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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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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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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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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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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무림집회(武林集會) 2

DUMMY


"여기는 본가의 식솔들로 소가주와 팽가십도의 고수들입니다."


청허자의 연배가 훨씬 더 높기에 도천이 먼저 일행을 소개했다.


"소가주 팽일성이라 합니다."


"팽가십도의 팽무환이라 합니다."


"팽가십도의 팽무곤입니다."


"팽가십도의 검효관입니다."


소가주와 팽일성과 팽가를 대표하는 절정도객들인 팽가십도의 세 명. 도천까지 포함한다면 능히 천하제일문 하북팽가를 대표할만한 인명이다.


소개를 받은 청허자가 뒤를 이어 일행을 소개했다.


"허허, 팽가의 고수들을 보게 되어 반갑소. 이쪽에 있는 이 아이는 내 사손으로 당대 무당제일검인 현검이라 하오. 또한 이 아이는 유현장이란 아이로 태극신장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하더이다."


"현검이오."


"유현장이라 합니다."


"무당제일검에 대한 이야기는 검성으로부터 종종 들어왔소. 또한 태극신장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군. 그 때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은데, 최근에 깨달음이라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구만."


도천답지 않은 정중한 답사다.


청허자의 존재로 인해 그의 머릿속에서 무당파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태극신장과는 어느 정도 안면도 있었고 하니 평소와 같은 말투를 취할 수는 없었다.


"자자, 들어갑시다. 이거 다른 보는 눈이 많아서 이 늙은이는 못 버티겠소이다."


"그러시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는 이목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대회의장 현천각(玄天閣)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현천각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숫자만 줄었을 뿐이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장내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절로 그들에게로 집중되었다.


드르륵.


"청허진인과 환 대협이시군요. 무림맹주를 맞고 있는 제갈효라 합니다."


두 사람을 보자마자 제갈효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을 쥐었다. 그러자 다른 이들 또한 자리에서 의자에서 일어나 제갈효와 같이 포권을 쥔다.


너무나 큰 환대에 들어서던 발걸음이 일순간 멈칫한다.


청허자나 도천이나 이러한 환대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인 탓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인 탓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깊은 정신수양으로부터 평정심을 되찾고, 회합장 내의 면면을 살핀다.


밖에 있는 이들과 달리 회합장 안의 고수들은 당금 정파무림의 지도자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구파일방, 팔대세가의 수뇌부 및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문파들의 주인과 명망 높은 고수들. 개중에는 백대고수에 속하는 이들의 얼굴도 보이니 과연, 맹주령이 가지는 권위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만일 이들의 시선을 받는 이가 청허자와 도천이 아니었다면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으리라.


그러나 다행히도 청허자와 도천은 순간의 당황을 금방 회복하고 담담히 포권을 쥐었다.


"무당의 청허라 합니다."


"팽가의 환이다."


청허자와 도천이 받은 인사에 답사를 하고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일부러 그리했는지 두 사람의 자리는 맹주를 제외한 가장 상석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다.


'끙...'


'음...'


거의 동시에 속으로 신음성을 삼킨다,


곧이어 제갈효가 회의를 시작하여 집중되는 시선이 상당히 분산되었지만 그럼에도 몇몇 이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러한 시선을 너무 오랫동안 떠나있던 청허자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를 싫어하는 도천. 한 마음이 되어 이 회의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다.


===


회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참석자들조차 너무 빨리 끝난 어리둥절해 할 정도의 속도였다.


오직 맹주 제갈효만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떴다. 모두 그가 생각했던 대로였던 탓이다.


만통지황 제갈효가 무림맹주가 된 뒤에 가장 처음으로 행한 일이 바로 무림맹의 체계정비였다.


'일이 끝난 뒤에 움직이는 게 무림맹이다.'


이러한 말이 나돌 정도로 무림맹의 움직임은 언제나 느려빠졌었다.


수뇌부의 권한이 절대적인 사파나 마교와 달리 연합으로서의 성격이 너무 짙은 무림맹은 사건이 터진 뒤, 탁상공론(卓上空論)으로 시간을 너무 소비하곤 했다.


특히나, 정사대전과 같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단숨에 공격해 들어가는 사파나 마교와는 달리 무림맹은 각 문파에서 고수들을 지원받고 집결시키는데 하루 이틀이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제갈효는 바로 이러한 낭비를 없애 버리기 위해 맹주가 된 즉시, 정파의 명문과 군소방파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신표로 맹약을 지어 무림맹이 동원할 수 있는 정파무림의 고수들을 고정 시켜버렸다.


십 수 년이지나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잊고 있던 사실이지만, 당사자인 제갈효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여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주제였던 대(對)신마궁 계획에 필요한 고수들을 큰 소란 없이 바로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연판장이 있기에 누구도 군소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지원 병력이 확정되자 그 뒤에 나눌 주제는 별 것 없었다. 있어봐야 집결한 고수들의 지휘권에 대한 문제인데, 이 또한 각 문파에서 대표를 뽑아 선출하는 투표제를 따르도록 고쳐놨기에 그리 오랜 시간 나눌 주제는 못되었다.


근 십여 개의 회의주제를 다 다루는데 걸린 시간이 겨우 한 시진. 제갈효가 떠난 뒤에도 다른 고수들은 일어설 생각을 못했다.


다들 뭔가 더 해야만 할 듯한 기분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청허자와 도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잤구나."


"일어나라. 돌아가자."


가장 높은 배분의 두 사람이 일행을 이끌고 현천각을 벗어나자 그제야 다른 이들도 주춤주춤 몸을 일으킨다.


먼저 나간 청허자와 도천을 따라잡기 위해 급히 현천각을 나서지만 이미 청허자와 도천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아, 이미 늦었군."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진이 아쉬움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 뒤로 사천당가의 당무영이 그 아쉬움에 동조하였다.


"아무래도 소문이 맞는 것 같네. 팽일성 저 친구 그 짧은 시간 만에 괴물이 다 됐어."


남궁진과 당무영의 시선 그 끝에는 도천이 아닌 팽일성이 들어가 있었다.


각기 검왕(劍王)과 독암쌍절신(毒暗雙絶神이)란 이름으로 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두 절대고수인 그들은 현천각으로 들어서던 팽일성을 본 순간 몰아치는 격정을 감출 수 없었다.


최대한 갈무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칼날과도 같은 기도.


그것은 돈오(頓悟)가 아닌 점수(漸修)의 깨달음으로 인해 서서히 진화해 가는 몸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기세였다.


언제고 몸의 진화가 끝나 발산되는 기세를 완벽히 담아내는 그 날. 무림에는 또 한 명의 초인(超人)이 등장하게 된다. 백대고수라는 이름을 가진 초인이.


"팽가. 정녕 그 이름이 가지는 벽이 이리도 높단 말인가."


"다음 세대는 우리의 것이라 믿었는데. 한 세대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도천이란 신인의 강림으로 천하(天下)의 이름을 놓쳐버린 남궁세가이며, 무적(無敵)의 이름을 잃어버린 사천당가다.


그 이름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切齒腐心) 하였던가.


그 노력이 빛을 발하여 정사마를 초월한 존경을 받는 한 명의 검사에게 주어지는 검왕의 이름을 또다시 가져온 남궁세가이며, 당년의 암제(暗帝)를 능가하는 독암쌍절신을 탄생시킨 당가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여 다음 세대의 팽가의 미래에게 절대의 경지를 허락하였다.


이전부터 팽일성의 천재성을 알고 있던 그들은 백대고수에 오른 후 그가 어떠한 경지에 오를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도왕(刀王)의 이름을 빼앗겨 도황(刀皇)의 이름도 잃을 줄 알았는데..."


"도황 대신 도신(刀神)이군."


"도천이 탄생하지 않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가?"


남궁진은 자조의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서 아들 녀석이나 다그쳐야겠군."


"이번에는 천(天)자라도 따내야겠어."


현천각을 뒤로하며 남궁진과 당무영은 숙소로 돌아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았던 임무를 다음 세대로 넘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팽일성은 아직 혼인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세가의 무공을 변형시키고 단련하는데 바빠 혼기를 놓쳤다. 반면, 자신들은 이미 십 수 년 전에 혼인을 하였고, 슬하에 자식들을 두었다.


팽일성이 당장 혼인을 하여 자식을 얻는다고 할지라도 십 수 년 앞선 상황. 다음 세대라면 이름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그들은 다음 세대를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어떤 이는 경악했으며, 어떤 이는 환호하였고, 어떤 이는 두려워하였다.


재미있게도 이 모든 반응의 뿌리에는 팽일성이 있었다.






작가의말

소설 쓰는 속도가 잘 안 붙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주 일회로 전환해야 할 수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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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79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0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8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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