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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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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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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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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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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9쪽

사천집합(四天集合) 4

DUMMY


도천의 방문은 마지막으로 창천이 소철에게 귓속말을 함으로서 일단락되었다.


한바탕의 소란이 끝나고서야 창천과 비천, 성이 객잔에서 사온 음식 보따리를 풀고서 늦은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객잔에서 사온 음식들은 죄다 사왔는지 상 세 개를 붙이고도 부족한 어마어마한 음식들의 향연이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음식들보다 어마어마한 것이 순식간에 음식들을 위장 속으로 집어넣는 창천이었다.


볶음밥 한 접시를 비우는데 네 숟가락. 소채 한 접시를 비우는데 젓가락질 세 번이 끝이다.


그 많은 음식들 전부가 오직 창천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꺼억~. 오랜만에 포식했네."


찻물까지 단숨에 들이킨 창천이 배를 떵떵거린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것이 누가 이 사람을 무림의 천외천이라 볼지 머리가 아프다.


"만족했나?"


"아~주~."


"다행이군."


상을 치우며 검천이 입을 열었다.


"식사도 끝이 났다면 이만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응?"


"맹주의 의도에 대해서 알아냈다면, 이야기라도 해주면 좋겠군."


"아아."


가볍게 너스레를 떠는 창천. 그러나 곧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일단은 대략적인 상황부터 시작해야겠지?"


"마음대로 해라."


"시작해보지. 옛날에 어떤 한 마을에 큰 부잣집이 하나 있었어. 가진 사업체도 많고 거느린 식솔들도 많은 집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이 집 주인이 일에 열중인 사이에 수하들이 작당을 하고는 집주인을 쫓아내 버렸어. 그리고는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나누어 가졌지."


갑자기 시작되는 이야기는 무슨 의도인가.


의문을 떠올랐지만 검천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부자가 마을에서 쫓겨난 지 아주 긴 시간이 지났어. 사람들이 부잣집이 하나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을 정도로 아주아주 긴 시간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에 타지에서 나그네 하나가 마을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마을을 뒤집어 놓기 시작하는 거야. 마을에서 꽤나 잘나가는 상단도 그 나그네 때문에 큰 손해를 입는 지경에 이르렀지. 마을 사람들은 일이 커지니까 나그네를 잡겠다고 들고 일어났는데, 그만 선수를 놓쳐 버렸어."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비천과 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표정도 달라지며 흥미를 들어냈다.


듣는 사람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창천은 말을 계속했다.


"마을 사람들이 일을 버리기 전에 이 나그네는 타지에 있던 자기 식구들을 마을로 불러들였지. 마을 곳곳에 방까지 붙였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옛날에 쫓겨난 그 부자의 아들이었지 모야. 그 동안 쳤었던 난리는 아버지의 복수였던 거지."


이제는 창천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확실해 졌다. 무슨 의도인가 했었는데 과연 들을만한 이야기다.


"일이 이렇게 풀리니까 상황이 복잡해졌어. 나그네를 잡아다가 벌을 주려고 했는데 옛날 일하고 식속들 때문에 좀 힘들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당한 건 억울하고 계속 당할 것 같단 말이야. 어때 정말 골치 아프지 않아?"


이야기 식으로 풀어내는 그 말 속에는 잔가지는 쳐내고 굴직굴직한 가지만이 남아 현 상황을 짚어내고 있었다.


"마을은 중원무림이고 쫓겨난 부잣집 주인은 배신으로 멸문당한 백호궁이고 돌아온 남자는 신마궁이지. 신마궁이 백호궁의 후신임을 내세움으로서 지난 혈사는 과거의 은원으로 인한 복수가 되었어. 은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무림에서 그 명분은 시간과 상관이 없다는 건 잘 알거야. 수십 년이 지나도 작은 은원하나 잊지 못하는 세계. 그런 정나미 없는 세상이 무림이란 말이지."


"은원에 정사마가 없다."


"그건 동의."


검천과 비천이 그 말에 동의를 표현한다. 오랜 시간 눈으로 봐온 세상이 창천이 말한 그대로이기에 지어지는 쓴 웃음이 함께 한다.


"내가 알기로 백호궁의 멸문은 지독했지. 멸문 할 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어. 무림맹은 눈과 귀를 막고 침묵하고 뒤늦게나마 움직였을 때는 이미 문도들은 도륙당하고 재물은 약탈당했으며 그 밖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전각 기둥조차 남지 않게 되어버린 후였지. 사파 쪽과 마교는 정파 쪽 일이라고 뒤에서 적당히 챙겨 먹었다 하더라고.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처절하게 당한 놈들이 복수를 하는데 과연 무림에서 그것도 명분에 죽고 사는 정파에서 딴죽을 걸 수 있을까?"


"으음..."


검천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창천의 말을 들으며 생각이 났다. 약관 쯤 되었을 때였다. 사부님들께서 자신을 앉혀 놓고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하시며 강호의 도의와 협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눈물을 흘리셨던 때가.


백호궁의 멸문.


선악이 이리저리 섞이고 섞인 무림에서 일말의 선의(善義)조차 찾아보기 힘든 악의(惡義)의 대표격이었다.


"그래도 좀 심하지 않았어? 복수를 한다고 죽인 사람의 숫자가 세 자리수를 넘잖아. 거기에 조사단까지 흔적도 안 남게 처리해버렸는데."


비천이 스스로의 생각을 피력하나 창천은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정도(正道)와 함께 패도(覇道)를 지향했던 백호궁이야. 적에게는 가차 없이 응징하는 것으로 유명했어. 그런 백호궁이 명분을 가지고 명분을 휘두를 힘도 가지고 있어. 무림에서 그게 문제가 될까? 게다가 그런 쪽으로 치면 사천당가가 더 심하지. 이십 년 전 칠일쟁투(七日爭鬪) 때 신강까지 쫓아가서 마지막 한 놈까지 죽였더만. 그리고 한 몇 년 동안 마교분타가 사천성에 자리를 못 잡았지?"


"그건 그러네."


사천당가를 예로 드니 비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정파의 명문 중의 명문이지만 그 잔인함은 사파나 마교조차도 두려워하는 사천당가다. 새로운 시대를 알렸던 칠일쟁투가 발발하고 한 명의 핏 값을 받아내기 위해 천 명이 넘는 목숨을 거두어 들였으니 백호궁은 차마 비교가 안 된다.


"자, 그럼 무림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명분에서도 밀리고 그렇다고 이미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말한 상황에 무릎을 꿇기도 어렵고. 결국 싸워야 할 텐데, 이긴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에 말이야. 어떻게 싸워야 할까?"


"규모를 축소시켜, 단기간에 끝을 내야 한다."


물음에 답을 한 것은 검천이었다.


"정답! 그런데 그러려면 한 가지 전제 되어야 할 사항이 있지."


"사황성과 마교가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아!"


지금껏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성이 크게 깨우치는 것이 있어 큰 탄성을 질렀다.


"사황성과 마교가 개입하면 당연히 싸움의 규모가 거대하게 변하고, 싸움의 규모가 커지면 신마궁을 감당하기 힘들어 지겠네요. 그래서 사절단을 유례없는 규모로 꾸리신 것이네요. 무림맹의 뜻을 강하게 주장해서 사황성과 마교가 한 발작 물러서게 만들기 위해서!"


떠오르는 영감을 그대로 내뱉는 성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곧이어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되었음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할 말은 끝낸 후였다.


"우와! 애송아 머리 정말 좋은데! 다시 봤어!"


박수까지 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비천이다.


"잘했다."


짧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 그 무게가 남다른 한 마디. 검천이었다


"훌륭해! 단편적인 말만 듣고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잘 짚었어. 하지만 조금 부족한데 어디 들어볼래?"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더 나아가 부족함을 지적하여 주는 사람은 창천이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자세를 바로하고 눈을 들어 창천을 바라보는 성이다.


눈까지 부릅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성의 모습에 창천은 잠시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


"싸움의 규모가 커지면 신마궁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그럼 반대로 싸움의 규모를 줄이면 신마궁의 힘이 줄기라도 하는 거냐?"


"예? 그, 그건 아니지만 싸움의 규모를 줄이면 정예고수들만으로 승부가 되니까..."


"신마궁은 천외천에 버금가는 신마가 열둘이야. 그럼 그 아래의 고수들의 숫자는 얼마나 많을까? 무림맹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 않아."


"...어?"


듣고 보니 이상했다.


무림맹은 확실히 강하다. 하나 신마궁에는 천외천에 버금가는 십이신마가 존재한다. 신인 한 명의 무력은 무림맹 전체에 필적함을 생각해볼 때, 무림맹은 신마궁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황성이나 마교와 연합하여 힘의 수준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터인데 오히려 그 두 세력을 배제하고 그나마 유리한 수적 우위도 포기한다?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 근데 이거 어디선가...'



작가의말

아~! 글이 늘어진다.

한 동안 전투씬이 없는데... 할 이야기는 많고...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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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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