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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74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2.13 13:12
조회
1,467
추천
40
글자
8쪽

뇌서신마(腦鼠神魔) 1

DUMMY

"저... 신마님."


"음...?"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추견마군의 음성에 천마신마의 시선이 움직였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물어라."


"아무리 생각해 봤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왜 거기서 물러나신 것입니까?"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천마신마의 대답은 바로 나왔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말하며 옆에 누워있는 청룡신마를 바라봤다.


청룡신마는 그 상세가 너무 중해 기절한 채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급한 대로 치료를 행하긴 했으나 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급했다.


그러나 그런 청룡신마의 상세를 보고서도 추견마군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분명 청룡신마님의 상세가 위중한 것은 사실이나 천마신마께서 일부러 기절시키지만 않으셨다면 저리 되시진 않으셨을 것입니다. 본인이 가지신 요상결로 충분히 상세를 회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청룡신마님을 패퇴시킨 창천도 외상만 없었을 뿐이지 큰 내상을 입어 몸을 움직이기 여의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정도라면 마군경에 고수인 저도 상대할 수 있을 듯싶더군요. 그 상태로 천마신마께서 검천을 참하시고 이어서 창천만 참하셨다면 중원 천외천의 둘을 참할 수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왜 물러나신 것입니까? 지난번에는 그냥 넘어갔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문책을 피하실 수 없으실 거란 말입니다."


거의 절규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는 추견마군의 음성에는 천마신마를 향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비록 소속된 궁이 다르다 할지라도 추견마군은 천마신마를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마군들에게 존경을 받는 몇 안 되는 신마가 바로 천마신마다.


그렇기에 천마신마가 쉽게 물러나 궁의 문책을 받게 됨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리라.


그 마음을 알았는지 천마신마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손을 들어 자신의 갑옷 한켠을 짚으며 말했다.


"여기 이 검흔이 보이느냐?"


컴컴한 밤이긴 했지만 그 공력이 절정을 훌쩍 넘긴 추견마군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갑옷 왼쪽 가슴을 시작으로 어깨까지 이어진 긴 검흔이었다.


추견마군의 시선이 확실히 검흔을 향하자, 천마신마의 손은 이번에 옆구리를 짚었다.


"이것도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추견마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천마신마는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오늘 검천의 검이 만든 검흔이다."


"예?!"


가면 속 추견마군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아무리 갑옷에 난 상처라고는 하지만 갑옷이 없었다면 피륙의 상처가 되었을 흔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 속 검천의 모습에는 베인 흔적 따위는 없었다. 처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천마신마는 베였는데 검천은 베이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뜻은 지대했다.


"이제야 알았느냐. 검천이 나보다 강하다."


"..."


"너는 나의 말을 청룡신마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이해하였던 것 같구나.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청룡신마만이 아니라 나의 목숨도 그리고 너의 목숨도 살리기 위해 물러선 것이다. 내가 검천을 이길 수 없기에 후퇴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단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천마신마는 말을 멈추었다.


추견마군 또한 더 이상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음을 느끼고는 돌아서 쉴만한 장소를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기감 내에서 추견마군의 기파가 사라지자 천마신마는 그제서야 참고 있던 한 마디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흑룡 이 친구야. 어찌하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인가."


===


한 문파가 있었다.


일곱 가지 창술을 완벽하게 다루어 창왕이라 불린 사내가 세운 후, 수많은 고수를 배출하며 백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창의 명문이었다.


한 때, 구파일방, 팔대세가에 견줄만하다고까지 평가 받던 문파였다.


무리한 욕심으로 종남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멸문하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문파이나 문파의 후예들은 비밀스런 단체에 속하여 진궁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이전보다 더욱 강성하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어린아이가 궁으로 들어왔다.


마적단에게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서역상단 상단주의 아이를 우연히 외부에 나가있던 궁주가 데리고 온 것이었다.


궁주는 아이를 자신의 제자로 삼고 가르쳤다.


의외로 천부적인 재능을 소유하고 있던 아이는 스승의 가르침을 빨아들이 듯이 받아들였고, 개파조사 이레 처음으로 칠대병기의 수좌 마창 흑룡의 주인이 되었다.


마창지주(魔槍之主)가 된 후 아이의 성장은 더욱더 빨라졌다.


아이가 청년이 되는 당연한 시간의 흐름처럼 누구보다 빨리 절정의 경지를 이룩하고 마군경을 뚫으며, 종국에는 신마경이란 지고한 경지조차 정복하며 흑룡신마란 이름을 손에 넣었다.


그를 보는 이들은 그를 통해 궁의 대업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흑룡신마의 생각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랐다.


벽안금발의 색목인이었던 것 때문일까? 아니면, 독보하길 바라는 마창 흑룡의 주인이었기 때문일까?


흑룡신마는 모두가 공감하고 바라지 마지않는 궁의 대업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궁의 대업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과정은 상상하기 힘든 피가 흘러야만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흑룡신마는 결국 궁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그 대신 마창은 소중한 이의 심장을 꿰뚫었으며, 그의 사제는 그를 향한 복수를 맹세 했다.


===


"누구였나?"


"사부."


"어째서였나?"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연기하다가, 내가 쓰러지면서 궁을 빠져나오려고 했지. 나도 강하지만 사부도 신마경의 고수였거든. 그런데 하필이면..."


"사제가 싸움에 끼어든 것이군."


"그러니까 말이야. 설마 그 녀석이 거기에 끼어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놈이 서열 삼위이긴 했어도 그 때까지는 아직 신마경에 도달하진 못했었는데... 예상 착오였지. 그 덕에 연기는 작살이 나고, 눈먼 창이 사부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상황에서도 사부는 약속을 지킨다고 백룡(白龍)으로 내 옆구리를 뚫고 절벽 아래로 던졌어."


"서글픈 이야기군."


"그래 서글픈 이야기지."


창천은 식은 찻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 다음은 나도 몰라. 뭐, 대충 예상해 볼 순 있지만 그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잖아?"


그건 그랬다.


그 정제되고도 정제된 분노를 품고 있던 청룡신마만 보아도 창천이 그곳을 떠난 뒤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배신자 신세인가?"


"그런 거지.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씁쓸한 미소가 창천의 입가에 어렸다.


검천은 빈 찻잔에 찻물을 따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텐가?"


"뭘 말이야?"


"몰라서 묻는가?"


당연히 아니다.


창천 정도 되는 이가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그저 모르는 척 할 뿐이다.


중원 천외천의 일익이자 신마궁의 흑룡신마였다. 신마궁의 일원으로 진궁의 무학을 수학했으나 배신자로 낙인 찍혔으며, 중원무림의 우상으로 불리나 중원에 뿌리를 두지 않았다.


중원무림과 신마궁 그 사이에 속한 유일한 존재. 그가 바로 창천이다.


검천의 물음은 그러한 창천에게 어디에 편에 서겠냐고 묻는 것이며, 이제는 은원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는 충고였다.


"알지. 알고말고."


창천은 다시 한 번 찻물을 들이켰다. 방금 따라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찻물이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잖아."


창천의 입가에 전보다 더 깊은 감정의 미소가 어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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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사천집합(四天集合) 5 +1 16.03.25 888 25 9쪽
60 사천집합(四天集合) 4 +1 16.03.21 1,090 25 9쪽
59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1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2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9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3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40 40 8쪽
»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8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9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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