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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75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2.04 11:55
조회
1,812
추천
49
글자
8쪽

비정무천(非停舞天) 1

DUMMY

-비정무천(非停舞天)-


어느새 해가 지고 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겨, 겨우 도착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초가집을 바라본다.


겉으로 보기엔 사냥꾼들이 만들어 놓은 거처처럼 생겼지만, 실제 정체는 중원 각지에 만들어 놓은 안가다.


저 안에는 지금의 상황을 중원 각지에 전달할 수 있는 비밀 연락 수단이 준비되어 있다.


추적자의 추종술이 생각 이상인 이상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의 상황을 무림맹에 알려 구출자를 불러야만 한다. 해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곳에 온 것이다.


'남은 시간은... 아마도 일각 정도겠지.'


턱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가다듬으며, 초가집 안으로 들어가 책장을 뒤진다.


책장에 꽂혀있는 수십 권의 책들 중 한 권을 뽑아 종이를 찢어 땅 바닥에 뿌렸다.


글을 쓸 시간 따위는 없다. 방 한 켠에 놓인 먹을 손안에서 가루로 만들어 공력으로 종이 위에 붙여 넣었다.


"현(現)! 송(送)!"


마지막으로 주문을 외워 찢은 책장을 발현시킨다.


우웅!


화르륵!


주문을 외움과 함께 종이가 빛을 발하더니 불에 타면서 재로 변했다.


이것은 안가에 비치된 연락책 중 가장 확실한 방법.


연락을 주고받기 힘든 술사들이 서로간의 연락을 위해 만들어낸 송언지(送言紙)다. 종이 위에 글을 적고 주문을 외워 종이를 태우면, 정해진 수언지(受言紙) 위에 그 글을 출현시킨다.


십 수 년 전 어렵게 구한 송언지와 뚫어놓은 연락체계. 지금이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할 때이다.


'앞으로 이틀만 버티면 된다.'


이틀만 버티면 무림맹주에게 연락이 닿을 것이다.


"이 안가는 폐기다."


안가에 준비된 예비물품을 챙기고 문을 박차고 나선다.


삼매진화로 안가에 불을 지르고, 비밀 통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이걸로 무당파는 안녕인가? 왠지 아쉬운데."


"좀이 쑤신다고 산을 헤집고 다니고는 잘도 그리 말하는군."


"이봐. 이봐. 그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냐고. 눈치 보여서 몸 풀기 운동도 제대로 못하겠더란 말이야. 사냥이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그냥 내려가려버렸을 거라고."


"그리 말하면서도 청허 사숙은 잘도 불러냈더군."


움찔.


"알고 있었냐?"


"내가 모르리라고 생각했나?"


그 질문에 가면 밑으로 들어난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당연히 아니지."


"그래서 사숙을 만나고 만족했나?"


"아아, 천하에 무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지만 그런 인간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무리(武理)는 이미 우리 수준이야. 다만..."


"나이가 너무 많아 육체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태극만상(太極萬上)을 깨우친 것이 십 년만 빨랐으면 좋았으련만."


"맞아. 이래서야 반쪼가리일 뿐이야. 기껏 신인의 경지에 들어서 놓고서는 몸으로 실현 수가 없으니 웃긴 일이야."


"허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맞는 말이네. 저 정도만 해도 백대고수급에선 십초를 받아낼 인간이 없을 테니까. 그럼 문제는 우리 급의 녀석들뿐인가."


"사숙은 현명한 분이다. 또한 무림맹에는 도천이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


"왜 그러지?"


"아니 그냥. 사숙이라고 그렇게 걱정하는 듯 하더니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알 수 없는 녀석이란 생각이 들어. 넌."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나도 너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피장파장인가?"


"피장파장이다."


그것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그쳤다.


"아, 애송아 왜 이리 늦었냐?"


"죄, 죄송합니다. 두, 두 분께 이것을 전해 드리라고 장문진인께서 붙잡으셔서..."


"음...?"


성에 손에는 영단을 넣어둘 법한 목함이 들려있었다.


"넣어두거라."


"예?"


"내가 가지고 있어라. 우리는 딱히 필요하지 않으니."


"...예."


"그럼 가자."


검천, 창천 그리고 성. 무당산을 하산하여 다시금 무림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


똑. 똑. 똑.


정막 가운데 탁상을 치는 손가락 소리만이 들린다.


살각의 수뇌부만이 들어올 수 있는 원탁의 공간.


무영사신을 제외한 살각의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기한 일이야. 그 멸성대공이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어. 까딱하면, 무영만 아니라 마검이랑 천리도 잃을 뻔했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귀계?"


"죄송합니다. 이 책임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런 말 하지마라. 내로라하는 삼대세력의 지장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를 탓할 일은 아니란 말이지. 지금은 그보다는 상황을 살피는 것이 책사로서의 일이라 생각한다만."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머리를 깊게 숙이며 사의를 표명하고 귀계마군이 보고에 들어갔다.


"지난번 회의에서 결정 난 대로 본성의 조사단을 해한 무리를 찾기 위해 정보망을 가동시킴과 동시에 무림맹 혈룡방 그리고 마교의 동태를 주시했습니다. 그러던 중 청룡단이 조사단과는 별개로 무림맹을 나선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무당파였지."


"예. 그 이해할 수 없는 청룡단의 움직임에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한 마교와 혈룡방은 특공대를 파견했으며, 그 지휘자로서는 각기 검마왕(劍魔王)과 광마존(狂魔尊), 혈발악존(血髮惡尊)과..."


"그 멸성대공이었지."


검마왕과 광마존, 혈발악존과 멸성대공.


하나같이 백대고수 서열 상위권에 속한 고수들이다. 이전, 출두하였던 이들과는 적어도 반수 이상의 능력을 보유했으며, 특히나 멸성대공은 백대고수 서열 최상위권의 초강자. 사황성의 봉공이자 무당파의 검성 무천진인의 호적수였다.


"그 이후의 대한 보고는 당시 자리에 있었던 마검살객과 천리살왕을 통해 직접 듣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마검살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악 그 말 한마디에 충분합니다."


"...?"


"그 자리에서 제가 처음으로 본 것은 혈룡방과 마교 고수들 간의 대치였습니다. 아마도 서로간의 영역을 두고 싸우는 듯 했습니다.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약간만 손을 쓴다면 서로 싸움을 일으켜 공멸시키기 쉬웠으니까요. 하지만 무당파에서 굉음이 들려오고 그들이 나타났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은 '생존' 그것뿐이었습니다."


"네가 생존만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역시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구나. 검천과 일전을 겨루고 멸성대공을 삼초식에 죽였다는 괴물의 존재가."


"...삼초식. 그것을 초식이라 부를 수가 없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일격에 멸성대공의 몸이 허공으로 날렸으며, 이격에 호신강기를 박살내고, 삼격에 몸을 양단시켰습니다. 그것은 그저, 그저 세 번의 칼질에 불과했습니다."


기억을 하나씩 되짚을 때마다 떨리는 마검살객의 목소리.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며 아직도 남아있는 두려움을 담아 말한다.


"...그자는 사부님과 필적하는 강자였습니다."


쾅!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탁상을 치며 벌떡 일어서는 흑영독마.


온 몸으로 흑영독공(黑榮毒功)의 독기를 발산하며 노기를 토했다.


살각을 이루는 오대사신에게 있어 살천은 그저 그들을 기르고 무공을 전수해준 존재가 아니다.


신(神).


오대사신들에게 있어 살천은 신이다.


중원의 호사가들은 천외천 중에서 조심스럽게 검천을 제일이라 논하지만, 오대사신들과 살각의 문도들은 살천을 제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살천 스스로도 그렇게 여기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검살객의 발언은 그 신의 권위를 훼손한 것이었으며, 흑영독마의 분노를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 말은 똑바로 해야지."


장내를 가라앉히는 살천의 차분한 목소리.


그러나 그가 이어 내뱉는 말은 오대사신들의 머리에 천둥이 내리쳤다.


"나와 필적한 게 아니라 나보다 강한 거다."


작가의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야기 좀 해 보자는데... 어떻게 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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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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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1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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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2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9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3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40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8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9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3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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