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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73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2.14 09:00
조회
1,439
추천
40
글자
8쪽

뇌서신마(腦鼠神魔) 2

DUMMY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창천의 입가에 전보다 더 깊은 감정의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하지만 말이야..."


언제나 막힘없었던 창천의 목소리가 요동을 친다. 스스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 낯설기까지 하다.


"조금만..조금만 기다려주라."


"..."


"나도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뭔지는 아주 잘 알거든. 그런데 아직 그 선택을 할 용기가 없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말이야..."


"기다려 주겠다."


"뭐?"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존중해 주겠다."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만난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은 그 녀석이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인가.


창천은 '기다려 주겠다.' 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는 검천은 계속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를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렇게 잠시.


끼니때가 지나며 사람이 대부분 빠져나갈 때쯤에서야 창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요즘 움직이는 꼴을 보아하니 자궁의 그 미친놈이 기어코 신마경을 뚫은 모양이야."


머릿속에 쥐가면에 학사의를 입은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수들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모든 계획에 정확한 계산을 하면서도 저돌적인 방법을 선호한다. 그래서 궁의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전략가. 요즘 그가 맞이하는 궁의 움직임은 바로 그의 색채를 띄우고 있었다.


창천은 그가 앞으로 내세울만한 전략을 가늠해 보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수를 가늠하며 마지막 계단을 밟을 때, 창천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골치 아픈 녀석이야. 그 놈 성격이면 망설임 없이 이것으로 하겠지."


방문을 열고 들어가며, 창천은 예상한 그 답을 입에 담았다.


"개파(開波)라니."


===


"개파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중천각의 공기가 순간 굳었다.


"개파라니? 나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닭의 가면을 쓴 사내. 운계신마(雲鷄神魔)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는 신마들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배분의 신마로서, 비록, 그 말수는 적으나, 누구의 이야기도 경청하며 생각에 깊이를 더해 주어 십이신마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맞고 있었다.


그런 그가 누구보다도 먼저 말문을 연 것은 그만큼 뇌서신마의 발언이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던 탓이다.


말만 먼저 꺼내었을 뿐, 운계신마 외에 다른 신마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하였다.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개파라고 말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인가?"


"제가 말한 주의기간은 비천에 대한 일이 끝날 때까지를 지칭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비천을 제대로 포획했다면 그 기간은 몇 년까지 늘어났겠으나, 청룡신마님과 천마신마님께서 검천과 흑룡을 만나 실패하셨더군요. 그러니까 계획을 바꿔야지요.


"여전히 말은 잘하는군."


그것을 끝으로 염해신마(炎亥神魔)는 입을 닫아버렸다.


더 이상 말을 꺼내보았자, 얻을 게 없음을 안 것이다.


다른 신마들도 말은 안할 뿐, 똑같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뇌서신마는 그러건 말건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비천을 포획하지 못한 것이야, 검천과 흑룡을 만나 그렇게 되었으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청룡신마께서 큰 부상을 입으셨으니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흑룡 또한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신마님께서는 또다시 무당파에서와 같이 쉽게 물러섰으며, 물러날 때 쓸데없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 탓에 삼대세력의 조사단을 감금 중인 곳이 상해의 거점임이 들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뇌서신마는 천마신마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를 따라 다른 신마들의 시선도 천마신마를 향했다.


천마신마는 입이 두개라도 할 말이 없기에 그저 가만히 시선을 받아 들였다.


"천마신마님께서 그 사실을 털어놓으신 덕분에 며칠 전부터 상해의 무림맹지부가 상해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뒤면, 무림맹에서는 상해로 일개 무력부대를 파견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요. 이대로 그저 내버려둔다면, 결국 저희는 상해의 거점을 잃고 중원으로 나아갈 길목 중 하나를 잃게 됩니다. 그것을 다시 회복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짐작하기 힘들더군요.

또한 청룡신마님과의 대면으로 흑룡의 마음이 중원의 편으로 쏠렸을 확률이 큽니다. 그 말은 십 수 년 전의 정보일지라도 궁의 대한 상당한 정보가 삼대세력에게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니, 이미 들어갔을지도 모르죠. 이런 상황에서 움직임을 멈춘다면 오히려 저들이 준비할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그럼 시간이 지날수록 대업의 성공률이 급감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상해 거점을 지키고 오히려 적들을 농락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그 수단이 개파라 이것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냥 그 거점을 포기하면 되지 않겠는가? 중원으로 통하는 길목은 상해 말고도 몇 군대가 더 있지 않은가?"


뇌서신마는 운계신마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쉽게도 거점 하나를 잃게 될 경우. 본궁의 대업이 성공할 확률은 2할 가량 낮아지게 됩니다. 특히나 상해의 지리특성상 다른 거점들보다도 그 손해가 더욱 큽니다. 허나 개파를 할 경우 잘못되더라도 1할 정도만이 낮아지게 됩니다. 책사인 저로서는 위험부담이 적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으음..."


"이해 하셨다면 말을 계속하겠습니다. 제가 개파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째는 방금 전 들으신 것과 같이 거점을 지켜 중원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번에 상해 거점에 감금 중인 삼대세력의 고수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서 입니다. 원래는 본궁의 고수들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저쪽에 흑룡이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계륵 같은 존재들을 이번 개파를 통해 명분용으로 이용하는 편이 더 이롭다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진행 하였던 계획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궁의 전력이 적에게 들어났으니, 은인자중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 그에 따른 첫 발판으로 개파가 가장 좋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개파를 하면 무림맹이 가만히 있겠는가. 본궁이 무당파를 공격한다고 멸문시킨 문파가 수십 개고 죽인 고수가 백 명은 족히 되네. 나라면 개파 소식을 듣는 무림맹을 발동시킬 것이야. 게다가 사황성과 마교는 어찌하려고 하는가."


"걱정 마시지요. 그 쪽으로는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뇌서신마는 운계신마의 의문을 단칼에 부정했다.


운계신마는 끓어오르는 노기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어째서 그런가?"


"무림맹은 정파입니다. 그것도 구대문파와 팔대세가를 필두로 만들어진 정파를 대표하는 무림삼대세력의 축이지요. 은원이 확실한 정파이기에 무림맹은 필히 개파 소식을 듣는 즉시 움직일 것입니다."


"그것 보게..."


"하지만!"


"...!"


"재미있게도 무당파의 일을 제외하면 저들에게는 명분이 없습니다. 아니, 그나마도 부족한 명분이지요."


"...?"


"저는 개파를 선언함과 함께 오히려 천하에 공표를 할 것입니다. 문파 대 문파의 정면승부를 원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인궁의 전신 백호궁의 이름을 내걸 것입니다."


"인궁의 이름을...?"


"호오!"


당사자인 백호신마를 비롯한 신마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구심의 반응을 보였다. 오직 독사신마만이 안광을 빛내며 감탄성을 토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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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1 +1 16.03.28 1,125 20 12쪽
61 사천집합(四天集合) 5 +1 16.03.25 888 25 9쪽
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1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2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9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3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40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9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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