사실 검천은 이러한 무림의 사정에는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으나 죽은 사부들의 유언도 있었고, 맹주와의 약속도 있었다. 특히나, 천마신마를 겪어본 탓에 무림의 힘이 깎이는 것이 별로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림이 탄생한 이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경지를 이룬 심안이 서신을 받은 순간부터 반응하고 있었다. 이때껏 한 번도 겪지 못한 이 요동이 검천의 마음을 이끌었다.


"성에게 일러 두어라. 이번에는 하남행이라고."


"쳇. 역시 마음에 안 들어."


하나가 끝나고 새로이 하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고요히 잠자고 있던 천외천을 다시금 세상으로 불러낸 사건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올리고. 올리고~.

제 소설 재미있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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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89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7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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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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