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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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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8,503

작성
16.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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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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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뇌서신마(腦鼠神魔) 3

DUMMY

"호오!"


당사자인 백호신마를 비롯한 신마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구심의 반응을 보였다. 오직 독사신마만이 안광을 빛내며 감탄성을 토해내었다.


"인궁의 전신은 60여 년 전 멸문한 군웅회(群雄會)의 수장 백호궁입니다. 당시 백호궁은 구대문파를 능가하여 강소성을 시작으로 안휘성과 절강성, 강서성에 섬서성의 초입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군웅회가 무림맹에 재흡수 되면서 멸문하고 말았지요."


"하지만 알려진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지."


즐거운 듯 한 독사신마의 목소리가 중천각을 울리고 뇌서신마가 웃으며 그에 답한다.


"맞습니다. 알려진 사실이 전부가 아니지요. 재미있게도 군웅회를 구축하던 군소방파들은 그 수장이었던 백호궁을 질시하고 그 영향력을 시기했습니다. 그 엄청난 영향력을 욕심낸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겉으로는 무림맹과 경쟁하는 척하면서 뒤에선 무림맹에 은밀히 줄을 넣어 무림맹이 군웅회를 재흡수 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대신 백호궁이 멸문하면 그 이권을 넘겨받기로 약속받았죠. 그 결과는 아시는 대로 입니다. 그리고 당시 무림맹의 수장을 맡았던 문파가 바로 무당파 그리고 그 일에 협조하여 군웅회를 멸문시키고 백호궁의 이권을 챙긴 것이 바로..."


"이번에 멸문시킨 문파들과 사살한 고수들이군."


이제야 의구심이 해소된 신마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자, 그럼 그 인궁의 이름을 정면에 내걸고 개파를 하면 무림맹이 움직일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단언컨대 불가입니다. 본궁에는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분이 있는 이상 저들에게는 본궁을 제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개파를 하면서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무림맹에게 도전을 한다면? 자존심 때문에 무림맹에서 사황성과 마교의 개입을 막을 것입니다. 그럼 저희가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이거 참 괜찮은 계책이 아닙니까?"


오만의 극치를 달리는 뇌서신마의 어투에 신마들의 눈살은 도무지 펴질 기미가 없으나, 그들 모두는 똑같이 생각했다.


'역시 저 놈은 천재다!'


지난 몇 달간의 계획들이 모두 실패로 끝나긴 했으나 뇌서신마의 계책들은 어느 하나 단순히 현재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끝나는 것이 없다.


뇌서신마의 저 계회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신마궁은 단순히 비밀 거점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중원전체와 척을 지고 무림공적으로 몰려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타계할 수가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전력을 공개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전과는 달리 공개적인 중원으로 통하는 길목의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하다.


대놓고 뇌서신마에 대한 반감을 들어내지 않는 한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좋네. 나는 자네의 계획에 찬성하겠네. 자네들은 어떤가?"


"찬성합니다."


"저도 역시 찬성입니다."


"저 또한..."


"..."


신마궁의 개파.


진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시작한 신마궁의 행보의 시작이다.


===


중천각에서의 총회의가 끝나고 늦은 밤.


사궁의 궁주전을 방문한 몇몇 인사들이 있었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인가?"


찻잔에 찻물을 따르며, 독사신마가 물었다.


궁주전을 방문한 인사들 중 일인. 천마신마가 찻잔을 들며 그 입을 열었다.


"오늘 중천각 총회의에서 나온 뇌서신마의 계책에 대한 독사신마 당신의 고견을 듣고 싶어 이리 찾아왔다."


"호오. 고견이라니. 이 사람은 그리 존칭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야. 신마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어찌 뇌서신마의 계책에 대해 이러저러 평을 내리겠나?"


"쓸데없는 겸손은 오히려 보기 흉한 법이지."


독사신마. 십이신마들 중에서도 자신을 들어내지 않아 신마궁 내에서도 그에 대한 평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존재이나, 신마들 사이에서는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다.


신마경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야심가이자, 은연 중 뇌서신마의 경계를 받는 유일한 신마다. 그 자체만으로도 독사신마가 뇌서신마에 뒤지지 않는 지략가임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밤중에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라면 뇌서신마의 의중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그 믿음은 적중했다.


"뭐, 그리 말씀하시면 할 수 없지. 무엇이 궁금하신가?"


"뇌서신마가 얻는 이득."


"흐음..."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질문에 독사신마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더니, 차를 한모를 마시고는 말문을 열었다.


"간단하군. 궁의 장악이지."


"장악?"


"맞다. 장악이지. 뇌서신마가 내어놓은 계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또 한 가지 이 계책대로 일이 진행되면 궁 내에서의 뇌서신마의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없을 만큼."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뇌서신마의 서열은 12위. 십이신마 중에서도 말석이다. 이번 계책이 그의 서열을 올려줄 수는 없을 터인데?"


"물론, 무력으로 정한 서열은 그렇지.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달라. 군사로서 신마궁의 모든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그가 행사하는 영향력은 서열과 무관하다. 오직 그 영향력만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뇌서신마 그 놈이야."


"다섯 손가락!"


예상지도 못한 대답에 궁주전이 술렁인다.


천마신마가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나머지 네 명은 누구인가?"


"대충 짐작하고 있지 않나? 압도적인 무력을 소유한 공동 서열 일위의 삼원신마들 그리고 십이지궁 전체 고수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천마신마 바로 너다."


독사신마의 손가락이 천마신마를 가리킨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래 들어 너는 두 번의 실패를 겪었다. 그것도 같은 놈에게. 그 때문에 궁 내의 지지기반이 조금 약해졌지. 그리고 청룡신마는 흑룡신마에게 패퇴하면서 중상을 입었다. 약미신마(藥未神魔)의 말로는 최소 몇 개월은 요양이 필요할거라 하더군. 계획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뇌서신마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자들이 힘을 잃은 거야. 그리고 이번 계책. 뇌서신마의 계획대로 인궁의 이름을 정면에서 내걸려면, 인궁의 당대 궁주..."


독사신마의 시선이 천마신마의 우편. 백호의 가면을 쓴 백호신마를 향했다.


"백호신마. 그대가 중원으로 나가야 하오. 그럼 경쟁자가 또다시 줄어드는 것이지."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적원신마(赤猿神魔) 하나뿐인가?"


"그렇소. 하지만 아쉽게도 적원신마는 언제나 중립을 고수하기에 뇌서신마의 입장에선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소. 결국 그만이 남게 되는 것이지."


뇌서신마의 속셈을 알게 되니, 독사신마를 찾아온 신마들의 눈동자에 노기가 어린다.


거기에 독사신마가 말을 보탠다.


"내 생각이지만, 지난번 너와 청룡신마가 검천과 흑룡을 만난 것은 아무래도 뇌서신마가 개입한 듯 하더군."


"내 이 놈을 당장...!"


"당장 어찌하려고?"


"죽여야지."


살기.


천마신마의 전신에서 살기가 흘러나온다.


"그만 두는 것이 좋은 거다. 아무리 말석이라고는 해도 그 또한 신마경의 고수.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반대편도 그리 좋게 끝나지 않을 거야. 차라리 적원신마를 찾아가서 그 놈을 견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쪽을 추천하지."


"적원신마를...?"


"어차피 중천각 회의에서 결정이 났기 때문에 개파는 막을 수가 없다. 백호신마를 포함한 신마들의 출격도 막을 수 없지. 하지만 적원신마는 이번 행사에 끼워 넣을 수가 없어. 궁에 남을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러니 적원신마를 잘 설득한다면, 뇌서신마가 자기 뜻대로 궁을 주무르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네가 하면 되지 않나?"


"당신이라면,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볼 인간을 가만히 두겠나?"


"그렇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적원신마를 떠올렸다.


삼원신마. 그 이름 앞에 색(色)이 붙었으며, 십이신마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세 명의 신마를 이르는 호칭이다.


적원신마는 그 나이 불과 불혹도 되기 전 그 안에 이름을 포함시켰으며, 향후 이십년이 지난 후엔 능히 그 이상의 경지를 이룩할 것이 분명한 천재 중의 천재.


다만, 종잡기 힘든 성품 탓에 중천각 총회의에선 언제나 중립을 고수하며, 툭하면 중원에 유람을 나가기 일수에, 떠오르는 영감이 있으면 곧장 다른 궁을 찾아가 봉을 휘두른다.


때문에 신마궁의 골칫덩어리로 낙인 찍혔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 뇌서신마를 상대함에는 더 낳을 수 있으리라.


잠시 후 궁주전을 찾아왔던 인사들은 그대로 궁주전을 떠났다. 독사신마는 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하였다.


'뇌서. 도대체 궁을 장악해서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그는 혼란 속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미처 하지 못했던 의문을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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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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