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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969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3.25 11:25
조회
891
추천
25
글자
9쪽

사천집합(四天集合) 5

DUMMY

갑자기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전체적인 규모는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를 본 적 있는 것 같았다.


'그게...그러니까...아! 형산파였나..그리고...그, 그래! 하, 하남정의검문이었어. 그 때도 이랬는데 그 때는 분명히..."


하인이라도 무림맹에서 살다보면 온갖 무림문파들의 분쟁들을 접하게 된다.


무림맹의 존재 이유가 정파무림을 대표하며 좌로우로 흔들리지 않는 공정하고 청렴한 문제 해결을 위함이었으니 하루에도 수많은 분쟁들이 무림맹에서 다루어지곤 한다. 구파일방이 되었든, 이름 없는 낭인이 되었든 무림맹은 차별 없이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며, 부당함이 없도록 외부에서 자문을 구함도 서슴지 않아 무림맹의 인기는 가일층 높았다.


성은 수많은 문파 혹은 사람간의 문제들을 어깨너머로 보았고 그 처리에 감명을 받곤 했는데 몇몇의 경우는 몇 날 며칠을 곱씹기도 했다. 그랬던 분쟁 중 형산파와 하남정의검문간의 다툼이 작금 무림맹과 신마궁의 경우와 비슷했다.


호남의 형산파와 하남의 정의검문이 어쩌다 시비가 붙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당시에 꽤나 회자가 되었다.


형산파는 오랜 시간 구대문파에 버금간다고 평가 받는 명문이었으나 당시까지는 무림백대고수에 속하는 절세고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하남정의검문은 그 세는 작을지 몰라도 달리 하남제일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수의 수준이 높고 문주 이송학은 군자검 혹은 불패검군이라 불리는 절세검객이었다.


무림맹은 두 문파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무림맹주 제갈효가 중간에서 두 문파를 조율하였다.


무림맹이 내린 해결책에 두 문파는 단 하루 만에 끝났으나 문파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형산파와 하남정의검문 모두 거리낌 없이 찬성하였으며, 형산파는 이를 통해 큰 이득을 얻어 몇 해가 지난 후에 형산제일검은 무림백대고수의 위를 차지했다.


성 스스로 현장에서 눈으로 보았고 지금도 형산파가 자리한 호남성의 호사가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리는 그것.


성은 기억을 더듬고 더듬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냈다.


"비무입니다!"


심마니 산삼을 찾은 것처럼 큰 외침이 방 안을 울렸다.


"오!'


"...!"


"진짜?!"


세 사람의 반응에서 성은 자신이 맞았음을 알았다.


"예전에 이런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형산파와 하남정의검문 사이에 있었던 일인데, 그 때가 지금과 비슷합니다. 그 때 분명 맹주님이 비무를 제안했었는데 각 문파를 대표하는 몇 명만 나서면 되니 규모는 작고, 아무리 길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으니 최단시간이라는 것도 딱 맞습니다."


내뱉는 말이 청산유수다. 한 치의 막힘도 없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알려준다고 착각할 정도다.


"게다가 정파무림은 최고수들의 수준이 삼대세력 중에서도 으뜸입니다. 비무에 천외천급 고수가 함부로 나올 수도 없을 테니 승산도 충분합니다. 사황성과 마교가 개입하면 비무를 진행시키기 어려우니 그 두 세력을 배제하는 것도 옳습니다. 확실합니다. 맹주님의 계획은 비무입니다!"


자신감을 얻으니 뒤에 이어지는 말도 거침이 없다.


'역시.'


'이거 물건이네.'


'진짜 납치해서 키워봐?'


순간 성을 바라보는 눈빛들도 달라졌다.


짝짝짝!


"훌륭해. 정확하게 맞췄어!"


"가, 감사합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창천에게 성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잘했다.]


귓가에 꽂히는 전음은 검천의 것.


무뚝뚝한 검천이 오늘만 칭찬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


숙였던 고개를 다시 올리는 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검천이 짧은 칭찬이 천금을 받은 것보다 기뻤다.


"진짜 다시 봤어! 성에 내 제자 안할래?"


"이게 지금 뭐하는 거냐? 니 제자 했다가 낭인 되라고? 그래서 칼침 맞으라고?"


"낭인이 뭐 어때서! 지금 낭인 무시하는 거야?!"


"어쭈! 한 대 치겠다. 너."


"지, 진정 하세요."


무슨 전개인가. 갑자기 시비가 붙는 창천과 비천이다.


'아, 안 돼!'


잘 나가다가 이건 웬 날벼락인가. 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두 사람은 신경 쓰지도 않지만 언제나 일행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뒤처리는 가장 어린 성의 몫이다. 즉 여기서 저 둘이 난장판을 만들면 나중에 해결은 성이 해야 하는 것이다.


애들도 아니고 시답지도 않은 이유가지고 싸우는 게 몇 번 째인지 셀 수가 없다.


'마, 말려야 해!'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성이다.


하지만 어깨 위로 올라오는 손에 의해 움직임을 멈췄다.


"거, 검천 대협."


손의 주인은 검천이었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젓는 검천의 뜻 포기하라는 것인지.


"하, 하지만..."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며 목소리가 울먹거린다.


성의 시선이 어느새 기세를 줄기줄기 뿌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떠날 줄 몰랐다. 집기까지 요동치는 모양이 조금만 지나면 다기, 화분 할 것 없이 터저나갈 상황이다.


저걸 다 정리하고 양해를 구하려면 또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하나 검천의 고갯짓은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었나 보다.


"창천."


"왜?"


나지막한 부름인데 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화를 내던 비천도 순간 말을 멈추고 방 안을 가득 채워 집기들을 요동치게 만들던 기세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한 상황은 인정하지 않아도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질서를 말해주었다.


"저 쪽도 우리와 같은 판단을 할 것 같나?"


"...독사가 있다면 지금 쯤 눈치 채고도 남았을 걸."


"그렇군."


검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검천이 한 번 끊어버린 흐름이다. 성질난다고 일부로 다시 붙이는 치기어린 나이는 이미 세월의 흐름 속으로 흘려버린 두 사람이다. 적어도 오늘은 더 이상 두 사람 때문에 무엇이 잘못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터. 이 점을 잘 알기에 검천은 관심을 거두었다.


"성아."


"예?"


"검을 들고 나오너라."


"지, 지금 말씀입니까?"


바쁘게 검을 챙기던 성은 검천이 무슨 의도로 검을 보자고 했는지 알았다.


아직 창천과 비천이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공기가 싸늘하다.


[따라오너라.]


조용히 전각을 나서니 어느새 중천에 달님이 얼굴을 비추고 별님이 가득했다.


"만월이구나."


검천의 고개가 하늘을 향하고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성의 시선도 하늘을 향했다.


"와아!"


"무림맹을 나서고 여섯 번째 만월이다."


"여섯 번이면..벌써 반년이나 됐네요!"


"그런가. 반년인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따라오너라."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앞서 걸어가는 검천이다.


검천의 검을 품에 안은 성이 그 뒤를 부랴부랴 뒤따랐다.


무슨 생각인가.


아무도 없는 정원까지 가서야 멈춰서는 검천의 발걸음. 주변에 누가 없는지 확인하기까지 한다.


이윽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 성에게 돌아서고 성을 향해, 성이 품고 있는 자신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


소리 없이 검집을 벗어나 검천의 손에 들리는 검이다.


이기어검의 기예. 검객의 전설을 보고 어찌 아니 놀랄까.


검천은 벙 떠버린 성을 향해 검첨을 들었다.


"잘 보거라."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검광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성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검무를 보고 다시 한 번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성이다.


"화, 황금비룡검(黃金飛龍劍)."


성이 익힌 검법이다.


황금진기. 금조익과 함께 성이 사부에게 사사한 유일한 검법이다.


황금진기의 금빛 서기가 없을 뿐이지 그 검로와 초식을 못 알아볼 수가 없다.


헌데, 지금 이 검법은 성이 알고 있던 그것이 아니었다.


기억에 남은 사부의 검무조차 저렇게 부드럽지 않았고 이리도 경쾌하지 않았다. 태산같이 무겁지도 않았으며 구름처럼 자유롭지도 않았다.


검의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비룡은 더 이상 사람의 손에 닿지 않을 환상이었다.


"이것이 황금비룡검이다."


수유 같으면서도 억겁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어느새 검천의 검은 다시 성을 향해 검첨을 들고 있다.


모든 것이 꿈이었던가.


그런 생각이 들 때 검천이 다시 한 번 입을 연다.


"배우겠느냐?"


스승과 제자. 하늘이 정해준다는 그 연이 어느 샌가 이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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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3 +1 16.04.04 991 19 8쪽
63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2 +1 16.04.01 972 22 9쪽
62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1 +1 16.03.28 1,128 20 12쪽
» 사천집합(四天集合) 5 +1 16.03.25 892 25 9쪽
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3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91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4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4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5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4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11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6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5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5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51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43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71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73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4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72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33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3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8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95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7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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